취업 준비생 여자친구 위해 개발한 ‘자소설닷컴’, 7만 명이 사용하는 취준생 필수 서비스 되다
2016년 03월 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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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한 번이라도 취업을 준비해 본 사람이라면 자기소개서 작성·편집·제출 과정이 얼마나 어렵고 복잡한지 안다. 일반적으로 취업 준비생이 자기소개서를 쓰려면 여러 단계와 여러 웹사이트를 거친다.

첫째, 취업 포털 사이트나 커뮤니티를 통해 채용 공고를 확인한다. 둘째, 검색 포털을 통해 자기소개서 문항을 확인한다. 보통 자기소개서 문항은 채용 공고에 함께 게재되지 않고 채용 사이트 내에 공개되는데 휴대전화 또는 IP 인증을 거쳐야 하므로 그 과정이 번거로워 따로 검색하는 이들이 많다. 셋째, 자동 저장 기능이 있는 워드나 한글 프로그램을 열어 자기소개서를 작성한다. 넷째, 작성한 자기소개서를 글자 수 세기 사이트와 맞춤법 검색 사이트에 붙여넣어 검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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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모든 프로세스를 한 창에서 할 수 있도록 한 '자소설닷컴'은 취업 준비생들에게 없어서는 안 될 필수 서비스로 자리매김했다.

2주 만에 웹사이트 만들어 여자친구에게 선물

자소설닷컴을 개발한 앵커리어의 박수상 대표는 "다른 사업들처럼 이 사업을 해야겠다 해서 시작한 건 아니었다. 취업을 준비하는 여자친구와 주변 친구들이 자기소개서를 쓸 때 여러 창을 띄워놓고 하는 걸 보았는데, 굉장히 번거로워 보여 한창 개발에 빠져있을 때 친구들을 편하게 해줘야겠다는 마음에 시작했다"고 개발 배경을 밝혔다.

"그렇게 2주 만에 글 작성하기, 글자 수 세기, 저장하기, 불러오기 등의 기본 기능만을 갖춘 웹사이트를 만들어 여자친구에게 선물했다. 기능적 요소로만 구성되어있던 웹사이트는 디자인을 전공한 여자친구의 도움으로 다듬어졌고 총 3번의 업그레이드를 거치며 현재의 자소설닷컴이 만들어졌다"라고 덧붙였다. 박수상 대표의 여자친구인 김상은 디자이너는 현재 자소설닷컴의 디자인을 담당하며 활약 중이다.

지금의 자소설닷컴에는 기본적으로 자기소개서를 한 창에서 편하게 쓸 수 있는 기능뿐 아니라 Δ 맞춤형 채용공고: 직무, 경력에 따라 사용자 맞춤 채용 정보를 실시간으로 제공, Δ 취업 일정 달력: 관심 기업을 달력으로 관리하고 지원 마감 일정을 알림으로 설정할 수 있는 기능 제공, Δ 자기소개서: 자기소개서 문항을 확인하고 작성할 수 있도록 기능 제공, Δ 정보 공유: 같은 기업에 지원하는 사람들과 그룹방에서 정보를 나눌 수 있는 커뮤니티 제공, Δ 실시간 채팅: 자기소개서와 관련한 궁금한 점을 묻고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대화의 장 제공 등 취업 준비생에게 꼭 필요한 기능만을 모아 제공한다.

빠른 적용력은 자소설닷컴만의 차별점

반면 사용자에게 필요할 것 같아서 적용했다가 이용하는 사용자가 거의 없어서 제거된 서비스도 있다. 개인 맞춤형 면접 예상 질문을 제공하고 실제로 질문에 답하는 자신의 모습을 녹화해 검토할 수 있는 기능이 바로 그것이다. 그 후 지속해서 사용자 의견을 반영해 경쟁률을 알 수 있는 '작성자 수 보기', 다른 사람과 자신의 자기소개서를 비교해볼 수 있는 '합격 자소서 보기', 이전 이력서 및 자기소개서를 한 곳에서 관리하는 '이전 자기소개서 관리', 스마트폰에서 간편하게 링크를 보내 친구가 살펴볼 수 있도록 한 '첨삭' 등의 기능을 추가했다.

"출시 이후에도 지속해서 사용자의 의견과 관련 그룹의 포커스 그룹 인터뷰를 토대로 빠르게 기능을 업데이트 하는 게 자소설닷컴만의 강점"이라고 박수상 대표는 설명했다. 이는 박수상 대표 스스로가 개발 업무를 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개발만을 담당하는 인원만 총 3명이 있기 때문이다.

박수상 대표가 개발에 본격적인 흥미를 갖게 된 데는 컴퓨터 프로그램 동아리 '멋쟁이사자처럼'의 도움이 컸다. 동아리에서 만난 친구들과 함께 코딩 교육 사이트를 개발하고 운영해 온 박수상 대표는 "멋쟁이사자처럼에서 활동하며 개발에 푹 빠져있었다. 마음 맞는 친구들과 세상에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는 기술이나 서비스로 창업하는 것도 의미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 후 선배와 중고 물품을 거래할 수 있는 사이트를 만들어 운영했다"고 말했다. 특히, 수만 명의 팔로워를 보유한 멋쟁이사자처럼의 이두희 대표는 자소설닷컴이 처음 만들어졌을 때 그의 트위터, 페이스북을 통해 '재미있는 서비스'라며 '자소설닷컴'을 소개했고 사용자 입소문과 함께 오픈 4~5개월 만에 1만5천 명이 사용하는 서비스가 되어 박수상 대표는 이전에 하던 일을 모두 정리하고 자소설닷컴 사업에 뛰어들게 되었다.

현재는 가입자 7만 명, 자기소개서 작성 개수 100만 개, 취업 시즌 기간(3~4월, 9~10월) 최대 월 사용자 15만 명이 사용하는 서비스로 발전했다.

대기업 위주의 채용 서비스에서 강소기업 중심으로 확장 예정 

박수상 대표는 "취업 준비를 하면 돈을 많이 쓰게 된다. 영어학원도 그렇고, 고향이 양산인데 양산에서 토익 공부하러 서울 올라오는 친구들도 있었다. 그래서 기능 자체를 유료화할 생각은 없다"며 그가 현재 구상 중인 자소설닷컴의 다음 목표를 소개했다. "생각하는 것은 자체 브랜딩이 어려운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원하는 기업에 한해서 현재 자소설닷컴이 제공 중인 '채팅방'이나 '커뮤니티' 기능을 활용해 인사 담당자가 취업 준비생과 직접 이야기를 나누거나 채용 관련 자료를 올리는 등 해당 회사에 관심이 있는 취업 준비생과 직접적인 소통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특히, 그는 "작지만 좋은 기업들에 대한 정보를 한 곳에서 볼 수 있는 곳이 현재 마땅히 없고, 채용 포털은 큰 광고 비용을 지불하는 대기업 위주로 시장이 형성되어있어 아쉽다"며 해당 회사에 관심 있는 사람이 모여 실시간 대화가 이루어지는 자소설닷컴의 채팅창 기능은 향후 강소 기업들이 타겟 지원자와의 접점을 만들 수 있는 곳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자소설닷컴은 현재 기업용(B2B) 사이트를 개발 중이다. 더불어 사용자에게는 이전 지원 기록을 바탕으로 지원할만할 기업을 맞춤형으로 추천해 주는 기능을 제공할 계획이다.

한편, 해외에서는 사용자 맞춤 채용 솔루션을 제공하는 잡바이트(JobBite), 그린하우스(Greenhouse)나 인사 관리를 위한 통합 소프트웨어를 제공하는 제네핏(Zenefits)와 같은 스타트업이 대규모 투자를 유치한 바 있다. 자소설닷컴이 앞으로 국내 채용 시장을 어떻게 혁신시켜나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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