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그녀의 Startup Interview] 유대인들의 독특한 엑셀러레이터, 그바힘(Gvahim)
2014년 02월 0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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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오랜만에 이스라엘의 땅을 밟았다. 모로코에서 태어나고 프랑스계 유대인 부모님 하에서 자란 그는 청소년 때 이스라엘에 6개월 방문한 경험을 잊을 수가 없었다. 그는 프랑스에서 교육을 받고 자라면서도 미국의 컬롬비아 대학에서 공부하면서도 줄곧 이스라엘의 발전을 위해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두근거렸다. 틈틈이 히브리어도 공부해두었다. 그리고 2001년 23세의 그는 마침내 이스라엘에 도착했다.

가끔 텔아비브에서 벌어지는 자살 폭탄 테러. 하지만 그보다 더 험난한 것은 이스라엘 비즈니스 세계에 들어서는 것이었다. 네트워킹이 매우 중요한 이스라엘에 아는 지인도 없고, 이스라엘의 비즈니스 문화가 어떤지도 알 수 없었다. 주위에서는 완벽한 영어발음으로 가장 높은 임금을 받을 수 있는 것은 카지노에서 일하는 것이라고 귀띔해준다.

그렇게 이스라엘에 몸을 담그고 일하기를 5년, 2006년에 그는 15명 남짓의 프랑스계 이민자들을 위한 작은 프로젝트를 시작한다. 이스라엘에 온 이민자들이 이스라엘에서 성공적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비정부기구 그바힘, 그 창업가 마이클 벤사돈의 이야기다.

이민자들이 세운 나라 이스라엘,
이민자를 위해 세운 기관 그바힘

이스라엘은 이민자들이 세운 나라이다. 2000년 동안 전 세계에 흩어져 있던 유대인들은 이스라엘의 건국과 정부의 부름으로 이스라엘에 모이게 된다. 이민은 오늘날까지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이스라엘에 창업 생태계가 생기게 된 것도 러시아의 엔지니어 출신 인력들이 대거 이스라엘에 들어옴에 따라 이들에게 일자리를 주기 위한 이유도 한 부분을 차지한다. 설날에 사람들이 시골에 내려갔다가 상경한다고 표현하듯이, 이스라엘도 전 세계에 퍼져있는 유대인 중 이스라엘로 돌아오는 것을 ‘올라온다’ 라는 표현으로 지칭한다.

그바힘은 이름 자체로서 '높은 곳'(Heights) 라는 뜻이다. 이스라엘에 '올라온' 이민자들의 부푼 희망과 그들의 가능성을 실현해주기 위한 '높은 곳' 그바힘. 그바힘은 비영리기구로서 이민자들이 이스라엘 경제, 사회에 성공적으로 자리 잡아 일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기관이다. 그바힘은 첫째, 전문인력들에는 커리어 개발 프로그램, 창업가들에게는 엑셀러레이터 프로그램 더하이브, 학생과 졸업생들에게는 인턴십 연결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그바힘의 엑셀러레이터 프로그램, 더하이브(The Hive)

그바힘의 엑셀러레이터 프로그램, 더하이브(The Hive)

엑셀러레이터 프로그램, 더 하이브

벌집이라는 뜻의 더 하이브(The Hive)는 꿀벌처럼 부지런한 창업가들이 열심히 노력해서 본인의 스타트업을 성공시킬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엑셀러레이터이다. 더 하이브는 2009년에 시작되어 올해로 4번째 엑셀러레이터 프로그램을 1월 8일부로 시작했다. 전문가와의 인터뷰를 포함한 일련의 스크리닝 절차를 거쳐 선발된 11개 스타트업들은 프로그램에서 제공하는 멘토링과 수업들 통해 6개월간 각자의 사업을 발전시켜나간다.

여타 엑셀러레이터 프로그램에서 제공하는 3개월의 프로그램보다 두 배 더 긴 이 기간에 전문적인 비즈니스 히브리어 수업을 받고, 워크샵을 통해 린스타트업, 마케팅 전략,  투자자들 앞에서 어떻게 피칭을 하는지 배우며, 성공적인 창업가, 전문가, 투자자들과 멘토링을 받는다. 이때 투자자, 엔젤투자자, 기업투자자들과의 커넥션이 이루어지기도 한다. 이외에도 더 하이브의 창업가들은 텔아비브, 아쉬도드에 공동작업공간을 받고, 이곳에서 일하는 시간 동안 변호사, 회계사, 컨설턴트의 조언을 얼마든지 받을 수 있다.

이후 구글에서 창업가들을 위해 제공하는 프로그램을 1주일 동안 밟으면서 UI, UX 개발 등의 도움 받고 최종적으로 런치패드에서 피칭을 하게 된다. 그다음 미디어 노출이 이어진다. 평균적으로 그바힘의 스타트업 중 3개 중 1개는 십 만 달러에서 2백만 달러까지의 펀딩을 받는다. 그바힘을 나온 스타트업으로는 알럼나이(Alum.ni), 비오비(BOB), 츄커(Choocker), 에코비스(Ecovis), 라이프팟(LifePod), 옥토퍼스(Octopulse) 등이 있다.

현재 더 하이브 프로그램에 있는 사람들의 국적은 프랑스, 호주, 미국, 캐나다 등으로 다양하다. 유대인이 아닌 외국인도 있지만, 반드시 스타트업 팀원 중의 한 사람은 이스라엘인이거나 유대인계 이민자이어야 한다. 더하이브의 책임자인 파트리시아 씨에게 이 많은 국적의 사람들을 어떻게 총괄할 수 있느냐고 물었다. 파트리시아는 웃으면서 말했다.

"두 가지 부분에서 어려운데요. 첫째는 언어의 다양성, 둘째는 다양한 스타트업 분야입니다. 첫째로 모든 수업은 다 영어로 통일합니다. 둘째로 정말이지 건축, 화장품 등 현재 들어와 있는 스타트업들의 분야도 각기 사업발전 단계도 다양한데요. 그래도 기본적으로 웹/ 애플리케이션 스타트업이 가장 많습니다. 그바힘을 나온 선배들이 각기 다른 단계에 있는 스타트업들을 도와주고 있습니다."

그바힘의 창업가, 마이클 벤사돈(Mickael Bensadoun)

그바힘의 창업가, 마이클 벤사돈(Mickael Bensadoun)

그렇다면 비영리기관인 그바힘은 어떻게 돌아가고 있을까? 그바힘은 80%가 그바힘의 졸업생들의 기여를 통해 운용된다. 프로그램 참가자들이 돈을 내기도 하지만 프로그램 비용의 1/10이기 때문에 거의 내지 않는다고 볼 수 있다. 이외에도 정부 이외에 그바힘의 가치를 믿는 다른 많은 기관, 단체의 지원을 받고 있다. 엑싯을 한 스타트업이 그 금액의 10%를 기여하기도 한다.

오프터 남예쉬는 프랑스에서 온 이민자이다. 미국 콜롬비아 대학에서 사회개발을 전공한 그녀는 그바힘의 커리어 프로그램에 등록했다. 그녀는 개발도상국들을 위해 일하고 싶다는 꿈을 갖고 있었다. 프로그램 두 달 후 그녀는 남쪽 수단 지역에 방문해 그곳에 머무르면서 그 지역이 기술 발전을 하도록 도왔다. 그바힘은 이렇게 사회적으로 기여를 하는 부분에 큰 관심과 중요성을 두고 있다. 스타트업들은 다 영리 기관이기 때문에 더하이브는 프로그램 선발절차의 하나로서 사회에의 기여 부분도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바힘의 비전은 이민자들의 성공을 통해 이스라엘에 사회적으로, 정신적으로 기여를 극대화하는 것입니다. 이민자들은 자신의 나라를 떠나 이스라엘에 도전하기 위해 오는 것이니까 기본적으로 다 개척자정신을 갖고 있습니다. 이들은 이미 교육수준이 훌륭하고, 자신이 태어난 나라의 커넥션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여러모로 잠재력이 큰 사람들입니다. 이들은 사회적으로 큰 영향을 갖습니다. 본토에 새로운 아이디어를 가지고 오니까요. 이들이 이스라엘에서 성공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은 이민자들에게도, 이스라엘에도 윈윈이라고 생각합니다. 궁극적으로 우리는 인류에 기여할 수 있기를 원합니다."

요즈마 라하브 프로그램 참석자들은 10주간 더하이브에서 작업을 했다.

요즈마 라하브 프로그램 참석자들은 4주간 더하이브에서 작업을 했다.

무궁화 꽃의 꿀을 싣고 오다.

2013년 12월 28일 한국의 10개 스타트업이 그바힘에 도착했다. 요즈마 라하브 프로그램에 참여한 스타트업들의 공동작업공간을 더하이브 측에서 지원해준 것이다. 그바힘은 텔아비브 대학교 기숙사 건물 내부에 위치해있기 때문에 프로그램 참석자들은 텔아비브 대학교 수업 이외의 작업 및 회의를 더하이브의 공동작업공간에서 자유롭게 할 수 있었다. 프로그램 참석자들은 4주간 그바힘에서 멘토링을 받기도 하고, 개인 작업을 하면서 데모데이를 준비해나갔다.

When she visited

그바힘과의 인연은 구글 런치패드에서 시작되었다. 멀티타인(MultiDine)의 창업가 이단은 인터뷰 공간을 빌리기 위해 그바힘에서 일하는 친척에게 부탁했다. 그녀의 도움으로 우리는 구글캠퍼스에서 인터뷰를 진행할 수 있었다. 현재 그바힘은 필자가 하루의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공간이다. 텔아비브 대학교 기숙사에 살고 있는 필자의 집에서 그바힘은 50m 거리에 있다. 이스라엘 스타트업 캠프 프로그램 이후에도 더하이브에서 작업공간을 써도 좋다고 허락해주었고, 현재 이 기사도 더하이브의 공동작업공간에서 쓰고 있다. 인터뷰할 스타트업이 사무실이 없으면 그바힘 내부의 미팅방에서 인터뷰를 진행하기도 한다. 그바힘에서 일하고 있으면 프랑스어, 히브리어, 영어, 스페인어 등이 들리고, 각자 자기 스타트업 개발을 위해 열띤 대화를 나눈다.

이스라엘에서 이민자들을 가리키는 용어는 올레 하다쉬인데, 풀이하면 ‘새로이 올라온 사람들’ 이라고 뜻이다. 자기 나라를 떠나 다른 나라에 이주해왔다는 의미의 이민자라는 말과 달리 '새롭게 올라온' 사람이라는 뜻의 올레 하다쉬라는 말은 이스라엘이 이민자들을 새로운 가능성과 잠재력을 가진 인력으로 반기는 태도를 반영하는 것 같다. 히브리어 수업을 들으면 1장에서부터 '저는 올레하다쉬입니다. 저는 프랑스에서 왔습니다.' 의 대화로 시작한다. 이렇게 이민자들은 건국에서부터 현재까지 이스라엘을 이해하는 데 큰 부분을 차지한다. 이스라엘 스타트업의 창의성의 원동력은 이렇게 다양한 문화를 포괄하는데 있기도 하다.

▲인터뷰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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