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테크 in 스타트업②] “VC, 핀테크에 관심없다고? 핀테크는 직접 금융 시대 여는 중대한 흐름” – 쿨리지코너인베스트먼트 권혁태 대표
2014년 10월 14일

“어차피 안될 거야”

 한국 벤처캐피털들이 핀테크를 대하는 태도는 이 한 문장으로 요약될 수 있다고 들었다. 그래도 이렇게 전 세계적으로 난리인데, 한국의 벤처캐피털들이라고 해서 거대한 트렌드의 흐름 앞에서 침묵만 하고 있을 수 있을까. 현장의 분위기를 전해 듣기 위해 초기 스타트업 전문 벤처캐피털인 쿨리지코너인베스트먼트의 권혁태 대표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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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쿨리지코너인베스트먼트 권혁태 대표

그는 핀테크 스타트업에 대한 국내 투자가 전무하다시피한 이유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그가 말한 ‘돈놀이’란 돈을 빌려주고 이자를 얹어 받는 것을 말한다. 쿨리지코너인베스트먼트의 경우에도 오픈트레이드를 비롯한 몇몇 개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에 투자했을 때, ‘금융회사에 투자하는 것 아니냐’는 핀잔을 들어야 했다.

 “워낙 그런 분위기가 있다 보니, 설사 투자를 한 다해도 ‘금융 서비스를 하는 기업에 투자한다’고는 말하고 다니지는 못할 거예요. 돌려서 기술 가진 제조 기업에 투자한다고 말할 수 밖에 없는 게 현실적인 상황이 아닌가 해요.”

 알려진 바와는 달리 이렇듯 투자 여건이 좋지 않음에도 불구하고,국내 벤처캐피털들 역시 핀테크 스타트업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핀테크가 가진 파급력과 확장성을 투자자 입장에서 모르고 지나치기가 더 어려운 일이지 않을까.

 쿨리지코너인베스트먼트 역시 크라우드펀딩플랫폼인 오픈트레이드(opentrade)와 모바일 결제 기업인 원(Won)에 투자했다. 그는 벤처캐피털 계의 부정적 분위기와 규제에 가로막혀 성장 장애를 겪고 있는 핀테크 스타트업들에 대한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정말 솔직한 심정으로는 특히 핀테크 스타트업같은 경우, 글로벌 시장에 나가서 자유롭게 비즈니스 하라고 말하고 싶을 정도예요. 눈치보지 말고 창의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어야 새로운 세상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요. 정말 싸울 거면 한 번 제대로 싸워봐야죠.”

 앞선 인터뷰에서 와디즈 신혜성 대표가 짚고 넘어갔던 것과 같은 맥락으로, 권혁태 대표 역시 핀테크의 핵심은 사람이 맡고 있던 중간 거래 업무를 기술이 대체하는 것이라고 봤다. 그는 핀테크가 ‘간접 금융’에서 ‘직접 금융’으로의 패러다임 전환을 이끄는 중대한 카테고리라고 말했다.

 “핀테크를 통해 전반적인 유통구조가 변화합니다. 중간에서 이득을 취하던 이해관계자가 사라지면서 사용자는 가치 있는 경험과 저렴하고 빠른 금융 서비스를 누릴 수 있게 돼죠.”

 그렇다면 투자처뿐 아니라 투자 산업 전반에서는 핀테크가 어떤 변화를 일으키고 있을까. 권혁태 대표는 엔젤리스트(Angelist)의 신개념 투자 방식인 신디케이트(Syndicate) 모델을 예로 들었다.

▲엔젤리스트 플랫폼

▲엔젤리스트 플랫폼에서 투자가 일어나고 있는 모습

 엔젤리스트는 엔젤 투자자들을 위한 일종의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이다. 많은 엔젤투자자들과 마이크로 VC들이 이 곳에서 새로운 스타트업을 검색하고 발견한다.  때문에 이들은 ‘투자자들이 스타트업들을 만날 수 있는 곳(Where investors meet startups)’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있다.

 경영전략 자문기관 EICG의 창업자인 이은세 CEO는 지난 4월 비석세스 기고글을 통해 엔젤리스트의 신디케이트 모델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결과적으로, 현 VC 모델은 특히 초기 스타트업에 큰 장애물로 작용하게 된다. 아울러 일정 규모 이상의 기업에만 투자할 수 있는 펀드의 경우 상대적으로 소액의 초기 투자를 할 수 없고, 이는 아직 충분한 에쿼티(Equity) 사이즈를 갖지 못한 초기의 피투자 기업에 역시 독이 될 수 있다.(중략)

 게다가, 현재 엔젤리스트에는 매일 100여 개의 초기 스타트업이 스스로 자신을 등록시키고 있으며, 신디케이트를 비롯한 수많은 투자자가 적극적으로 이들의 아이디어를 평가하고 검증하고 있다. 이는 기존의 운용사들이 수행하던 투자 발굴 업무의 크라우드 소싱 버전이라 보아도 무방할 것이며, 충분한 수준의 질과 규모만 확보된다면, 이와 같은 집단에 의한 평가 결과는 언제나 소규모의, 혹은 폐쇄적인 형태의 그것보다 우월함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엔젤리스트 플랫폼에서는 규모가 클 경우 최대 200억 정도의 자금이 모이기도 한다. 기존 펀드매니저들이 펀드 회사를 거쳐 받게 되는 성과보수가 20% 미만인 것에 비해 엔젤리스트는 개인에게 25% 가량을 지급하는 등 여러가지 면에서 직접 금융의 형태를 띄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 밖에도 펀드매니저의 주관적 판단이 배제되고, 오직 프로그램에 근거해 컴퓨터가 투자 결정을 내리는 ‘퀀트펀드(Quantitative fund)’ 등이 대표적인 핀테크 투자 산업이다.

 마지막으로 최근 정부가 전문엔젤 11인을 발굴하는 등 엔젤 투자 활성화를 위해 힘쓰고 있는 가운데, 현재 엔젤 투자 생태계의 현황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그에게 물었다. 그는 두 가지 문제점을 지적했다.

 첫 번째로, 투자 단계의 구분이 좀 더 명확해졌으면 좋겠다는 것. 지금 국내에는 초기 단계 전문 VC와 엔젤투자자, 시리즈 A 단계 투자 기관 모두가 하나로 묶여있다. 창업자 입장에서는, 자신이 누굴 찾아가야 적정 금액의 투자를 받을 수 있는 지 헷갈릴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의견이었다. 돈을 마냥 많이 받는다고 해서 좋은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창업은 굉장히 긴 여정이예요. 긴 여정을 시작하는 사람에게 처음부터 헷갈리지 않게끔 구분선을 명확히 지어주는 것은 꼭 필요한 일이죠. 정부 쪽에서는 계속해서 새로운 제도와 프로그램들을 일관성 없이 만들고 있는데, 엔젤투자가 확대되는 것은 굉장히 좋은 일이지만 궁극적으로 그건 창업자들을 위한 일이 아닌 것 같아요.”

 두 번째로는 유명한 엔젤 투자자는 많지만 정작 엔젤 투자자의 수가 늘어나고 있지는 않다는 점이다.

“투자 활성화라고 하면 전문엔젤을 선정하는 것도 좋지만, 궁극적으로 투자자의 수가 늘어나야 하는데 사실상 작년에 유명했던 분과, 올해 유명한 분이 같아요. 자산은 보유하고 있지만, 아직 스타트업 투자에 대해 지식과 노하우가 없어 선뜻 나서지 못하는 분들을 시장으로 끄집어내야 하거든요. 이 분들이 아주 소규모로 투자를 시작하게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한 번, 두 번 경험치가 쌓이면서 결국 이들이 엔젤 투자자로 성장하게 되는 것이죠.”

 그는 마지막으로 금융이 우리 인생에 빠질 수 없다는 사실을 믿는다면, 핀테크의 물결은 결코 거스를 수 없는 것이라는 말을 덧붙였다.

 “SNS의 발달로 삶의 모든 부분에서 간접에서 직접으로 패러다임 전환이 되고 있습니다. 이제 금융 차례가 온 것뿐이죠.”

누가 국내 VC들이 핀테크에 무지하고 무관심하다고 했을까. 규제의 유연성 회복과 투자 산업의 혁신을 통해 핀테크 스타트업에 대한 더욱 활발한 투자가 일어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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