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어러블 영화관’ 글리프(Glyph)는 어떻게 4시간 만에 2억을 모았을까?
2014년 01월 24일

출근해서 점심 먹기까지 3시간 남짓. 글리프(Glyph)가 킥스타터(kickstarter)에서 25만 달러(한화 2억 6천 만)를 모금하는 데 걸린 시간이다. 킥스타터에 웨어러블 기술 관련 프로젝트가 130여 가지나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유독 글리프에 높은 관심이 집중된 이유는 무엇일까. 글리프의 사례를 통해 국내 웨어러블 기기 관련 스타트업이 취할 수 있는 필승 전략을 짚어 보았다.

글리프(Glyph), 망막에 직접 영상을 투사하는 개인 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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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크크런치는 22일(현지 시간) 글리프가 가상 현실에 초점을 맞춘 오큘러스 리프트나 순간 밀착형 구글 글라스와 다르게 미디어 중심의 디바이스라고 평가했다. 실제 글리프는 기존에 있는 모든 형식의 오디오나 비디오 파일이 그대로 재생되기 때문에, 파일 형식을 변환하는 번거로운 과정 없이 생활에서 바로 사용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겉모습은 기존 헤드폰과 비슷하지만, 기기를 앞쪽으로 내리면 고화질의 비디오를 시청할 수 있다. 비디오를 보지 않을 때에는 일반 헤드폰처럼 착용하면 하이 엔드급 음질로 노래를 감상할 수 있다. 글리프는 헤드 밴드에 장착된 화면을 '가상 레티나 디스플레이(virtual retina display)'라고 칭했는데, 스크린이 없는 대신 사용자 망막에 이미지가 바로 투사된다. 

또 글리프 속에는 회전 나침반, 가속도계, 자력계도 함께 장착되어 있어 콘텐츠가 호환 가능할 경우 머리의 움직임을 인지하는 헤드 트랙킹(head tracking) 기능도 구현할 수 있다. 가격은 499달러(한화 약 53만)다.

웨어러블 디바이스, 핵심은 '기술'이 아니라 '얼마나 입고 싶은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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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리프가 갖추고 있는 것은 이러한 화려한 기술뿐만이 아니다. 글리프가 출시도 전에 소비자들의 지갑을 연 이유는 '기술' 때문이 아니라 제품의 '일상 친화적' 성격 때문이다.

글리프가 일상 친화적인 이유는 '우리에게 이미 익숙한 것'과 닮아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글리프는 일반 헤드폰과 외관이 크게 다르지 않다. 테크크런치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에비건트(avegant)사의 코 파운더(co-founder) 에드 탕(Ed Tang)은 "구글 글라스의 경우 착용이 다소 불편하고 밖에 나가면 사람들이 쳐다보는 일도 생기지만, 글리프는 헤드폰과 유사하게 생겼기 때문에 사용자의 생활 속에 녹아들어 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사람들이 웨어러블 제품에 관해 이야기할 때 모두 기술에만 초점을 맞추고, 실제로 사람들이 그것을 얼마나 입고 싶어하는지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다"고 덧붙였다. 아무리 기술이 훌륭하다 할지라도 사람이 그것을 입으려고 하지 않는다면 무용지물이라는 것이다. 

페블2▲스마트 시계 '페블(pebble)'

실제로 스마트 왓치(smart watch)가 상당히 선전하고 있는 까닭도 여기에 있다. 누구나 시계를 차는 일에는 익숙하다. 스마트 왓치를 매고 나가도 이상한 눈으로 쳐다볼 사람은 없다. 킥스타터에서 10만 달러를 목표로 시작해 최종적으로 1,000만 달러를 모금한 신화적 아이템인 Pebble도 외관만 봤을 때에는 일반 시계와 다름이 없다. 실제로 시장 조사 전문 업체 가트너의 분석전문가인 안젤라 매킨타이어는 "스마트 워치 대부분이 너무 크고 둔해 보인다. 기존의 시계와 비슷한 모습을 갖춘다면 더욱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1390019158_thumb▲인텔의 웨어러블 아기옷 '미모(Mimo)'

이달 초 열린 CES 2014의 인텔 부스에서 첫 공개된 인텔의 웨어러블 아기옷 '미모(Mimo)' 역시 아이들의 옷 속에 웨어러블 컴퓨터를 삽입해 자연스럽게 착용할 수 있도록 디자인 했다. 기존의 유아용 웨어러블 기기들이 손목, 발목용으로 나온 것에 비해 한층 더 일상 친화적인 접근 방식이다. 미모는 내달 2월 북미 지역으로 출시될 계획이며 지난 17일 이미 모두 동난 상태다.

국내 웨어러블 스타트업, '입고 싶은' 웨어러블 기기를 만들어라

웨어러블 기기 관련 요즘 떠오르고 있는 핵심 화두는 '디자인'이다. 웨어러블 기기가 갖추어야 할 것은 패션 아이템으로서의 장식적 요소도 있겠지만, 더 중요한 것은 '어느 위치에서 어떻게 작동할 것인가'이다. 제대로 된 디자인이라면 이 모든 것을 포괄하고 있어야 한다.

최근 모바일 앱에서 웨어러블 앱으로 추세가 바뀌면서, 손바닥 경쟁이 아닌 손목 경쟁이 과열되고 있다고 한다. 착용의 용이성으로 대부분의 웨어러블 기기가 팔찌 혹은 시계 형태로 출시되고 있는 것이다. 국내에서도 지난 22일 헬스케어 팔찌 '핏비트(Fitbit)'가 공식 론칭했다.

이 레드오션 속에서 경쟁력을 가지기 위해서는 손목 이외에 어떤 위치, 어떤 형식이 사용자에게 더 자연스러울지를 고민해보아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일상생활에서의 동선, 문화적 관습, 타깃 별 수요 등에 대한 세밀한 조사와 연구가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에드 탕(Ed tang)의 말처럼 '사용자가 이미 익숙하게 여기는 것에 알파를 더하라'. 언제나 사람은 지나치게 급진적인 새로움보다는 일상을 조금 비튼 창의성에 열광하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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