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C들이 당신을 다른 VC에게 소개하게 만드는 방법
2014년 08월 21일

ㄴㅁㅇㅁㄴㅇ

(원문 링크 : hunterwalk)

드롭박스, 에어비앤비 등의 회사에 초기 투자를 진행한 바 있으며, 인큐베이팅한 170여 개의 스타트업들의 가치 총합이 9조 원에 이르는 와이콤비네이터(Y-combinator)의 폴 그레험(Paul Graham).

그는 스타트업에게 투자 유치란, '당신이 시간을 투자하여, 투자자들에게 기회를 주는 행동’이라는 정의를 내렸는데, 난 그 자신감을 참 좋아한다. 특히 매출 혹은 트래픽등 서비스와 고객 개발에 대한 구체적 수치가 없는 초기 단계의 창업자들이 이와 같은 자신감을 가진 것을 보면 스스로 이 스타트업을 위한 에반젤리스트가 되어야겠다고 가슴이 벅차오른 적도 있었다.

하지만, 불행히도 이와 같은 창업자를 만나기는 정말 쉽지 않다. 대부분 창업자는 자신의 언어를 가슴 깊은 곳에서는 믿지 않는다. 무라카미 하루키가 그의 최근 단편 소설집 도쿄기담집에서 인용하였듯 직업을 갖는 것, 즉 창업한다는 것은 본래 사랑의 행위여야 한다. 편의상 하는 결혼이 아니라 순수한 사랑의 감정으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평소에 불만이 많고, 오랜 친구이기도 한 VC와 나누는 저녁 술자리에서도, 같은 맥락의 이야기가 이어지곤 한다. 현실왜곡장의 아우라로 온 몸을 휘둘러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에너지가 없다면 겸손하게 사업단계별로 성취할 지표들과 세분화된 고객의 페르소나라도 보고 싶은데, 대부분의 창업자들이 구름위에 떠 있는 이야기만 하고 있다는 것이다.

필자 역시 과거에 스타트업을 운영하던 시절, 똑같은 실수를 저지르곤 했다. 스타트업을 운영하며 겪게 되는 기복을 견디기 위해선 어느 정도의 현실왜곡장이 필요하긴 한데,  당시 나의 비전은 어느새 망상과 거짓말로 진화하며 큰 거품을 만들었고 난 결국 그것에 갇혀버렸다.

어렵사리 만나게 된 VC들의 시큰둥한 반응을 볼 때면, 난 나의 무지와 커뮤니케이션의 문제보다는 그들의 보수적인 견지를 탓하곤 했다. 그리곤 나의 스타트업은 몇 번의 롤러코스터와 같은 기복을 겪고 마침내 궤도에서 탈선하는 순간을 맞이했다.

오늘 글에서는 스탠포드 MBA를 졸업하고, 구글의 프로덕트 매니저를 거쳐, 스타트업을 위한 초기투자자로 활동하고 있는 헌터 웍(Hunter walk)의 "왜 대부분의 VC들은 당신을 다른 VC에게 소개하지 않는가?”라는 컬럼을 함께 살펴보며, 창업가와 VC의 커뮤니케이션에 있어, 견지해야 할 몇 가지 커뮤니케이션 덕목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자.

1. 최소한의 숙제는 하자. ( Do some work upfront.) 

당신이라면 어떤 피드백을 선택하겠는가?

(a) 안녕하세요, 트위터로 몇 번 이야기 나눈 적이 있었지요? 당신이 소셜 게임에는 투자하지 않는 점은 알고 있지만, 혹시 소셜 게임 투자하시는 분 아시나요?

(b) 안녕하세요, 트위터로 몇 번 이야기 나눈 적이 있었지요? 전 당신이 소셜 게임에는 투자하지 않는 점은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제가 실리콘벨리에는 인맥이 조금 부족해서, 조언 부탁드리고자 연락드렸어요. 엔젤리스트와 테크크런치에 의해면 펀드 123, 펀드 456, 펀드 789가 소셜 게임에 특화하여 투자하기로 조성된 것으로 알고 있는 데요, 이 펀드들이 제가 지향하는 소셜 게임의 성격과 잘 어울릴지 의견 부탁드리고자 합니다.

VC들에게 스타트업을 추천하는 행동은 그들의 업계 평판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소이기도 하다. (b)의 경우에는 실제로 VC에게 추천할 수 있는 경로를 만드는 커뮤니케이션을 구사하였다.

2. VC와의 관계를 과장하지 말자 ( Do not exaggerate the relationship) 

창업가에게 작은 거짓말은 필요할 때가 있다. 현실 왜곡장은 창업가에게 꼭 필요한 요소이다. 하지만 당신이 VC와의 관계를 과장하여 다른 VC와의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보험으로 활용하는 접근은 위험하고, 신뢰를 쌓아가는 데에도움이 되지 않는다.

3. 소개를 위한 샘플을 보내는 것도 좋은 아이디어이다 ( Don’t expect me to write your pitch email for you) 

헌터 웍은 다른 VC에게 소개하고자 마음을 결정하면, 먼저 스타트업으로부터  전하고자 하는 내용을  담은 메일 샘플을 받아본다고 한다. 그리곤  간단한 피드백과 업데이트를 거쳐 소개를 진행한다고 한다. 이와 같은 과정을 통해 투자자는 창업자에게 주어진 상황과 아젠더에 대해 정확히 이해하게 되고, 이는 향 후 다양한 딜 소싱(Deal sourcing)을 위한 기반이 된다.

4. 소개 후, 팔로우업을 잊지 말라 ( Do follow-up with me post-introduction ) 

소개 후 VC와의 모든 커뮤니케이션을 공유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지속적인 커뮤니케이션은 관계를 돈독히 하는 기회일 수 있다. 실제로 필자 역시, 과거 몇 번의 창업을 거치며 알게 된 VC분과 2년 정도 지속적인 커뮤니케이션을 유지하며 나중에는 격의 없이 삶의 전반적인 부분들을 나눌 수 있는 친구와 같은 관계를 나누게 되었다, 이 관계는 훗날 필자가 초기 투자 및 엑셀러레이팅 업무를 진행하게 한 계기가 되기도 하였다.

헌터 웍의 조언에서 알 수 있듯이, VC와 창업자의 관계의 커뮤니케이션 역시 (특수한 상황에서 전개되긴 하지만) 카네기의 인간관계론이나 동양의 고전에서 이야기하는 예의와 태도에 관한 덕목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또한 EICG의 이은세 대표가 “우리가 잘 모르는 벤처캐피털의 세 가지 속내”라는 컬럼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VC는 신이 아니다. 국가의 창업 정책과 모태 펀드의 출자에 의존해야 하는 특수한 환경에 처해 있는 한국의 VC들은 ‘수익율’이라는 목표를 위해 하루하루 살아가야 하는 직업인이기도 한 것이다.

다시금, 와이콤비네이터의 폴그레험의 접근으로 돌아와 보자. 스타트업에게 투자유치란, 당신이 시간을 투자하여, 투자자들에게 기회를 주는 행위이다. 이 명제에 충실하기 위해, 당신이 오늘 할 일은 무엇이 있는가?

"If you don't believe your startup has such promise that you'd be doing them a favor by letting them invest, why are you investing your time in it? “

-Paul Graham

0 0 votes
Article Rating
Subscribe
Notify of
guest
0 Comments
Inline Feedbacks
View all comments
0
Would love your thoughts, please comment.x
()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