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어캣으로 시작한 라이브 스트리밍 붐, 국내 동영상 스타트업 현황은?
2015년 04월 29일

Do-you-Meerkat

몽구스 과의 미어캣은 일출과 일몰 시간이 되면 몸을 세우고 해를 응시한다. 미어캣이 어떤 이유로 태양을 바라보는지에 대해서는 아직도 밝혀진 바가 없다.

리코드의 카일 체이카(Kyle Chayka)는 최근 동영상 앱 미어캣 열풍에 대해  “인터넷상에서 우리는 수십억 리얼리티 쇼의 주인공을 맡고 있는 미어캣들”이라고 말했다. 한 무리의 미어캣이 되어 우리는 서로의 별일 없는 일상을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미어캣을 필두로 시작된 모바일 라이브 스트리밍 붐은 단순한 헤프닝이 아니다. 런칭된 지 한 달 만에 미어캣은 433억 원의 기업 가치를 평가받으며 130억을 투자받았다. 트위터는 인수한 페리스코프를 지원사격하기 위해 전력을 다하고 있다.

미어캣에 투자한 그레이락파트너스의 조시 엘먼은 현 상황에 대해 “라이브 동영상은 앞으로 물리적으로 떨어져 있는 사람들을 한데 모으는 가장 강력한 수단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씨스코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2018년, 인터넷 전체 트래픽의 84%를 차지하는 것은 동영상 컨텐츠다.

 라이브 동영상 스트리밍 붐, 국내 현황은

분위기가 이렇게 흘러가고 있지만, 국내 동영상 전문 스타트업 수는 많지 않다. 특히나 라이브 스트리밍 쪽은 더욱 그렇다. 동영상 사업은 스타트업이 감당하기에 돈이 너무 많이 드는 분야기 때문이다. 6년째 동영상 사업을 하고 있는 아이쿠 김호근 대표는 2011년 당시, 한 달에 드는 운영 비용이 5천만 원에서 1억 원 사이였다고 말했다.

B2B 동영상 솔루션 스타트업 에어브로드의 김재원 대표는 “스타트업이 B2C 동영상 사업을 하기 위해서는 대기업과 합작하거나 인수가 되어야만 살아남을 수 있을 정도로 운영 비용이 막대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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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에서도 이런 이유로 유망한 동영상 스타트업을 대기업이 인수하는 경우가 많다. 가장 최근의 예로 지난 1월 페이스북은 동영상 스트리밍 스타트업인 퀵파이어를, 작년 8월에는 아마존이 게임 전문 스트리밍 서비스인 트위치를 1조 원에 인수했다. 가까운 사례로는 한류 동영상 스트리밍 기업인 비키와 드라마피버가 각각 일본의 라쿠텐과 소프트뱅크 품에 안겼다.

그러나 인수가 만능 해결책은 아니다. 비용이 많이 들어도 확실한 수익 모델이 있다면 어떻게든 도전해볼 수 있지만, 미디어와 마찬가지로 동영상 분야도 광고 이외에 수익원을 찾기 어렵다는 게 문제다. 구글이 2006년에 무려 1조8천억을 주고 사들인 유튜브조차 매년 5천억 원 정도의 적자를 내다가 2010년에서야 흑자로 돌아섰다.

김 대표는 “트위터가 라이브 스트리밍 서비스로 인해 정체기를 잠시 벗어난 것은 분명하나, 향후 페리스코프를 통해 수익을 창출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사용자 확보에는 도움이 되겠으나 SNS가 라이브 스트리밍으로 실제 돈을 벌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알 수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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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어 국내서는 대기업의 인수나 투자 활동조차 많지 않다. 무려 5년 전 미어캣과 동일한 기술로 트위터에서 모바일 생방송을 지원한 ‘트윗온에어'의 아이쿠는 KT로부터 투자 제안을 받았지만, 이후 KT와 소프트뱅크가 공동으로 미국 유스트림에 110억을 투자하기로 하면서 계약을 파기 당했다.

KT와 합작해 내놓은 ‘올레온에어'는 동시 접속이 10만 건까지 나왔지만, KT의 지원이 끊기며 억대의 운영비를 감당하지 못하고 서비스를 중단했다. 이때의 타격으로 아이쿠는 20명까지 늘렸던 직원을 최소 규모로 감축했어야만 했다. 어느 쪽이든 잘못된 만남이었던 걸까. 작년 12월, KT는 적자 난을 해소하지 못하고 결국 유스트림코리아를 청산했다.

동영상 스타트업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자금도 부족하고, 대기업으로부터의 피인수는 하늘의 별 따기, 인수 후라 해도 성공을 보장할 수 없는 총체적 난국 속에서 동영상 스타트업은 어떤 생존 전략을 도모할 수 있을까.

첫째로 단순 스트리밍 플랫폼이 아닌, 컨텐츠 제작자들에게 최대한의 편의를 제공하는 종합적인 컨텐츠 제작 도구로서 기능해야 한다. 에어브로드의 김재원 대표는 “결국 동영상 회사의 성패는 라이브 송출의 가능 여부가 아니라, 얼마나 인기 있는 컨텐츠 제작자들을 플랫폼 내에 보유하고 있는가에 달려있다"고 말했다. 중요한 것은 기술이 아니라 컨텐츠라는 이야기다.

사실상 현재의 라이브 스트리밍 기술은 흉내 내기 어렵지 않다. 4G와 LTE 시대로 들어오면서, 개발자 입장에서도 서비스를 구현하기가 쉬워졌다. 복제가 어려운 것은 그 안에서 방송하고 있는 사람들을 데려다 앉히는 일이다. 방송할 곳은 넘쳐나는 시대이기 때문에, 플랫폼보다 1인 제작자의 힘이 세졌다.

미어캣도 애초에 IT 미디어의 기자들과 스타트업계 인사들이 사용하면서 주목을 받았다. 테크크런치 보도에 따르면 트위터는 미어캣 방송을 하는 유명 인사들을 페리스코프로 유인하기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플랫폼이 제작자에게 줄 수 있는 가치라는 것은 크게 수익과 확장성, 인프라의 편리함으로 정리할 수 있다. 최근에는 이를 특화한, ‘멀티채널 네트워크(이하 MCN)’라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탄생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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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기준 MCN 스타트업 규모( 이미지출처 )

MCN란 쉽게 말해 1인 창작자를 위한 기획사다. 1인 창작자를 위한 방송 장비와 스튜디오 지원은 물론, 콘텐츠 유통에 관련된 전반적인 마케팅, 저작권에 이르는 모든 부분을 관리한다. 1인 유투버로 활동하던 셰이 칼 버클러가 만든 MCN 스타트업 ‘메이커스튜디오'가 디즈니에 1조 원에 인수되면서 공공연하게 하나의 산업군으로 자리 잡았다.

국내서도 CJ E&M과 아프리카TV 등이 MCN 사업에 뛰어들었다. 시장에 이미 인프라와 자본력을 갖춘 강자가 존재할지라도, 태생적으로 유목민적 성격을 가진 1인 창작자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이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다. 미어캣이 앱스토어를 뒤집어 놓는 데는 딱 4일이 걸렸다. 플랫폼이 아직 유명하지 않은 숨은 원석들을 발굴해 스타로 만들어줄 수 있는 기획력까지 가지고 있다면 금상첨화다.

두 번째, 광고를 벗어난 수익 모델의 확충이다. 이를 잘하고 있는 곳이 앞서 언급한 아프리카TV다. 아프리카는 BJ에게 애청자들이 선물하는 ‘별풍선' 아이템(1개당 100원)을 통해 지난 2014년 총매출 504억 원, 영업 이익은 55억 원을 기록했다.

"아프리카tv는 애초
아이돌 팬덤 문화에서
힌트를 얻어 컨텐츠보다
bj개인에 초점을 맞춰
유료 모델을 만들었다"

김정렬 아프리카TV 플랫폼서비스팀 팀장은 “아프리카TV는 초기부터 팬덤 문화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컨텐츠 내용보다는 BJ 개인에 초점을 맞춰서 유료 모델을 만들었다"고 밝혔다. 실제 ‘별풍선'이라는 아이템 이름도 아이돌 팬클럽이 응원 시 사용하는 색깔 풍선에서 따온 것이다.
국내 정서상 영화나 음악 같은 컨텐츠 자체에 돈을 내는 데는 인색하지만, 이미 자리 잡은 아이돌 팬의 조공 문화를 본떠오면 거부감이 덜할 것이라는 판단에서였다. 전략은 성공했고 아프리카TV는 세계에 유례가 없는 독특한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냈으며, BJ들은 수 억 원 대의 매출을 올리는 스타가 됐다.

미국의 유나우(YouNow) 역시 유사한 수익 모델을 가지고 있는데, 이미 우리에겐 익숙한 먹방, 잠방(자는 방송) 등이 현재 해외 매체에서 신선한 사회 현상으로 읽히고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아프리카TV의 장동준 전략지원본부장에 따르면 아프리카 TV의 하루 시청자 수는 400만 명에 이르며 지난 3년간 방송 매출이 매년 100억씩 뛰었다. 그는 “과거에는 브로드캐스팅(broadcasting)만이 존재했다면, 아프리카TV는 버티컬 캐스팅(vertical casting)의 시대를 열었다"면서, “지금까지의 아프리카 스피릿을 지켜나가면서도 400만의 시청자를 기반으로 대중성을 넓혀나가는 것이 앞으로의 목표"라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기술력을 무기로 한 B2B 사업을 모색하는 것 역시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에어브로드는 유튜브와 같은 스트리밍 기업을 대상으로 파일 변환 없이 동영상을 재생할 수 있는 솔루션을 제공한다. 이에 따라 끊김 현상과 화질 저하가 없는 스트리밍 서비스가 가능해진다.

지난 3월 본엔젤스로부터 11억 원의 투자를 유치한 스트림라이저 역시 스트리밍 기업을 위한 트래픽 분석 서비스를 제공한다. 작고 기민한 스타트업에게는 레드오션인 스트리밍 시장에 뛰어드는 것보다, 기존 기업을 고객사로 두는 전략이 승산이 높을 수 있다.

동영상 산업의 가까운 미래

그렇다면 라이브 스트리밍 분야를 포괄하는 전반적인 동영상 산업은 향후 어떻게 발전해나갈까.

먼저 기술 부분에서는 필연적으로 디바이스의 발달과 궤를 같이할 것으로 보인다. 아프리카TV의 김정렬 팀장은 “가까운 미래의 동영상 산업은 제일 먼저 사물 인터넷 기술을 도입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사물인터넷을 활용하면 제작자와 시청자 간 소통 방식이 다양화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요리 방송 중이라면, 스마트 요리 도구가 방송에서 나온 재료의 양을 인지해 요리를 따라 하고 있는 시청자에게 적정량을 알려주는 식이다. 이후 드론, 가상 현실과의 결합도 기대해볼 수 있다.

문화적인 측면에서, 사람들은 보다 더 사소한 일상들을 방송으로 다루게 될 것이다. 아이쿠의 김호근 대표는 “기존의 방송들이 거시적으로 굵직굵직한 사건들만 다루어 왔다면, 앞으로는 보다 더 미시적이고 개인적인 컨텐츠들이 늘어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미어캣 내에서도 SWSX와 같은 큰 행사뿐 아니라, 유명 VC가 길을 걷는 소소한 장면이 생중계되고 있다. 앞으로도 공적 컨텐츠와 사적 컨텐츠는 공존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둘 간의 경계는 점차 흐릿해질 것이다.

마지막으로 산업적 측면에서는 기존의 방송국들이 동영상 스트리밍 플랫폼 내로 통합될 것이다. 이미 5년 전부터 통신과 방송의 경계는 사라지고 있다. 공중파 방송이 스트리밍 사이트 내에서 재생되는 동시에, 스트리밍 사이트에서는 독립적인 자체 컨텐츠를 내놓고 있다. OTT(Over The TOP) 사업의 대표 주자인 넷플릭스가 가장 좋은 예다.

84%의 컨텐츠가 동영상으로 소비되는 시대, 어렵다고 해서 포기할 수는 없는 영역이다. 한계가 있을 때 더 빛나는 창의성과 혁신성으로 난제의 매듭을 푸는 국내 스타트업의 약진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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