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을 찾은 디지털 노마드 전도사 ‘피터 레벨’은 오늘도 여행 중
2015년 03월 04일

전세계를 무대로 일하며 여행하는 디지털 노마드. 속 주머니에 사표를 품고 있는 많은 사람들이 꿈꾸는 삶이 아닐 수 없다. 그들은 뭐가 달라서 저렇게 여행을 다니며 자유롭게 일하는 것일까? 나도 도전할 수 있을까? 오늘도 여행하고 있는 디지털 노마드 전도사, 피터 레벨(Pieter Levels)을 만나서 그 답을 들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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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공간과 환경이 업무 효율에 얼마나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나?

A. 환경은 내가 느끼는 것, 일하는 것, 나아가 자신이 누구인지에 까지 영향을 미친다. 나는 물리적으로 환경이 뇌를 바꾼다고 생각한다. 내 경험상 추운 곳에 있을 때보다 따듯한 곳에 있을 때 더 창의적이고 열린 생각을 하게 되는 것 같다. 따듯한 지역에 있을 때 내가 한 일을 보면 노마드 리스트를 만드는 등 창의적인 일을 했었다. 한국에 머물고 있는 지금은 비교적 따분하고 반복적이라고 할 수 있는 잡보드를 만들고 있다. (웃음) 그래서 만약 내가 작가나 개발자, 디자이너와 같은 창의성을 요하는 직업에 종사한다면 환경을 바꿀 필요가 있다.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큰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다.

Q. 서울은 노마드에게 비교적 좋은 도시인가?

A. 서울은 비교적 비싸다. 노마드는 도시를 정할 때 가격과 날씨를 많이 고려한다. 그런 입장에서 봤을 때 서울은 비교적 비싼 도시다. 물론 여름에는 따듯하지만 날씨도 지금은 아주 춥다. 그렇지만 음식이나 치안이 훌륭하고 아주 깨끗한 도시다. 기본적인 생활을 위한 조건 외에도 일을 위해 인터넷 속도가 중요한 데 서울은 인터넷 속도가 가장 빠른 나라 중 한 곳이다.

또 한국은 IT 나 첨단기술을 다루는 회사들이 많아서 노마드를 위한 일자리가 많이 나올 수 있는 좋은 조건이다. 하지만 유명한 디지털 노마드 회사 중 한국 회사는 잘 없다. 대부분 미국 회사다. 사실 서울은 디지털 노마드 측면에서는 미국보다 5년 정도 뒤처졌다고 말할 수 있다. 기업 문화가 대기업 중심이며 스타트업에서 일하는 사람은 아직 많지 않다.

지금은 한국의 굵직한 유수의 대기업들이 잘하고 있지만 언젠가 그 회사가 휘청하게 돼 전반적인 기업 문화가 바뀌고 다양한 곳을 여행하며 일하는 디지털 노마드가 많이 알려지면 앞으로 많은 노마드들이 나올 수 있지 않을까? (웃음)

Q. 한국인 디지털 노마드도 많은가?

A. 그렇게 많지는 않다. 미국, 유럽, 호주 출신의 백인이 가장 많다.

Q. 왜 서부의 백인이 많은 것 같나?

A. 아시아와 서부의 문화적 차이가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 아시아의 경우 가족 중심의 사회이고 가족이나 주변 사람들의 기대도 크다. 또 인생에 방향성을 중시해서 열심히 공부하고 좋은 회사를 찾는, 각각의 연령대에 해야 할 일들이 있는 것 같다. 미국이나 유럽도 마찬가지지만 더 예외가 많다고 할 수 있다. 더 자유롭고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보지 않고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한다.

나도 고향인 네덜란드로 돌아가면 여행이나 다니고 뭘 하냐, 어서 큰 회사에서 커리어를 쌓아가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한국 사회에 비하면 적을 것 같다.

Q. 윗세대들은 디지털 노마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 것 같나?

A. 60년대 생인 내 부모님은 베이비 붐 세대다.  이 세대는 우리 세대보다 더 자유롭고 여행도 많이 하던 세대다. 이 세대에 비하면 오히려 우리 세대가 더 반항하지 않고 얌전한 이미지다. 연세가 있으시지만 새로운 디바이스나 기술들을 빨리 받아들이시고 자유를 좋아하는 아주 열린 분들이다. 그래서인지 내가 지금 하는 일에 대해서 이해를 잘 해주시고 내가 원하는 것을 하라고 응원해주신다.

네덜란드 출신인 나와 한국 청년의 상황은 좀 다를 수 있다. 아무래도 히피였기 때문에 우리만의 특성이 있다. 이렇게 하는 일을 이해해주시고 응원해주시는 부모님을 만난 것을 행운이라 생각한다.

Q. 디지털 노마드 이야기를 들으면 너도나도 하고 싶어 할 것 같다. 하지만 정말 지금 자리에서 박차고 나가 디지털 노마드에 도전하는 사람들은 이들 중 일부분이다. 디지털 노마드가 되는 자와 되지 못하는 자의 차이는 무엇이라 생각하나?

A. 분명 차이가 있다. 디지털 노마드를 하겠다고 모험을 떠나는 사람은 얼리어답터라고 할 수 있다. 무언가에 미쳐있는 사람이 많다. 요즘 점점 노마드가 많이 알려지며 덜 미친, 어떻게 보면 일반적인 사람이 도전하는 것 같긴 하다. (웃음) 또 고국에서의 생활이 녹록지 않아서 시작하게 되는 사람도 있다. 별로 잃을 게 없는 사람들이 비교적 쉽게 도전하는 것 같다. 물론 개인마다 상황은 다르니 충분히 여유가 있는 삶에서 만족하지 못하고 새로운 것을 찾아 떠나오는 사람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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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디지털 노마드를 하며 12개월 동안 12개의 스타트업을 만들었다고 들었다. 하나의 스타트업도 관리가 힘든데 12개를 어떻게 다 관리하나?

A. 지금 운영하고 있는 스타트업은 9개 정도 된다. 운영이라고 말은 했지만 사실 대부분 자동으로 업데이트된다. 컴퓨터나 로봇을 고용했다고 생각하면 쉽겠다.

사실 나는 사람들과 함께 일하는 것을 잘하지 못한다. 완벽주의자여서 사람에게 일을 맡기고 믿는 게 쉽지 않다. 컴퓨터만큼 완벽한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또 내가 원하는 만큼의 능력을 갖춘 사람은 엄청 비싸다. 하지만 컴퓨터는 공짜지 않은가. 컴퓨터가 더 효율적이고 경제적이라고 생각한다.

Q. 어떤 서비스를 하고 있나?

A. 최근에는 리모트오케이(remote OK)라는 서비스를 론칭 했다. 디지털 노마드들이 할 수 있는 일을 정리해서 보여주는 것이다. 디지털 노마드에 도전하다가도 망설이는 게 일자리를 구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에서다. 그런 문제점을 해결해 주고 싶어서 서비스를 시작하게 됐다. 또 노마드는 가난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리모트 오케이에 올라와 있는 구인 광고들을 보면 연봉이 14만 달러(한화 약 1억 5천만 원)인 직업도 있다. 같은 양의 돈을 벌고 더 저렴한 도시에서 생활하며 오히려 돈을 더 모을 수도 있는 것이다.

이 리모트오케이 외에도 해쉬태그 노마드(#nomads)라는 서비스도 최근 론칭 했다. 해쉬태그노마드는 협업 툴인 슬랙을 기반으로 디지털 노마드들이 소통할 수 있는 창구를 만든 것이다. 이 외에도 디지털 노마드들에게 다양한 지역의 정보를 정리해서 알려주는 노마드리스트(Nomad List) 등도 서비스 중이다. 

Q. 투자가 입장에서는 한곳에 정착해있지 않은 디지털 노마드에게 투자하는 게 불안할 수도 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A. 투자가나  VC는 어떻게 보면 최첨단의 기술을 접하고 다루는 직업인데 슬랙이나 트위터와 같은 커뮤니케이션 앱에 투자하면서 자신들은 직접 만나 소통해야 한다고 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 생각한다. 이미 스카이프, 슬랙 등 원거리 소통과 협업을 도와주는 다양한 툴들이 나와 있다. 그리고 이러한 툴과 기술이 발전하며 원거리 협업은 새로운 트렌드가 돼가고 있다. 그런데도 직접 소통을 고집한다면 그들은 과거에 살고 있고 우리는 미래에 살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스타트업들이 다양한 환경에서 디지털 노마드가 만드는 재미있는 스타트업들이 왕왕 나오고 있다. 투자자들이 이런 태도를 유지하는 것은 좋은 스타트업에 투자할 기회를 제 발로 차는 것이다.

Q. 디지털 노마드는 대부분 디자이너나 개발자일 것 같다. 다른 직업의 사람들이 디지털 노마드를 하기 힘든가?

A. 디자이너나 개발자가 대부분이고 일거리도 그 부분에 집중돼 있는 것은 사실이다. 나는 디지털 노마드를 하고 싶어하는 사람에게 지금도 늦지 않았으니 기술이 없으면 배우라고 충고하고 싶다. 기술이나 IT가 아닌 분야에서 일하고 있다면 5년 안에 직업이 사라질 수도 있다. 사람들이 이런 이야기를 듣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직업을 바꾸는 것을 고려하고 미리 준비해야 한다.

나도 개발자가 아니었다. 지금은 프로그래밍을 하지만 그전에는 비즈니스를 전공했고 일렉트로닉 뮤지션이었다. 새로운 것에 도전한다는 것은 두려울 수 있고 나도 두렵다. 하지만 세상 모든 것이 변하고 있는 오늘날, 나만 변하지 않고 정체되는 것이 더 위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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