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의 대학생들이 만든 3D 프린터 스타트업, ‘델타프린터’ :: 라이언킴의 스타트업 인 뉴욕
2014년 11월 20일

지난해 가장 인상 깊게 읽었던 책 중 하나가 크리스 앤더슨의 <메이커스(Makers)>였다. 디지털 기술과 제조업의 융합을 통해 세상이 어떻게 바뀌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그래서 뭔가라도 만들기 시작해야만 한다는 기분을 만들어주던, 흥미진진한 도서였다. 그중 가장 내 관심을 끌었던 것은 3D 프린터에 대한 소개였다. 이제는 책상에서 무엇이든 만들어 낼 수 있는 시대가 왔음을 고하는 선언문 같았다.

메이커스운동에 영향을 받은 창업가들을 만나보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작년 11월 3D 프린터를 제작하는 대학생들을 만나게 되었다. 몇 가지 조언을 해주고 꾸준히 연락을 주고 받다가 6월초, 드디어 그들의 회사 사무실을 방문하게 되었다. 맨하탄에서는 페리를 타야만 갈 수 있는 스테튼아일랜드에, 5명의 청년들이 시작한 '델타프린터(Deltaprintr)'가 있었다.

허름한 건물 안의 작은 사무실에는 육중한 레이저커터와 이제 갓 십대를 지난듯한 파트너3명이 나를 맞았고 벽에는 델타프린터를 주문한 고객 리스트가 붙어있었다. 대표인 샤이 쉑터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ㄴㄴ▲레이저커터 작업을 직접 시연해 보이고 있는 델타프린터 팀원들

창업 동기는?
학교(뉴욕주립대(SUNY) 퍼처스대학)에서 3D 프린터가 얼마나 비싼지를 알고 한 번 만들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학교측에 그런 생각을 말했더니 조각수업 교수님께서 1,000불(한화 101만8,500 원)을 주시면서 해보라고 하더라. 그 돈으로 시제품을 만들었는데 10배나 쌌다. 다른 학생들이 내가 만든 시제품을 사용하는걸 보고 저렴한 3D 프린터 생산하는 회사를 시작해야겠다는 결심이 섰다.

이미 메이커봇(MakerBot) 등 3D 프린터 회사로 이름난 곳이 여럿 있는데 승산이 있다고 봤나?
우리 제품은 조립식이 499달러(한화 약 50만 원), 완성품은 685달러(한화 약 69만 원)의 소매가격으로 판매된다. 우리의 경쟁력은 가격과 기능이다. 가격을 인하할 수 있는 건 비싼 부품을 저렴해도 같은 기능을 하는 다른 것으로 대체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프린터 안에 벨트 대신 낚시줄을 사용하는데 가격은 몇 십 분의 일도 안 된다. 그 결과로 해상도(resolution)도 높아지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뒀다. 또 낚시줄을 이용하니 프린터가 만들어낼 시제품의 높이와 너비도 쉽게 늘리거나 줄일 수 있게 됐다. 기능면에서는 우리 제품처럼 자동수평(auto-leveling) 기능을 주는 프린터는 현재 없다.

우리의 타깃 고객은 “메이커”들이지만, 교육기관이 주요 공략 대상이다. 지금 3D 프린터 시장은 “미 서부개척시대(Wild West)”와 다름없다. 수많은 기업들이 진출하고 있고, 심지어는 일반 잡화를 판매하는 미 대형 유통체인에서도 3D가 진열된 것을 볼 수 있다. 그러나 소비자가 3D 프린터에 더 익숙해지고, 좋은 현상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우리는 지속적으로 가격인하와 기능향상을 위해 노력할 것이다.

팀소개를 좀 해달라.
내(샤이 쉑터)가 창업했고, 어릴 때부터의 친구인 안드레이 코발레프와 야식 네메노프가 파트너이다. 나는 그래픽 디자인 전공이고 부전공으로 경영학을 공부하고 있다. 안드레이는 쿠퍼유니언(Cooper Union)에서 토목공학, 야식은 윌리엄스대학(Williams College)에서 경제학을 전공 중이다. 오늘 참석 못한 유진 소콜프는 쿠퍼유니언 전자공학, 헌터 맥케인은 기계공학과 학생이다.

놀랍게도, 샤이는 이제 가을학기부터 4학년, 나머지 파트너들은 3학년이 된다.

필요한 자금은 어떻게 해결했나?
킥스타터(Kickstarter). 최초 목표금액은 19만5천 달러(한화 1억9,860만7,500 원)였다. 이틀만에 10만 달러(한화 1억185만 원)를 돌파하고 최종적으로 30일만에 23만6천 달러(한화 2억4,036만6,000 원)를 모았다. 2013년12월5일, 수업시간에 “Launch”버튼을 눌렀는데 교수님한테 딴 데 신경쓰지 말라고 지적을 받았단다. 그밖에 처음 창업의 순간에 대한 에피소드를 나누면서 우리 모두 유쾌해졌다. 델타프린터는 엔젤투자자를 포함한 외부투자자를 찾지 않고 완전한 자체성장(organic growth)을 노리고 있다.

ㄴㄹㅇ▲킥스타터 경험을 이야기하고 있는 샤이 쉑터 대표

창업 후 언제 가장 기뻤나?
우리의 첫 3D 프린터를 이용해 처음으로 제품을 만들어 봤을 때. 여러 달 동안의 고생스런 작업이 보상받는 느낌이었다.

마케팅은 어떻게 하나?
메이커페어(Maker Faire)에 한 번 참석했고 비슷한 행사에 나간다. 사실 지금은 킥스타터를 통해 우리에게 펀딩을 해준 이들에게 약속한 시제품 조립과 선물 보내는 것에만 집중하고 있다. 금년 8월까지 약속한 400개의 프린터 발송을 마치는 것이 목표이고, 이후 온라인과 오프라인 매장을 통해 판매를 곧 시작하려고 한다.

ㅁㄴㅇㄹㄴㅇㄹ▲파트너들이 직접 프린터를 일일이 손으로 만든다! 8월까지 400개를 보내는 것이 목표란다.

 업이 비즈니스 컨설팅이다보니 나도 모르게 마케팅에 대한 조언을 해주고 있었다. 바람직한 판매처와 이유, 접근 방식, 전략과 생산비용 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면서 이들이 꽤 영리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킥스타터 등록한 후, 집요하게 이메일을 보내 블룸버그통신과 몇 몇 테크관련 잡지와 인터뷰를 했고 이는 킥스타터에서의 모금속도에 탄력이 붙게 했다. 뉴욕에 있는 장점 중 하나가 이렇게 영향력 있는 매체들과 직접 만나, 회사 소개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 수 있다는 것. 단, 알려지지 않은 회사라면 집요하고 적극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6월18일 월스트리트저널에 3D 프린터 관련 특집 기사도 실리고, 한국에서는 관련 직업 창출을 위해 정부가 적극 나서겠다는 소식도 있다. 3D프린터 관련 기술은 이미 다 알려져있는데, 큰 시장으로의 접근성, 가격, 브랜드가 곧 가장 중요한 구매요소가 될 듯하다. 그런 면에서도 델타프린터는 로컬 중심으로 중고등학교를 타깃 고객으로 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주력 프린터 자체가 조립식어서 학생들에게 도전이 될 수 있고 본인들도 판매처에 접근하기가 용이하다.

ㄴㅇㄹㄴㅇㄹ▲델타프린터가 뽑아낸 제품을 소개하는 샤이 쉑터, 안드레이 코발레프, 야식 네메노프(왼쪽부터)

 대학생들이 불과 몇 개월 전에 만든 회사지만 성장성이 매우 높은 3D 프린터 시장에 있다는 점과 그들의 패기, 그리고 킥스타터에서의 성취를 고려할 때 앞으로 어떤 모습으로 커갈지가 궁금하다. 페리를 타고 스테튼아일랜드를 오가면서 오래간만에 만난 자유의 여신상, 시원한 강바람, 그리고 도전하는 청춘을 만나 기분이 좋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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