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작권 문제 앞에 선 컨텐츠 스타트업의 바람직한 자세
2014년 11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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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 간 무료 파일 공유(P2P) 서비스인 '파이럿 베이'를 공동 창업한 프레드릭 네이즈가 지난 3일 태국에서 체포되었다. 프레드릭은 태국 북부 라오스 국경에서 체포되어 방콕으로 압송된 상황이며, 곧 출신국인 스웨덴으로 추방될 예정이라고 한다.  2003년 아나카타(anakata)와 티아모(TiAMO)라는 닉네임을 사용하는 반저작권 운동가들이 결성한 '파이럿 베이'는  '비트토런트'라고 불리는 기술을 도입하여, 이용자들이 다른 이용자들의 영화와 음악, 소프트웨어들을 공유하고 다운로드할 수 있는 P2P 서비스를 제공하여, 서비스 개시 1년 만에 100만여 명의 가입자를 확보한 바 있다. 이들은  "파일 공유는 온라인 안에서 자연스럽고 상식적인 행동"이라는 주장을 펼치며, 해적당(The Pirate Party)을 결성하여, 아일랜드 의회의 의석을 차지한 바 있다.

전 세계 각국의 정부의 강력한 규제 조치들과 함께 역사 속으로 사라져가는 "반저작권" 진영의 말로를 목도하며, 한국의 스타트업들이 견지해야 할 저작권에 관한 건전한 시각은 무엇일까?  본 글에서는 법적인 틀 안에서 이루어지는 컨텐츠의 공유와 확산, 즉 참여와 개방이라는 웹 2.0 정신을 계승하고 있는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의 개념을 기반으로,  특정 콘텐츠의 자기 복제를 넘어 사용자에 의한 2차 창작물의 생태계를 구축하며 지속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한  몇 가지 사례들을 살펴볼 예정이다.

비키(Viki), 한류 콘텐츠의 유통 채널을 넘어 마케팅 플랫폼으로 성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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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세대 콘텐츠 컨퍼런스 2011 발표 자료집, 한국콘텐츠진흥원

라쿠텐에 2억 달러에 매각되며 이젠 한국 스타트업계의 전설이 되어 버린 비키는, 단순한 한류 콘텐츠의 온라인 유통 채널 혹은 번역 서비스가 아니다. 2011년 한국콘텐츠 진흥원이 주관한 차세대 콘텐츠 컨퍼런스에서 호창성, 문지원 대표가 밝혔듯, 비키는 사용자들이 자발적으로 만들고 운영하는 콘텐츠 커뮤니티와 자막 번역을 통해 바이럴 마케팅을 펼칠 수 있는 플랫폼을 지향한다.

이처럼 사용자들의 참여를 회사의 핵심 역량으로 승화하기 위해서는 경영진들의 이용자 협업 생산에 대한 이해와 지지가 필수적이다.  국내의 미국 드라마 및 일본 애니메이션 팬들이 '어둠의 경로'라는 음지에 머무는 것과 비교한다면, 해외의 한류팬들은 비키를 통해 번역자로서, 혹은 채널 및 커뮤니티 운영자로서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를 활용하며 온라인상에서의 콘텐츠 공유와 확산을 이끄는 이반젤리스트의 정체성을 확보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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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세대 콘텐츠 컨퍼런스 2011 발표 자료집, 한국콘텐츠진흥원

 비키는 주지한 바와 같이 유저들의 콘텐츠를 법적으로 보호하고 구조화하여, 회사의 핵심 경쟁력으로 승화시켰다. 한류 콘텐츠의 제작 단계서부터 사용자들이 생산해낸 관련 채널을 통해 프리버즈(Pre-buzz) 마케팅을 펼치고, 본 방영이 시작된 이후에는 전세계 100여 개의 언어로 번역된 자막 및 댓글, 2차 생산된 UCC 역시 유통하게 된다.

이후에는 광고 수입을 획득할 수 있는 유투브 및 훌루등에 관련 콘텐츠를 재배포하여, 1차 콘텐츠 제공자의 수익 구조를 다변화 시키는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이처럼 비키가 한류 드라마라는 버티컬한 영역에서 확보하고 있는 커뮤니티의 파워는 그 인게이지먼트 및 재방문율의 측면에서, 구글 및 페이스북의 광고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효과적인 광고를 가능하게 한다. 게임 스트리밍이라는 영역에서 독보적인 커뮤니티를 확보하고 있는 트위치를 얼마전 아마존이 1조원에 가까운 금액으로 인수한 이유도 이와 같은 마케팅 플랫폼으로서의 가능성 때문이다.

전 세계 한류 빠순이들이 위한 앱, 마이돌의 저작권 이슈와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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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플래닛 '101 스타트업 코리아' 소개 자료 2014

마이돌은 한류 팬들이 사용하는 잠금화면 앱과 커뮤니티를 통칭하는 브랜드로서 국내의 경우 구글 플레이 93만 다운로드, 중국의 경우 360, 샤오미, 완또우지아, 바이두, 화웨이를 포함해 총 390만 다운로드 지표를 가지고 있다. 하루 평균 4만 명 정도의 사용자가 유입되고 있다고 한다. 잠금화면의 경우 핸드폰을 켤 때마다 내가 좋아하는 스타가 내가 말을 걸어주는 듯한 기능, 스케쥴 보기, 영상보기 등의 기능을 제공하고 있으며,  커뮤니티는 디시인사이드처럼 아이돌을 좋아하는 사람들끼리 모여서 자료도 공유하고 소통하는 사이트이다. 인용한 사진의 우측 상단의 '참고사항'을 잠시 살펴 보면 재미있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마이돌 측에서는 직접 제공한 콘텐츠(사진, 동영상등)는 없으며, 이를 통해 초상권 및 저작권 이슈를 해결했다고 언급하고 있다.

이는 마이돌이 전세계의 한류 팬들이 보유하고 있는 한류 스타들의 사진과 동영상들을 공유하며 이들의 커뮤니티를 구축하는 플랫폼이지, 관련 콘텐츠를 직접 생산하고 유통해 내는 미디어는 아니라는 선언이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마이돌은 관련 사진 및 동영상의 1차 저작권 보유자들로서는 껄끄러울 수 밖에는 없는 서비스이지만, 이들의 온라인 커뮤니티 구축을 위한 감각과 해외 시장으로의 확산성은 충분히 주목할만하기에 파이럿베이와 같은 '반저작권'진영의 서비스라기 보다는, 1차 저작권 보유자들의 글로벌 시장 진출의 파트너로서의 위상을 성취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 가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사용자들의 콘텐츠를 법적으로 보호하고 구조화하여, 회사의 핵심 경쟁력으로 승화한 비키의 예와 같이 마이돌 역시 소위 '덕후'라 불리는 케이팝 사생팬들 사이의 입소문과 커뮤니티 관리가 핵심 경쟁력이라 볼 수 있다. 실제로 마이돌을 창업한 바 있는 이진열 대표는 SK플래닛 상생혁신센터와의 인터뷰를 통해, "마이돌이 초반에 미흡했던 서비스였음에도 불구하고 팬들이 자발적으로 홍보에 나서 주셨다는 점이 놀라웠다. 팬들이 트위터 상에서 '이 사람은 노벨상을 줘야 한다'라고 멘션을 주시며 많이 좋아해 주셨고 너무 좋다는 말과 함께 '국민 빠순이 앱'이라는 말로 커뮤니티에서 회자 되기도 했다"라고 밝힌 바 있다.

피키캐스트, 긁어 오기 vs 큐레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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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온라인 상에서 유통되는 다양한 콘텐츠를 독특한 방식으로 재구성하는 것은 큐레이션을 통한  2차 저작물이라는 지위를 획득하는 과정일까? 최근 저작권 관련 논란의 중심에 선 바 있는 피키캐스트는 이미지와 짧은 글귀를 모아 스토리 텔링의 형식으로 풀어 나아가며, 대안적 미디어로 주목을 받고 있다. 피키 캐스트의 장윤석 대표는 비석세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컨텐츠를  저작권이 분명한 것과 불분명한 것 두 분류로 나누어 분명한 컨텐츠라면 크로스 프로모션(Cross Promotion)을 통해 피키캐스트가 홍보채널로서 돕는 방식을 취하고 있으며, 저작권이 불분명한 컨텐츠의 경우( 대부분 블로그에서 2차 제작이 된 것) 블로그 주인의 동의를 얻고 이미지나 동영상 글귀를 다룬다고 한다. 장윤석 대표는 서비스 내부에서 자체적으로 저작권 문제에 대해 정화가 될 수 있도록 여러 가지 장치를 갖추고 있는 상태라고 강조하였다.

피키캐스트의 롤 모델이자 이미 매달 1억 5천만의 웹 트래픽을 이끌어 내고 있는 버즈피드의 창업자는 "새로운 미디어가 등장할 때, 기존의 콘텐츠를 그것에 끼워 맞추는 전략은 실패하기 마련이다. 매체의 특성이 콘텐츠를 규정한다"라는 중요한 성찰을 전한 바 있는 데, 이는 저작권 이슈를 넘어, 우리가 깊이 고민해 보아야 할 지점이다. 버즈피드는 짤방 스타일의 이미지나, "한국의 새벽에서만 볼 수 있는 10가지 풍경들"등과 같은 리스트형 기사(Listicle)를 통해 트래픽과 페이지뷰를 늘리고, 재방문 고객들이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질 만한 콘텐츠를 큐레이션하여 인게이지먼트와 매체 장악력을 높인 뒤 자체 콘텐츠를 제작해 나아간 바 있다. 이와 같이 리소스 및 네트워크가 부족한  미디어 스타트업들에게,  매체 장악력을 확보하며 트래픽을 늘리는 과정에서 저작권의 이슈란 여전히 풀리지 않는 논쟁으로 남게 될 것 같다.

지금까지 콘텐츠 비지니스의 영역에서  특정 콘텐츠의 자기 복제를 넘어, 사용자에 의한 2차 창작물의 생태계를 구축하며 지속가능한 비지니스 모델을 구축하는 과정을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센스'의 개념에 기반하여 몇 가지 사례를 통해 알아 보았다.

필자는 본 글을 2013년 명실상부한 혁신가로 인정받은 바 있는 싸이의 '강남 스타일'의 몇 가지 시사점을 통해 마무리 하고자 한다. 손재권 기자가 <파괴자들>에서 밝힌 바와 같이,   싸이의 '강남 스타일'은  음악을 듣는 것, 보는 것에서 경험하는 것으로 재정의했다. 1980년대 초, 마이클 잭슨이 <스릴러>라는 뮤직비디오를 통해 ‘보는 음악’의 시대를 연 것처럼 싸이는 2012년  ‘경험하는 음악’의 시대를 열었고, 유투브라는 미디어 채널과 빌보드가 이와 같은 시대의 흐름을 적극적으로 수용했다. 경험한다는 것은 참여한다는 것보다 적극적인 개념이다. 단순히 직접 뛰어들어 바꾸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것으로 가져와 재창조하는 의미이다. <강남 스타일>의 수많은 패러디는 창작자의 것이지 싸이 본인만의 것이 아닌 것과 같은 이치라는 것이다.

우린 이와 같이, 2차 저작물을 생산해내는 사용자 경험이 상품이 되는 '참여와 공유, 개방의 시대'에 살고 있다. 이와 같은 '경험의 시대'의 특성을 통찰하고 단순한 플랫폼의 제공자의 마인드를 넘어 콘텐츠의 생산자이자 이용자로서, 유저들과 함께 건전한 커뮤니티를 구축해 나아가는 한국의 스타트업의 탄생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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