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기에 할 수 있는 시도
2012년 10월 30일

애플은 시도를 많이 하는 기업입니다. 누군가는 버려진 기술을 모아서 팔 뿐이라고 하지만, 버려진 기술을 모아 팔 생각을 하는 것 자체가 모험이고 위험부담을 끌어안는 시도입니다. 그걸 여지껏 반복해왔고, 새로운 기술을 더하거나 빼거나의 선두에 항상 자리하고 있습니다. 마케팅적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애플이기에 가능한 시도이기도 합니다.

 

애플이기에 할 수 있는 기술시도

오래 된 기업인만큼 해온 것도 많은 애플입니다. 모두가 성공을 거뒀던 것은 아니지만, 그런 시도에 대한 평가가 썩 나쁘지도 않은 곳이 애플이죠. 사실상 현재 사용하는 PC의 기본 구조를 만드는데 가장 큰 일조를 했던 기업 중 하나라는 사실은 변함없습니다. 단지, '애플'이라는 회사가 취할 수 밖에 없는 기술시도와 그에 따른 자리가 굳어진 것에 대해 얘기해보려 합니다.

  • ODD

애플의 마케팅 수석 부사장 '필 쉴러'는 타임과 인터뷰에서 '맥의 하드웨어 능률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그는 인터뷰에서 '다른 PC 제조사들은 더이상 유용한 목적을 지니지 아닌 기술을 삭제하는 것을 두려워한다.'며 '옵티컬드라이브(ODD)와 같은 선회하는 매체는 휴대용 기기나 컴퓨터에서 제거하는 것이 좋다.'고 밝혔습니다.

애플은 이번에 새로운 아이맥을 발표하면서 ODD를 완벽하게 제거해버렸는데, 여기에 대한 생각을 전달한 것입니다. 필 쉴러는 덧붙여 '많은 사람들이 애플이 블루레이를 채택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우리는 완벽히 제거했다.'며 영화와 소프트웨어 배포 등의 디지털화를 지적했는데 '블루레이가 대안이 되는 것이 아니라 애플기기에 영화를 담을 수 있는 아이튠즈나 혹은 다른 것들이 훨씬 유용하다'고 밝혔습니다.

어떻게 보면 '우리는 많은 기술적 시도를 하고 있지만, 다른 제조사들은 그렇지 못하다'고 말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만, 실제 ODD의 사용 비율을 따지고 들면 틀린 말도 아닙니다. 적어도 필자는 2년 전 뮤지컬 캣츠 DVD판을 본 것을 마지막으로 ODD를 통한 영화 감상은 물론 시디를 구워본 적도 없습니다. 하지만 이것이 단순히 기술적 시도를 다른 제조사들이 하지 못해서 일까요?

  • 표면적 배경

애플이 아이맥에서 ODD를 제거할 수 있었던 표면적인 배경은 무엇일까요?

애플은 이미 수년전부터 맥북에어를 통해 ODD를 제거해왔습니다. 당시만 하더라도 ODD를 왜 제거하는가 하는 논란이 분분했는데, 애플은 따로 구매할 수 있는 '슈퍼 드라이브'라는 이름의 외부 드라이브를 내놓으면서 '굳이 ODD를 써야한다면 구입해서 사용하라'고 제시했습니다. 당시만해도 '95,000원짜리 주변기기를 팔기 위해 ODD를 뺐다'는 말을 듣기도 했지만, 지금에 와서는 맥북에어에 ODD가 없다고 지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그리고 자연스레 슈퍼 드라이브를 판매하고 있죠.

아이맥도 사실상 마찬가지 맥락입니다. 애플은 슈퍼 드라이브라는 상품을 오랜 시간 판매해왔고, 아이맥을 구입한 소비자는 자신이 사용하는데 있어 ODD가 필요하다 판단된다면 구입을 하라고 제시할 수 있는 상황이라는 것이죠. 결국 ODD 보급이 줄어들면 자연스레 사라질 기술임은 뻔합니다.

그렇다보니 선택권을 완전히 빼앗지 않으면서, ODD를 빼는 결정을 내릴 수 있었던 것입니다. 사실 '이 제품은 완벽한 하드웨어를 제공한다'라고 하기 위해서는 ODD가 사용되건 되지 않건 탑재하는게 옳다라는게 시장의 일반적인 모습이지만, 애플은 항상 '최선의 하드웨어를 제공한다'고 하니 소비자가 수긍하도록 하기만 하면 그만인 셈입니다.

물론 기존 ODD를 제외한 PC제품이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다만, 아이맥이라는 애플의 가장 고급 제품 중 하나에서 이렇게 하드웨어를 빼버리는 결정을 할 수 있는 회사는 흔치 않다는 것이죠. 단지, 이런 관점은 표면적으로 '애플이 이러니 이렇게 할 수 있겠구나' 내지 '애플이 새로운 도전을 한 것이구나'라는 것 밖에 되지 않습니다.

  • 기술시도

 

필자는 이런 부분에 대해서 '애플이기에 할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는 단순히 '애플이 우수하고 도전적이기에 가능한 멋진 시도'라던가로 포장하려는 얘기를 꺼내려는 것이 아닙니다.

애플은 FDD도 먼저 제거했던 회사였고, 맥북에어에는 랜포트와 ODD를 빼버리기도 했습니다. 사실 이번 ODD 제거 뿐 아니라 여러가지를 제거해왔던 것입니다. 그 뿐 아니라 마우스를 채용하고, 와이파이의 보급에 앞장서는 등의 빠른 신기술 채용도 해왔었습니다. 이런 것이 가능한 이유에 대해서 '잡스의 선견지명'이나 '애플의 우수함'을 꺼내들곤 하지만, 애플 입장에서는 그렇게 하는 것이 최선이기때문에 하는 것 뿐이라는 겁니다.

애플은 항상 간결한 제품 라인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HP나 델처럼 사양별, 가격별로 다 외우지도 못한 제품라인을 가지고 사람들이 사양에 따라 제품을 결정하도록 만들 때, 애플은 아이맥, 맥북프로, 맥북에어 등과 같은 일정한 세대에 걸친 제품만을 선보이며 사양을 안따지는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의 소비자들이 결여된 사양에도 구입을 유도 할 수 있도록 만들어 놓은 것입니다. 그것은 현 세대 뿐 아니라 과거 파워북인 아이북 등에서도 나왔던 것들이죠.

결론적으로 HP나 델은 그렇게 경쟁 할 수 밖에 없는 시장에 있습니다. 애플처럼 만들 수가 없죠. 그들을 수많은 윈도우 제조사와 경쟁해야하며, 다른 제조사들을 상대로 사양과 가격을 신경써서 제품 라인을 늘려야 합니다. A라는 제품은 ODD를 탑재해놓고, B라는 제품은 ODD를 제거하는 등의 라인구성을 하는데, 이런 제품들의 대부분이 하이엔드 라인으로 갔을 땐 완벽한 사양을 위해 ODD를 탑재해야 하지만, 애플은 그렇지 않다는 얘기입니다. 대게 사양이 아니라 맥이라는 이름을 보고 구입하는 경우가 많아 사양을 따지기 전에 맥에 대한 고려를 먼저 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선택한 맥라인에 따로 사양 옵션을 제시하기 때문에 소비자는 그 옵션에 맞춰서 제품을 선택 할 수 있도록 되어있다는 것이죠.

소비자는 스스로, 윈도우를 구입하는 것이 아닌 간결한 라인의 맥을 구입하는 것에 있어 일정 부분의 선택권을 배제합니다. 애초 맥을 선택한 것 자체가 선택권의 일부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그렇기 때문에 애플은 조금 더 과감한 결정을 할 수 있는 것이고 사양을 많이 고려하는 소비자를 위한 슈퍼 드라이브라는 선택지를 쥐어주는 것입니다.

조립PC를 구입할 때 ODD를 옵션에 포함시키는 것처럼 외부 드라이브를 옵션에 포함시켜 자연스럽게 ODD를 빼버리는 것이 가능하다는 얘기입니다. 그렇다면 이것이 왜 최선인가?

ODD가 사라질 것이라는걸 애플이 예견한 것인가요? 그렇지 않습니다. 점점 DVD의 사용이 줄어들고, 소프트웨어의 유통도 디지털로 넘어간다는 것은 소비자도 인식하고 있습니다. 결국 사라질 것이라는 것도 다 알고 있습니다. 그런 사라질 것이 뻔한 기술이 맥의 판매를 가로막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판단되면 애플은 빼버립니다. 맥을 구입하는데 있어서 다른 PC 제품보다 사양고려가 배제되버리니까요. 대신 그런 기술들을 빠르게 제거했을 때 애플은 '도전정신이라는 후광'을 얻게 됩니다. 마케팅적으로 매우 훌륭한 방법이죠. 마치 자신들이 ODD가 사라질 것을 예견해서 제거한 것처럼 말입니다.

적어도 'FDD를 제거한 애플의 과감한 결정'이라는 말은 여지껏 사람들 입에 오르내립니다. 맥을 판매하는데 있어서 큰 상관이 없는 ODD를 빼면서 '애플이 우수하고 도전적이기에 가능한 멋진 시도'라는 포장을 얻을 수 있다면 최대한 빠른 시기에 빼버리는게 애플에게는 최선이라는 얘기입니다. 그런 선견지명과 도전적인 이미지의 회사가 제작한 제품을 소비자가 더 선호할 것은 분명하고, 이는 여태 애플이 최전방 마케팅에 있었던 전술입니다. 그것을 다른 제조사에 뺏겨버리면, 그만큼 애플에게는 실이 되는 것이죠.

 


이렇게 제거하고 탑재하고의 기술시도는 맥이라는 특수한 환경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고, 애플만이 가능하기 때문에 애플이 할 수 밖에 없는 마케팅입니다. 애플은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하는 것이죠. 애초 시장 원리를 따지자면 ODD는 이런 식으로 '자! 빼버렸어!'가 아니라 서서히 사라져야 하지만, 애플은 '우리가 빼버렸어!'라고 펼치고 있으니까요. 카세트 테잎이 왜 사라졌는지를 생각하면 애플이 이를 마케팅적으로 얼마나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부분입니다.

어차피 사라질 기술에 대해 자사의 라인에 타격이 없다면 빼버리고, '우리의 선견지명이 이를 뺄 수 있는 근거로 작용했다'고 해버리면 애플은 성공한 것입니다. 이런 마케팅이 여지껏 쌓이고 쌓여 혁신적 기업, 기술을 선도하는 기업 이미지를 굳히는데 한몫했습니다.

다만, 앞서 말했듯 이런 마케팅을 펼칠 수 있는 이유는 애플의 특수성이 반영되기 때문이며, 그런 특수성을 만들어내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런 특수성을 지니고 있다하더라도 시장 원리를 무시하고 마케팅을 펼치기도 쉽지 않습니다. 애플은 그것을 잘 파악하여 활용하고 있는 포지셔닝의 귀재이고, 이런 마케팅은 계속해서 애플을 선도적 기업으로 올려놓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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