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진출을 계획하는 스타트업이라면 알아둬야 할 최근의 입국 심사 및 이민 정책 동향 : 이연수 변호사의 로스쿨 인 실리콘밸리
2017년 04월 05일

Photo: Creative Commons Zero - CC0.

시국이 어지럽다. 한국이나 미국, 두 나라 모두 대통령으로 인해 안팎이 편안치 않다. 한 나라는 대통령의 탄핵과 구속으로,  또 한 나라는 선출된 대통령으로 인해 뉴스가 쏟아지는 지경. 미국은 한국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나라이고 새로 선출된  미국의 대통령과 그 정부의 행보는 한국에도 영향을 미친다. 여러 매체를 통해 알려진 바와 같이 트럼프 대통령은 반이민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그리고 이런 정책들은 한국 스타트업의 미국진출에 영향을 미친다. 대표적으로는, 스타트업이 미국에 법인을 세우면서 대표나 직원이 비자를 취득할 때 수속이 매우 까다로워질 것이고, 미국에 거주하더라도 범법행위를 했다면 거주 자체가 불가능해질 수 있다는 등의 내용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오바마 정부는 대선 이전에 '스타트업 비자'를 시행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면서 6개월간 공청회를 열었고, 2017년 1월에 최종안을 발표했다. 물론 이 비자의 조건은 까다롭기 때문에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스타트업이 많지는 않겠지만, 이런 움직임을 시작으로 해외의 스타트업이 미국에 진출하는 일이 보다 수월해지기를 바라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이 규정이 오는 7월부터 실제로 시행이 될지는 미지수다. 자세히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 '스타트업 비자'는 비자가 아니고 규정일 뿐이며, 트럼프 정부가 언제든 취소시킬 수 있다.

비자는 미국의 상원과 하원이 모두 승인한 후에야 실행 가능한 연방법이다. 하지만 최근 발표한 스타트업 비자는 상하원 의원들이 승인한 비자가 아니고 이민국(USCIS)과 국무성 선에서 허가하는 '여행 및 체류 허가'일 뿐이다. 따라서 상부에서 하부 기관으로 정책 변경을 통보한다면 취소될 수도 있다. 트럼프 정부가 이 정책을 예정대로 시행되게 놔둘 것인지, 아니면 취소시킬 것인지 아직은 공식적으로 정해진 바가 없다. 하지만 2월 18일 이민국에서 발표한 공문에 의하면 트럼프 정부는 정식 비자가 아닌 임시 체류 및 거주 허가는 불법 체류자들의 숫자를 늘어나게 할 수 있는 방침이어서 지양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따라서 이번 정부에서 스타트업 비자가 그대로 시행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2. 비자나 영주권 심사 뿐만아니라 입국심사도 까다로워졌다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이 발표된 직후부터 비자나 영주권 심사의 분위기가 달라졌다. 예를 들어 이전에는 별 문제도 없이 승인을 얻어내던 비자의 심사가 까다로워지고 추가 서류의 요청이 늘고, 또 추가 서류를 제출한 뒤에도 영사가 비자 발급을 지연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뿐만 아니라 미국의 입국 심사 절차나 내용도 더 까다로워졌다. 심사 시간은 길어졌으며, 비자를 받고서 미국에 오랜 시간 거주해온 외국인에게도 여러 질문을 하는 등 매우 까다로워졌다. 전반적으로는, 정부의 정책 기조가 반영되는 분위기가 아닌가 싶다.

3. 비자나 영주권 심사시 미국 경제 발전에 기여할 것인지가 더 강조된다.

전반적인 비자 심사 분위기가 '기회를 주는 땅'의 입장이 아니라, '미국 경제 발전에 기여할 가능성이 있는 기업만 허용한다'는 태도로 바뀌고 있다. 따라서, 단편적으로 본다면 아무래도 재정 상태가 어려운 법인보다는 투자금을 미국으로 많이 가지고 오는 법인의 비자 취득이 더 수월해 질것이고, 또한 미국내 시민권자를 고용하는 기업이 그렇지 않은 법인의 경우보다 비자를 받기가 수월해질 것이다. 따라서 비자나 영주권의 승인을 위해서는 법인의 재정상태가 넉넉해야 하고 시민권자를 고용한 내역 등을 준비하는 것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4. 외국인으로서 범법행위를 저지른 경우 체류 신분의 유지가 어려워진다.

비자를 받고 미국에 체류하더라도 범법 행위가 있을 경우 비자가 취소되거나 미국 거주가 어려워지게 될 전망이다. 예를 들면, 한국 사람들이 미국에서 많이 저지르는 범법행위 중 하나가 음주운전인데, 예전에는 음주운전으로 여러번 단속이 되어도 비자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음주운전이 한번만 있어도 바로 비자가 취소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실제로, 학생비자로 거주 중인 한국인이 처음 음주운전으로 단속을 받았는데, 몇일 후 주한미국대사관에서 학생비자를 취소시켰다는 연락을 받은 사례가 있다. 이 한국인은 범법행위를 저지른 이력이 전혀 없었고, 혈중알콜농도도 기준치보다 조금 높은 정도였다.

또 다른 예로는, 미국에서 E-2 비자로 10년이 넘도록 거주한 한국인이 동일한 비자를 몇개월 전 주한미국대사관에 신청했는데, 몇년 전 미국에서의 음주운전 기록으로 인해 한국 경찰의 범죄기록 리포트를 추가로 제출하라는 요청을 받았다고 한다. 그는 범죄 기록이 없다는 경찰의 리포트를 제출한 후에도 "기록에서 삭제된 것까지 모두 포함하는 리포트를 다시 제출하라"는 연락을 대사관으로부터 받았다고 한다. 예전같으면 오래전에 저지른 음주운전 기록으로 한국에서의 범죄기록까지 자세히 확인하면서 시간을 끌 일은 아니었을 것이다. 확실히 범법행위 기록이 비자 승인에 미치는 영향이 커졌다.

실리콘밸리의 투자자들에게 한국의 스타트업들이 예전보다 더 많이 알려지고 있다. 한국에서 실리콘밸리로 진출하는 스타트업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면서 앞에서 이끌어줄 성공한 한국인도 많아졌다. 이렇게 예전보다 스타트업의 미국 진출에 좋은 환경이 만들어지는 동안, 미국 입국과 거주에 관한 심사가 까다로워지는 부분은 우려스럽다. 하지만, 트럼프 정부의 반이민 정책의 취지는 미국내 불법체류자들 가운데 범죄기록이 있는 사람들의 추방, 입국심사 없이 미국으로 오는 밀입국의 방지, 그리고 허위 사실로 비자나 영주권을 받는 행위를 막겠다는 것이다. 미국 경제에 도움이 되는 스타트업이나 창업자의 미국 입국까지 막겠다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도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한국 스타트업의 미국 진출은 여전히 활발하다. 단, 음주운전 등 사소하다고 여길 수도 있는 범법행위가 미국에서의 거주나 회사 운영을 어렵게 만들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는 당부를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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