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우드 기반의 인사 관리 서비스 ‘제네핏’의 사례로 본 스타트업의 위기 관리 기술
2016년 02월 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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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우드 기반의 인사 관리 서비스를 중소기업에 제공하며, 창업한 지 2년 만에 45억 달러(한화 약 5조2천4백억 원)의 기업가치를 일구어낸 제네핏(Zenefits)의 CEO 파커 콘래드가 대표직을 사임하게 되었다.

제네핏은 기업 평가 전문기관 CB 인사이트가 선정한 '2015년 한 해 동안 가장 많은 기업 가치의 성장을 이룬 유니콘 1위'에 오르기도 했으며, 할리우드 스타 애슈턴 쿠처가 투자자로 참여하며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현재 소송에 휘말리며 직원들을 감원해 기업가치가 25% 하향조정되는 등 표류하고 있다. 실제로 제네핏의 경쟁사이기도 한 66년 역사의 인력관리 서비스 회사 '오토매틱 데이터 프로세싱(ADP: Automatic Data Processing)'은 콘래드와 제네핏을 명예훼손, 허위 광고, 의도적인 고객 매수, 불공정 경쟁 혐의로 고발한 바 있다.

오늘은 제네핏의 사례를 통해 사회적인 문제와 기업의 사업 기회, 시장을 흔들만한 서비스 영역의 본질,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해 가는 과정에서 고려해야 할 다양한 요소들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미국의 보험 시장과 제네핏

국민연금관리공단에서 4대 보험을 한자리에서 가입할 수 있는 한국의 현실과는 달리, 미국은 건강보험, 치과, 안과보험, '401(K)'라 불리는 연금 제도, 생명보험 등 각종 혜택을 회사마다 직접 찾아보고 가입을 해야 한다. 또한, 미국의 의료보험 제도 및 세금 관련 문제들은 미국에서 창업하거나,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주체들에게는 이만저만 불편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기존의 사업주들은 브로커를 고용해서 처리했지만, 의료보험 및 보험의 종류에 따라 각각의 브로커를 따로 고용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존재했고, 이같은 문제를 사업 기회로 포착하여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방식으로 풀어낸 회사가 바로 제네핏이다. 다른 업체들의 경우 SaaS 솔루션을 통해 월별로 사용료를 받고 있지만, 제네핏에서는 기업 고객에게 무료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대신 보험회사들에 고객사를 소개해 주며 영업 수수료를 받는 비즈니스 모델을 확립했다.

실리콘밸리의 거물이자 야머(Yammer)와 페이팔(PayPal)의 영광을 만들어낸 데이빗 색 역시 제네핏에 대해 "지금까지 내가 본 회사 중 가장 멋진 회사이며, 앞으로도 계속 그럴 것”이라고 평가하며 제네핏에 합류한 바 있다. 더불어 제네핏은 '2015년 한 해 동안 가장 많은 기업 가치의 성장을 이룬 유니콘' 1위에 올랐다.

기존 보험 중개인들의 반발과 법적인 규제들 

제네핏의 창업자이자 CEO인 파커 콘래드는 이 같은 방식을 통해 제네핏이 기존 업계의 판도를 완전히 바꿀 수 있다고 주장했지만, 기존 보험 중개인들의 반발이 시작되었다. 그는 지난해 미국의 경제 잡지 포천(Fortune)과의 인터뷰에서 “보험 중개인들? (그들을) 엿먹였다”고 말하며 구설에 오른 바 있으며, 이 회사 서비스를 일시적으로 금지한 유타 주의 규제기관 담당자들에 대해선 “뻔뻔스러운 간섭”이라고 비난하며 법률 역시 부조리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콘래드는 지난 6월 400억 달러 규모의 인력관리 서비스 회사 오토매틱 데이터 프로세싱이 제네핏을 제소했을 때, 트위터에 #ADPeeved(약 오른 오토매틱데이터 프로세싱)라는 해시태그를 달기도 했다.

이처럼 지역 행정당국의 규제 등과 같은 외부적 요소들이 서비스의 위기 요인으로 작용하며, 제네핏은 워싱턴 정치계에 로비를 시작했다.

제네핏에 초기 투자를 집행한 바 있는 실리콘 밸리의 벤처 캐피털인 앤더슨 호로비츠는 최근 6개월 미국 국방부 장관, 연방통신위원회(FCC) 및 연방거래위원회(FTC) 임원을 비롯해 여러 정부 인사들을 실리콘밸리에 직접 초청해 제네핏이 지역사회와 소비자들에게 긍정적인 효과를 끼칠 수 있다는 점을 홍보했다. 이와 같은 외부의 위기 요인들을 관리하며 지속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는 과정에서 파커 콘래드는 리더십을 잃고 제네핏의 COO로 활동하던 데이빗 색이 CEO의 역할을 담당하게 되었다.

규제를 준수하는 서비스로 전향

제네핏의 CEO로 새롭게 부임하게 된 데이빗 색은 “제네핏은 우리가 옳은 일을 할 경우에만 위대한 미래를 만들어 갈 수 있다. 우리에게 법과 규제를 준수하는 자세는 마치 산소와도 같다. 사실 현재 제네핏 내부의 프로세스와 관리 체계 및 다양한 의사결정은 이를 무시하고 있으며, 이와 같은 이유로 파커 콘래드가 사임하게 된 것”이라고 밝히며, 법과 규제를 준수하고자 하는 투명성을 강조한 바 있다. 개인 집사 서비스 업체인 헬로알프레드(Hello Alfred) 역시 우버 등 공유경제 스타트업들과 마찬가지로 노동자 고용 문제로 고충을 겪고 있다. 이에 마르셀라 사폰 대표는 워싱턴 국회의사당을 두 차례 방문, 정책 입안자들에게 공유경제 노동법 규제 재고를 적극적으로 촉구하고 있다. 이와 같은 사례는, 기존 시장의 법적인 규제 및 정치적 리스크가 있는 분야에서 사업 기회를 찾고 시장을 흔들만한 기술을 개발하는 스타트업들에게 좋은 사례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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