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디맨드 서비스, 복잡하고 미묘한 ‘오프라인적 문맥(Context)’을 읽어야 성공한다
2015년 05월 2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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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잠들어있는 토요일 새벽 4시. 보스턴 외곽 지역에 사는 '제니퍼 구이드리' 씨는 아침 일찍 일어나 차를 청소한다. 35세의 구이드리 씨는 스마트폰을 매개로 한 택시 앱 서비스인 우버(Uber), 리프트(Lyft), 사이드카(Sidecar)와 심부름 서비스인 태스크 래빗(Tash rabbit)에서 잡다한 일을 해서 생활비를 벌고 있다.

이와 같이 온디맨드 서비스(On-demand Service)를 통해 생계를 유지해야 하는 노동자들은 일정하지 않은 수입의 위험성을 상쇄하기 위해 여러 서비스 플랫폼을 넘나들며 다양한 일을 한다고 한다. ‘제니퍼 구이드리’씨가 실리콘밸리로 이주를 한다면 그의 포트폴리오는 더욱 다양해질 수 있다. 빨래를 대신해주는 워시오(Washio), 요리를 대신해주는 스프릭(Sprig)과 스푼로켓(SpoonRocket), 우체국 볼일을 대신해주는 십(Shyp), 안마사를 불러주는 질(Zeel), 의사를 보내주는 힐(Heal), 술을 배달해주는 소시(Saucey), 짐가방을 싸주는 더플(Dufl), 심지어 의학적 용도의 마리화나를 배달해주는 이즈(Eaze)란 앱까지, 그는 그가 목표한 시간당 25달러 벌기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런지도 모른다.

최근 컨시어지 경제(concierge economy), 피어 경제(the peer economy), 협동의 경제(the collaborative economy), 임시직 경제(the gig economy)라는 신조어를 낳으며, 새롭게 주목받고 있는 온디맨드 서비스(On-demand Service)의 메커니즘은 사용자와 공급자를 연결해주는 중개인(middleman) 역할을 하고 최대한 적은 사람을 고용하며 가능하면 모든 것을 자동화시키는 것에 있다.

그렇다면 최근 45조 원의 회사가치를 인정받으며, 올해 200개 도시로 확장할 비전을 보유한 택시 앱 서비스 우버(Uber)의 성공 비결은 기술과 알고리즘에 있을까? 이코노미스트(Economist)의 저널리스트 레오 미라니(Leo Mirani)는 온디맨드 서비스(On-demand Service)의 핵심은 기꺼이 일할 가난한 사람들이지, 새로운 기술의 등장이 아니라는 주장을 펼친다. 

우버의 성공 비결은 경제 불평등

이코노미스트(Economist)의 저널리스트 레오 미라니(Leo Mirani)의 고향은 인도의 뭄바이라고 한다. 뭄바이를 처음 방문하는 사람들은 관광 명소보다, 뭄바이에서 생활할 때 집에서 한 발짝도 나갈 필요가 없다는 사실에 가장 놀란다고 한다. 뭄바이에서는 스마트폰이 없던 시절에도 한 시간 내로 음식, 장보기, 술, 담배, 처방전이 필요한 약, 책, 뉴스, 달걀 한판, 아니 달걀 한 알까지도 주문이 가능했다고 한다.

우버가 나타난 2009년, 첫 아이폰이 나타난 2007년, 아니 인터넷 케이블이 처음 등장한 1997년 이전에도 뭄바이에는 이런 컨시어지 서비스가 존재해 왔다. 이 같은 사실은 온디맨드 서비스 경제가 돌아가는 데 가장 중요한 두 가지 요소가 GPS칩과 인터넷 연결이 아니라 확장 가능한 소비자 니즈(휴대폰을 컨시어지로 이용하고자 하는, 컨시어지 라이프스타일에 대한 수요)와, 소비자가 낼 만한 가격에 중간사업자에게 수수료를 지급한 후 나오는 임금 수준에 만족하며 일할 노동력이라는 통찰을 던져준다.

우버는 미국의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에 창업되었다. 브루킹스 연구소에 따르면 샌프란시스코는 2007년에서 2012년 미국 전역에서 가장 크게 불평등 격차가 벌어진 도시이며, 2012년 샌프란시스코의 불평등 지수는 뭄바이의 불평등 지수보다도 높았다.

물론 뭄바이는 샌프란시스코에 비해 훨씬 가난한 도시이기도 하며, 인구 절반이 상하수도나 주택의 혜택을 받지 못할 정도로 생활의 수준이 낮다. 레오 미라니(Leo Mirani)기자는 이곳의 온디맨드 경제와 샌프란시스코의 온디맨드 경제의 또 한 가지 다른 점을 다음과 같이 짚었다. "뭄바이에서 내게 럼 한 병을 배달하는 사람은 술 가게를 드나들면서 이곳의 생리를 익혀 언젠가 본인의 가게를 열겠다는 꿈이 있다. 충분히 자금을 모을 수 있다면 언젠가 가게를 열고 다른 배달부들을 고용할 거다. 그러나 샌프란시스코의 배달부들은 이들을 어딘가로 보내는 앱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배울 기회가 없다. 우버 운전수가 경영진에게 제안할 안건이 있으면 우버 본사로 가는 게 아니라 '운전수 센터'로 간다."

 “암탉을 빌려드립니다!" 

온디맨드(On-demand)의 다른 한 형태로 주목할 만한 서비스는 “닭을 빌려드립니다(Rent the Chicken)”를 들 수 있다. 미국 펜실베니아 주에 거주하는 톰킨스 씨 부부는 2013년, “닭을 빌려 드립니다(Rent the Chicken)”라는 이름의 새로운 사업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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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이 350달러를 내면 톰킨스 씨 부부는 달걀을 낳는 암탉 두 마리와 닭장, 그리고 5월에서 11월 사이에 닭을 키우는 데 필요한 모이와 물을 담아두는 접시를 배달해 준다. 닭을 대여해주는 사업은 최근 미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지역 먹거리 운동(local food movement)의 성행과 연관이 있는 데, 고품질의 먹을거리 확보를 보장하는 길은 식품이 생산되는 과정을 개인이 지켜보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에게 암탉이 자신의 뒤뜰에서 달걀을 생산해주는 사업은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다.

미시건에서 2009년에 암탉을 빌려주는 사업을 시작한 레즐리 수이터(Leslie Suitor) 씨는 종종 닭을 기르는 사람들이 많은 문제에 부딪히는 것을 보고 사업을 시작했다. 수이터 씨의 회사는 바로 달걀을 낳을 수 있는 암탉만을 고객에게 배달한다. 고객이 원한다면 20달러에 암탉을 구매할 수도 있다.

온디멘드 경제(On-demand economy)와 커머스의 만남

컨시어지 경제(concierge economy)가 커머스 영역과 만난 예도 흥미롭다. 우버(Uber)의 공동창업자 로빈 챈(Robin Chan)이 야심차게 내놓은 서비스 오퍼레이터(Operator)는 모바일 메세징과 온디멘드 경제의 컨버전스를 지향한다. 로빈 챈의 온라인 커머스를 구분하는 기준은 매우 흥미로운데, 사람과의 소통이 필요없이 제품 검색 및 결제로 이어지는 벤딩머신과 같은 영역의 커머스와 오프라인의 스킨쉽 및 컨텍스트(Context)가 결합되어, 구매 및 결제가 이루어 지는 영역의 커머스로 분리한다. 로빈 챈은 후자의 경우에서 사업의 기회를 찾고 내추럴 랭귀지와 메세징이 접목된 지점에서, 커머스로 연결된 비지니스 모델링을 전개하고자 한다.

예를 들어 결혼식에 참석하고 돌아오는 길에 한 고객이 귀걸이를 분실했다고 하자. 선물 받은 귀걸이를 어디서 파는지도 잘 모르지만 똑같은 제품이 아니라도 대체품이 필요하다. 이 고객은 오퍼레이터에 한쪽 귀걸이를 사진을 찍어 올리고, 오퍼레이터는 이에 최적화된 온오프라인 사업자와 연결되도록 한다. 물론 큰 사업자는 전문 판매 직원이 두고 있을 수 있지만 작은 경우는 없을 수도 있다. 이를 확인하고 오퍼를 받기 시작한 사용자는 적절한 아이템을 바로 오퍼레이터 내에서 결제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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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빈 챈(Robin Chan)은, "결혼식에서 돌아오는 길 귀걸이를 분실한 한 고객이 대체재를 구매해야 하는 니즈를 “오프라인적 컨텍스트(Context)”라고 명명하는 데, 기존의 사람과 소통이 필요 없는 벤딩 머신과 같은 온라인 커머스 영역에서는 이와 같은 문제를 해결해 낼 수 없다고 주장한다. 로빈 챈(Robin Chan)은 내츄럴 랭귀지와 모바일 메세징을 통해 이와 같은 “오프라인적 컨텍스트”를 해결해 내고, 궁극적으로는 오프라인의 인스토어(in-store) 쇼핑 경험을 모바일로 옮겨오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바 있다.

지금까지, 온디멘드 경제(On demand economy)의 본질과 주목할만한 서비스 사례에 대해 알아보았다. 컨시어지 경제(concierge economy)에 기반한 온디멘드 서비스는 확장가능성(Scarability)과 서비스의 퀄리티 컨트롤(Quality Control)의 측면에서 고려해야 할 지점들 또한 많다.

실리콘밸리나 뉴욕, LA 지역을 넘어 휴대폰을 컨시어지(concierge)로 이용하고자 하는 '컨시어지 라이프스타일에 대한 수요가 충분한가' 라는 문제서부터, '시간제 앱 근로자 인력이 충분히 공급될 수 있는가', '앱 자체를 통한 단순 중계를 넘어서 서비스 자체가 가질 수 있는 특장점(edge)은 무엇인가' 등에 대한 질문들에 효과적으로 대처해 나아가야 한다.

최근 패스트파이브라는 서비스로 사무실 임대 중개업에 뛰어들며, “부동산 임대 시장의 스타벅스가 되겠다”라고 밝힌 바 있는 패스트트랙 아시아의 박지웅 대표는 “우버(Uber)는 너무도 잘 나가지만, 온 디멘드 세차 서비스를 제공하던 체리(Cherry)는 망해 버렸다. 기존의 모든 서비스가 온디멘드로 넘어오지는 못할 것이다. 편의성 혹은 앱을 통한 단순 중개는 부족하다. 오프라인 터치와 제공하는 서비스 자체에서 플러스가 있어야 한다”라고 밝힌 바있다. 올 해 2015 비글로벌 컨퍼런스에서도 참신한 온디맨드 서비스를 선보인 한국의 스타트업들을 적지 않게 발견할 수 있었다. 기술에 의존한 단순 중개가 아닌, 오프라인의 스킨쉽을 겸비한 새로운 국내 온디멘드 스타트업을 기대해 본다.

[참조]
Techcrunch
Newyorktimes
q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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