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랩, 고투 그리고 씨: 동남아 슈퍼앱 대전의 승자는 누가 될 것인가?
2021년 07월 13일

- 이 글은 싱가포르에 기반을 둔 미국 벤처캐피탈인 골든 게이트 벤처스(Golden Gate Ventures)Vinnie Lauria 매니징 파트너가 쓴 것으로, Entrepreneur 아시아 태평양 판(온라인 판)에 원문이 게재 되었습니다. 저자와 매체의 허락하에 번역하여 발행합니다. 또한 Vinnie Lauria 파트너는 기고를 통해 한국 스타트업, 벤처캐피탈 등 비석세스 독자분들께 동남아 시장의 현황을 소개하고, 인사이트를 나누고 싶다고 전했습니다.

This article was first published in Entrepreneur APAC. - Grab, GoTo, and Sea: Who Has the Formula For Superapp Supremacy in Southeast Asia?그랩, 고투 그리고 씨: 동남아 슈퍼앱 대전의 승자는 누가 될 것인가?

그랩, 고투 그리고 씨: 동남아 슈퍼앱 대전의 승자는 누가 될 것인가

누가주도권을 잡게 될 것인가 보다는 어떻게이길 것인지가 중요하다. 동남아시아 전자상거래 3대 기업 그랩(Grab)과 고투(GoTo), 그리고 씨 리미티드(Sea Limited)는 각자만의 전략으로 앞다퉈 온라인 플랫폼 사업의 주도권을 잡으려 하고 있다.

상장을 눈앞에 둔 데카콘*(Decacorn) 기업 그랩과 고투, 씨 간의 치열한 열전이 언론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하지만 3개 기업 중 어떤 기업이 동남아 지역에서의 온라인 플랫폼 시장 주도권을 잡을지는 여전히 관건이다. *데카콘: 기업 가치가 100억 달러 이상으로 평가 받는 비상장 신생 벤처기업

그랩과 고투 두 기업 모두 차량 공유 및 음식 배달 플랫폼에서 한 단계 더 진화한 형태이다. 각 기업은 결제 서비스 앱 개발을 목표로 성장하고 있다. 이는 모바일 친화적인 아세안(ASEAN) 10개국에서 다양한 제품을 판매하는 관문으로써 새로운 미래를 구축하는 지름길이다. 이 두 기업에 더해 싱가포르 기반 전자상거래업체 씨가 신흥 강자로 부상했다.

‘누가’ 주도권을 잡게 될 것인가 보다는 ‘어떻게’ 이길 것인지가 중요하다. 동남아시아 전자상거래 3대 장인 그랩·고투·씨는 각자만의 전략으로 온라인 플랫폼 사업의 주도권을 잡으려 하고 있다. 먼저 각 기업에 대해 알아본 후 각 기업의 다섯 가지 주요 전략을 알아보도록 하자.

기업 길라잡이

그랩은 2012년 말레이시아에서 시작했다.  창립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본사를 싱가포르로 옮겨 방콕에서부터 하노이, 마닐라 등 아세안 국가 300개 이상의 대도시로 확장했다.  그랩페이(GrabPay) 앱을 통해  온라인 계좌, 대출 및 보험 등 금융 상품을 제공한다. 그랩의 주요 강점은 서비스가 제공되는 지역의 범위가 넓고 각 지역마다 현지 시장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다는  점이다. 반면 그랩은 슈퍼앱이 되려면 필요한 가장 중요한 영상 스트리밍, 전자상거래 서비스 두 부문이 없다는 약점이 있다.

고투는 인도네시아 최대 승차 공유업체 고젝(Gojek)과 전자상거래 플랫폼 토코피디아(Tokopedia)의 합병으로 탄생했다. 고투의 주요 강점은 아세안 국가 중 가장 큰, 인구 2억 7,000만 명의 인도네시아에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점이다. 하지만 인도네시아 외 지역에선 영향력이 크지 않으며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는 경쟁사가 많기 때문에 인도네시아에서 자사의 시장점유율을 지키는 데 전력을 다해야 하는 상황이다. (싱가포르에 위치한 미국의 벤처캐피탈 골든게이트벤처스(Golden Gate Ventures)는  루마 마빤(Ruma Mapan) 인수로 고젝의 소액주주가 되었으며 이에 더해 고젝의 영상 스트리밍 서비스인 고플레 이(GoPlay)에도 투자한 바 있다)

씨는 온라인 게임 개발·배급사 가레나(Garena)에게서 출발한 기업이다. 더 나아가 다국적 전자상거래 플랫폼인 쇼피(Shopee)뿐만 아니라 씨머니(SeaMoney) 결제 서비스 앱도 보유하고 있다. 씨는 수익률이 매우 높고 사용자가 많은 사업을 두 개나 보유하고 있으며 뉴욕증시에 상장한 기업이라는 강점이 있다. 약점은 아래에서 더 자세히 설명하도록 한다.

다섯 가지 주요 전략에 따른 기업 점수 

그랩·고투·씨의 슈퍼앱 개발 열전에는 △차량 공유 및 배달 서비스, △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전자상거래 서비스, △결제 서비스 등 네 가지 주요한 유형(有形)의 경쟁 부문이 있다. 다섯 번째 중요한 무형의 경쟁 부분인 창업주 또는 최고경영자의 일관적인 리더십과 비전인데, 전략적인 가치가 매우 크다. 각 부문이 중요한 이유와 각 부문에서 그랩·고투·씨가 받은 점수는 아래에 공개하겠다. 점수 산출법은 아주 간단한데 기준에 완벽히 부합할 경우 1점, 전혀 부합하지 않을 경우 0점, 애매한 경우 0.5점을 주었다.

  1. 차량 공유 및 배달 서비스 부문

차량 공유 서비스만 단독으로 제공된다면 수익이 그다지 높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서비스를 이용하는 차량 수가 많다면 다양한  이점이 있다. 차량 공유 서비스를 로스 리더(loss leader)로 레버리지 하여 사용자 기반을 확장할 수 있다. 음식 배달 서비스는 수익을 창출하고 회사의 결제 서비스 앱을 사용하는 자영업자 네트워크를 구축할 수 있다. 이 둘의 시너지를 통해  일반 사람들이 회사의 모습을 '실제로' 볼 수 있어 브랜드의 가치가 상승한다.

그랩: (1점) 택시와 오토바이 운전사의 조합은 교통이 열악한 수백 개의 대도시에서 효과적으로 작용한다.

고투: (1점) 현재 승용차 서비스도 포함한 고젝의 최첨단 오토바이 택시 서비스는 시장 침투율이 높지만 주로 인도네시아에서만 활용할 수 있는 서비스다.

씨: (0점) 차량 공유 서비스가 없고, 음식 배달은 지난 분기에 시작했다. 라이벌사들에 비해 한참 뒤처져 있다.

  1. 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부문

싱가포르 벤처캐피탈 인시그니아벤처파트너스(Insignia Ventures Partners)의 잉랜 탄(Yinglan Tan)에  따르면 기술 플랫폼 기업은 "사용자들이 플랫폼에서  활발한 활동을 장기적으로 이어나가기 위한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영상 스트리밍 서비스가 이 '계획'을 돕는다. 사용자의 이목을 집중 시켜 이탈률이 낮으며, 영상이 재생되는 동시에 수익을 창출하는 등 자사의 앱을 사용하게 할 수 있다.

씨: (1점) 씨의 가레나가 이 부문에선 압도적인 1등이다. 온라인 엔터테인먼트 쪽으로는 게임이 강세를 보이기 때문이다. 젊은 층이 개인 핸드폰에 게임 앱을 먼저 설치하는 경우도 많다. 게임은   타인과의 상호 관계를 강화할 수 있는 매개로 작용하여  계속해서 집중할 수 있게 한다. 진입 장벽이 높지만 그만큼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수단이다.

고투: (0.5점) 고투의 고플레이(GoPlay) 엔터테인먼트 부문은 아시아 장편 영화와 드라마 등을 스트리밍해주는 서비스다. 이 콘텐츠는 인기가 높지만 이미 유사한 서비스가 너무 많다. 독창적으로 시장의 틈새를 노리기 위해서 고투는 고플레이 오리지널(GoPlay Originals) 서비스를 출시해 인기 미국 드라마인 가십 걸(Gossip Girl) 등을 인도네시아에서 리메이크하였다. 또한, 젊은 층 사이에서 인기가 높은 라이브 스트리밍 서비스도 출시했다. 높이 살 만한 장점이지만 0.5점을 준 이유는 씨의 가레나 콘텐츠는 아세안 국가 내에서 인기 있지만 고플레이는 주로 인도네시아 사용자만을 대상으로 한 콘텐츠를 선보이기 때문이다.

그랩: (0점) 몇 년 전, 그랩은 아시아의 한 콘텐츠 배급사 훅(Hooq)과 제휴하여 영화 및 드라마 업계에 뛰어들었지만, 훅이 파산했다. 현재 그랩은 엔터테인먼트 서비스는 제공하지 않는다.

  1. 전자상거래 서비스 부문

아마존의 전자상거래 서비스 모델은 다양한 재고를  사전에 확보하여 창고에 보관하기 때문에 판매  수익률이 높지 않다. 아시아 기업은 후리다매(厚利多賣)가 가능한 판매자와 구매자를 연결해주는 가벼운 마켓플레이스(marketplace) 플랫폼 사업을 선호한다. 동남아시아에서 전자상거래 사업은 경쟁이 매우 치열하다. 최근 이 경쟁에 합류한 기업으로는 중국 알리바바의 자회사 라자다(Lazada)부터 인도네시아 유니콘 기업 부카라팍(Bukalapak)이 있다.

씨: (1점) 씨의 전자상거래 부문을 담당하는 쇼피는 아세안 전역에서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작년에는  인도네시아에서 토코피디아의 방문자 수를 제쳤다. 아세안 국가에서 활동하는 전자상거래 서비스 업체 중 쇼피는 단언컨대 상위권을 차지한다.

고투: (0.5점) – 고투는 토코피디아와의 합병으로 플랫폼 강자가 되었다. 탄탄한 업체 네트워크를 통해 다양한 상품을 제공하여 총 제품 판매량(GMV-Gross Merchandise Volume)이 계속해서 증가 중이다. 하지만 현재 인도네시아 내 선두주자가 되기 위해 경쟁하는 5개의 유니콘 기업이 있어서  인도네시아 시장만을 주 목표로 삼고 있는 것은 오히려 취약점이 될 수 있다. 만약 토코피디아가 인도네시아 내 경쟁에서 지게 된다면, 고투의 전망은 어둡다.

그랩: (0점) 그랩은 전자상거래 사업을 하지 않는다.

  1. 결제 서비스 부문

중국에서 알리페이(Alipay) 앱이 큰 성공을 거둔 것 같이, 상용화된 결제 서비스  앱은 다양한  이점을 지닌다. 결제 앱은 수수료 기반 수익창출원이며, 중국의 앤트파이낸셜(Ant Financial; 구 알리페이)와 같이 금융 상품을 판매할 수 있는 플랫폼인 것뿐만 아니라  앱 사용 고객의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는 소위 ‘노다지’로서의 역할도 한다. 고객 데이터는 고객의 소비력을 측정할 수도 있어 마케팅 전략을 수립하거나 새로운 제품 라인을 개발하고  파트너십을 맺는 데도 도움이 된다.

그랩: 0.5점 = 그랩페이(GrabPay)는 동남아 전역에서 이미 상용화되었다. 그랩은 자사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인도네시아의 간편 전자결제 서비스 업체인 오보(OVO)나 베트남의 전자결제 앱 모카(Moca)와 전략적 제휴를 고려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치명적인 전략이다. 그랩이 시장 지배력을 강화하려면 현지 결제 서비스 회사를 인수해야 할 것이다.

고투: 0.5점 – 고페이(GoPay) 또한 대기업이나 소상공인 모두가 사용하는 서비스이지만 인도네시아 이외의 국가에선 고페이를 결제수단으로 사용하기 힘들다. 게다가 토코피디아와의 합병으로 해외 업체가 구매 내역을 제공하는 것이 더 어려워질 수도 있다.

씨: -0.5점 – 씨머니(SeaMoney)는 가레나 게임 유저나 쇼피에서 쇼핑하는 사람들에겐 편리한 시스템이다. 하지만,  차량 공유 및 배달 인프라 구조가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아  씨머니를 결제 시스템으로 받아들일 업체가 가 제한적이다. 이 단점은 다양한 부정적인 '파급효과'를 불러일으킬 수 있어서 마이너스 점수를 주었다.

  1. 창업주 또는 최고경영자의 일관적인 리더십과 비전

테크 스타트업이 성장하려면 단순히 기존 상품과 비즈니스 모델을 강화하기만 하는 방법으로 안 되며 부단히 혁신하고 발전해야 한다. 또한 창업주나 창업주 중 한 명이 발전 단계를 거치는 그 과정을 계속해서 이끄는 역할을 해야 한다. 예컨대 알리바바의 잭 마(Jack Ma)는 사업가적인 비전을 유지하며 알리바바의 혁신 문화를 지켰다. 또 애플은 초기에 스티브 잡스(Steve jobs)의 리더십 아래에서 번영했지만, 잡스가 조직을 떠나며 쇠퇴했고, 그가 돌아오자 다시 성공 궤도에 올랐다. 이 외에도 아마존이나 페이스북, 에어비앤비(Airbnb), 마이크로소프트, 인텔 등 내로라하는 기업 모두 창업주의 리더십 아래에서 독보적인 행보를 이었다. 이상적으로 보았을 때, 한 사업체가 굳건하게 자리 잡은 상태에서만 리더의 교체가 이루어져야 한다.

하지만 이번 아세안 국가 내 슈퍼앱의 자리를 차지하려 경쟁하는 기업 중 굳건하게 자리 잡은 기업은 없다. 아직 더 많은 혁신이 이뤄져야 한다. 창업주나 최고경영자가 경영하는 기업은 경쟁 우위에 선점하는 데 있어 상당한 이점을 가진다.

그랩: (1점) 그랩 최고경영자 앤서니 탄(Anthony Tan)은 하버드 MBA 시절 그랩에 대한 아이디어를 떠올려  그랩의 스마트 혁신을 주도해왔다.

씨: (1점) 대표 포레스트 리(Forrest Li)는 가레나가 아직 신생기업이었을 때 경영을 인수한 후 서서히 씨를 구체화했다. 그는 여전히 씨의 경영을 도맡아 하고 있다.

고투: (0.5점) – 고젝 창립자 나디엠 마카림(Nadiem Makarim)은 현재 인도네시아의 교육문화부 장관이다. 토코피디아의 주요 공동 창립자 또한 합병 후 고투 경영을 맡고 있지 않다. 합병으로 인해 기존보다 강화된 사업체가 되었지만 두 거대 기업을 통합시킨 데에서 오는 어려움 또한 적지 않아 , 리더십이 더욱 중요하다. 하지만 공동 창립 멤버 중 경영 일선에 남아 있는 이들도 있다. 또한 고젝의 전 최고경영자 안드레 소엘리스티요(Andre Soelistyo)와 토코피디아의 전 회장 패트릭 카오(Patrick Cao)가 '드림팀'을 결성했다. 이들은 모두 20년에 걸쳐 인도네시아에서 성공적인 사업을 경영하는 데 필요한 모든 노하우를 쌓아왔다.

총점

그랩, 고투 그리고 씨: 동남아 슈퍼앱 대전의 승자는 누가 될 것인가? 

 

이렇게 본다면 공평한 조건에서 경쟁이 이루어지는 것 같지만 어느 한 기업이 우위를 선점할 가능성은 충분히 보인다. 필자의 분석에 따르면 그랩의 강점은 결제 서비스와 사업의 지역적 확대이고, 씨의 강점은 매력적인 엔터테인먼트 서비스와 전자상거래 서비스에 있다. 고투의 경우 인도네시아에서 기반이 탄탄하며, 전면전을 위해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 벤처캐피탈은 대개 궁지에 몰려 생존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기업을 선호하는데, 고투가 이 조건에 부합한다.

동남아시아 시장은 이미 그 규모가 압도적이며 계속해서 성장하고 있다. 어느 한 기업만 승리하지 않아도 될 만큼 규모가 크다. 경쟁에 참여한 모든 기업이 인수 합병이나 초대형 기업 합병 등 자사만의 전략을 펼칠 여유 공간도 넘쳐난다. 이번 경쟁의 결과를 다른 시장에서의 슈퍼앱 플랫폼 경쟁에 대한 단초로 삼을 수 있을 것이다.

 

0 0 votes
Article Rating
Subscribe
Notify of
guest
1 Comment
Most Voted
Newest Oldest
Inline Feedbacks
View all comments
초기창업자
초기창업자
2 years ago

동남아 시장에 대한 인사이트는 기사네요. 감사합니다.

1
0
Would love your thoughts, please comment.x
()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