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카카오 감청영장거부 초강수, 반응은 글쎄
2014년 10월 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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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한겨레

다음카카오가 초강수 카드를 꺼내 들었다. 다음카카오의 이석우 공동대표는 13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긴급기자회견을 통해, '사이버 검열' 논란이 부른 '통신제한조치(감청)' 영장에 불응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석우 공동대표는 지난 8일 약속한 서버 저장 기간 단축과 대화내용을 암호화하는 '프라이버시 모드'의 연내 도입을 거듭 확인했다. 그가 "법과 프라이버시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프라이버시를 우선하는 정책을 시행할 것"이라며 감청 영장 거부 방침을 밝혔지만, 그 진정성이 좀처럼 전달되지 않는 것 같은 이유는 무엇일까?

먼저 타이밍의 문제를 들 수 있다. 금일 다음카카오의 신주 상장(4천300만 주)을 앞둔 바로 전날 오후 6시에 이루어진 ‘긴급 기자회견’은, 고객들을 위한 진솔한 대책과 답변의 시간이라기보다는 투자자들의 요구에 의해 준비된 시간이었다는 의심을 지울 수 없게 만든다. 이에 대해 한 네티즌은 "고객이 진심으로 다음 카카오에게 원하는 것은 범법자가 되겠다는 호기가 아니라 진실을 고백하는 용기와 진정한 반성이 아닐까? 고객이 원하는 것은 무리해서 정권과 싸우겠다는 투사 이미지가 아닐 것이다"라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은 13일 국회에서 열린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다음카카오의 감청불응 방침에 대해 "과도한 반응"이라는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쳤으며, 새정치민주연합 전병헌 의원 역시 "카카오톡 이용자들이 '사이버 망명'을 하는 것은 카카오톡이 다른 메신저와 달리 보안에 매우 취약하다는 점을 인지했기 때문"이라며 "이를 감청 거부로 대응하는 것은 본질을 호도하는 것이며 실효성에서나 법리적으로 적절치 않다"고 지적했다.

이 지점에서, 논란에 중심에 서 있는 통신비밀보호법상의 '감청'의 의미에 대한 대법원 판례를 살펴보자. 전병헌 의원은 대법원 판례에는 "통신비밀보호법(통비법)상의 '감청'이란 그 대상이 되는 전기통신의 송·수신과 동시에 이루어지는 경우만을 의미하고, 이미 수신이 완료된 전기통신의 내용을 취득하는 등의 행위는 포함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카카오톡 이용자 대화 내용은 송수신이 완료된 이후 서버에 보관된 것으로 통비법상 '감청'으로 보기 어려운 만큼, 이용자 대화 내용은 다른 정보와의 결합을 통해 '개인식별'이 가능한 개인에 관한 정보로서 '정보통신망법'상의 개인정보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는 게 복수의 법률 자문결과"라고 밝혔다.

이에 다음카카오쪽은 "애초에 감청이 불가능한 카톡에 대해 법원에서 통신제한조치를 허가한 것부터 잘못된 것"이라면서 "그럼에도 통신제한조치에 대한 사업자의 협조의무가 통비법에 명시돼 있고 법원의 명령으로 이해하고 부득이하게 협조했다"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감청이란 애초에 불가능한 것인데, 앞으로 감청에 대한 영장은 거부하겠다"는 다음카카오의 스토리텔링 역시 선후관계가 썩 매끄럽지 않아 보인다. 한 네티즌은 "그렇다면 10월 6일까지는 감청에 응했다는 자기 고백이지 않은가?  불쌍하지도 않다."라며, 다음 카카오의 안이한 대응을 비판했다.

지난달 18일 검찰과 네이버, 다음, 카카오톡이 함께 참가한 가운데 열린 '사이버상 허위사실 유포사범 엄단 범정부 유관기관 대책 회의' 이후로, 다음카카오의 위기대응 및 대중과의 커뮤니케이션의 기조는 '자기 방어' 의 프레임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이에 비하여, 중국 정부의 투명성에 대한 미국 언론의 우려를 대하는 알리바바의 잭 마 회장의 접근은 주목해볼만하다. 지난 뉴욕증시 상장 시, 미국 투자자들은 알리바바의 지배 및 회사 구조와 중국 정부의 투명성에 대해 우려를 표하고 있다는 기자의 질문에 잭 마 회장은 이렇게 대답했다.  "중국에 대한 뉴스를 접하신 분들의 우려감을 충분히 이해합니다. 하지만, 간과하지 말아야 할 부분은 전세계의 어떤 정부도 인터넷이란 매체와는 아직 친숙하지 못하죠. 우린 정부에게 충분히 우리의 입장을 설득시킬 준비가 되어있으며,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발전해 나아갈 것입니다".

다음카카오는 금일 신주 4천300만주를 발행하며, 임직원 수 2300명, 연매출 1조원 시가총액 8조원의 초대형 인터넷 기업으로 거듭난다. 코스닥시장 시총 1위 기업에 걸맞는 커뮤니케이션 전략과 위기대응 능력이 필요하다고 판단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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