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바바 연재 기획 4편] 알리바바, 손정의와 미래를 논하다
2012년 11월 20일

누구에게나 어렵고 힘든 창업 초기, 함께할 투자자를 찾는 것은 어느 것보다 중요한 시기이다. 마윈에게 찾아온 수많은 투자자, 하지만 마윈이 선택한 사람은 단 2명. 그리고 그 두 명이 알리바바의 운명을 바꿔 놓는다.

 

- 알리바바로 굴러들어온 복 차이총신(蔡崇信)

차이총신은 13살에 미국으로 이민을 떠나 예일대 경제학 학사, 하버드 MBA, 예일대 법학 박사를 받았다. 그리고 뉴욕 Sulliva & Cromwell 개인 파트너쉽, 법률고문 그리고 1995년부터 북유럽 최대 산업 투자회사인 Invest AB의 아시아 지역 사모 기금 투자를 담당했다. 소위 말하는 엘리트 코스를 밟고 있던 그가 자기 발로 알리바바를 찾아와 함께하고 싶다고 요청한다.

1999년 3월, 글로벌 미디어에 알리바바 영문사이트가 소개되면서 해외 투자자들이 알리바바를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었고, 아시아 지역 담당이었단 차이총신도 여러 지인을 통해 알리바바와 마윈의 소식을 듣고 주의 깊게 관찰하고 있었다. 그리고 1999년 5월 차이총신은 Invest AB의 투자자 자격으로 알리바바를 방문했고, 마윈과 첫 만남이 이뤄졌다.

좌측부터 차이총신(蔡崇新) 마윈(马云)

 

첫 만남부터 마윈은 차이총신에게 자신의 경영철학과 B2B 시장의 미래 전망 그리고 알리바바의 열정에 대해 설명했다. 마윈의 얘기를 확인해보고 싶었던 차이총신은 알리바바 사무실에 방문했고, 비록 공간은 작지만 20여명의 직원이 좁은 방안에 옹기종기 붙어 최선을 다해 일하는 모습을 보며 알리바바의 열정을 눈으로 확인했다. 또한 알리바바 모든 일원의 월급이 500위안(한화 약 9만 원)이라는 사실을 알게된 차이총신은 알리바바의 B2B 시장에 대한 확신과 희생정신에 감탄했다.

홍콩으로 돌아온 차이총신의 머리속에는 마윈과 사무실에서 받았던 강력한 인상으로 가득했고, 다시 항저우에 방문했을때는 자신의 부인까지 동행했다. 마윈과 함께 배를 타고 이야기를 나누던 차이총신은 “이제 홍콩으로 가지 않을 것이다, 나를 받아달라”고 마윈에게 의견을 밝혔고 법률, 재무 두 방면에 통달한 관리자가 필요했던 마윈은 기쁜 마음으로 차이총신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차이총신은 항저우의 더운 여름에도 20명이 넘는 동료와 함께 선풍기 한 대로 여름을 보내야 했지만, 알리바바의 비전과 열정을 바라보며 열심히 일했다. 차이총신은 알리바바의 공동 창업자들이 개인 지분을 서류로 남기지 않은 것을 보고 모든 창업자에게 법적 지분 확인서를 만들어 주었고 알리바바의 제정과 회계적인 시스템 기초를 세웠다.

그 후 1999년 10월 차이총신은 알리바바가 500만 달러 투자를 유치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1999년 8월 알리바바의 재정상황이 극도로 악화됐을 때 차이총신은 투자를 받기 위해 이곳저곳으로 뛰어다녔다. 그리고 홍콩에서 온 투자자를 만나기 위해 방문한 호텔에서 오랜 친구를 만나게 되는데, 골드만 삭스(Goldman Sachs) 아시아 지역 투자자로 활동하고 있는 린(林)이었다.

린은 차이총신에게 골드만 삭스가 신흥 인터넷 기업에 투자할 계획을 갖고 있다고 전해주었고 차이총신은 알리바바를 소개하며 이 회사도 한번 고려해보라고 전했다. 차이총신은 마윈에게 골드만 삭스의 투자계획을 전하며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지만 당장 급한 상황에서 기다릴 수만은 없어 다른 투자자를 찾아 다녔다.

그리고 1999년 9월, 생각지도 않았던 린의 팩스가 왔고, 골드만 삭스 내부에서 알리바바를 검토한 결과 투자를 진행하기로 결정했다고 전했다. 골드만 삭스에서 말한 조건은 다른 투자자가 말한 조건보다 좋지 않고 조건도 매우 까다로웠지만 알리바바가 해외로 진출하기 위해 골드만 삭스는 매우 좋은 발판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1999년 10월 골드만 삭스의 주도 아래 피델리티 인베스트먼트(Fidelity Investment), Invest AB, 싱가포르 정부 과학 발전 기금이 모여 500만 달러의 엔젤투자를 성공적으로 유치했다.

 

- 거절, 실수가 아닌 올바른 선택

1999년 무더웠던 여름, 사무실로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전화를 받은 마윈은 급하게 전화를 끊더니 재무 담당자였던 펑레이(彭蕾, 현 알리페이 CEO)를 데리고 밖으로 나갔다. 마윈은 펑레이에게 “상하이(上海)에서 투자자가 왔는데 우리를 만나고 싶어한다. 투자자는 홍콩 트랜스팩 캐피털(Transpac Capital)의 상하이 지점에서 왔다”고 전했다.

항저우에 있는 한 호텔에서 마윈을 만난 투자자는 이미 마윈의 개인 이력부터 시작해서 공동 창업자, 이전에 창업했던 회사 등 세부내용까지 검토를 마친 상태였다. 그리고 트랜스팩 캐피털 본사에서도 알리바바 투자에 대해 상당히 긍정적이었다.

투자자는 마윈과 형식적인 인사만 나눈 후 바로 100만 달러 이상 투자할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 마윈은 투자자의 제시 금액을 들은 후 펑레이를 데리고 밖으로 나갔다. 당시 알리바바는 자본금 50만 위안을 거의 소진한 상태였기 때문에 투자금이 매우 필요했고, 펑레이도 마윈에게 “현재 남은 자본금은 거의 바닥났다”라고 말하며 투자를 받아야 한다고 설득했다.

펑레이는 마윈이 당연히 투자자의 제안을 받아들일 것으로 생각했지만, 그의 생각은 달랐다. 마윈은 다시 방으로 들어와 “현재 알리바바의 가치는 그만큼 크지 않다. 그리고 당신들 같은 너무 좋은 투자기업은 싫다. 후에 어떤 일이 발생할지 모른다”라고 투자자에게 말하고 나왔다.

마윈의 행동에 어이가 없었던 펑레이는 마윈에게 “당신은 이번 기회를 놓쳤다. 당신이 잘못 선택한 것이다.”라고 말했지만, 마윈은 “잘못된 선택을 하지 않기 위해 기회를 놓친 것이다.”라고 말했다. 트랜스팩 캐피털은 자신들이 제시한 금액이 생각보다 적어서 거절했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마윈은 금액이 문제가 아닌 그 사람들의 태도가 잘못되었다고 생각하고 투자 제안을 거절했다.

 

- 알리바바의 은인 손정의

1999년 10월, 마윈이 베이징(北京)에 있을 때 알고 지내던 인도 친구가 마윈에게 다급하게 전화했다. 인도 친구는 귀한 손님이 왔으니 빨리 베이징으로 오라고 말했고, 마윈은 친구가 장난치는 줄 오해하고 그냥 끊어버렸다. 하지만 며칠 뒤 인도 친구에게 다시 전화가 와 “다시는 없을 기회”라며 재촉했다. 누군지 모르겠지만 한번 만나나 보자 생각한 마윈, 하지만 이미 골드만 삭스에 투자를 받은 상황이라 마음에 여유가 있어 할 일을 다 처리하고 느지막 하게 베이징에 도착했다.

베이징에 도착한 마윈은 인도 친구에게 전화했고, 인도 친구가 마윈에게 만날 사람은 일본 소프트 뱅크(Soft Bank)의 손정의로 그가 마윈을 찾는다고 전했다. 당시 손정의는 투자자이자 기업가로 가장 유명한 인물 중 하나이며,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의 전 CEO 인 빌 게이츠(Bill Gates)를 능가한 사람으로 불리었다. 또한 그는 인터넷 시대의 흐름을 읽는 눈이 매우 정확해, 그의 투자를 ‘인터넷 풍향계’라고 표현했다.

손정의와 독대를 한 마윈, 손정의는 먼저 마윈에게 “얼마를 원하는가?”라고 질문했고, 마윈은 “돈은 필요없다”라고 대답했다. 놀란 손정의는 “그럼 나를 왜 찾아왔냐?”라고 되물었고, 마윈은 당당하게 “내가 당신을 찾아온 것이 아니라 당신이 나를 부른 것이다”라고 대답했다. 그리고 마윈은 “난 지금 돈이 필요 없지만, 당신이 관심이 있으면 알리바바를 소개해 주겠다”라고 말하며 알리바바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5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마윈의 얘기를 들은 손정의는 “꼭 알리바바에 투자할 것이다.”라고 말하며 “우리는 알리바바 주식의 49%를 보유할 것이다”고 밝혔다. 이후 알리바바로 특별 조사반을 파견한 손정의, 하지만 형식상의 파견이었고 파견팀은 항저우에서 별 활동 없이 휴식을 취하다 돌아갔다. 그 후 손정의는 마윈을 도쿄로 초청했다.

마윈은 홍콩에 출장 가 있던 차이총신을 불러 손정의를 만난 이야기와 투자 이야기를 했다. 하지만 차이총신은 마윈과 달리 소프트뱅크에서 투자받는 것에 대해 부정적이었다. 투자받은 지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또 다시 소프트뱅크에 투자를 받으면 골드만 삭스 측에서도 좋아하지 않을 것이고, 현재 자금 또한 부족하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마윈은 손정의를 놓치기 싫었고, 차이총신을 설득해 소프트뱅크의 투자를 받기로 결정했다.

2000년 1월 도쿄로 간 마윈과 차이총신, 비행기에서 내릴 때 차이총신의 얼굴은 하얗게 긴장되어 있었지만 마윈은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라 있었다. 마윈은 손정의와 만난 자리에서 투자금을 얘기하기 전 꼭 해결해야 할 3가지 요구 사항이 있다며 “이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투자 얘기는 없는 것으로 하자”라고 으름장을 놓았다. 손정의는 그의 말에 반응하지 않고 침착하게 마윈의 3가지 요구를 들었다.

마윈이 주장한 3가지는 아래와 같다. 첫째 요구는 알리바바는 소프트 뱅크 한 투자자에게만 투자를 받을 것이다. 둘째 요구는 소프트뱅크는 알리바바의 운영 및 회사 재무 등 일체의 경영에 관해 간섭하지 마라. 셋째 요구는 손정의가 알리바바의 이사가 되어 달라이다.

마윈의 3가지 요구 사항을 들은 손정의는 “첫째 요구와 둘째 요구는 들어줄 수 있지만 셋째 요구는 힘들다”라고 대답했다. 손정의는 “현재 소프트 뱅크에서 투자하는 기업이 많은데 한 회사의 이사가 될 수는 없다” 라고 주장했다. 그리고 손정의는 내가 시간이 없으니 이사 말고 고문으로 있겠다고 제안했고, 마윈이 이 제안을 받아들여 투자금 결정을 위한 회의에 들어갔다.

손정의는 마윈과 차이총신에게 아무 말 하지 않고 계산기에 투자액을 적어서 둘에게 보여주었다. 이때 차이총신은 본능적으로 “No!”라고 말했다. 당황한 기색을 보인 손정의는 다시 계산기에 금액을 적어 보여주었는데 또 차이총신은 “No!”라고 대답했다. 손정의는 어의없다는 듯 다시 금액을 적어 보여 주었는데 또다시 차이총신은 “No!”라고 대답했다. 손정의는 마지막으로 알리바바 주식 30%에 해당하는 3,000만 달러를 제안했고 차이총신은 이제서야 “Yes!”라 말하며 투자 제안을 받아들였다. 투자금 협상이 끝난 후 손정의는 마윈과 차이총신에게 “오늘은 내 투자인생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날이다. 당신들은 내가 본 팀 중에 가장 화려하고 완벽하다”라고 평가했다. 손정의가 제안한 3번의 제안에 대해 사람들은 5,000만 달러가 넘었을 것으로 예측하며, 만약 차이총신이 그 금액을 받아 드렸다면, 지금 알리바바의 주인이 바뀌었을 수 있었을 것이라 분석했다.

당시 마윈과 손정의의 계약 장면

 

하지만 이들의 협상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도쿄에서 돌아온 마윈과 차이총신은 공동 창업자들에게 투자금 이야기를 했더니 소프트뱅크가 너무 많은 지분을 차지한다며 반대했고, 결국 마윈은 손정의에게 연락하여 2,000만 달러에 투자금 협상을 마무리 지었다.

총 2,500만 달러를 가진 알리바바, 그 때부터 알리바바는 세계 어디든 가릴 것 없이 확장하기 시작했고, 한국과 일본에 합작회사를설립, 미국에 R&D 센터 설립, 유럽에 연락소 설립을 추진했다. 설립한지 1년도 안된 알리바바, 그들이 말한 중국과 세계를 잇는 알리바바는 이 때부터 실현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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