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문 계약서에 서명하기 전 꼭 확인해야 할 8가지 : 이연수 변호사의 로스쿨 인 실리콘밸리
2015년 06월 02일

Breach-of-Contract

이번 칼럼에서는 영문 계약서에 서명하기 전 알아야 할 몇 가지 사항들을 살펴보고자 한다. 올해 비글로벌 컨퍼런스에 스폰서 부스로 참석하고 여러 법률 강연들을 통해서 많은 스타트업들과 스타트업에 관심이 있는 젊은 창업가들을 만나서 법률상담을 하다 보니 의외로 해외로 앱이나 상품들을 판매하고 있는 기업들이 많았다. 하지만 계약 시, 대부분 계약 액수와 기간 정도만 확인을 하고 서명하는 경우가 많았고 영문 계약서를 검토할 때 주의사항에 대해선 모르는 경우가 많아서 영문 계약서에 서명하기 전 알아두어야 할 사항을 살펴보도록 하겠다.

1. 계약서 첫 단락과 서명 페이지에 적힌 계약 당사자 이름을 확인하라

계약 당사자가 누구인지를 확인하라는 것은 다소 이상하게 들릴 수 있겠지만, 실제 이 당연한 사안에 의해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가 있었다. 캘리포니아에 소재한 한국 회사가 캘리포니아 L.A.에 본사가 있는 다른 회사와 계속 계약 조건들을 협상을 해오다가 결국 계약을 하기로 하고 계약서를 받았는데, 계약서에 적혀있는 상대측 계약 당사자는 L.A. 에 있는 회사가 아니라 홍콩에 있는 계열사로 적혀있는 것이다.

이에 이상해서 문의를 해오셨는데, 알아보니 L.A.에 있는 본사가 세금을 내지 않아서 영업정지가 된 상태였다. 따라서 캘리포니아 내에서 영업활동을 할 수 없으니 해외에 있는 계열사를 계약당사자로 적은 것이다. 본사가 세금을 낼 여력이 없어서 영업정지가 된 상태라면 회사의 자금력이 어떤 수준인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그리고 홍콩 회사가 계약 당사자로 되어 있다면 계약서에 문제가 있을 때, 판결을 내릴 수 있는 관할 사법권이 있는 법원이 계약서에 따로 명시되어 있지 않은 한 홍콩 법원이 될 수 있다. 단순히 계약 당사자 이름을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방지할 수 있었던 문제다. 또한 간혹 첫 페이지에 적힌 계약 당사자와 끝페이지 쪽에 적힌 계약 당사자가 동일한지를 항상 확인하는 것도 좋은 습관이다.

2. 계약 효력 발생일 (Effective Date)은 계약서에 서명하는 날짜와 다를 수 있다

대부분 계약서에 서명하는 날과 계약 효력 발생일이 동일하다. 하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것을 염두에 두어야한다. 서명은 오늘 하지만, 이 계약서에 합의된 내용은 특정일부터 유효하다는 계약 효력 발생일이 따로 적힌 계약서들도 있다. 이 계약 효력 발생일이 따로 적혀있는 계약서의 경우 합의된 내용에 대한 의무는 계약 효력 발생일부터 시작된다고 보면 된다. 반대로 말하자면, 합의된 의무를 상대방이 그 계약 효력 발생일 이전에는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시간이 중요한 계약 내용의 경우 계약 효력발생일이 언제인지 확인하는 것도 좋은 습관이다.

1번과 2번에서 설명한 영문 계약서의 예는 다음과 같다. 일반적으로 첫 장 첫 단락에 계약 당사자와 계약 효력 발생일이 들어가 있다.

영문 계약서 첫 문구의 예:

This Equipment Procurement Agreement (the “Agreement”) is made effective as of ______________, 2015 (the “Effective Date”) and entered by and between ABC Corp., a Korean corporation, whose registered address is located at 483-3, sample-ro Sample-si, Gyungki-do, South Korea (hereinafter, “ABC”), and DEF, Inc., a California corporation, whose registered address is located at 7595 Sample Drive, Suite 200, Sample city, California 92618, (hereinafter, “DEF”), subject to the terms and conditions herein. ABC and DEF are referred to as “Party” and together “Parties”.

3. 계약서에 서명하는 순간 계약서의 ‘모든’ 내용에 동의한다는 의미이다

영문 계약서는 대부분 길기도 하고 사용되는 단어들도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단어가 아니다보니 한국분들이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몇 부분만 검토하고 서명을 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계약서에 서명할 때에는 ‘계약서 전체 내용에 다 동의를 한다’라는 의미인 것을 알아야 한다. 따라서 계약서 전체 내용을 다 이해하지 못하고 서명을 한다는 것은 '내가 무슨 내용에 동의하는지 조차도 모르고 동의합니다'라고 외치는 것과 같은 일이다. ‘계약 내용을 다 몰랐다’ 또는 ‘다 안 읽어봤다’라는 주장은 법인 간의 계약에서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염두에 두길 바란다. 따라서 영문 계약서는 서명하기 전에 꼭 변호사에게 검토의뢰를 할 것을 권한다. 혹, 변호사 선임이 여의치 않을 때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최소한 꼭 전체 내용을 꼼꼼히 여러 번 검토할 것을 권한다.

4. 공소시효 날짜는 각 주마다 다르니 확인하자

미국은 주마다 법이 다르기 때문에 계약위반 시 소송을 할 수 있는 공소시효도 주마다 다르다. 캘리포니아의 경우 구두계약은(Oral Contract) 계약이 위반된 날짜로부터 2년이고 서면계약(Written Contract)은 계약이 위반된 날짜로 부터 4년이다. 이 공소시효는 형법인지 민법인지 등에 따라 또 다르지만 각 주별로 간단히 공소시효를 정리한 표는 이 링크에서 확인할 수 있다.

미국에 있는 회사와 계약이 위반이 됐을 때 공소시효를 확인한다면 시간을 놓쳐서 소송조차 할 수 없는 일을 피할 수 있다. 그리고 계약이 위반 됐다면 공소시효 마지막 날까지 기다리지 않을 것을 권하고 싶다. 한국 정서는 ‘그래도 기다려 줘야지’, ‘바로 소송하는 것은 좀 야박하지’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미국 정서로는 계약 위반이 되었는데 그 뒤로 많이 기다리는 것은 소송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영문 계약서의 뒷부분에는 대부분 의례적으로 들어가는 조항들이 있다. 이 의례적으로 들어가는 조항들이 어떤 의미인지 어떤 작용을 하는지를 간단히만 알아두어도 많은 도움이 될 수 있다.

5. 가능한 한 주요안건은 자세하게 적는다

합의 조항은 가능한 한 자세히 적는 게 불이익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 계약서를 적을 때 ‘너도 알고 나도 아는 내용이니 간단히 적자’라고 생각한다면 크게 손해를 볼 수 있다. 많은 경우 한국 클라이언트 분들을 '계약서에 기본 조항 넣고 간단히 작성해 주세요'라고 의뢰하시는 분들이 있다. 하지만 간단히 작성된 계약서는 어찌 보면 계약서의 기능을 다 하지 못한다고 볼 수 있다.

언제까지 물품이 배달되는 게 중요하다면 정확한 배송 날짜를 기재하고, 페덱스(FedEX)로 배달할지 DHL로 배달할지가 중요하다면 그 내용도 가능한 한 구체적으로 넣자. 실제로 이런 케이스가 있었다. 미국 로스쿨에 계약법 교과서에 나오는 케이스인데 계약 내용이 “특정 물건을 (배 이름은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지만) 퀸엘리자베스호로 5월 30일에 영국으로 보낸다” 라고 되어 있었다. 하지만 5월 30일에 출발하는 퀸엘리자베스호가 두 척이 있었다. 하나는 오전 일찍 출발하는 배였고 하나는 저녁 늦게 출발하는 배였다. 받는 쪽의 입장에서는 물건을 받는 시간이 중요해서 당연히 오전에 출발하는 배로 보내겠거니 했으나 보내는 쪽에서는 늦게 출발하는 배로 보냈다. 작은 문제로 소송이 시작됐지만 전개 과정은 팽팽했다. 만약  ‘특정 물건을 5월 31일에 받을 수 있도록 퀸엘리자베스호로 5월 30일에 영국으로 보낸다’라고 몇 단어만이라도 자세히 넣었어도 물건을 늦게받아 손해를 보는 일이나 소송까지 가는 일은 미연에 방지할 수 있었을 것이다.

6. 계약서는 소송을 대비한 것이니 보호조항, 책임제한 등의 문구를 충분히 넣어라

미국은 소송이 많은 나라이다. 따라서 계약서 안에 Warranties 또는 Limitation of liabilities 등의 보호조항이나 책임 제한 등의 문구를 꼭 가능한 모든 경우를 대비해 넣어야 한다. 계약서는 합의한 내용을 적는 목적 외에 소송에 대비하고 계약이 지켜지지 않았을 때 손해 배상을 최대한 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목적으로 작성된다. 이러한 보호 조항은 다년간의 계약서 작성뿐만 아니라 계약 소송도 함께 진행하는 법무법인에 의뢰하는 것이 보다 효과적이라고 본다. 합의 내용만 간단히 적는 계약서보다는 일이 잘못될 경우의 수를 하나하나 생각해보고 대비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는 지 꼭 확인할 것을 권한다.

7. 채무 불이행 또는 계약위반(Default) 조항의 내용을 확인해라

이 Default 조항은 계약 내용이 위반되었을 경우 어떻게 조치를 해야 하는 지 어떤 권리가 있는지 등을 적어 놓은 조항이다. 예를 들어 물건을 보냈는데 물건값이 정해진 기한 내에 오지 않는다면 우선 10 day notice를 보내고 10일을 기다렸다가 그래도 물건값이 지불되지 않는다면 년 몇%의 이자로 얼마의 액수 또는 전액을 보상을 받을 수 있는지 등의 내용이 적혀있으니 확인하도록 하자. 소송하기 전에 거쳐야 하는 절차가 있다면 계약서에 적힌 절차대로 진행해야 제대로 배상을 받을 수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8. 믿을만한 사이, 친한 사이, 잘 아는 사이일수록 계약서를 꼭 작성한다.

많은 한국 국민이 계약서를 작성하는 것에 대해  ‘믿지 못해서 계약서까지 써야 하나’ ‘야박하다’ 또는 계약서를 쓰자고 하면 ‘날 못 믿나?’ ‘깐깐하다’ 라고 생각하시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계약서는 계약 당사자들 간에 사이가 좋을 때 또는 일이 잘 진행될 때 필요한 것이라기보다는 일이 합의대로 되지 않았을 때를 대비해서 만드는 것이다. 차라리 계약서가 있다면 계약 위반이 되었을 때 계약서대로 진행을 하면 되는데, 합의된 내용이 없을 때에는 분쟁이 번져 큰 싸움이 되는 경우를 많이 봤다. 계약서가 없으니 손해배상을 받기 위해서는 소송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믿을만한 친구, 지인 관계일 수록 계약서를 꼭 작성할 것을 권한다. 이는 공동 창업자 간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필자가 일하고 있는 로펌에서는 계약서 건으로 소송을 하는 경우를 많이 보아왔다. 더군다나 한국 고객이 계약서의 중요성을 크게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경우를 많이 보아왔기에 칼럼을 통해서 영문 계약서를 검토하거나 서명하기전에 고려해야 하는 사항들을 되도록 많이 나누고자 했다. 소송을 하러 오시는 분들의 대부분이 '과거에 비용이 좀 들더라도 변호사를 선임해서 계약서를 제대로 해놓을걸' 이라며 후회를 한다. 따라서 다음 칼럼에서는 영문계약서에 대부분의 경우에 의례적으로 포함되어 있는 조항들에 대해 설명하고 그 조항들이 어떤 영향을 미치는 지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겠다.

Editor’s Note: 실리콘밸리의 송&리 로펌에서 비석세스 독자들에게 전화와 이메일 상담을 제한 한도 내에 무료로 제공해 드립니다. 연락처는 송&리 로펌 웹사이트인 www.songleelaw.com을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본 칼럼의 내용은 송&리 로펌에서 감수하였으며, 일반적인 사항에 대한 정보를 나누기 위함이지 개개인의 상황에 맞는 법률 자문을 주기 위해 작성된 것이 아님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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