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진출 성패에도 영향을 미치는 '국가 스펙'
해외 진출은 강이 위에서 아래로 흐르는 것과 같다. 일반적으로 강대국에서 중소국으로의 진출이 비교적 수월한 반면, 중소국에서 강대국으로 진출하는 것은 다소 어렵다. 그간 한국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출한 해외 기업의 경우, 해외에서 먼저 성공을 거두고 비즈니스 모델을 검증한 후 국내 시장에 안착한 경우가 많다. 해외 진출의 승패에도 출신 국가의 경제적·기술적 힘은 무시 못할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한다.
미국에서 시작된 페이스북의 경우 전 세계로 그 소셜 네트워크의 힘을 확장했고, 에어비앤비 또한 한국의 숙박 공유 시설의 체계를 조금씩 바꾸고 있다. 우버 역시 온 유럽을 비롯한 아시아 전반으로 그 영향력을 넓히고 있다. 중국에서는 BAT라고 불리는 세 개의 거대 기업, 바이두·알리바바·텐센트가 한국의 정부, 대기업과 협력해 공격적으로 국내 시장 진출의 발동을 걸고 있다.
반대로 우리가 사용하는 서비스 중, 베트남·인도네시아 등지에서 온 것은 찾기가 힘들다. 그러나 케이팝을 포함한 라인, 카카오, 게임 등의 다양한 국내 컨텐츠들은 베트남·인도네시아를 포함한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상당히 많이 소비되고 있다.
이에 따라 우리는 사업과 해외진출을 시작하는 데에서 선택의 기로 앞에 선다. 미국 등 소위 말하는 IT 선진국에서 성공한 서비스를 벤치마킹(혹은 카피캣)해서 한국 시장을 선점할 것인가, 아니면 독자적인 기획과 기술로 만든 우리 서비스를 들고 동남아 시장에 진출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다.
가장 의미가 있는 것은 우리만의 오리지널리티가 있는 서비스를 들고 미국·중국·일본 등 가장 크고 치열한 시장에 진출해 승리의 깃발을 꼽는 것이라 할 수 있겠다. 그러나 늘상 이야기하듯, 말은 쉽지만 대기업 이외에 성공적으로 이들 국가에 진출한 기업은 손에 꼽을 정도로 적다.
▲연도별 국가 GDP 발전 양태
IT 선진국 진출, 신중한 고군분투만이 살길이다
일본 기업 그리(Gree)의 경우, 첫 미국 진출 시 서비스명을 소개하면 '그린(Green)'으로 이해할 정도로 인지도가 낮았다. 이를 극복하고자 경쟁사인 징가 본사 바로 앞에 대형 전광판 광고를 하고 현지 우수 개발자를 채용하는 등 3년간 고군분투를 했지만, 여전히 투자 대비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현재 수 많은 해외 진출 관련 정부 지원 정책과 방법론과 조언들이 나오고 있지만, 무엇보다 '신중한' 준비와 판단이 있어야 한다. 해외 진출은 그저 다들 하니까 따라하거나, 등 떠밀리거나, 쿨해보인다는 이유로 덤벼볼 만큼 만만한 것이 아니다. 현재 비즈니스를 판단하여 중장기적인 전략이 포함되어야 한다.
'신중한' 접근이란 철저한 현지 시장에 대한 조사와 피드백 과정을 거치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어 하드웨어의 경우 킥스타터, 인디고고와 같이 현지에서 서비스가 가능한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을 통해서 서비스 반응을 확인할 수 있고, 소프트웨어의 경우는 프로덕트헌트와 같은 프로덕트 론칭 플랫폼을 통하거나, 현지에서 최소한 50명의 잠재 사용자 대상으로 정확한 사용자 반응을 체크해야 한다. 무턱대고 현지 회사 설립을 어떻게 해야하는지를 모색하기 전에, 일단 서비스에 대한 현지 반응부터 검토하는 것이 성공적인 해외 진출의 첫걸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