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립 코틀러의 마켓 4.0과 스타트업의 마케팅
2017년 04월 03일

마켓 4.0

4차 산업혁명이 화두로 떠올랐다. 대개는 사물 인터넷(internet of things)을 통해 생산 기기와 생산품 사이에 소통 체계를 구축하고 생산 과정 전체를 최적화하는 것을 의미한다. 미국에서는 AMI(Advanced Manufacturing Initiative), 독일과 중국에서는 '인더스트리 4.0'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런 '혁명'의 시대에 마케팅의 대가 필립 코틀러는 '고객의 연결성'에 주목해 젊은이와 여성, 그리고 네티즌을 중심으로 시장의 권력이 이동하고 있음을 간파해낸다. 그는 최근의 저서 <마켓 4.0>에서, 연결된 고객 집단을 공략하기 위해 새로운 고객 경로를 탐색하고, 구매행동율(PAR, Purchase Action Ratio, 기업이 브랜드의 인지를 브랜드에 대한 구매로 얼마자 잘 전환하는지 나타내는 지표)과 브랜드 옹호율(BAR, Brand Advocacy Ratio, 기업이 브랜드의 인지를 브랜드에 대한 옹호로 얼마자 잘 전환하는지 나타내는 지표)등의 지표를 분석해야 하며, 지속적으로 인간 중심의 마케팅을 펼쳐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이처럼 '연결된' 고객들을 공략하기 위한 인간 중심 마케팅의 구체적인 방법론으로서 브랜드의 호기심을 자극하기 위한 콘텐츠 마케팅, 브랜드 몰입을 유도하기 위한 옴니채널 마케팅, 그리고 브랜드 친밀감을 높이기 위한 참여 마케팅을 제시하고 있다. 이번 글에서는 콘텐츠 및 참여 마케팅의 전개를 위한 몇 가지 조건들에 대해 알아보려고 한다.

매스미디어와 리테일의 몰락, 그리고 대안

연결된 고객의 시대에는 스타의 '신비주의'가 존재하기 어려워졌고, 그 중심에는 모바일 인터넷과 SNS가 만들어낸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채널과 현상이 존재한다. 기존의 유료 미디어(paid media, 비용을 지불하고 마케팅에 사용하는 외부의 미디어)가 지배하는 세상에서는 TV에 나오는 스타의 일방향적 이미지 전파와 광고 메시지도 훌륭한 마케팅 수단이 될 수 있었다. 그러나, SNS가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현재의 임대 미디어(earned media, 소유 없이 빌려 쓰는 미디어로 페이스북, 카카오톡 등 소셜 미디어를 포함) 시대에는 수용자 스스로 연결고리의 역할을 하면서도 자체로서 하나의 미디어가 된다. 소위 '미디언스(mediance, media+audience)'가 출현하고 있는 것이다.

연결된 고객의 시대에 존재하기 어려워 지는 것은, 매스 미디어로 상징되는 스타의 '신비주의'만이 아니다. 최근 오프라인 유통 영역은 쇼루밍(show-rooming) 현상으로 인한 도전에 직면했다. 쇼루밍이란 고객이 매장에서 상품을 확인만 한 후 가격이 저렴한 온라인 쇼핑몰에서 구매하는 행동을 일컫는 말이다. 그에 따라 현명한 소매 매장들은 소비자를 나이, 성별, 직업 등으로 파악하는 인구통계학적 고객 세분화(demographic segmentation) 대신, 고객의 최근 구매일, 구매 빈도, 구매 금액 등을 지표로 활용할 수 있는 O2O 마케팅을 통해 거꾸로 온라인보다 효율적인 마케팅을 전개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고 있다. 이와 같이 온·오프라인을 융합해 우수 고객들의 고객평생가치(LTV, Lifetime Value)를 높이는 전략만이 온라인에서 아마존이나 알리바바와 같은 거대 유통사의 서비스에 대해 비교우위를 확보할 수 있게 한다.

큐레이슈머(curasumer)를 활용한 콘텐츠·참여 마케팅

큐레이슈머들은 생산자와 소비자의 역할을 동시에 해내는 프로슈머(prosumer)개념을 넘어, 전시회의 큐레이터처럼 제품을 자신의 기호에 맞게 꾸미고 다양하게 활용해 자신의 개성에 맞게 구성한다. 아마도 그들과 건강한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은 마켓 4.0 시대의 필수불가결한 선택이 될 것이다. 이는 큐레이슈머가 양산해 내는 콘텐츠의 확산력과 스토리텔링의 효과 때문이기도 한데, 큐레이슈머는 제품이나 서비스의 기능, 품질 개선 필요성 등을 다른 소비자보다 먼저 인식하고 스스로 해결책을 찾으며 시장을 앞서 나아간다. 그들이 만들어내는 콘텐츠는 기업의 이해와 논리만을 일방적으로 전달받는 데 지친 고객들의 소셜 네트워크를 통해, 스스로 존재를 증명하며 확산한다. 스웨덴 출신의 광고 전문가 퍼 크롬웰(Per Cromwell)은 "바이럴리티의 해부(Anatomy of Virality)"라는 제목의 강연을 통해 좋은 스토리 텔링이란 다른 사람들로 하여금 자신이 만든 이야기를 재해석해 다른 이야기를 만들어내도록 할 수 있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큐레이슈머는 구독자를 몇십만 명이나 보유한 파워 블로거나 유튜브 스타일 필요는 없다. '마이크로 인플루언서'라고 불리기도 하는 큐레이슈머는 보통 수천 명에서 수만 명의 팔로워를 보유하고 있다. 그들은 팔로워들과의 친밀감이 높은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요가 인플루언서라면 수백만 명의 팔로워가 있고 스튜디오를 몇 지점이나 운영하고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요가 마이크로 인플루언서라면 수천 명의 팔로워에 집에서 시도하기 좋은 수준의 요가 비디오를 올리면서 구독자 수에 비해 높은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을 것이다.

개인 쇼핑몰인 '스티치 픽스(Stitch Fix)'는 마이크로 인플루언서에게 콘텐츠를 제공받은 후 스티치 픽스의 브랜드 인스타그램에서 홍보 콘텐츠로 사용한다. 아래의 인스타그램을 보면 마이크로 패션 블로깅 인플루언서와 질의 응답을 진행한 인터뷰 게시물의 링크가 인스타그램 약력란에 걸려있다고 적고 있다. 사진을 본 후 마이크로 인플루언서의 인터뷰를 보고 싶은 유저들은 그 링크를 클릭하게 된다. 마이크로 인플루언서도 자신의 계정에 사진을 올리면서 스티치 픽스를 언급하고 인터뷰 게시물을 그녀의 인스타그램 약력란에 올린다. 이런 전략은 브랜드의 인스타그램 뿐만 아니라 블로그로도 유저들이 유입되도록 만드는 방식이다.

마켓 4.0

콘텐츠·참여 마케팅의 R.O.I 측정: 인게이지먼트와 구매 전환율

'연결된 고객의 시대'에 마케팅의 초점이 시장이 아닌 고객에 있다면, 마케팅 투입 예산 대비 효율을 측정하는 R.O.I 방법론도 고객에 맞춰져야 한다. 창업자가 진행한 콘텐츠·참여 마케팅의 성과를 측정하는 데에는 몇가지 주목해야 할 지표들이 있다. 단순히 콘텐츠가 타깃 고객층에게 도달한 비율뿐만 아니라 시청자와 화학적인 반응을 이뤄낸 지표, 그리고 목표한 페이지·구매 전환율을 측정해 투입한 예산 대비 캠페인의 R.O.I를 측정하고, 캠페인을 지속적으로 최적화해야 한다.

제품 개발 및 비지니스 모델링에서 제품과 서비스를 소진할 수요 집단과 동일한 고객 집단을 구독자로 보유한 큐레이슈머, 혹은 인플루언서와의 타깃 마케팅은 스타트업에게 좋은 레퍼런스라고 판단된다. 와이컴비네이터의 파트너, 케빈 헤일(Kevin Hale)은 "스타트업이 가정한 수요 대부분은 틀리기 마련이지만 서비스를 소진할 수요 집단을 90% 이상을 미리 만들어놓고 시작한다면 '역발상'이 된다."라면서, 제품을 개발하고 고객에게 판매하는 일반적인 사고와는 달리, 공통 관심사를 가진 집단을 모으고 이들을 위한 제품을 개발하는 창의적인 접근을 강조한 바 있다.

콘텐츠 마케팅에 '진정성'을 더하기 위한 전략, 알고리즘

넷플릭스는 고객과 브랜드 사이에 더욱 직접적인 관계를 맺기 위한 방법으로 알고리즘을 선택했다. 스탠포드 대학교에서 컴퓨터 공학 석사학위를 취득하고, 인공지능을 공부했던 넷플릭스의 CEO 헤이스팅스는 비즈니스상의 문제에 대한 해결책으로 언제나 수학적 사고를 적용해왔다. DVD 대여로 시작한 넷플릭스는 DVD 대여가 특정 작품, 즉 신작이나 인기작에 몰리지 않도록 하고, 또한 사각 지대의 작품들을 무대 위로 끌어 올리기 위해 시네매치(Cinematch)라는 알고리즘을 개발했다. 시네매치는 같은 영화에 비슷한 별점을 준 구독자들을 그룹으로 묶고, 그룹의 누군가가 높은 평점을 준 영화를 다른 구독자에게 추천하는 방식으로 구성되었는다. '최인접 알고리즘'으로도 불리는 씨네매치는 장르나 배우, 감독과 같은 공통된 속성으로 비슷한 영화를 추천하던 방식을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한 것이다.

지금까지 필립 코틀러가 제시한 '마켓 4.0'이란 화두를 중심으로, 스타트업에게 적용가능한 마케팅 전략들을 살펴보았다. 이제 고객들은 지속적으로 '연결'되며, 그동안 브랜드와 고객을 가로막고 막대한 이윤을 챙겨온 매스 미디어와 유통 영역은 서서히 무너져가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스타트업이라면 더욱 용감하게 자신의 타깃 고객들과 직접 만나고, 구매 퍼널을 고도화하기 위한 다양한 전략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편집자 주: 칼럼 등 외부 필진의 글은 '비석세스'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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