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개발자로 살아간다는 것, 'RT:FM 나는 개발자다'
2012년 05월 18일

 

RTFM, 얼핏 보면 암호처럼 보이기도 하는 이 단어는 사실 ‘Read The Formating Manual’이라는 말의 약자다. 말 그대로 기본적인 설명서를 읽지 않고 무작정 질문부터 하는 사용자들에게 개발자들이 ‘매뉴얼에 나와 있습니다’ 라는 응답을 수없이 반복하다 보니 그대로 관용어구로 굳혀진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그야말로 개발자들의 속내를 엿볼 수 있는 표현이다.
이러한 RTFM이라는 슬로건 아래, 개발자를 위한, 개발자들에 의한, 개발자의 색다른 토크 콘서트 ‘RT:FM, 나는 개발자다’가 5월 10일 홍대 CY씨어터에서 열렸다. 비록 개발자는 아니지만 그들의 진솔한 마음을 엿볼 귀중한 기회에 beSUCCESS가 참가하지 않을 수 없었다.
CY씨어터에 세워져있던 배너
CY씨어터에 도착하자, 앞으로 펼쳐질 이야기를 기대하고 있는 예비 개발자를 포함한 개발자 100여 분이 좌석을 빼곡히 채우고 있었다. 저녁 7시 30분이라는 다소 늦은 시간에 시작했음에도 불구하고 어떤 이야기가 나올지 기대감에 들뜬 상태에서 행사가 시작되었다.

 

<안드로이드 프로그래밍 정복>의 저자 김상형 씨가 첫 토크를 시작하여 이노디에스 대표 박재호 씨가 창업 경험을 생생하게 담은 토크로 마무리할 때까지 장장 2시간이 넘도록 각 스피커의 발표가 이어졌다. 사전에 공개되었던 전문가 스피커 4인이 각 15분, 행사 당일 공개된 아마추어 스피커 4인이 각 7분씩의 시간 동안 때로는 강렬하게, 때로는 재치 있게 영감을 전달하느라 정말 열기로 가득한 현장이었다.

 

첫번째 스피커, 김상형
토크의 첫 시작을 끊은 스피커는 김상형 씨였다. 개발자라면 누구나 한 번쯤 읽어봤을 만큼 유명한 서적을 많이 집필하신 저자인 그는, 개발에 대한 열정을 잃어가고 있는 개발자들을 위한 조언을 던졌다. 보통 개발을 하게 되는 이유는 대외적(취업, 전공, 타의)인 이유와 대내적(의무, 호기심, 창조욕)인 이유로 나뉠 수 있는데 대외적인 이유로 개발을 시작하게 되면 금방 포기할 확률이 높다. 단순히 생계를 위해 개발을 계속하다 보면 흥미도 떨어지고, 의지도 부족해 좋은 성과를 낼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그는 개발자는 자신의 내면에 숨겨진 초심을 꺼내어 계속해서 동기부여를 해야 한다는 강렬한 메시지를 전했다.

 

두 번째 스피커, 이상호
뒤이어 이상호 씨의 ‘개발자로 존경받으며 살기’라는 주제로 짧은 토크가 이어졌다. 개발을 왜 하는지 에서부터 휴식은 철저하게 쉬고, 명성을 추구하기보다는 그 명성이 뒤따르도록 해야 한다는 내용으로 짧은 시간이었지만 개발자들의 매뉴얼과 같은 내용을 전달했다.

 

세 번째 스피커, 유형목
화학을 전공했으나 임베디드 개발자가 되기까지의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들려준 유형목 씨의 토크도 사람들의 주목을 모았다. 그는 비전공자로 살아남을 수 있었던 비결로, 하루아침에 개발을 배울 수 있으리란 생각보다는 꾸준히 실전경험을 쌓고 끝까지 살아남는 것을 강조했다.

 

네 번쨰 스피커, 최현우
계속해서 개발자들의 전문적인 이야기가 이어지나 싶었는데, 일명 ‘최과장’으로 불린다는 최현우 스피커의 유쾌한 토크가 행사장의 웃음을 가져왔다. 무려 11살 어린 연하의 아내와 결혼에 성공했다는 최현우 씨는 개발자들이 연애, 더 나아가 결혼을 하기 위해서는 자신을 돌아보고 언제나 상대에게 친절해야 한다고 거듭 언급했다.

 

다섯번째 스피커, 서정민
한결 편안해진 행사장에 웹 퍼블리셔에 대한 부족한 인식을 채워주기 위해 나왔다는 서정민 씨의 토크가 이어졌다. 기존의 웹 퍼블리셔는 코더와 같이 생각되고 있지만, 사실은 UI,시맨틱웹 등 웹 표준화 작업과 접근성을 높이는 과정에서 꼭 필요한 전문 직종이라는 것. 참가자들에게 웹 퍼블리셔의 정의를 확실하게 심어주었다.

 

여섯번째 스피커, 양준철
개발자들에게 꼭 필요했을, 그들의 가치를 일깨워주는 토크도 빠지지 않았다. 온오프믹스의 양준철 대표는 ‘나는 인생개발자입니다’라는 주제로 국내 개발자를 향한 부정적인 인식을 타파하고 개발자가 지녀야 할 긍지를 한껏 보여주었다. 무에서 유를 창조하고,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는 개발자로서 자신의 인생도 개발해나가자는 따뜻한 메시지에서 개발자들의 자신감을 엿볼 수 있었다.

 

일곱번째 스피커, 조한규
다이어트 경험을 통해 학습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조한규 씨의 인상 깊은 토크도 함께 했다. 단순히 다이어트에 성공한 이야기가 아닌, 학습이란 행동이 수반되어야 하며 긴 시간을 들여야 한다는 교훈을 담고 다이어트 성공 인증사진과 함께 훈훈하게 이야기가 마무리되었다.

 

여덟번째 스피커, 박재호
밤 10시를 향해 달려가는 시간, 마지막으로 이노디에스의 박재호 씨가 ‘프로그래머로 창업하기’라는 이야기를 풀어놓는 순간까지 참가자들의 열의는 식지 않았다. 투자는 곧 빚이라고 생각하며 대비해야 하고, 동반자와 사기꾼을 잘 구별해야 한다는 그의 조언이 후배 창업가들에게 스며들었을 것이다. 남의 성공담은 무시하고, 오히려 실패담을 귀담아들어야 한다는 말이 여운을 남기며 모든 토크 세션이 종료되었다.

 

약 2시간 동안 쉴새 없이 이어졌던 연사 8분의 토크는 다소 담담하게 하지만 진솔하게 행사장을 가득 채웠다. 화려한 수식어구와 혼을 쏙 빼놓는 언변은 존재하지 않았지만 그만큼 살아온 시간이 녹아들고 철학을 담은 ‘개발자 열정’을 보여주는 자리였기에 더욱 그 감명이 깊었다.
한국의 개발자를 향한 대우는 다소 열악하고, 인식도 부정적인 편이다. 그들에게 “ RTFM:나는 개발자다 ” 은 개발을 향한 사랑과 순수한 열정을 서로에게 전달하며 힘을 얻을 수 있는 행사가 되었을 것이다. 앞으로도 국내에 이런 취지의 행사가 많아지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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