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시장에 기업을 알릴 수 있는 확실한 방법은 무엇일까?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 중 강력한 하나는 국제적인 행사에서 런칭을 하는 것이다.
지난 2월29일부터 3월2일간, 싱가포르에서 ‘DEMO Asia'가 열렸다. DEMO Asia의 스폰서인 'Microsoft'는 나라별로 10개 기업을 선발하여 scholarship을 주어 참가비 등을 지원해줬다. 이 10개 기업에 선발된 한국의 단 하나의 기업. 그 기업이 바로 ‘GIO SOFTWARE’ 이다.
지오소프트웨어는 모바일과 웹을 바탕으로 새로운 서비스를 만드는 소프트웨어 개발회사이다. 성황리에 행사를 마치고 자랑스러운 훈장을 달고 한국으로 돌아온 지오소프트웨어의 ‘김형준’대표와 ‘박준현'이사를 만났다. 나란히 앉은 두 사람은 오랜 친구와 같이 편안한 모습이었다.
<좌측부터 김형준 대표, 박준현 이사>
모비포인트는 마케팅 플랫폼이다.
지오소프트웨어의 대표적인 서비스는 DEMO Asia에서 PITCH를 하기도 했던 ‘모비포인트’ 이다.
-모비포인트는 어떤 서비스인가요?
“고객이 가게에 가서 물건을 구입하고 영수증에 찍힌 QR코드를 스캔하면 포인트가 쌓입니다. 카페, 빵집 등 대부분 가게마다 멤버십 카드가 있는 데, 이것을 우리 서비스로 대체하는 것이죠. 또 위치기반서비스가 핵심입니다. 이전에 포인트를 적립한 적이 있는 고객이 그 가게 근처에 있다면 그 사람에게 그 가게에 적립된 포인트 정보를 알려줍니다. 그러면 그쪽으로 다시 가려는 확률이 커지겠죠. 그러면 업주는 고객의 재방문을 자연스럽게 유도할 수 있습니다. 또 고객입장에서는 스팸이라기보다는 자기 자신의 정보를 알려주는 것이므로 스마트한 알람이라고 할 수 있죠.”
여기까지만 들어도 고개가 끄덕여지는 흥미로운 서비스이다. 하지만 단순한 멤버십 서비스에서 그치지 않는다. 김 대표는 모비포인트를 마케팅 플랫폼 서비스라고 지칭한다.
“QR코드 안에는 ‘이 고객이 무엇을 구매를 했는지’의 정보가 들어있어요. 그러면 저희 쪽 서버에서는 어떤 사람이 어떤 제품을 언제 구매했는지를 데이터베이스 합니다. 또 그 사람의 페이스북 등의 소셜네트워크과 연결해서 그 사람의 친구관계, 인적 데이터까지도 가져와서 소셜네트워크 CRM데이터를 만듭니다. 이런 데이터를 가지고 가맹점, 기업 등이 마케팅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는 것이 목적입니다. ‘단순히 포인트카드 어플을 만들었다.’그게 아닙니다. 저희는 빅데이터를 보고 있는 거죠.”
한국 스타트업 1호 DEMO Asia 참여
-‘DEMO Asia’란?
“미국의 ‘DEMO’에서 아시아를 타깃으로 한 DEMO Asia라는 대회를 올해부터 싱가포르에서 개최한 겁니다. DEMO에서 스타트업들은 자신들의 서비스를 새롭게 시작할 때, 런칭하고 발표를 합니다. 인터넷 언론들이나 투자자들이 많이 참석을 하죠.”
DEMO Asia는 마치 우리나라 창업경진대회와 비슷한 것이다. 차이가 있다면 창업경진대회는 경쟁의 성격이지만 DEMO는 런칭쇼의 형태이다. 또 규모도 훨씬 더 크고 국제적인 행사이다.
-대회는 어떻게 진행되는지
“마이크로소프트의 지원을 받은 10개 기업이 먼저 자신들의 아이템에 대해서 PITCH를 합니다. 90초 동안 할 수 있고 PPT는 사용할 수 없고 말로만 해야 합니다. 물론 영어로. 10개 기업의 발표가 끝나고 나면 직접 참가비를 내고 참가한 기업들의 발표가 이어집니다."
-(내년 참가를 노리는 기업을 위해) 준비의 팁이 있다면?
“우선 scholarship 선발할 때, 마이크로소프트에 기획안을 제출하는데요. 이때 한 단어, 한 문장으로 서비스를 설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러지 않으면 자기 서비스의 아이덴티티를 드러내기 어렵죠. 또 쉽게 설명해야합니다. 자기가 축약한 내용을 엄마한테 얘기해보고 엄마가 이해할 수 있으면 잘 만든 겁니다.”
김대표는 영어를 못해도 두려워하지 말라고 거듭 강조한다. DEMO Asia에서 발표하는 그의 영상을 보면 굉장히 자신감 있게 영어를 한다.
“우리는 네이티브가 될 수 없어요. 그래도 자기가 무엇을 하는지 핵심들을 잘 정리하고 얘기하게 되면 듣는 사람들도 ‘그렇구나’ 하며 고개를 끄덕끄덕 하지요.”
-DEMO Asia 참가가 도움이 됐는지?
“발표 내용을 듣고 투자자들을 비롯한 다양한 사람들이 부스에 찾아와서 명함교류를 하고 많은 이야기를 나눴어요. 지금 이메일로도 여러 이야기들이 오가는 중입니다. 미디어에 노출도 많이 되서 회사 홍보가 많이 됐습니다.”
박준현 이사는 “그곳에서 비슷한 아이템을 가진 기업을 보면서 우리는 향후에 어떻게 나가야하고 우리가 보완해야할게 무엇인지를 볼 수 있었어요.” 라며 말을 이어갔다.
-DEMO Asia에서 보고 느낀 부분
“외국 스타트업들은 별거 아닌 아이템에도 자신감이 넘쳐요. 우리나라는 더 괜찮은 아이템을 가진 스타트업이 많은데, 글로벌에 나서기도 전에 이미 국내에서 위축됩니다. 사람도 적고 자금도 없어서겠죠. 그렇지만 외국 스타트업의 자신감을 배웠으면 좋겠어요. 그래야 투자자도 믿고 투자를 합니다.”
박이사는 우리나라 스타트업들의 아이템이 글로벌 시장에서도 경쟁력이 있다는 확신과 함께 잠재된 가능성을 봤다고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나라 현 벤처상황에 정부지원이나 VC들의 투자가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벤처생태계를 언급하며 열띤 이야기를 펼쳤다.
우리에게 필요한 벤처생태계
박이사가 이번에 싱가포르에 가서 가장 크게 느낀 것 중에 하나는 싱가포르를 비롯한 세계 각국들이 벤처생태계가 잘 형성되어 있다는 것이었다.
“싱가포르에 와있는 기업인데 창업주가 필리핀 대학생이었어요. 근데 이 사람이 처음에 창업 아이디어를 짰데요. 그러면 멘토 집단이 있는데요. 같이 미팅을 해서 사업모델을 만들어냅니다. 그리고 어떤 인큐베이터, 어떤 개발사와 잘 맞을지 네트워크를 연결해주고 팀을 구성했다고 해요. 각자 지분도 나누고요. 그 이후에 싱가포르 정부로부터 정책 자금지원도 받았다고 합니다. 또 엔젤투자자나 VC들의 투자유치가 성사되게끔 기여하는 벤처분야 전문 미디어 파트너들도 많아서 홍보도 해주더라고요. 그렇게 해서 DEMO Asia에도 참가했더라고요."
다른 나라들은 이렇게 유기적으로 돌아가는 벤처생태계를 잘 활용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벤처생태계가 잘 형성되지 않았으며 이제 시작단계라는 것이다.
“다양성을 요구하는 시대잖아요. 천재CEO한명이 이끌어가는 게 아니라 사람들이 모여서 협업을 하죠. 이게 바로 벤처생태계이고 현재 트렌드입니다.”
벤처는 사람이 자산이다.
김대표는 회사가 추구하는 가치를 ‘벤처는 사람이 자산이다.’ 라는 말로 함축했다.
“스타트업을 하면서 가장 어려움이 있는 부분을 돈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요. 하지만 그보다는 사람이에요. 사람이 가장 중요해요. 내가 제일 희생을 많이 했고 다 내 것 같고 그래서 서로를 인정하지 않으면 동료들과 앙금이 가죠. 자기가 부족한 뭔가를 발견하고 타인을 인정할 수 있게 되면 그 다음부터는 쉬워져요. 저 사람도 나만큼 기여 했고 나만큼 인정받을 자격이 있다는 것을 인정해주는 거죠. '동료를 인정해줄 수 있어야한다.’ 이게 제가 1년 동안 회사하면서 가장 크게 느낀 점이에요.”
또한 직원의 능력이 약간 부족하더라도 의지가 있고 성실하다면 이 사람을 더 키우고 역량을 이끌어내는 것, 이것이 기업이 추구해야 할 목표 중에 중요한 하나라고 힘주어 말했다. 이렇듯 김대표의 경영철학은 사람을 중시하는 것이었다.
“지오가 가져야할 철학들을 하나씩 발견하는 게 제가 기업을 하는 이유고 재미에요.” 라는 김대표의 말에서 그가 앞으로 발견할 철학들이 궁금해졌다. 이렇듯 그가 가진 확고한 철학들이 창업 1년 만에 마이크로소프트의 지원을 받아 DEMO Asia에 참여한 저력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