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요하지만 몰랐던 것의 발견" 키위플 신의현 대표가 말하다
SK텔레콤의 스마트폰 이용자라면 이미 이 사람을 알지도 모른다. ‘오브제’를 만든 키위플의 신의현 대표 말이다. 오브제는 SK텔레콤 스마트폰에 기본으로 제공되는 앱으로, 장소·사물을 대상으로 대화를 나눌 수 있게 하는 위치 기반 SNS다. 현재 오브제를 설치한 사용자는 무려 1200만 명에 달한다. 그리고 2010년 제1회 모바일앱어워드에서 대상을 차지했고, 퀄컴벤처스가 주최하는 Q prize에서도 국내 우승이라는 결과를 거뒀다. 그야말로 승승장구 중인 것이다.
키위플이라는 이름에는 키위처럼 새콤달콤한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마음과 함께, 위키피플이라는 말을 조합해 사용자에 의해 발전된다는 의미도 담았다. 실제로 오브제에서는 카시오페이아로 지칭되는 동방신기의 팬들이 카시오페이아 별자리에서 자신들의 이야기를 나눈다. 또 다른 서비스 ‘매직아워’는 사용자끼리 공유하는 카메라 필터로 내 사진을 낭만적으로 꾸밀 수 있다. 만드는 서비스마다 이렇게 사람의 감성을 건드리는, 키위플은 어떤 회사인가.
◇ “내 일을 하고 싶었을 뿐… 더 일찍 시작하지 못한 것이 아쉬워”
신의현 대표는 대기업에서 10년 간 기획 일을 해왔다. 일의 특성 상 세상이 변하는 것을 빠르게 체감할 수 있었다는 것이 그의 말. 스마트폰의 도래로 새로운 기회가 올 것을 예측하고 뜻이 있는 지인들과 회사를 설립하게 됐다. 키위플은 공식적으로 2009년 8월에 설립됐다. 회사를 운영하는 2년 반 동안 거둔 여러 성과 뒤에는 물론 많은 시행착오가 있었다. “모든 과정 자체가 시행착오였던 것 같아요. 이 분야가 새로 생긴 시장인 만큼 전통이나 노하우가 전무했거든요. 스스로 부딪혀보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저희가 해온 모든 시도나 경험들이 시행착오였죠.” 신 대표가 회사를 운영하면서 받은 연봉은 아직 대기업 재직 시절의 절반 정도다. 원래 다니던 직장 문을 나서면서 후회는 없었을까. 신 대표는 단연코 없다고 대답했다. “돈을 대체할 수 있는 것이 딱 하나 있다면, 그건 희망인 것 같아요. 키위플이라는 이름으로 세계적으로 성공하겠다는 목표가 있습니다. 두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건 하루하루 그 희망에 한 발짝 나아감을 느끼기 때문입니다.”
◇ 완벽한 폴더 핸드폰이 주지 못하는 하나
키위플이 제공하는 오브제와 매직아워. 그의 회사가 만드는 서비스에서 조금씩 드러나듯이, 신 대표는 감성과 인간에 대한 통찰도 중요시한다. 다음은 뜬금없이 던지는 질문이다. 슬라이드폰을 처음으로 생각해낸 사람은 누구일까? 답은 지금 기사에 소개되고 있는 신의현 대표로, 슬라이드폰은 그 통찰로 이뤄낸 성과물이다. 지금은 익숙하지만, 폴더폰 밖에 없던 세상에서 슬라이드폰은 개벽이었다. “폴더폰은 사실 휴대폰으로써 이상적인 형태입니다. 상단의 출력장치 하나, 하단의 입력장치 하나를 접어서 휴대한다는 것. 입출력장치를 가장 작게 휴대할 수 있는 방법이죠. PC에서도 노트북 이상으로 효율적인 형태는 아직 없죠? 어찌 보면 폴더폰도 이미 결론에 가까운 형태를 취하고 있었던 겁니다.” 하지만 신 대표는 인간에게 다른 욕구가 있음을 고려했다. 인간이 합리성만 따지는 존재라면, 폴더폰 이상의 디자인은 있기 어렵다. 내구력은 물론, 감싸진 액정과 키패드의 보호, 귀와 입을 잇는 곡선을 고려한 인체공학적인(?) 펼침 각도, 폴더 구조는 많은 장점을 가졌다. 그런데 슬라이드폰이 나오면서 폴더폰은 찬밥이 됐다. 신 대표는 슬라이드폰으로 ‘여는 방식’을 변화시켰다. 슬쩍 미는 군더더기 없는 동작. 이에 비해 시시때때로 휴대폰을 펼쳤다 닫았다 하는 동작은 거추장스러울 수밖에 없다. 극적인 예로, 미적으로 효도폰이 뿜는 아우라와 아이폰이 뿜는 아우라를 비교해보라. 폴더폰은 쿨하지 못해 미안해야만 했다.
◇ 필요하지만 몰랐던 가치를 발견하는 것
키위플은 ‘사람들이 필요로 하지만 몰랐던 것’을 찾아내고자 한다. 이제는 터치스크린의 스마트폰에 밀렸지만, 앞서 언급한 슬라이드폰도 좋은 예다. 오브제는 장소에 대한 관점을 공유한다. 역시 이전에는 없었던 개념이다. 장소에 자신의 이야기를 담고 공유하고 있는 사람을 만난다. 새롭지만 사람의 욕구라는 관점에서는 새롭지 않다. 그래서 신 대표는 새로운 가치를 발견하는 방법으로 인문학을 언급한 것이었다. 물론 새로움을 발견하고 서비스화하는 일에는 어려움이 따른다. “새로움을 시도한다는 것은 사용자들에게 새로움을 학습시키는 것이기도 합니다.”라는 신 대표의 말이다. 어쩌면 이는 선구자의 필연적인 몫일지도 모르겠다.
키위플의 비전은 전 세계인이 사용하는 서비스를 만드는 것이다. 한국의 제조업은 세계적으로 유명하지만 웹과 모바일 서비스 분야는 아직이다. 키위플이 세계적 성공이라는 희망을 이루고 나면, 키위플의 성공은 또 다른 한국 기업의 희망이 될 것이다.
◇ 스타트업에게 전하는 말
마지막으로 신의현 대표는 스타트업을 위해 두 가지 말을 전했다.
“그 결과가 성공이건 실패였건 먼저 해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 중요해요. 그런데 오히려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는 접하기 쉬운 면이 있죠. 멘토링도 있고. 그런데 실패한 사람의 이야기도 귀 기울일 필요가 있어요. ‘왜 성공하지 못했을까’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이 바로 실패한 사람들입니다.”
누구나 부푼 가슴으로 창업을 꿈꾼다. 그러나 근거 없는 낙관이 위험하듯, 장밋빛 조언보다는 냉철한 조언이 필요할 때가 있다.
“너무 이른 나이에 경험 없이 소규모로 창업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국내 사회의 한계지만, 아직도 인맥은 중요하게 작용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는 경험입니다. 대기업에는 부정적인 면도 많습니다. 하지만 그들이 가진 시스템에 대한 경험까지 무시할 순 없습니다. 이는 벤처도 배우고 적용할 필요가 있는 것입니다.”
- ‘큐프라이즈 국내 우승 그 후의 이야기’(발행예정)로 후속 기사가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