킥스타터 덕분에 VC들에게 외면받던 하드웨어 스타트업들이 다시 주목받고 있습니다. Pebble이 무려 천만 달러 이상을 모집했고, Ouya가 8백만불, 그리고 Simple.tv라는 Slingbox와 유사한 셋탑박스 프로젝트가 목표액 $125K를 이미 넘어섰습니다. 임정욱님이 블로그를 통해 소개하신 ‘LandingZone‘ 역시 목표금액을 가볍게 채우고 2배를 향해 달려가고 있습니다.
수익성이 확실한 (대기업과 거래하는) 하드웨어 벤처를 선호하는 국내 VC와 달리, 실리콘밸리 VC는 당장의 수익성이 담보되지 않더라도 Next Google, Next Facebook을 노리는 고성장 스프트웨어 벤처에 투자하는 것을 선호합니다. 사실, 확실한 거래선이 있지 않는한 B2C 하드웨어 스타트업은 넘어야 할 산이 너무나 많습니다. 유통망을 개척해야 하고, 마케팅 비용이 소요되며, 재고를 떠안아야 하고, 유통망을 거쳐 매출이 현금화 되는데 시간이 걸릴 뿐더러, 성공할 경우에도 ‘엄청난’ 마진율이나 폭발적인 매출 성장은 기록하기 어렵기 때문에 태생상 고수익을 노리는 VC들이 외면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렇다면 Kickstarter에서는 왜 이렇게 주목받고 펀딩이 성공적일까요? 개인적인 가설은, 하드웨어 프로젝트에 대한 킥스타터 투자가 인터넷 쇼핑과 매우 유사하다는 것입니다. Pebble, Ouya, Simple.tv, LandingZone 모두 이미 펀딩 시작단계부터 프로토타이핑이 끝나 매력적인 디자인을 선보였습니다. 이 아이디어에 대한 사업계획서를 받은 VC는 ‘투자하기엔 부담스럽습니다.’라고 반응했겠지만, 킥스타터에서 이 유려한 프로토타입 디자인을 본 일반 유저들은 ‘아, 사고싶다!’라고 반응한 것입니다. 실제로 프로젝트에 일정 금액 이상 투자하면 그 제품이 출시되면 가장 먼저 받게 됩니다. 즉, Early-adopter 대상 온라인 쇼핑몰인 셈입니다. 유저들이 투자하는 동인은 투자자로서가 아니라 구매자로서 반응하는 것입니다. 지름신께서 강림하신 거죠.
그렇기 때문에, 킥스타터에서의 성공이 반드시 Mass Market 대상 성공으로 이어진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Early Adopter에게만 매력적인 상품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Ouya가 아무리 킥스타터 펀딩을 많이 받고, Media Hype을 탄다고 해도 정식 제품을 시장에 내놓았을때 일반 대중이 움직이느냐는 전혀 별개의 이야기입니다. TV 신호를 수신하여 iPad, 스마트폰, PC 등에서 언제든 볼 수 있게 해주고 녹화(DVR)까지 가능하게 하는 Simple.TV 역시 훨씬 큰 프로젝트였던 Slingbox 조차 성공하지 못했던 Mass Market 진입에 성공할 수 있을지는 전혀 담보할 수 없습니다.
또한, 이러한 ‘쇼핑’ 욕구를 자극하는 ‘Design and Technology’ 계열은 킥스타터 프로젝트 중 4.1%에 불과하나, 모금액 총액 중 20%를 차지하고, 무엇보다 75%가 제품 출시에 실패한다고 합니다. (Source: Bloomberg) 이런 프로젝트 중 가장 큰 규모인 Pebble 역시 출시 일정을 약속대로 지키지 못해 연기한 바 있습니다.
과연 이러한 킥스타터 지름신 열풍이 하드웨어 스타트업의 펀딩 창구로 자리잡을지, 아니면 호기심에 의한 쇼핑으로 끝날지는 두고 봐야겠습니다만, Ouya만큼은 기대가 됩니다. 킥스타터 펀딩을 통해 고조된 미디어의 관심을 잘 활용하여 순식간에 Onlive, VEVO, XBMC, Namco Bandai, iHeartRadio 등과 파트너십을 맺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펀딩 이상의 가치를 킥스타터에서 뽑아내는 프로젝트들이 살아남을 가능성이 높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