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북은 '멸망'했습니다. 필자는 한 때 넷북이 다시 뜰 것이라고 호언장담한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넷북은 가면 갈수록 밑바닥을 치고 들어갔으며 시장을 뒤흔들만한 새로운 폼팩터의 넷북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습니다. 완전한 멸망이죠. 그런데 필자에 눈에 들어온 것은 넷북의 개념을 받아들이며, 넷북보다 더 넷북 같은 '크롬북'이었습니다.
크롬북은 새로운 넷북인가?
필자가 과거 넷북이 다시 뜰 것이라고 얘기했던 근거는 '새로운 아톰'과 '윈도우8'이었습니다. 컴퓨터이긴 하지만 느려터진 속도와 윈도우지만 넷북에 맞지 않는 앱들을 보완했을 때 다시 넷북이 시장에서 주목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이죠. 희안하게도 이 조건을 갖추고 나온건 바로 '크롬북'입니다. 가격조차 넷북과 비슷하게 유지되고 있습니다.
좀 더 정확히는 기능적인 부분까지 넷북의 형태를 닮아있습니다.
크롬북과 넷북
넷북의 정의가 무엇이었나요? '쉽게 들고다니며 어디서든 웹에 접속할 수 있고, 간단한 문서작업 등을 행할 수 있는 미니 노트북'입니다. 그럼 크롬북은 어떤가요? 사실상 넷북의 개념과 크롬북의 개념은 비슷합니다. 단지 운영체제와 운용방법이 다를 뿐이죠.
생각해봅시다. 넷북은 윈도우를 설치했으며, 윈도우 어플리케이션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정작 제대로 돌아가는 윈도우 어플리케이션은 찾아보기 힘들며, 사양에 맞춰 사용자가 직접 선택해야 합니다. 그냥 '웹만 사용해'라는 것과 다를 바 없는 것이죠. 컴팩트해진 하드웨어에 무거운 운영체제를 올리고 사용자에 재량에 맡기는 것은 완전히 사용자 경험이 배제한 것이었습니다. 그리고는 태블릿이 넷북의 자리를 메우며 넷북보다 컴팩트하고 세련된 모습, 가벼워진 구동으로 소비자들을 사로 잡았습니다. 넷북보다 더 빠르게 성장했죠.
넷북의 근본적인 문제는 웹만 사용하기에는 너무 비싸고, 다른 걸 구동하기엔 너무 허접하다는 것이었습니다. 그차이가 전혀 좁혀지지 않다보니 할 것이 더 많은 태블릿으로 소비자들이 이동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그런데 크롬북은 '웹만 사용하는 운영체제'입니다. 넷북은 기존 윈도우처럼 뭔가를 설치하고 구동되는지 확인하고 사용자가 생각해야 할 것이 많았지만, 크롬북은 태블릿과 같이 컴팩트하면서 웹만으로 운용되고, 그리고 그 웹을 통해 문서작업이나 게임 등을 할 수 있도록 전용 앱을 제공합니다. 넷북에서 발생한 문제점을 크롬북이 좁힌 것입니다.
간단합니다. '넷북과 비슷한 개념이지만, 저렴하고 가볍고 웹을 이용할 수 있으며 넷북과 달리 전용 앱을 구동할 수 있다.' 사실상 넷북의 거리감을 크롬북이 좁힌 것이고 그렇다면 크롬북을 새로운 넷북이라고 불러도 좋지 않을까요? 타임지는 '넷북의 개념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보도했으며, BRG는 '넷북의 생산은 중단되었을지 몰라도, 저가 노트북의 인기는 여전히 높다'고 전했습니다. 윈도우의 점유율이 줄어들어 넷북이 보이지 않을 뿐 다양한 운영체제와 폼펙터로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필자는 그 의미를 크롬북에서 찾을 수 있었습니다.
크롬북
포브스는 보도를 통해 '크롬북이 미국 학교 2000여 곳에서 교육용 PC로 이용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저렴한 가격과 클라우드를 기반으로 한다는 점에 있어 협업이나 관리가 용이하다는 점이 교육 시장에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여집니다.
에이서는 넷북 생산을 중단했고, '에이서 C7'이라는 '$199'짜리 크롬북을 출시했습니다. 윈도우 넷북은 버려버리고 크롬북을 선택한 것입니다. 에이서의 결론은 간단했습니다. '미국에서 윈도우8 제품보다 크롬북이 더 많이 팔렸다'
미니 노트북의 수요는 여전히 존재하고, 그 수요를 만족시킬만한 제품이 필요한데 에이서는 그 제품으로 넷북이 아닌 크롬북을 선택한 것입니다. 특히 비용 절감을 위해 저렴한 디바이스가 필요한 교육 시장에서는 미니 노트북의 수요가 여전하고 툭하면 다운되거나 안켜지거나 파란색으로 도배되는 넷북보다 저렴하고 세련되었으며 웹만을 이용하더라도 할 것이 많고 빠르고 오류가 적은 크롬북이 인기를 끌고 있는 것입니다.
크롬북이 넷북을 대체했습니다. 정확히는 넷북이 크롬북이 되었고, 크롬북이 미니 노트북의 수요를 메우고 있습니다.
크롬북의 미래
넷북의 개념을 두갈래로 나뉘었습니다. '태블릿'과 '크롬북'으로 말이죠. 필자는 태블릿이 주도를 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크롬북으로 넷북처럼 망한 제품이 될까?
어제 HP는 'HP 파빌리온 14 크롬북'이라는 이름의 크롬북을 선보였습니다. 14인치로 크롬북치고는 대형 화면에 SD카드 슬롯, 16GB SSD, 1.1GHz인텔 샐러론 프로레서, 2GB 메모리 등을 탑재하고 있습니다. HP는 더 커진 화면과 키보드로 사용자가 사용하기 더 편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가격은 $330로 에이서 C7보다 $131나 더 비쌉니다. 단정 짓자면 여태 나온 크롬북 중 가장 쓰레기 같은 제품입니다. 성능이 쓰레기 같다는 것이 아니라 크롬북에 대한 이해가 전혀 부족하다는 얘기입니다.
크롬북은 태블릿과 경쟁하는 제품이지만 수요의 차이는 분명합니다. 그 차이를 간파하지 못하면 살아남지 못하는 제품군입니다. 태블릿은 계속 가파른 성장을 할 것이고, 넷북을 뛰어넘은 제품으로 평가 받을 것입니다. 하지만 크롬북은 넷북의 개념만을 그대로 이어나온 제품일 뿐 어떤 새로움을 주는데는 한정적일 수 밖에 없습니다. 어찌되었건 형태는 기존 노트북과 다를바 없기 때문에 말이죠. 넷북의 문제점이 개선된 것은 맞지만 넷북과 동일 선상에 있다면 크롬북을 선택할지 태블릿을 선택할지는 정해진 것입니다. 소비자들은 넷북이 허접하기 때문에 태블릿을 구입하는 것이 아니며, 넷북이 얼마나 좋아진다고 한들 태블릿을 선택할 것입니다. 크롬북의 수요는 넷북 수요자 중 태블릿을 선택하지 않았지만 모바일 디바이스를 가지기 원하는데 한정 될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들이 태블릿과의 갈등을 좁히고 크롬북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메리트가 필요합니다.
크롬북은 휴대에 용이하도록 9~11인치 사이의 제품이 가장 좋으며, 사양은 적당히 크롬을 동작할 수 있는 수준이면 충분합니다. 많은 용량의 스토리지도 필요없습니다. 그리고 가격을 더 떨어뜨려야 합니다. $99 수준의 제품이 나올 수 있다면 가장 이상적입니다. 태블릿 대신이지만 더 저렴하고, 키보드를 통해 생산성을 높힐 수 있다는 확신을 소비자들에게 심어줄 수 있어야 태블릿과의 모바일 경쟁에서 그나마의 수요를 챙길 수 있는 제품이 될 것입니다.
그렇다면 그것이 크롬북의 미래일까? 필자는 저 형태가 랩탑 형식의 크롬북이 살아남을 수 있는 가장 큰 이해라고 생각합니다. 그게 아니라면 키보드를 떼어내고 더 엔터테인먼트 적인 태블릿이 소비자들에게 더 와닿을테니까요. 만약 랩탑 형태를 유지할 수 없는 수준이 된다면 크롬도 태블릿 형태도 출시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생각합니다. 적어도 현재의 크롬북은 넷북과 태블릿의 중간 단계에 있으며, 나아가 넷북 쪽을 유지할지 태블릿을 선택할지는 두고 봐야 할 것이며 선택의 폭은 두가지에 한정되어 있다는 사실은 분명합니다.
삼성은 일찌감치 크롬북을 출시했고, 에이서, HP도 뛰어들었습니다. 레노버도 크롬북 제작에 합류하면서 이제는 '넷북이 아니라 크롬북!'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입지를 다지고 있습니다. 굉장히 조용하지만 나름의 영역을 확보하고 있는 것이죠. 넷북의 새로운 이름, 크롬북이 앞으로 어떤 미래를 보여줄 수 있을지 기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