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냄, 볼로 그리고 디스커버엑스로 이어지는 블록체인 기반 여행 생태계
2019년 02월 09일

토마스쿡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여행사이다.
1841 7 신실한 침례교인이였던 토마스 (Thomas Cook) 570명의 금주(禁酒) 집회 참석자를 모집하여, 객실 9량을 전세 영국 레스터(Leicester)에서 러프버러(Loughborough)까지 1인당 1실링으로 22마일을 왕복하는 특별열차를 편성했다. 19세기 영국에서 세계 최초로 증기기관과 철도가 발명되었고, 토마스 쿡은 철도기술에 단체여행을 접목한 것이다. 이렇게 자기 이름을 딴 세계 최초의 여행사가 세워졌다.

얼마 뒤 프랑스, 이탈리아, 인도 등으로의 해외여행 패키지 상품도 팔았다. 국내 여행과 달리 해외 국가에서 환전과 결제에 불편한 문제가 있었다. 이에 토마스 쿡이 발행한 여행자 수표를 통해 여행자들이 편하게 여행할 수 있게 하였다. 토마스 쿡은 당시 귀족의 전유물이었던 여행을 중산층 이하도 저렴한 가격에 이용할 수 있도록 대중화했다.

철도기술로 인해 여행이 산업화 된 지 150여 년 후 인터넷이 대중화되었다.

인터넷기술은 여행 산업의 공급자와 소비자간 거래 속도를 가속시켰다. 오늘날 온라인 여행사의 대표주자인 익스피디아(Expedia) 1996년 마이크로소프트의 여행 예약 시스템 부문의 사업부에서 시작되었다. 익스피디아 그룹은 호텔 · 항공권 등 여행에 관한 온라인 예약 처리, 웹사이트 및 응용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서비스하고 있는 기업으로 같은 이름의 온라인 여행사(Online Travel Agency, OTA) 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다. 익스피디아 그룹은 익스피디아 외에도 호텔스닷컴, 트리바고, 홈앤어웨이 등의 여행 기업을 인수·합병해서 20년 만에 연간 100조의 매출을 내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같은 해 암스테르담에서 설립된 부킹닷컴(Booking.com)은 소규모 스타트업으로 시작하여 전 세계 최대의 여행 이커머스 기업으로 성장하였다. 부킹 홀딩스(Booking Holdings Inc.) 그룹사인 부킹닷컴은 전 세계 70개국, 198개 오피스에 17,000여 명의 직원을 두고 있다. 부킹 그룹은 아고다, 프라이스라인, 오픈테이블, 카약 같은 자회사를 두고 있으며 이 회사 역시 연 매출이 100조에 달한다.

이 두 그룹은 1,500조 규모의 전 세계 온라인 여행시장의 66%, 미국 온라인 거래액의 95%를 장악하고 있다.

한국 여행시장도 세계에서도 가장 빠르게 온라인화되고 있다. 2017년 온라인을 통해 거래된 금액이 78.2조였고, 여행이 12.9(16.4%)로 그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출처: 통계청-2017 12월 및 연간온라인쇼핑 동향)

최근 5년간 매년 두 자리 이상의 성장률을 보이는 여행시장은 200년 가까이 지속된 그룹 패키지 위주의 여행이 아닌 밀레니얼 세대 중심으로 개별자유여행으로 트렌드가 바뀌고 있다. 한국만 해도 지난 5년간 해외여행객 수는 단체여행객 숫자는 제자리지만 자유여행객은 3배수가 증가했다. (출처: 한국관광공사-2017아웃바운드현황및트렌드조사)

이렇게 빠르게 성장하는 만큼 문제점은 늘 있다.

점증하는 OTA 수수료 부담

오늘날의 여행 생태계는 OTA(Online Travel Agency, 온라인 여행사) 예약 플랫폼이 중심이다. 그 플랫폼의 양쪽에는 숙박, 항공, 액티비티 와 같은 여행상품 공급자와 이를 구매하는 소비자가 있다. OTA에서 가져가는 수수료는 한 자릿수에서 이제는 25%에 육박한다. OTA가 시장지배력을 넓혀감에 따라 수수료도 점차 높아졌다. 그 덕분에 OTA는 시설(Property) 없이도 여행시장에서 가장 큰 매출을 내는 강자가 되었다. 여행 예약이 플랫폼을 중심으로 돌아가면서 OTA는 초과수익을 가져가고 있다.

이에 반해 생태계의 한 축을 담당하는 호텔이나 시설과 같은 호스트들은 여행산업의 성장에 비례한 결실을 가져가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최저가 가격 제공, 기획전에 참여하라는 OTA의 요청에 순순히 따를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과도한 수수료는 마치 택시기사의 사납금처럼 기본적으로 매출에서 공제되는 성격을 지니고 있다. 가격이 인상되더라도 실제 공급의 주체인 호스트에게 돌아가는 것은 미미하다. 플랫폼 독점시장에서 파편화되어 있는 호스트들은 하소연할 곳도 없다.

글로벌 여행 거래에 대한 정산의 복잡성과 지급결제 리스크

여행업에서의 지급결제는 원래 다른 어느 업종보다 특히 복잡다단하다. 대형 OTA와 여행도매업은 피라미드식으로 상품공급이 이뤄지고 있으며, 여행은 예약 이후 실제 시설 이용 후 지출이 이뤄지는 기간이 다른 어느 업종보다도 길다. 예를 들어 상품 구매 여정이 오래 걸리는 해외 직구도 요즘은 주문 후 1~2주이내에 전 세계 배송이 가능하다. 이에 비해 여행은 예약 후 실제 이용까지 수개월이 걸리는 것이 일반적이다. 여기서 피라미드식으로 되어 있는 상품 공급 체인의 특성상 한 곳의 채권 부도는 연쇄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작년 10, 36년간 항공권을 전문 판매해왔던 탑항공이 부도(관련기사)를 맞으면서 이 같은 문제가 현실이 되었다. 그와 비슷한 시기에 홈쇼핑 등에서 부도 직전의 여행사 상품이 팔아 소비자 피해가 발생한 사건도 있다.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밀레니얼 세대는 패키지 단체 여행보다는 본인만의 독특한 경험을 추구하는 자유여행을 선호한다. 패키지여행의 여행사나 가이드가 여행자가 원하는 맞춤 코스를 제공하기보다는 저가로 맞추기 위해 불필요한 코스를 불가피하게 삽입하기 때문에 밀레니얼 세대는 패키지 여행을 꺼린다. 자유여행객은 여행계획을 세울 때 여행사의 코멘트보다는 다른 사람들의 여행 후기를 가이드 삼는다.

공급자나 플랫폼이 아무리 많은 상품과 코스가 좋다고 내보여도, 실제 경험한 여행 후기를 더 신뢰한다. 지금도 전 세계 소셜미디어상에 여행그룹이나 카페에는 아무런 대가 없이도 진솔한 여행 경험이 올라온다. 때론 자기 과시용 후기가, 때론 서비스가 엉망이었던 호스트를 피하라는 주의도 있다. 여행이라는 관심사가 동일한 집단이 모여 컨텐츠를 중심으로 상부상조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컨텐츠는 한 번 올리면 그 후에 수정이나 업데이트되는 경우가 거의 없다. 또한 다른 사람이 잘못된 후기를 남기더라도 굳이 수정을 요청하거나 제대로 알려줄 수고를 할 동기가 없다.

그렇다면 이러한 문제점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누구도 성공을 장담할 수는 없지만, 필자가 소속된 여행서비스 전문 기업 '지냄'이 주축이 되어 추진 중인 '디스커버엑스(DISCOVER X)'는 블록체인과 토큰 이코노미를 활용해 골리앗과 같은 OTA 중심의 독점 시장구조를 바꾸고자 한다.

디스커버엑스는 블록체인 기술을 도입하여 OTA가 요구하는 과도한 수수료를 스마트 컨트랙트를 통해 중개 비용을 절감하고, 다단계의 공급과정에서의 비효율성을 줄일 수 있다. 또 계약이 성사되면 자동 집행되는 특성상 지급보장에 대한 위험을 줄일 수 있다. 스마트 컨트랙트는 DB 연동을 위해 들어가는 데이터 연동 비용을 효과적으로 줄일 수 있어, 공급자와 소비자 모두에게 비용을 줄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또 기존의 중앙집권화된 플랫폼에서 직접 컨텐츠 제작, 운영, 검수하던 것을 여행 커뮤니티 참여자들에게 정당한 보상을 통해 참여 의지와 컨텐츠 품질을 높일 수 있다.

지냄은 다년간 숙박업체 예약 중개를 하며 경험한 사업역량을 통해 공급 부문의 문제와 해결 방법을 알고 있다. 또한 100만 명의 사용자가 꾸준히 사용하는 여행 리뷰서비스 '볼로(Volo)'를 통해 새롭고 공정한 여행 컨텐츠 플랫폼에 여행객들의 자발적 참여를 불러올 수 있다.

여행 소비자의 인식 전환은 쉽진 않기 때문에 이러한 혁신에도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다. 그러나 독점 플랫폼에 문제를 제기 했던 많은 블록체인 프로젝트들이 불러온 새로운 변화는 이미 시작됐다. 작년 말 에어비앤비는 경쟁력 있는 호스트 2,000명에게 스톡옵션을 부여하는 것이 가능한지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문의한 바 있다. 이미 생태계에서는 독점기업이 초과수익을 가져가는 것에 대해 해법을 찾고 있으며, 디스커버엑스가 그러한 변화에 일부 역할을 담당하는 것만으로도 즐거운 여행이 되리라 확신한다.


김재필

필자는 고려대학교에서 한문학과 행정학을 전공했다. 조선일보에서 사업담당을 거친 후 모바일 실시간 소셜커머스 로티플 창립멤버로 합류했다. 로티플이 카카오에 인수합병된 뒤 카카오 광고사업팀장과 카카오페이 청구서사업을 담당하며 모바일마케팅과 핀테크 전문가로 활동했다. 그 뒤 O2O 전문 컴퍼니빌더인 오즈원 공동창업자로 6개 기업에 투자와 개발 협업을 진행한 바 있다. 현재는 지냄의 최고전략책임자로 글로벌 여행리뷰 서비스인 볼로(Volo)에 블록체인을 적용해 컨텐츠 기반 여행플랫폼 개발을 주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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