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와서 가장 불편한 것 중의 하나는 2012년을 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열쇠라는 것을 가지고 다녀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에선 벌써 10년쯤 전부터 도어락 없는 곳이 없었던 것 같은데, 미국에선 사무실이든 아파트든 간에 아직도 노란색 금속 열쇠가 없으면 안되는 곳이 많다. 2012년의 모습이라고 영 믿어지지 않을 정도.
아마 기술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스마트폰을 이용한 스마트 도어락 시스템, 이런것을 도대체 언제부터 들었었던가. 이제 기술적인 측면에서는 거의 완성도를 신뢰해도 되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아직도 일반 미국 가정에서 누구나 한국처럼 번호 방식의 도어락을 쓰지 않는 이유는 아마도 사람들의 습관이나 문화적 차이가 존재해서일 것이다.
스타트업을 한국에서 먼저 해서 해외에 진출하는 것이 맞냐, 아니면 처음부터 실리콘밸리로 무작정 건너와서 시작하는게 맞냐는 질문을 정말 많이 받는다. 아마 정답은 없을 거고 회사마다, 사람마다, 업종마다 다 다를 것이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서비스를 기반으로 하는 아이템은 아예 미국서 시작하거나 해외진출을 반드시 염두에 두는게 맞고, 기술 기반의 회사라면 상대적으로 그런게 덜하다는 이야기를 종종 했던것 같다.
서비스의 경우 한국에서 성공하면 할수록 한국 유저들의 요구사항들이 많이 반영되어 있어서 해외 진출을 위한 로컬라이제이션이 점점 어려워지는 패러독스를 안고 있지만, 기술 기반의 경우 - 이를테면 비디오 전송시 퀄리티 손실없이 파일 크기만 1/2로 줄여주는 기술이 만일 개발되었다고 하면, 그건 문화 차이라는 요소가 별로 없는거고 따라서 대부분의 팀이 한국에 있고 미국에 한두명만 있어도 된다고 본다.
도어락의 경우는 흥미롭게도 기술과 문화 두 가지가 모두 결합된 비즈니스의 한가지 예인듯 싶다. 기술 자체도 오류에 대한 수용도 (fault tolerance) 가 매우 낮고 -- 자기집 문 밖에서 뭔가 문제가 생겨서 못 들어가고 있다고 생각해 보라 -- 따라서 매우 기술 기반의 아이템이라고 정의할 수도 있지만, 반면 기술을 극복했다고 해서 문화적으로 아무런 장벽없이 무조건 수용될 수 있는 것 또한 아닌듯 싶다. 따라서 기술의 장벽도, 문화의 장벽도 둘다 넘어야 하는 비즈니스의 예라고 할수 있다.
하지만 언젠가 누군가는 미국의 이 수많은 문들을 스마트폰과 네트워크에 기반한 전자식 도어락으로 바꿀 것이다. 그리고 그 업체는 도어락이라는 분야에 있어서 기술뿐 아니라 문화의 장벽 역시 넘은 업체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