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은 고객이 빨리 들어오게 무료로 주차를 대신 해주고, 고객을 다른 층 매장으로 빨리 넘겨주려고 에스컬레이터라고 부르는 컨베이어 벨트를 설치한다. 그런데 온라인 서점은 뭐하나? 홈페이지 접속 기다리다 힘 빠져서 책 안 산다. 책 한 권 장바구니에 넣었는데 무료배송하려고 같이 살 다른 책이 없나 둘러보는데 뭐 보이는 게 없네. "여기요, 추천해주시면 안 될까요?"
(영세) 출판사 대표로 온라인 서점에 촉구한다. 우리 책 독자 물어내 !
I. 웹 속도가 느리다
홈페이지에 접속하면 온라인 서점 로고가 뜨는데 3초 이상 걸리는 서점이 대부분이다. 저, 브라우저 캐시를 이용하면 빠르다던데. 했다고요? 그런데 왜 접속할 때마다 서버에다 이미지 파일 변경 여부를 물어보죠? Google PageSpeed Insights로 국내 온라인 서점 성적표를 뽑아보자. 성적순이다. 자기 인터넷 회선 속도와는 무관하다.
PageSpeed가 지적한 항목을 살펴보자
- 브라우저 캐시를 제대로 안 썼네.
- 작은 이미지가 다수 있으면 하나로 합쳐서 CSS 스프라이트로 쪼개 써라.
- 텍스트도 압축하자.
- 그래픽 파일 최적화하자. 구글이 해보니 더 큰 압축률이 가능하네?
- 큰 이미지를 받아다가 작게 만들 거면 애초에 작은 이미지로 만들어서 보내면 교통량도 줄고 좋잖아?
미국은 어떨까?
웹이 빨라야 같은 시간에 더 많이 판다. 출판사는 온라인 서점과 공생한다. 같이 잘살자.
II. 독자의 동선에 충동 물품을 맞춤 진열하라
백화점에서는 고객의 동선을 미리 시뮬레이션해서 매장을 배치하고, 살 생각도 없는 상품을 동선 측면에 진열하고 '지름신' 찬송가를 배경음악으로 깔아준다. 웹에서도 구글 애널리틱스를 설치하면 고객의 동선이 보인다. 어느 외부 페이지에서 고객이 왔고, 어떤 책을 샀고, 사이트에 얼마나 머물렀는지, 맨 마지막까지 체류한 페이지는 무엇인지가 다 나온다. 그러나 어떤 온라인 서점도 이런 데이터를 출판사와 공유하지 않는다.
2009년, 미국에서 자가 출판을 하는 아론 셔파드는 자기 책이 안 팔리길래 '도대체 몇 명이 기웃거리기나 한 거야?'라는 호기심으로 아마존 URL 시스템의 허점을 이용해서 '내 책 상세 페이지 방문자의 진실'을 캐냈다.
- 진실#1 방문자의 20%만 외부 링크를 타고 왔다.
외부 홈페이지에서 아무리 홍보를 하고 바이럴 마케팅을 해도 고객의 80%는 아마존 페이지를 통해서 자기 책을 발견했다. - 진실#2 (아마존 내부 링크를 타고 온) 방문자의 10%는 독자 커뮤니티에서 왔다.
즉, '내 서재', '내 리스트'는 생각보다 힘이 약하다. - 진실#3 (아마존 내부 링크를 타고 온) 방문자의 55%는 맞춤 추천 기능에서 왔다.
"이걸 사면 요것도 사더라"에서 16%, "이건 요거하고 같이 사더라"에서 5%, "이걸 눈팅하다가 마침내 요걸 사더라"에서 3%가 왔다. - 진실#4 (아마존 내부 링크를 타고 온) 방문자의 31%가 (내부) 책 검색에서 왔다.
온라인 서점은 이벤트에 정신 팔지 말고, 맞춤 추천과 검색 기능에 투자를 해주셔야 한다. 그래야 출판사도 월급 준다.
@eh_dirty 요구맹
참고
1. Aaron Shepard, www.newselfpublishing.com/AmazonCounting.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