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시계 제품을 내놓는다는 소문에 필자는 몇가지 글을 게제하긴 했었습니다. 딱히 소문보다는 꽤 오래부터 애플이 시계 제품에 연구하고 있다를 시작으로 지금의 소문까지 오게 된 것일텐데, 아무래도 애플의 혁신성 저하가 거론되는 시점이기에 소문만 무성한 시계 제품이 애플의 혁신성을 살려줄 수 있을까 하는 논란이 매우 흔한 거리가 되었습니다. 예를 들어 어떤 기능이 들어가야 혁신이라느니 같은 것들 말입니다.
" 애플 워치의 혁신은 기술 집약이 아니다 "
분명 현재 소문상으로 드러난 애플의 시계 제품은 기존 스마트 워치들과 다른 위치를 점합니다. 스마트워치 시장에 강자로써 패러다임을 바꿀만한 제품이 될 것이라는 것은 틀림없어 보입니다. 물론 소문대로만 나와준다면요. 하지만 이것이 혁신성을 논할만한 것인가에 대해서는 필자는 '그렇지 않다'고 고개를 저을 것입니다. 단순히 어떤 기능이 더 들어가고 성능이 어떻고의 문제에서 혁신성을 찾는 것은 매우 긱(Geek)적인 논리이기 때문입니다.
기술 집약
기술 집약이 혁신성을 대표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마치 모든 대중들이 기술을 곧게 받아들이고 그대로 사용하며 녹아들게 한다는 것으로 직결됩니다. 하지만 그런가요? 그렇지 않습니다. 당장 새롭고 좋다는 기술을 따라가는 것은 긱들 뿐입니다.
어째서 아이폰에 혁신성을 논하나요? 긱들만이 좋다고 얘기하던 PDA폰과 스마트폰을 대중 시장에 이끌었기 때문입니다. 물론 긱들은 아이폰이 실패할 것이라고 얘기했지만요. '컴퓨터나 만들던 회사가 MP3로 돈 좀 벌더니 뭐? 휴대폰?'하면서 콧방귀나 꼈죠. 아이패드는요? 기존 산업 현장에서나 쓰이던 태블릿을 실제 PC시장을 잠식할 수 있는 제품으로 이끌었기 때문입니다. 물론 긱들은 아이패드를 곱게 보지 않았어요. '아이폰 4개를 붙여놓고는 혁신? 웃기고 있네'라며 콧방귀나 꼈죠.
하지만 이들은 애플의 혁신성을 대표합니다. 그뿐일까요? 애플이 혁신성을 지녔다고 한 제품은 단순히 우수한 제품이었기 때문이 아니라 기존의 구조를 완전히 뒤바꿨기 때문입니다. 피쳐폰을 스마트폰으로, 넷북을 태블릿으로 말이죠. 발명을 했다는게 아니라 대중들이 쥘 수 있도록 해준 것입니다. 기술에 대한 거리감을 느끼지 않도록 하면서 말입니다. 그런데 갑자기 시계 타입에 기술을 집약해서 긱들이 원하는 제품이 등장하면 또 다시 혁신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애플이 시계를 만든다는 소문에 먼저 봉착하게 될 기술적인 얘기만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아이패드를 봅시다. 프로토타입부터 실 제품이 나오기 까지 근 10년이 걸렸습니다. 가장 문제가 된건 배터리였고, 두께와 무게도 문제점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컨텐츠를 어떻게 제공할 것인가와 편하게 사용하기 위한 인터페이스의 고민까지 10년간 쭉 이어져왔습니다. 하지만 그런 고민 속에 나온 것은 그냥 커다란 아이폰이었어요. 그게 전부입니다. 그리고 그것이 애플의 혁신성을 대표하는 제품으로 자리 잡았죠.
시계 제품에 대한 것도 똑같습니다. 배터리, 크기, 컨텐츠, 인터페이스 등만 계속해서 논란거리가 됩니다. 하지만 정작 아이패드가 이뤄냈던 것은 이런 기술적 부분에서 보다는 기존 구조를 뒤엎은데 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우수한 기술이 집약되어야 하는 것은 당연한겁니다. 당연히 기술적으로 좋은 제품이 될 수 있어야죠. 그러나 그것이 혁신성을 나타내는 것으로 단정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혁신성
애플이 시계 제품을 통해 혁신성을 얻기 위해선 기존 시계 시장이 어떤지부터 파악할 수 있어야 합니다. 애플이 스마트워치를 이끌고 나갈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시계 제품을 통한 혁신을 위해선 기존 시계 시장을 뒤엎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겁니다.
현재의 사람들이 왜 시계를 구입하는가에 대한 질문의 답은 대부분 '패션'때문일 겁니다. 딱히 이 이상의 이유를 찾기란 레져용이나 군인들에게서나 가능하겠죠. 그런 이들조차 기능보단 디자인 요소에 의해 시계를 구입하곤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시계의 디자인은 매우 중요하고, 딱히 시간의 정확도에 대해서 크게 신경쓰는 대중은 흔치 않습니다. 그리고 크로노 그래프니 그리니치 표준시니 어떤 부가적인게 붙어있더라도 그 조차 기능적 일부가 아닌 디자인의 일부로써 판단하는게 대중이라는 겁니다. 이런 심미적 부분을 넘어 스와치의 째각째각 소리에 기어들이 움직이는 모습을 상상하면서 만족을 느끼기도 하는 것이 바로 시계 시장입니다. 사람들은 고급스러운 시계를 원하고 거기에서 기능적인 안정감보다는 심미적 안정감을 얻길 원합니다.
그런데 신규 디지털 기술을 집약하여 짠하고 등장하면 이 기존의 시계 시장을 뒤엎고 혁신을 이끌어 낼 수 있다? 매우 심한 비약이며,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기어의 째각거리는 소리보다 손목시계에서 흘러나올 시리 목소리에 흥분할 긱들 뿐입니다.
스마트 워치를 모든 사람들이 착용하고 다니기에는 무리가 있겠지만, 혁신성을 논하기 위해선 애플은 기존의 시계 시장을 잠식해야 하며 패션적인 요소, 그러니까 스마트 워치도 고급스러운 시계로써 무리가 없다는 점을 자신들의 제품에 가미하고 대중 시장에서 활발히 사용 될 수 있도록 이끌어 냈을 때나 가능할 것입니다.
애플 워치
그런 혁신성을 불가능이라고 얘기하고자 하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이런 혁신을 이끌 수 있는 몇 안되는 회사 중 하나가 애플이고, 가장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들은 매번 자신들의 제품을 패션으로 지칭했으며 패션 아이템으로 손꼽히곤 했으니까요. 단지 문제가 있다면 기존 상대하던 수십년 안의 카테고리가 아닌 수백년 전부터 이어져 온 시계시장을 바꿔놓아야 한다는 것이겠죠. 필자는 그것이 가능 할 완벽한 방법을 알지 못합니다. 지금의 시계 시장은 너무나 크고, 시계의 종류는 스마트폰보다도 많으며, 가격은 몇천원부터 몇억까지 넘나드는 거대 시장이니까요.
기술이 집약되어 좋은 제품, 그러니까 기존 스마트 워치처럼 느리지도 않고 배터리도 오래가고 확장성 있는 기능도 들어가야 합니다. 이것은 기술 회사로써 기본적인 것입니다. 물론 이런 기술이 집약되었을 때 기존 시계 시장에 맞설 수 있는 디지털 시계가 등장할 수 있음도 인정합니다.
허나 애플이 궁극적으로 이끌어야 할 것은 몇가지 시계를 두고 오늘을 어떤걸 손목에 둘러볼까 고민하는 것처럼 다양하고 기능적인 그리고 고급스러운 스마트 워치가 시장에 쏟아질 수 있도록 하는 단초가 되는 것이고, 이런 단초의 역할로써 대중들이 스마트 워치를 누구나 선택하고 쉽게 찾을 수 있도록, 기존 시계들을 대체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매우 어려운 일이지만, 혁신이란 기술만을 집약해 내놓는다고 이뤄지는 것이 아닌 원래부터 어려운 것임을 우리는 이미 알고 있습니다.
단지 소문에 의해 몇몇 기능들이 제대로 구동된다는 가정하에 혁신성을 논하기란 아직 이릅니다. 그리고 때에 따라 이 시계 제품은 빠른 시일 내에 등장하지 않을 수도 있고, 등장하더라도 긱들만이 열광하는 제품이 될 수도 있습니다. 애플이 정말 혁신을 이끌고 싶어한다면 이런 부분들을 간과하진 않을 것이며, 그랬을 때 애플의 혁신성이 건재하다고 증명할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