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쉬튼 커쳐, 내가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이유와 방법
2018년 06월 11일

*이 글은 배우 겸 투자자로 활동 중인 애쉬튼 커쳐(Ashton Kutcher)가 아트리움(Atrium)에 발간한 글을 번역한 것입니다.

Ashton Kutcher, Photo by Brian Ach/Getty Images for TechCrunch

많은 이들이 내게 스타트업에 투자할 때 무엇을 보는지 물어본다. 성장 단계? 수익률? 분야?

이에 답을 하자면 나는 특정 단계에 있는 스타트업에 투자하기보다 어려운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에게 투자한다. 더 나은 내일을 만들기 위해 훌륭한 창업가들을 찾아 도움을 준다는 이 단순한 목표가 내 투자 전략의 핵심이다.

나의 스타트업 투자 공식

많은 벤처투자자들이 투자할 때 수익률을 우선시하는 경향이 있다. 여러 상황을 가정해서 복잡한 통계 모델을 돌린 후 회사 가치가 얼마나 될 것인지를 예측하고 수익률을 계산해 투자 결정을 내린다. 나는 수익성에 큰 주안점을 두는 통계 모델에만 의존하지 않는다. 대신 우수한 창업가를 발굴하고 투자하는 데 집중한다. 

나는 똑똑한 사람들과 함께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일하는 것을 좋아한다. 수익은 이에 대한 결과물로 따라오는 것이다.

내가 투자를 할 때 주안점을 두는 기준은 두 가지가 있다. 첫째는 수익, 두 번째는 행복.

내가 투자 할 때 주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LP들을 대신한다는 것이다. 지금 투자를 하면 5년, 8년, 10년 후에 6-10배에 이르는 수익을 낼 가능성이 있는가? 만약 이에 대한 대답이 ‘아니오’라면, 이는 나를 비롯해 투자자들의 돈과 시간에 상응하지 못하는 투자임을 의미한다. 하지만 이것이 유일한 요인은 아니다. 이 회사를 위해서 우리가 하는 일이 우리를 행복하게 하거나, 우리 LP들을 위해 수익을 돌려줄 자신도 있다면 이는 투자할 만 하다. 

이해하기 어렵겠지만 이렇게 투자를 진행했던 사운드벤처스(Sound Ventures)의 첫 번째 펀드는 8~9배의 수익을 보여주고 있다. 물론 투자한 돈을 모두 날린 경험도 있지만 대게는 그 반대의 경험을 한다. 

100배 이상의 수익을 내는 기업은 많지 않을지 몰라도, 5~6배의 수익을 내면서 중요한 문제들을 해결하는 기업은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투자로부터 얻는 결과물을 온전하게 계산하기 위해서는 금전적인 수익뿐만 아니라 투자하는 스타트업의 여정에 동행함으로써 얻는 행복을 모두 고려해야 한다.

내가 알지 못했던

숫자 지표를 바탕으로 스스로 만든 기준에 갇혀 정말 좋은 회사를 알아보지 못하기는 정말 쉽다. 

투자할 당시에 미래에 수익을 가져다줄 프로덕트를 예측하기란 쉽지 않다. 수익성 측면에서 가망성이 높지 않다고 평가받던 제품이 결국엔 가장 많은 수익을 가져다주는 경우를 종종 본다. 

소비자들에게 가져다줄 수 있는 가치는 정말 크지만, 수익 모델이 분명하지 않은 스타트업들이 많다. 숫자 지표에 기반해 결정을 내리는 투자자들은 이런 회사들을 기피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이런 투자자들만 있었다면, 지금의 페이스북은 절대로 탄생할 수 없었을 것이다.

8년 전, 당시 내 멘토는 10개의 회사를 화이트보드에 적으며 내게 가장 가치가 있을 것으로 생각하는 회사를 1위부터 10위까지 나열해보라고 한 적이 있다. 그리고 수익이 가장 많을 것으로 생각하는 회사를 순서대로 적어보라고 했다. 

결과는 놀랍게도 가장 수익을 적게 내는 회사가 가장 가치가 높은 회사였고, 반대로 가장 수익을 많이 내는 회사는 가장 가치가 낮은 회사였다. 

내가 창업자에게 기대하는 것들 

내가 스타트업에 투자할 땐 그 회사의 창업자와 5년에서 10년을 함께 일할 수 있을지 그 가능성을 생각해본다. 성공을 위한 마법의 공식은 없지만, 내가 창업자에게 기대하는 네 가지 중요한 요소들이 있다.

1. 분야에 대한 전문성

성공적인 창업자들은 그들의 전문 분야에 대해서 특별한 통찰력을 가지고 있다. 무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스타트업을 하고 있든지 간에 그 분야에 대한 절대적인 전문성이 있다고 믿게 해주는 무언가를 발견할 수 있는데, 크게 아래 세 가지로 요약된다. 

a) 소비자 행동에 대한 깊은 이해
b) 역사적 통찰력
c) 데이터

2. 근성

창업가들에게는 정말 어려운 시간을 헤쳐나갈 수 있게 해주는 인내심이 필수다. 투자자로 활동하면서 모든 일이 계획했던 대로, 생각했던 대로 잘 풀린 경우를 단 한 번도 보지 못했다.

일이 생각했던 대로 잘 풀리지 않을 때, 창업가는 이를 극복할 능력, 의지, 그리고 인내심을 가지고 있는가? 이를 판단하기는 쉽지 않은데 나는 보통 창업가들과 미팅을 할 때 받는 느낌에 의존해 판단한다.

3. 목적

어떤 프로덕트를 개발하고 있든 간에 그것이 창업가의 더 큰 목적을 실현하기 위한 것인가? 이 질문이 중요한 이유는 창업가가 개발하는 프로덕트는 그가 누구인지, 어떤 상황에 처해 있는지, 어떤 신념을 가졌는지를 반영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창업가의 신념체계는 어떤 문제에 휘말리거나 난제를 만나더라도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4. 카리스마

성공적인 창업가들은 카리스마를 가지고 있다. 나는 진정한 카리스마를 가진 창업가를 만날 때면 내 직업을 그만두고 그들과 함께 일하고 싶다고 느낄 때가 있다. 내게 이런 느낌을 주지 못하는 창업가라면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일 가능성이 높다. 

창업가들은 그들 자신뿐만 아니라 회사와 비전을 어필해야 한다. 만약 내게 어필할 수 있을 정도의 카리스마가 없다면, 다른 사람에게 어필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어렵다.

내가 경계하는 창업가

창업가와 관련하여 내게 투자를 망설이게 하는 여러 요소가 있는데 대표적인 세 가지를 소개한다. 

1. 의심스러운 원칙

나는 원칙을 매우 중요하게 여기고 항상 이에 맞는 행동을 하려고 노력한다. 성 평등, 인종 평등을 비롯해 선한 사람들과 일을 하자는 원칙이 있는데, 이런 내 원칙들을 공유하는 창업가들과 일하고 싶고 그런 회사들에 투자하고자 한다.

투자자로서 각종 숫자와 통계 모델, 예상치에 주의가 팔리기 쉽다. 이것들이 중요하지 않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하지만 사업은 결국 사람이 하는 것이다. 나는 다른 사람을 존중하며 선하고 도덕적인 사람들과 일하고 싶다. 

2. 분야에 대한 전문성 부족

창업가가 자기 분야에 대한 숫자를 모르는 것은 치명적인 적신호다. 

창업가가 일하고 있는 세부 분야로 들어가면 내가 전에 보지 못했던 새롭고 혁신적인 아이디들을 많이 볼 수 있다. 이렇게 새로움에서 나오는 흥분에 사로잡히기 쉬운데, 그 분야에 대한 자본 환경을 이해하는 것은 여전히 중요하다.

창업가가 자기 분야의 자본 환경이나 기회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면 그 사람이 전문성이 있는 사람인지는 빠르게 분명해진다. 그리고 전문성과 통찰력이 없는 창업가라면 특별한 프로덕트를 세상에 내놓을 가능성은 높지 않다. 

3. 타인의 시간에 대한 존중 부족

바쁜 창업가들이 흔히 잊어버리는 것 중 하나는 다른 사람들에 대한 인간적인 이해이다. 똑똑한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과 연결할 적당한 때와 방법을 안다. 나는 모르는 사람한테 온 이메일 중에서도 잘 구성되어 있고 깊은 생각과 나에 대한 존중이 담겨 있는 이메일에 답장한 적도 있다.  

당신의 시간을 존중하지 않는 창업가라면, 다른 사람의 시간도 존중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이는 회사 전체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스타트업의 성장을 위해 투자자로서 역할

나는 투자자의 역할이 단지 자금을 불어넣어 주는 것 이상이라고 믿는다. 투자한다는 것은 투자하는 회사에 전문성, 정보, 연결점을 더해주는 것이다.

스타트업을 성장시키는 것은 아래와 같이 요약할 수 있다.

  1. 초기 단계 입증하기

a) 아이디어 갖기
b) 최소기능제품(Minimal Viable Product, MVP) 만들기
c) 최소기능제품을 내놓고 고객에게 전달하기

  1. 피드백 루프 만들기

a) 고객들의 프로덕트 평가 확인하기
b) 프로덕트를 개선하는 데 고객들의 피드백을 반영할 수 있도록 고객과의 피드백 루프를 만들기

  1. 회사 세우기

a) 회사 내 빈 자리를 채우기 위해 고용하기
b) 프로덕트 마켓 핏(Product market fit) 찾기
c) 타겟 고객층을 공략하기 위해 제품을 홍보하기
d) 팀 구성하기

  1. 더 많은 투자를 유치하기

Ashton Kutcher, Photo by Joe Corrigan/Getty Images for AOL

지난 12년 동안 투자자로 활동하면서, 나는 이 모든 단계에 있는 스타트업들을 봐왔다. 모든 단계는 다 다른 특징을 가지고 있으며 단계마다 다른 도전 과제들이 있다.

창업가라면 이 과제들을 해결해 나가기 위해 이전에 이를 겪어보고, 이해하고 있으며, 무엇인지를 알고 또 극복하는 방법을 아는 사람들로 자신을 둘러싸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 투자자가 바로 이 역할을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신생기업에서 몸집을 키울 수 있는 회사까지 키우는 일은 쉽지 않다. 많은 창업가가 초창기에 다양성과 전문성을 더해줄 수 있는 사람들을 고용하는 대신 본인들과 비슷한 사람들을 고용하는 실수를 한다.

초창기 멤버들이 어느 정도 윤곽이 잡힌 이후에는, 마이크로매니징에서부터 매크로미니징으로 전환해야 한다. 그리고 회사 규모를 키울 수 있도록 각종 부서를 만들어야 한다.

여러 회사에 투자하며 경험을 쌓은 투자자들은 이런 중요 단계들에 내재된 함정들을 알고 있기 때문에 이를 피하도록 도울 수 있다. 많은 초창기 회사들이 이런 장애물에 걸려 넘어지곤 한다.  

스타트업이 성장 단계에 있어도 투자유치는 여전히 중요하다. 추가 투자를 유치해야만 하는 순간들이 있을 것이고, 회사의 미래가 이에 달린 순간들이 있다. 

여기까지 살아남은 스타트업들은 인수되거나 기업 공개를 하게 된다. 엑시트 과정에 여러 도전 과제들이 있으며 창업가가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 단계에 이르는 경우가 많다.

모든 회사는 다 다르다.

만약 두세 명으로 이루어진 작은 스타트업이라면 10명의 투자자를 목표로 투자 유치를 계획해 볼 수 있다. 투자자를 찾을 때는 가급적 다른 종류의 회사와 개인에 투자해본 다양한 투자자를 찾아 나서는 것을 추천한다.

많은 창업가가 오로지 규모가 큰 투자 회사로부터 투자를 받으려 한다. 하지만 창업가들에게 정말 필요한 투자자는 출신을 불문하고 그들의 니즈와 도전과제를 알고 이를 헤쳐나가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다.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은 목적과 원칙  

나도 물론 투자를 할 때는 총유효시장(Total addressable marketTAM), 내부수익률(Internal Rate of Return, IRR), 순현재가치(Net Present Value, NPV) 등을 계산하는 엄격한 과정을 거친다. 하지만 다른 투자자들에 비교해 사회에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여부와 개인의 역량에 더 가치를 두는 편이다.

장기적으로 보았을 때 미래에는 투자 분배에 있어 더 정형화된 틀을 따를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 당장은 내가 풀고 싶은 문제들을 풀려고 노력하는 좋은 사람들과 함께 일하고 싶다.

어려운 문제를 풀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선한 사람들을 찾아라. 그렇다면 금전적인 문제는 보통 자연스럽게 해결된다.

 

출처: Atrium 

 

 

신계영은 정부 정책과 기업가 정신 (entrepreneurship) 간의 관계에 관심이 많으며, 이 중 특히 공유경제 스타트업의 확산과 이에 따른 규제의 발달을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다. 미국의 스타트업 동향을 한국에 알리고자 비석세스에서 글을 쓰고 있다. 현재 캘리포니아 실리콘 밸리에 거주하고 있다. kyeyoung.shin@besucces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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