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 밸리와 한국 벤처의 차이는 오직 역량뿐이다” 노정석 대표를 만나다. Part 2
“돈은 자기 그릇만큼 쌓인다” 철학을 가진 CEO, 노정석 대표를 만나다. Part 1 에 이어지는 인터뷰입니다.
- 처음부터 실행력이 강한 편은 아니었다
노정석 대표는 주위에 실행력이 굉장히 강한 편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그는 처음부터 실행력이 굉장히 강한 편은 아니었다고 말한다.
“ 실행력은 어디서 길러진다기보다는, 제대로 해야겠다는 마음을 먹으면 의지를 가지게 되는 거라고 생각해요. 저도 20대 초반에는 고객과의 미팅이 있는데도 시간을 잊어버리거나 하다가 20대 중반 이후에야 정신을 차렸어요. 처음부터 실행력이 강한 사람은 아니었고, 훈련을 통해서 길러지는 거죠. 지금도 매일매일 ‘해야 돼!’ 하는 생각으로 하고 있어요."
- CEO와 실무자와의 공감의 유일한 해답. ‘오버 커뮤니케이션’이다.
그렇게 실행력을 단련 해야 할 만큼 벤처 CEO에게는 한 포인트 한 포인트가 절박하다. 하지만 그 절박함이 사실 실무자들에게는 제대로 전달되지 않을 때가 더 많다. 그 때의 유일한 해답은 오버 커뮤니케이션이다. 끊임없이 서로의 구상에 대해 토론하고 이야기를 나눠야 한다.
“ 절박함이야 모든 회사에 다 있죠. 근데 이끌어가는 CEO 입장과 따라가는 구성원 입장은 좀 다를 수 있어요. 그런 때에는 투명하게 얘기해줘요. 시장상황,경쟁자,우리의 위치,터닝포인트..속에 있는 얘기들을 다 해줘요. 사실 그러면 대표가 약간 이랬다저랬다 한다고 평하는 사람도 있어요.하지만 저는 그건 제 생각이 끊임없이 변하고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기에 정당하다고 생각하고 또 그렇게 얘기하죠. 그런 과정이죠. 이런 커뮤니케이션에는 왕도가 없어요. "
그렇다면 힘들고 우울한 감정도 여과 없이 보여줘야 솔직한 CEO 아닐까. 그렇지 않다. CEO는 어떤 위기에서도 담대 해야 하고 찬찬히 해결해나가야 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 저도 예전에 위기가 닥치면 당황해 하고 힘들어하고 그랬었는데, 그 때 제 멘토가 그런 말을 하셨어요. ‘사장은 내일 오늘 회사가 망해도 아, 모르겠다. 내일 생각하고 일단 자자, 하는 여유가 있어야 한다’. 솔직하게 커뮤니케이션 하는 것과 위기에 대처하는 것과는 다르다고 생각해요 “
- 500만원으로 창업하며 맨 땅에 헤딩한다? 그건 투지가 아니다
청년 창업의 비율이 높아지는 요즈음, 창업을 시작할 때 자금은 사실 대부분의 벤처에 큰 이슈로 다가온다. 그는 쓸 수 있을 만큼 돈이 있어야 하며, 자금이 절반 남았을 시점에 그 다음 펀딩을 하거나 수익을 창출해내야 한다는 원칙으로 가지고 있다.
“ 저는 돈 없이 창업하는 거 반대에요. ‘500만원 1000만원 가지고 맨 땅에 헤딩합니다?’ 전 그거 투지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왜냐면 그만큼 사업모델이 현실적이지 않거나 진짜 그 만큼의 자금이 없거나 둘 중 하난 거거든요. 어떻게 하든 필요한 만큼 (자금을) 확보해서 자기와 자기 조직을 보호할 정도는 되어야 하는 거죠. 그리고 또 생각하는 건 어느 정도 상품을 개발하거나 실적을 올릴 때 까지는 재무적인 부분에 너무 민감할 필요가 없거든요. 저도 지금 창업 초창기의 회사들은 그렇게 막 자본 최적화 하는데 큰 신경 안 써요. 그렇기 때문에 창업하기 전 자금 확보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
- 어떤 형태의 창업을 하더라도 리더는 반드시 필요하다
창업에는 다양한 형태가 있다. 1인 기업도 있고, 2인 이상이 모여 공동 대표로 벤처를 만들기도 한다. 무엇이 옳다는 건 개인의 판단에 따라 다르지만, 결국은 가장 많이 책임지고 가장 많이 손해 보는 리더가 한 명 있어야 한다.
“ 비중이 비슷한 사람이 3명 이상이 있으면 그 형태가 가장 위험하죠. 공동창업을 하더라도 리더는 반드시 있어야 해요. 리더가 주된 비중을 가져야 하고 그만큼의 자본도 자기가 끌어와서 스스로 역할을 해야 하는 거죠. 나머지 사람들도 그걸 존중 해줘야 하구요. 회사 내부가 합의제로 굴러가는 순간 회사가 정말 힘들어져요.티켓몬스터 같은 경우에도 처음에 n/1로 나눠서 시작했는데 제가 1번째로 조언했던 게 ‘이러면 회사 조금만 잘되면 망해요, 신대표님이 추가적인 자금을 책임을 질만큼 가져오세요.그렇게 자금 보충하고 사람들 급여 제대로 챙기기 시작하세요. 그게 단 돈 얼마가 됐더라도’ 라고 말했어요. 그렇게 하지 않으면 회사가 조금만 잘되면 서로 밥그릇 싸움이 일어나요. 안 그런 사람도 있겠지만요. “
- 구글이 이길 수 있는 이유, 본질을 꿰뚫는 비즈니스 운영
그는 이전에 구글과의 협상 과정에서 왜 구글이 이길 수 밖에 없는지를 배웠다고 했다.
“ 제 회사 투자자분 중에 한 분이 본질주의자셨어요. 모든 업에는 본질이 있다는 거죠. 모든 업에는 가장 중심이 되는 핵심이 있는데. 그 핵심을 틀어 잡고 그거에 대한 우위를 확실히 유지하는 한 나머진 다 따라 온다는 거죠. 구글 같은 경우에는 검색에만 집중한 게 아니라 자기들을 컴퓨테이션(Computation) 비즈니스로 정확히 보고 있다는 게 본질을 파악하고 있다는 거에요. “
국내회사에서는 통상적으로 서비스 효율을 위해서 컴퓨팅 인프라를 줄이라는 식의 주문을 한다. 그러나 그는 구글에서 일할 때 에릭 슈미트가 언제나 매년 구글의 컴퓨테이션 인프라를 일정 비율 늘려나가며 성장시키기를 강조하는 모습을 보았다. 이 점이 국내 회사와 해외 회사의 완벽하게 다른 점이다.
“ 구글이 텍스트 검색으로만 가득 차게 운영되는 서비스였다면 음성검색 같은 건 안 나왔을거에요. 그런데 구글은 엔지니어들이 굉장히 많은 컴퓨테이션 인프라를 가지고 다양한 실험을 하고 큰 데이터를 엄청 쉽게 다루거든요 .저는 온라인이란 정보 처리 산업이고. 정보처리산업의 가장 핵심이 되는 건 organize the world’s information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모든 기반은 검색에 있다고 보거든요. 구글은 그 어마어마한 컴퓨테이션 인프라를 기반으로 나머지를 다 붙여나가니까 지금이야 애플에 밀리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지만 또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해요. “
- 앞으로는 오프라인의 정보들을 어떻게 모으느냐가 승부처다
그렇다면, Juspot의 본질은 무엇일까? 그가 Ablar Company를 창업하며 처음 세웠던 가정은 오프라인에서 모르는 이들끼리 연결하는 것에 다음 성장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었다. 그리고 또 하나의 가정이 있었다. 정보처리산업의 핵심은 organize the world’s information인데 지금 온라인에서의 정보는 거의 다 수집되어있다. 그럼 이후의 정보는, 그 새로운 성장은 어디서 올까라는 질문을 수없이 던졌다.그 후 다음 성장은 오프라인에 있는 정보에서 올 것이라는 생각을 굳히게 되었다.
“ 예를 들어 내가 왔다갔다하는 수많은 위치들,내가 어디 가서 물건을 산 가게의 정보, 이런 수많은 상황정보가 있잖아요.이런 상황 정보들이 오프라인에 있는데 이것들을 크롤링(crawling)하는 인프라가 아직 구축되어 있지 않고, 어떻게 구축하지? 가 제 질문 이었던 거죠. 물론 실행하는 수준에선 바보 같은 방법들로 보일 수 있어요. 어떻게 하면 고개들의 정보를 얻을까 고민하고 일단 무식하게 다 모으자는 식으로 할 수도 있으니까요.”
방법은 다양하다. 현재 Ablar Company는 그 방법을 찾아가는 과정에 있다.
“ 지금 하고 있는 방법들이 다 옳다라고 저희도 생각하진 않아요. 그러나 저희가 가고 있는 방향성은 옳다고 보고 있죠. 이 회사 안에 있는 거, 개발해내는 서비스들은 지금 보이는 모습 이상으로 다 바뀔 거에요. 바뀌는 것에 대한 부담은 없거든요. 이번이 아니면 다음, 아니면 그 다음으로 나가고 하는 거죠.”
- 실리콘 밸리와 한국 스타트업의 차이는 오직 역량뿐이다
실리콘 밸리의 스타트업과 한국의 스타트업, 얼핏 들었을 때에는 벤처 환경이나 아이템 등 큰 차이점이 있을 것 같지만 그는 그렇지 않다고 강조한다.
“ 뉴욕에 있건 실리콘 밸리에 있건 한국에 있건 한국 회사들의 문제는 역량의 차이밖에 없는 것 같아요. 한국에 있으면서도 영어로 서비스를 개발하거나 커뮤니케이션을 하면 글로벌 플레이어에요. 뉴욕에서 시작하는 거랑 다를 게 없죠. 근데 그걸 할 수 없는 첫 번째로는 영어가 안되거나, 두 번째로는 그걸 할 수 있는 최소한의 발판이 없거나 이런 문제죠. ”
한국적 관점에서는 국내에서 얼른 성공을 거두고 외국으로 나가느냐, 아니면 한국에서 런칭하며 동시에 외국에서 런칭 하느냐 여러 관점이 있을 수 있지만 그건 단순한 관점의 차이일 수 있다. 그렇기에 그는 ‘해외 진출’이라는 표현을 별로 선호하진 않는다.
“ 저희는 서비스를 내놓을 때 여러 가지 실험을 하면서 이게 되는지 안 되는 지 보는 거거든요. 저희 서비스를 미국에서 마케팅을 하면 돈이 많이 들지만 한국에서 하면 싸게 드니까 한국에서 해보고 이 서비스가 되는 건지 빨리 판단하는 거에요. 그런 식으로 하는 게 아니라, 우리가 한국회사니까 혹은 우리는 미국회사니까 라는 차이점은 약간 무의미 한 것 같아요. 그 회사들의 역량이 되고 안되고의 문제인 거죠. ”
또한 해외 서비스 여부는 조직 문화의 차이이기도 하다. 회사 안에 영업을 잘하는 사람이 많은 경우에 그 회사는 전세계를 돌아다니며 세일즈를 하기도 한다. 그러나 회사 차원에서 외국어 사용이 자유롭지 않은 경우에는 해외 진출 자체가 큰 이슈로 분리된다.
“ 다행스럽게 생각하는 건 요즘 젊은 분들이 영어를 굉장히 잘 하시더라 구요.사람들과 네트워킹 하고 특정 모임에 참여하고 하는 것들은 꼭 외국에 직접 가는 것 외에도 온라인에서 충분히 다 할 수 있거든요. 그런 것들을 하면 되죠. (비석세스의 경우에도) 그렇게 영어가 안 되시는 분들을 위해서 플랫폼이 되어주시는 거잖아요. 그러니까 모두들 영어공부를 시켜야 되요 (웃음) “
- Product Company로서의 한국은 우울하다
실제로 외국 기업 입장에서 보았을 때의 한국이 매력적인 이유는 사실 시장으로서의 가능성 측면이 크다. 지금까지 한국 벤처 기업들의 exit이 일어나는 시점을 보면 한국 시장을 사거나, 외국 자본이 동북아에 진출하고 싶을 때 일어났다는 점만 봐도 알 수 있다. 시장으로서의 가능성은 크기에 상거래 관련하여 현금 흐름을 취할 수 있는 비즈니스에는 관심도가 높다.
“ 상대적으로 제품을 기반으로 한 Product Company에는 관심이 별로 없어요. 그러다 보니 국내 회사들은 주로 한국에서만 영차 영차 해서 국내 1등을 하거나, 아니면 한국에서 성공한 비즈니스 모델을 똑같이 미국에서 시도해보거나 하는 거에요. 무언가 대단한 걸 보여주지 않는 이상, 한국 회사로만 포지셔닝 하면 프로덕트 컴퍼니로서의 한국은 우울한 것 같아요. 그래서 미국 쪽에서 사람들 만나보면 사실 순수한 기술을 이용한 회사나 프로덕트 컴퍼니엔 별로 관심이 없죠. 비슷한 게 다 있으니까요. 이건 제 생각이고 얼마든지 다른 관점도 있을 수 있죠.”
Ablar company도 슬슬 뉴욕 팀을 가동 중이다. 지난해부터 한국과 뉴욕을 오가며 시장을 파악하고 네트워킹을 쌓아 온 노정석 대표가 실질적으로 뉴욕에서 활동할 인력을 충원하고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기 시작한 것. 노정석 대표는 4월부터는 지난해 보다 더 부지런히 한국과 뉴욕에서 시장을 체험하고 열심히 뛰어 보며 판단을 해봐야겠다고 덧붙였다.
* 마지막, 해외투자 내용을 담은 후속 인터뷰 내용은 part 3 로 곧 발행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