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저가형은 만들지 말고, 프리미엄 제품만 만들어라'가 될 것입니다. '아니, 비싼 것도 팔고 저렴한 것도 팔아야 시장형성이 되는 것인데 당연한 것을 하지 말라는게 무슨 소리냐'라고 던질 수 있겠지만, 전제가 필요하다는 얘기입니다.
처음으로 돌아갑시다. 과연 스마트폰이 언제까지 살아남을 수 있을까요? 필자는 적어도 30년 이상은 스마트폰이 우리 생활에 관여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형태야 변할 수 있겠지만, '개인 모바일 디바이스'로써 지속적으로 사용 될 것이라는 말이죠. 개인 모바일 디바이스는 많은 발전을 해왔습니다. 랩탑이 있었고, PDA가 있었으며, PDA폰이 생겨났죠. 물론 MP3나 PMP 등도 마찬가지입니다. 허나 거의 최종적인 형태가 된 것이 바로 스마트폰입니다. 이들을 다 합쳐놓았고, 다 연결하고 있죠. 연결의 관점에서 본다면 스마트폰 시장은 유행이 아니라 한참을 군림할 커다란 시장입니다. 그렇다면 스마트폰 제조사들은 장기적인 시장을 바라볼 수 있어야 합니다. 그 전제가 바로 '프리미엄 브랜드'입니다.
간단히 자동차 시장을 생각해봅시다. 자동차의 역사는 240년 가까이 되었습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새로운 자동차, 새로운 디자인, 새로운 컨셉이 등장하면서 시장 경쟁을 하고 있습니다. 테슬라라는 신생 자동차 기업은 실리콘밸리를 거점으로 수년안에 전기차 분야에서 강자로 떠오르는 등 아직도 과도기적 변화를 겪고 있는 것이 자동차시장입니다. 이런 자동차시장에서 크게 성장한 기업이 있었으니 바로 현대입니다. 그런데 현대가 북미나 유럽시장에서 크게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는 공격적인 저가 마케팅에 있었습니다. 자동차 대국인 일본의 닛산, 도요타와 미국의 폭스바겐, 푸조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기 위해 자동차 역사도 불과 수십년 밖에 되지 않은 회사가 내놓은 것이 바로 '저가'였단 말이죠. 그리고 실제 먹혀들었습니다. 그럼에도 타격을 받지 않는 자동차 회사들이 있습니다. 테슬라와 같은 특수한 환경을 지니고 있거나 '프리미엄 브랜드'들입니다. 이들의 시장은 같은 자동차 시장이면서도 다른 영역에서 경쟁을 하고 있습니다. 좀 더 프리미엄이 붙은 자동차들을 생산하려하고 거기에 맞춘 고가, 고마진 정책으로 만족도와 함께 저가 시장에 영향을 받지 않는 구역을 형성했습니다. BMW가 오스틴 미니를 인수하면서 미니(MINI) 브랜드를 만들어 낸 것을 생각해봅시다. 소형차 안에서 따로 프리미엄 이미지를 구축하며 실제 수많은 소형차들과 경쟁을 하는 것이 아니라 독자적인 시장 형성과 몇몇 프리미엄 소형차들과만 경쟁하면서 단연 소형차1위로 군림하고 있습니다. 딱히 저가 정책을 펼치지 않았는데도 말이죠.
스마트폰의 역사는 불과 수년입니다. PDA폰을 포함하더라도 굉장히 짧죠. 하지만 변화의 속도는 자동차 시장보다 훨씬 빠릅니다. 여전히 과도기인 자동차 시장과 달리 벌써부터 스마트폰 시장이 과도기를 벗어났다는 얘기를 쉽게 들을 수 있게 되었고, 발전의 속도도 컴퓨터가 발전해 온 시기보다 몇배나 빠르게 당겨졌습니다. 그럼에도 어찌되었든 이 스마트폰은 장기적인 시장이 될 것입니다. 그렇다면 마침 공격적인 저가 마케팅을 펼치는 무리들이 나오기 마련입니다. 바로 중국입니다. 중국은 엄청난 내수시장을 겸비하고 저려한 제품들을 다양하게 많이 선보이고 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내수 시장의 수요를 전부 만족시키는데만 하더라도 엄청난 양의 제품들이 필요하기 때문에 몇가지만 가지고는 물량도 메우기 힘든 시장이기 때문입니다. 중국에서 스마트폰을 제작하는 회사만 수십개에 달하며, 이름이 알려진 회사들도 10여개에 달합니다. 엄청난 자본과 노동력을 바탕으로 순식간에 스마트폰의 강자가 된 것이죠. 이들의 저가 마케팅은 현대의 그것보다 더욱 공격적입니다. 얼마 전 출시한 ZTE의 누비아Z5는 플래그쉽 제품입니다. 대개 80~100만원 수준의 고가 제품이라는 인식이 강한 플래그쉽 라인이지만, 누비아Z5는 한화로 59만원 수준에 불과합니다. 국내에서 중저가로 내세우는 제품들과 비슷한 수준인 것이죠. 1920x1080 해상도, 스냅드래곤 S4 PRO APQ8064 쿼드코어, 2GB 메모리, 32GB, 1300만 화소 카메라, 2300mAh 배터리 등 최상위 스펙을 제공합니다. 적게 잡아도 20만원 선이라 차이나는데 사양에 큰 차이가 없다면 선택지는 불보듯 뻔합니다. 중국의 스마트폰은 단순히 낮은 사양에 낮은 가격이 아니라 높은 성능에 낮은 가격으로 자동차 시장과는 비교할 수 없을정도로 강력합니다. 안그래도 애플과 삼성에 모든 파이를 뺐긴 스마트폰 업체들이 이런 폭풍을 아무런 대책없이 맞게 된다면 그대로 끝이 날 것은 당연한 사안입니다. 그렇다면 이를 극복하기 위한 대책이 무엇인가? 바로 '프리미엄 브랜드'라는 것입니다.
구체적으로 가격만 올려서 프리미엄 이미지를 구축하라는 것이 아니라 성능, 기능, 디자인, 서비스 등 전반적인 부분에 있어서 프리미엄 이미지를 구축하고 독자적인 시장을 형성하여 저가 정책들과는 상관없이 브랜드를 유지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현대가 내놓는 프리미엄 제품보다 BMW가 내놓는 초저가 차량이 더 관심을 받듯이 그런 이미지를 빠르게 구축할 수 있어야 합니다. 역시 이런 브랜드 이미지를 제대로 구축하고 있는 회사가 바로 애플과 삼성인데, 애플의 경우 스마트폰 초기부터 아이폰이라는 거대 브랜드를 잘 만들어왔기 때문에 중국의 저가 정책에도 꺾이질 않을 힘을 충분히 비축해두고 있습니다. 삼성의 경우 갤럭시라는 브랜드를 지니고 있지만, 문제점이 저가 시장도 함께 공략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저가 시장을 함께 공략하게 된다면 결국 중국 스마트폰들과 맞붙게 될테고 선택지로써 저가 시장에서 발을 뺼 것인가, 아니면 자본력으로 저가 시장을 밀어 낼 것인가를 결정해야 합니다. 문제는 상대해야 할 중국 제조사들이 너무 많아 언제까지고 마진 없는 저가 시장을 공략하기가 쉽지 않고, 저가 시장에서 밀린 순간 프리미엄 브랜드에 전념하는 것은 마케팅적으로 남아있는 것을 붙든 도망자 이미지가 강해질 뿐입니다. 시장조사기관 가트너에 따르면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은 2016년, 3억2,700만대의 스마트폰을 수출할 것으로 보이며 이는 중국을 제외한 세계 시장점유율의 60.8% 달하는 어마어마한 수치입니다. 더불어 이 점유율의 진의가 바로 '저가'에 있다는 점을 상기해본다면 저가 시장을 공략하는 것이 얼마나 바보 같은 짓인지 쉽게 상상할 수 있습니다. 많은 스마트폰 업체들이 죽을 쓰고 있지만, 한가지 절대 저가 시장을 건들이진 말아야 합니다. 장기적인 스마트폰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새로운 아이디어, 새로운 디자인, 새로운 도전 등도 좋지만 독자적인 시장을 구축 할 수 있는 프리미엄 브랜드를 마련하는 것이 가장 현명한 방안입니다.
밀려오는 중국산 스마트폰, 물론 이런 저가 마케팅이 스마트폰에 국한 된 것은 아닙니다. PC는 이미 레노버가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며 잘보여주고 있고, 태블릿도 수많은 기업들이 너도나도 진출하고 있는 중국입니다. 마치 생필품과 식료품이 중국산으로 뒤덮힌 것처럼 IT제품들도 마찬가지 길을 걷고 있다는 것이죠. 그리고 프리미엄 브랜드를 통해 살아남고 있는 생필품과 식료품들을 IT제조사들도 되돌아볼 수 있어야 합니다. 거대한 변화의 물결에 마주한 스마트폰 시장에 누가 강력한 프리미엄 브랜드를 구축하여 살아남을 수 있게 될지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