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망하거나 경쟁자가 많이 존재하지 않는 시장을 '블루오션(Blue Ocean)'이라고 합니다. 무경쟁시장이라고 하죠. 최근 스마트 워치가 주목을 받으면서 새로운 블루오션으로 대두되고 있습니다. 많은 IT 업체들의 참여가 이어질 것이라는 예상 가운데 쉽게 접하지 못했던 카테고리 제품의 대거 출현으로 박빙이 될 것이라는 얘기인데, '스마트 워치가 블루오션이다?', 어째 좀 이상합니다.
스마트 워치는 블루오션인가?
스마트 워치가 새로 디지털 산업을 이끌 제품이라고 칩시다. 그렇다고 해서 시계를 양팔에 감고 다니는 사람은 없습니다. 한 사람에 하나씩이죠. 그렇다면 스마트 워치에 뛰어들 IT 업체들은 소비자가 가장 만족하고 선택할만한 스마트 워치를 만들어 내야 합니다. 매우 치열해질테죠. 하지만 이미 우리는 팔에 무언가를 감고 있으니 이자체도 치열합니다.
스마트폰
스마트폰은 블루오션이었을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처음 스마트폰이라는 개념이 등장했을 땐 사람들의 인식이 지금과 같진 않았습니다. 거슬러 올라가 PDA폰을 보더라도 비즈니스용의 일반인들이 사용하기엔 무리가 있는 제품이라 판단했었죠. 아이폰이 등장하면서 스마트폰에 대한 인식이 개선되기 시작했다곤 하지만, 여전히 스마트폰들이 경쟁하고 있던 것은 피쳐폰들이었습니다.
어느정도 탄력이 붙기 시작하면서 스마트폰이 확산되었고, 이것은 PC 회사들에게 있어 위기감으로 다가갑니다. 그러자 PDA나 제조하던 PC회사들이 스마트폰을 제조하는 것을 쉽게 볼 수 있게 되었고, 본격적으로 모바일 시장에 진출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레노버를 제외하면 대부분이 스마트폰에 처참히 짓밝혔으며 살아남은 것은 기존 휴대폰을 제조하던 회사들입니다. 애플도 있군요.
스마트폰을 만들었던 많은 회사들, RIM이나 팜 등은 완전히 밀려났습니다. 팜은 형체도 남지 않았죠. 노키아도 심비안을 내세우긴 했었지만, 결과적으로 스마트폰에 의해 밀려났습니다. 종합해보자면 피쳐폰은 스마트폰에 밀려났지만, 대부분 피쳐폰을 제조하던 회사들이 스마트폰을 제조하고 있으며, 애초 스마트폰을 제조하던 회사들이 역으로 밀려났습니다. 다양한 요소들이 존재하지만 꽤 복잡한 문제들로 인해 피쳐폰과 스마트폰의 경계에서 계속 줄다리기를 하다 스마트폰이 대세가 되게 된 것입니다.
이게 블루오션이다? 피쳐폰이라는 돌맹이가 있었고, 이것을 밀어내기 위해 경쟁했던 것이 스마트폰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가 지금의 스마트폰 시장이죠. 애초 블루오션이라 누구나 뛰어들면 간단할 무경쟁은 아니었다는 겁니다. 누구나 피쳐폰과 스마트폰, 두가지를 소지해야 했다면 얘기가 달라졌을테지만요.
스마트 워치
그럼 스마트 워치는 블루오션일까요? 간단합니다. 스마트 워치는 시장이 형성되는 과정에서 수많은 시계 브랜드들과 경쟁해야 합니다. PDA까지 넘어가, 스마트폰이 40년 된 이 시장과의 경쟁에서 당연히 이긴 것 같지만, 스마트 워치는 240년의 시계 시장과 겨뤄 이 시장을 뒤집어 엎어야 합니다. 디지털 시계가 유행하고 다양한 형태로 발전하고, 몇몇 스마트 워치가 등장했음에도 이 단단한 240년의 벽은 여전히 강력합니다.
당연히 스마트 워치를 블루오션이라 하고 싶다면 한 팔에는 기존 시계와 한 팔에는 스마트 워치를 착용하는게 당연했을 때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이 전통있는 시계 브랜드 그룹은 자체적인 그룹의 분화를 통해 고급 아날로그 브랜드와 전자식 시계 브랜드를 각각 가지고 있으며, 스마트 워치 브랜드로의 발돋움도 상상에 존재하는 것만은 아닙니다. 만약 당신이라면 시계 시장에 막 뛰어든 IT 업체들의 스마트 워치를 구입하시겠습니까? 아니면 100년이 넘어가는 브랜드 파워를 지닌 회사들이 제작한 스마트 워치를 구입하시겠습니까? 물론 IT 업체들이 디지털 기술에 있어 앞설 것이지만, 기존 시계 시장을 뒤짚을 수준이 아니라면 그 기술력을 시계 회사들이 확보하는 것은 시간문제일 뿐 어떤 자본이나 연구시설의 문제가 되진 못합니다. 이 시계 회사들이 몇백년의 시간을 전부 스마트 워치에 뺏기도록 가만히 있을만큼 멍청하지 않으니까요.
다시 얘기 해봅시다. 스마트 워치가 블루오션인가요? IT 업체들은 너도나도 스마트 워치를 외친다며 스마트폰과 같이 무작정 뛰어드는 실수를 반복해서는 안됩니다. 스마트 워치 시장은 기존 시계 시장을 아울러 IT 브랜드가 아닌 시계 브랜드로써 정착할 수 있을 때나 도전할 만한 매우 어려운 시장입니다.
블루오션
스위스를 지탱하는 세가지 중 하나가 바로 시계입니다. 스와치 그룹과 리치몬드 그룹은 시계를 대표하는 거대 그룹이며, 파텍필립은 3개 시계 브랜드로 여전히 몇백년간 그 명성을 지켜가고 있습니다. 물론 스마트 워치가 이들과 견줄 명품을 추구해야 한다는 뜻이 아닙니다. 스마트 워치의 위치는 레져용 시계처럼 특정한 집단, 그러니까 긱들에게나 추앙 받을만한 제품이 되면 다행입니다. 조금이라도 팔릴 것이고 긱들의 세계에선 비교에 비교를 거듭할테니까요. 하지만 그것이 기존 시계 시장을 뒤집을만한 혁신이 될까에 대해선 조심스러워야 합니다. 그리고 이것이 블루오션으로써 스마트폰들처럼 끼고 살게 될 것이라는건 매우 심한 비약입니다.
그러고보면 핀란드를 지탱하던 것이 노키아였고 스마트폰 때문에 몰락했으니, 스위스도 스마트 워치 때문에 몰락하지 않을까라고 연결 짓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이는 스마트 워치가 블루오션이라고 말하는 긱들의 헛소리와 흡사하며, 시계 시장이 노키아와 다른 것은 무려 240년이나 시장을 지켜낸 식견과 경영 철학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런 부분을 간과하고 시장에 진입하려는 업체가 있다면, 스마트폰보다 더 못한 성적을 거두거나 재빠르게 철수해야 할 것입니다. 스마트 워치 시장은 매우 어렵고 조심스러워야 하는 시장입니다. 애플과 삼성, 그리고 구글 등이 이 시장에서 어떤 포지셔닝으로 이 과제를 풀어갈 생각인지, 기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