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페이스북이 무료 음성 메시지 기능을 선보였다. 현재 캐나다에서 베타 서비스로 시범 운영 중에 있으며, 시범 운영이 끝나면 미국 현지부터 각 국가에 단계적으로 출시하겠다는 계획이다.
페이스북을 비롯해 모바일 메신저 부문에 집중하는 기업들이 음성 메시징에 주목하고 있다. 실상 음성 메시징은 전혀 새로운 서비스 분야는 아니다. 과거 유선전화기의 자동응답, 메시지 녹음 기능의 탑재로 음성 메시징은 시작됐다. 이후 이동통신(모바일) 서비스가 등장하면서 모바일의 음성 메시징은 음성 사서함부터 메시지콜(서비스 시스템에 접속해서 녹음한 음성을 상대방 전화로 들려주는 방식)까지 발전하게 된다.
하지만 국내 음성 메시징 시장의 이용률은 저조했다. 과거 한때 이통 3사가 차세대 부가서비스로 판단하여 대대적인 홍보와 투자를 시도했던 메시지콜 역시 소비자의 큰 반응을 얻지 못하고 실패로 끝났다.
그 이유를 텍스트 메시지의 성공과 비교하여 간략히 요약해 보자면, 이와 같다. 첫째는 메시지의 효용성에 있다. 문자나 이미지와 같은 텍스트 메시지는 한 눈에 파악하기 비교적 쉽지만 음성 메시지는 시간을 두고 끝까지 다 들어야 정확한 내용을 파악할 수 있다. 다음은 기억과 유지의 문제다. 내용이 길어지면 음성 메시지를 기억하기 위해 반복해 듣거나 추가적 메모가 필요하다.(텍스트 메시지의 강점은 이 문제에서 가장 잘 드러난다.) 마지막은 수정의 문제인데, 텍스트 메시지의 경우 잘못된 일부분만을 삭제하거나 수정이 가능하지만 음성 메시지는 일부 수정이 불가능하다. 즉 내용을 수정하기 위해서는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다시 녹음해야 한다는 소리다.
위의 문제들이 해결되지 않으면 인스턴트 메시징 시장에서 음성 메시지가 자리 잡기는 어려워 보인다. 하지만 음성 메시지의 강점은 분명히 있다. 음성은 인간 커뮤니케이션의 근간이다. 또한 텍스트와는 달리 감정전달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 환경을 만든다. 이러한 음성의 기본적 속성(빠르게 정확한 의사를 전달할 수 있다는 속성)을 고려하면 음성 메시징 시장의 생존은 어느 정도 확신된다.
역설적인 이야기지만 아날로그적 감정을 전달하는 최적의 커뮤니케이션의 수단, 음성 메시지를 어느 정도 부활시킨 주인공은 스마트폰이다. 쉽고 간단한 녹음기능과 다양한 메시징 앱들은 음성 메시지 커뮤니케이션에 힘을 실어 주고 있다. 실로 모바일 메신저의 대표주자 카카오톡, 마이피플, 라인 등은 음성 메시지 전송이 가능하다. 뿐만 아니라 음성 메시지 자체를 타겟으로 한 스타트업도 생겨나고 있다.
<최근 대다수의 모바일 메신저가 음성 메시지 기능을 필수적으로 탑재하고 있다.>
스마트폰의 등장과 함께 외면 받았던 음성 메시징이 모바일 메신저의 화두로 떠오르면서 국내외 대형 기업 및 모바일사들 역시 음성 메시지 서비스를 출시하고 있다. 전 세계적 모바일 메신저 왓츠앱은 음성노트 기능 탑재 후 음성 메시지 부문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 11월 카카오톡 역시 기존 음성메시지를 기반한 단체 음성 채팅 서비스 그룹콜을 출시하기도 했다. 특히 이번 페이스북의 무료 음성 메시지 기능의 탑재는 업계의 대대적인 관심과 이목을 끌고 있다.
음성 메신저를 타겟팅한 스타트업의 경우 충분한 기술의 우수성과 차별성을 가진다면 음성 메시징 시장이 아직 보편화되지 않은 이때 분명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된다. 또한 대형 벤처사들이나 기존 기업들이 모바일 메신저 시장에 관심을 가지는 현시점에서 성공적 합병이나 exit 역시 기대해 볼 수 있다.
국내 선두적 음성 메시지 커뮤니케이션 서비스 ‘제키톡’의 하승준 대표는 “음성 메시지 서비스는 이미 전 세계적인 트렌드”라며 “제키톡 역시 올 하반기 해외 지사를 설립해 미국과 일본, 중국 등에 진출할 계획이며, 해외 모바일 메신저 벤처들과도 제휴 이야기가 오가고 있다. 국내 음성 메시징 시장이 확립되지 않은 이때가 기회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여러 벤처와 기업들이 음성 메시징 시장에 관심을 가지면서 음성 메시지가 모바일 메신저의 새로운 전략적 중추가 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이 부문의 마지막 승자는 누가 될 지는 더 지켜봐야할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