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우리는 훌륭한 노동자가 되기 위한 교육을 받아 왔는지 모른다. 몸으로 부딧치고, 직접 땀을 흘리며, 성과를 얻어내는 노동의 진정성은 여전히 아름다우며, 이와 같은 노동을 통해 스스로의 정체성과 자존감을 발견하는 가치는 우리에게 영원할 것 같다. 그런데, 정작 우리를 고용하고, 미래에 대한 청사진을 제시해야 하는 사회구조와 정부의 제도의 패러다임 혹은 방향성이 잘못된 경우에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우리나라에서는 왜 스티브잡스가 탄생할 수 없을까?" "창의력과 융합을 위한 기본 소양 교육인 인문학, 혹은 토론식 수업이 부재하니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등등의 사치스런 고민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150만의 청년실업, 청년고용률 24.3%로 OECD 34개국 중 27위라는 수치들은 애써 가리며, 청년 실업의 원인을 대학교육 인플래로 인한 청년들의 눈높이가 올라간 것이라고 치부하며, 이를 정치적으로 활용하려는, 정부의 정책들을 보고 있노라면, 슬픈 동정심 마저 든다. 그렇다고 '하면 된다', '불가능은 없다' 식의 정주영론 기업가정신을 강조하며, "너는 왜 못하는 데?"라는 마구잡이 퍼주기식 창업정책도 시대가 요구하는 인재상을 팔로우업하기엔 갈 길이 멀어 보인다.
약해지거나, 뒤쳐지면 안된다는, 뒤돌아 보지 말고 앞만 보고 달리지 않으면, 사회에서 낙오될 거라는 달리기구조 사회의 동력은 다름 아닌 '위기 의식' 조장에 있었다. 뒤쳐지지 않으려, 1등을 향해 열심히 받아쓰기하고, 구구단을 외우며 여기까지 달려온 청년들에게, 넌 눈이 너무 높아졌으니 갈 곳이 없고, 이 위기를 가져온 것은 너의 책임이야라는 "판타지 스토리 텔링(?)"에 더이상 놀아나지 말도록 하자. 그리곤, 스스로를 돌아보고, 자신을 깨닫고, 스스로 결정을 내리는 법을 배워야 한다. 변화와 불확실성의 시대에서 진정한 의미의 안정성을 가져오는 것은 결국엔 적응력에 대한 통찰이기에, 리스크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며, 변화의 파도를 타는 법을 배워야 한다.
전 세계의 200여 국가에 1억 5000만명의 가입자를 보유하고 있는 비지니스 인맥관리 SNS 링크드인의 공동설립자이자 이사회의장인 리드 호프먼은 The start up of you 라는 책을 통해, 오늘날 직업의 세계에서 직면하는 수많은 도전에 적절하게 대응하기 위한 현실적 전략들을 제시하며, 우리의 사업가적 본성을 재발견하여, 이를 활용하여 새로운 형태의 진로를 만들어 내야 한다고 주장한다. 당신의 직업이 샐러리맨이건, 선생님이건, 창업자이건 또는 의사이건 변호사이건, 아님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백수이건, 스스로를 고용하여 살아 숨쉬는 신생 벤처로서 지휘해야 할 사업가는 바로 당신이라는 점을 이야기 하고 있다. 이와 같은 기업가 정신이 반드시 창업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조직내 에서, 어떤 위치에 있건, 인간의 유전자에 새겨진 창조의 DNA에 주목하고 이를 재발견하는 과정에 있어, 현실적으로 적용가능한 전략을 모색하고, 실천하는 것 또한 기업가적 자세라 할 수 있겠다. 리드 호프먼의 The start up of you에서 인용된 그 구체적인 실천 과제들인 커리어 플랜, 리스크 관리, 인맥관리등의 이슈들을 다루어 보며, 주어진 직업에서 성공할 수 있는 마법의 묘약들을 찾아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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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나만의 차별화된 가치 찾기 ; 내면의 소리 Vs. 시장의 현실 ?
미디어에서 가공해낸 엄친아와 같은 슈퍼맨을 목표로, 하루, 하루 받아쓰기를 강요받아온 우리들에게, 나만의 가치를 찾아가기란 사실 쉬운 주제는 아니다. 그렇다고 수많은 자기 개발서와 위인들의 명언의 공통분모인 "내면의 목소리를 귀 기울여 듣고 열정을 쫓아서 살아가라", " 심오한 자아 성찰을 통해 당신만의 북극성을 찾아라", "끝을 생각하며 시작하라" 등등의 접근은 그럴 듯 하지만, 사실 부족한 우리네 삶에 정확하게 와 닿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기업가치 1조원이 넘는 숙박 공유 서비스인 에어비엔비(Airbnb)의 이사회 참관인, 소셜 커머스 그루폰의 고문, 세계 최대의 소셜 게임 업체인 징가(zinga)에서 디렉터로도 활동한 바 있는 리드 호프먼의 학창 시절은 어땠을까? 그는 빌게이츠와 주커버그와 같은 컴퓨터 천재는 아니었다. 버몬트라는 곳의 한 고등학교에서 메이플 시럽을 만들고, 소떼를 몰며, 선생님들과 함께 인식론(지식의 본질)같은 주제에 대해 토론을 즐겨 했으며, 학부와 대학원 시절에는 인지과학, 철학, 정치학을 공부하며, 학자를 꿈꾸던 젊은이였다고 한다. 리드 호프먼은 학자들의 그들만을 위한 리그안의 엘리트주의에 반발하여, 기업가 정신과 기술을 통해 더 좋은 사회를 만들어 보고자 하는 포부를 바탕으로, 애플이라는 회사에 들어가게 된다. 그는 이 후, 페이팔 및 링크드인을 창업하고, 오늘날은 그레이록에서 벤처 캐피털 투자자로서 새롭게 진로를 바꾸었지만, 그의 내면에서 그를 지탱하는 것은 그가 학계에서 연구하던 "개인의 정체성과 조직적 보상"이라는 주제라고 한다. 이와 같은 주제에 대한 그의 오랜 관심 덕분에 그는 소셜 미디어, 인터넷, 온라인 마켓플레이스에 대한 열정을 느끼고 있으며, 이와 같은 첨단 산업에서 요구되는 직업기술을 개발하며, 대형 인터넷 플랫폼을 만드는 데 필요한 차별성을 확보할 수 있었다고 한다.
필자는 리드 호프먼이 고교시절 소떼를 몰고, 선생님들과 개똥 철학을 나누며, 10년 후에 자신의 모습과 위치를 정확히 떠올리고, 스스로의 사명을 깨닫고, 링크드인의 창업자가 되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그는 지금처럼 불확실성과 급격한 변화가 판치는 시대에, 시장의 현실에 유연하게 대응하며, 시장의 반응 따라 즉각적으로 사업모델을 바꿀 준비가 되어 있는 스타트업과 같이 리스크를 감수하며, 다양한 시도를 진행하는 민첩함을 보여왔다. 물론 그 이면에는 "개인의 정체성과 조직적 보상"이라는 그의 개인적 화두가 끈질기게 자리잡고 있었다.
또한 페이스북의 최고운영자이자, 디즈니와 스타벅스의 이사회에 몸 담고 있는 쉐릴 샌드버그의 예를 살펴보자. 그녀와 같은 성공적인 커리어를 접하게 되면,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순간부터 자신의 목표와 포부를 알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엄격하고 야심찬 계획을 수행해 나아가는 릭 워렌의 '목적이 이끄는 삶'을 떠올리게 되지만 사실은 이와 다르다. 그녀는 인도의 공중 보건 분야에서 사회 생활을 시작하였으며, 소련에서 수입금지 제품이었던 화이트 초콜릿을 비누로 위장해서 밀반입한 뒤 암시장에서 판매해 소련의 반체제 인사들의 활동자금을 마련하는 활동을 한 어머니 밑에서 자라면서, 자유와 기회의 땅인 미국에서 태어난 점을 행운이라 느끼고, 어떤 식으로든 자신이 받은 혜택을 사회에 나누어 주고자 하는 열망을 느꼈다고 한다. 그녀는 이 후, MBA, 컨설팅 회사, 미국 재무부 비서실 등에서 일하던 중, 구글의 에릭 슈미츠와 운명적인 만남을 가지고, 구글, 페이스북을 거치며, 변화무쌍한 행보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쉐릴 샌드버그와 같은 진로전환은 대한민국의 대기업의 고리타분한 시선으로는, 우발적이고, 일관성이 없어 보이겠지만 그 이면에는 자신이 가치있게 여기는 것이 무엇인지를 결코 잊지 않은 상태에서 새로운 기회에 발빠르게 대응하는 민첩함이 있었다.
픽사 Pixar 역시, 3D 애니매이션을 제작하는 특수 컴퓨터를 판매하는 회사로 시작하였으며, 직접 영화제작에 뛰어 들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마찬가지로, 스타벅스도 처음에는 커피 원두와 커피 제조 기계를 판매하는 회사로 시작했으며, 초창기만 하더라도 컵에 커피을 담아서 판매할 것이라고 생각도 하지 못했다. 삼성의 스마트폰 역시 2009년까지 세계 시장 점유율 3.2%에 불과하였으며, 갤럭시란 브랜드는 2009년 유럽 및 미주 시장의 처음 노크하는 수많은 브랜드중 하나에 불과했었다.
이와 같은 예들을 살펴 볼 때, 나만의 가치를 찾아가는 긴 여정에 있어,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성공에 이르는 길에 대한 연역적이고 일반적인 Top-down 방식이 틀렸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특히나, 받아쓰기와 구구단을 통해 정답이라는 것을 찾는 메커니즘과 순위 매기기라는 피라미드 구조에 익숙해져 있는 우리에게, 구체적인 실행과 시행착오를 통해, 나만의 가치를 찾아가는 방법론은 매우 낯설게 느껴진다.
리드 호프먼은 당신이 인생의 어떤 단계에 있든, 당신이 삶에서 핵심이 되는 한가지 열정을 정확히 포착하려는 시도는 무모하다고 단언한다. 지속적인 시행착오를 통해 자신들이 세운 가설을 검증함으로써 불확실성을 뚫고 전진하는 사업가들과 같이, 어떤 상황이든, 현실에서 당신이 세운 가설을 검증해 주는 건 계획이 아닌 실행이라며, 플랜ABZ를 통해 유연하게 대처하며, 칠흙과 같은 경쟁세계에서 자신만의 북극성을 찾기 위한 여정을 떠나야 한다고 주장한다.
어쩌면, 위인들이 이야기하는 내면의 목소리와 심오한 자기 성찰은, 실수하고 실패하더라도, 하루, 하루 열정과 헌신적인 자세로 새롭게 시도하는 자신을 진심으로, 즐길 수 있는 행위를 의미하는 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