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와 관련된 업계의 전문가들은 흔히 미래는 창조사회가 될 것이라고 말한다. 창조사회란 말 그대로 창조 활동이 사회의 기반이 되는 것으로, 매력적인 스토리와 감성, 경험, 상상력 등 인간적인 요소가 반영된 콘텐츠가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사회를 말한다.
하지만 불법 다운로드가 판을 치고 있는 지금 우리 사회를 봐서는 '창조 사회'는 아직 먼 일인 듯 싶다. 실제로, CJ헬로비전의 티빙의 경우 350만 가입자 중 단 15만 여명이 유료가입자라고 한다. 이처럼 콘텐츠 친화적이지 못한 환경은 콘텐츠 제작자들의 창작 의욕을 저해하고 있다.
쿠키는 좋은 정보를 스크랩하고 콜렉션을 만드는 큐레이터들을 위한 서비스이다. 큐레이터들이 소개한 콘텐츠가 가치있다고 생각하면 사람들이 '칩'이라는 가상화폐를 지불하는 소셜 큐레이션 매거진이다. 칩은 10센트의 가치를 지니는 가상 화폐로, 하트 모양의 '칩 잇(chip it)'버튼을 누르면 상대방에게 칩이 전달된다.
여기서 한 가지 문득 드는 생각이 있다. '과연 사람들이 좋은 아이디어나 질 높은 콘텐츠에 돈을 쓸까?' 조이의 정성영 이사는 온라인 상품의 가치가 오프라인에 비해 낮게 책정된다고 지적했다. 또 그 이유로는 첫째, 온라인 결제는 여러 번거로운 단계를 거쳐야 할 수 있는 어려운 작업이기 때문에. 둘째, 사람마다 하나의 콘텐츠에서 느끼는 가치의 정도가 다르기 때문에. 셋째, 온라인 콘텐츠는 무료라는 가벼운 인식 때문에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온라인의 가치와 오프라인의 가치가 같아질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았다. 쿠키가 정식 오픈 되기 전 행해진 베타 테스트에서 300명 중 20%가 콘텐츠에 값을 지불하기 위해 칩을 구매했다고 한다. 또 유럽과 미국과 같은 일부 선진국에서는 콘텐츠를 제 값 주고 사려는 움직임이 조금씩 보이고 있다. 유럽의 쿠키와 유사한 서비스인 flattr는 5년 동안 7만 5천 건의 거래가 있었다고 한다. 이뿐만 아니라 Crowdrise나 kickstarter와 같은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도 많아지고 있다.
쿠키 베타 테스트 결과와 해외 선례 외에 쿠키의 거래에서 가상화폐가 쓰인다는 점도 가능성을 높여주는 요소이다. 지금껏 가상화폐는 주로 온라인 게임에서 사용돼 왔다. 온라인 게임에서 일명 '현질'을 해본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가상화폐는 한 번 이용하고 나면 반복행동에 대한 심리적 거부감이 매우 낮아진다.
내가 좋아하는 일상적인 콘텐츠들을 직접 후원하고 지킨다는 비전의 쿠키가 미래 성장동력을 키우는 과정의 시작이 되기를 바란다. 어딜 가든 쿠키의 하트모양 칩 잇 버튼을 볼 수 있는 때가 되면 콘텐츠-디바이스-네트워크-플랫폼이 상생할 수 있는 생태계가 만들어져 있을 것 같다. 가치 있는 것에 칩 잇하는 미래, 지금 시작된 것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