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수료 없는 주식 거래 애플리케이션 ‘로빈후드(Robinhood)’가 대규모 투자를 유치하고 거래당 7~10달러의 수수료를 받는 기존 증권사에 대한 공세를 강화 중이다.
지난달 포춘(Fortune)은 로빈후드가 기업가치를 10억 달러(약 1조 1천억 원) 이상으로 끌어올릴 투자 라운드를 진행 중이라고 보도했다. 테크크런치의 소식통에 따르면 이 투자는 거의 마무리된 상태로, 유리 밀너(Yuri Milner)가 이끄는 투자사 ‘디에스티글로벌(DST Global)’이 로빈후드의 기업 가치를 13억 달러(약 1조 5천억 원)로 평가하고 투자를 주도한 것으로 보인다. 로빈후드 이에 대해 확인을 거부했다.
로빈후드는 넉넉치 않은 젊은층에게 주식투자에 입문할 수단을 제시하면서 2013년에 출범했다. 로빈후드는 사용이 쉽고 주식 거래와 트래킹 수수료를 받지 않는 면에서 ‘스콧트레이드(Scottrade)’나 ‘이트레이드(E*Trade)’처럼 오프라인 지점과 영업 인력, 마케팅 비용 등을 수수료로 충당하는 기존의 증권사 사업 모델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로빈후드는 기술 인력 중심으로 팀을 구성해 오프라인 지점의 필요성을 없앴다. 그리고 비용 절감으로 인한 혜택을 고객에게 돌려 경쟁자를 따돌릴 발판을 마련했다.
아울러, 로빈후드는 다른 애플리케이션 개발사도 자사의 서비스를 이용해 수수료 없는 주식 거래 애플리케이션을 만들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었다. 예를 들어, 투자 포트폴리오 공유 플랫폼인 ‘루비코인(Rubicoin)’에 는 계정을 연결하면, 수수료 없이 주식 거래가 가능하다.
또한, 작년에는 프리미엄 서비스인 ‘로빈후드 골드(Robinhood Gold)’를 출시했다. 한 달에 10달러를 내는 골드 이용자들은 3일의 예수금 결제 기간을 기다릴 필요 없이 바로 거래를 할 수 있으며, 계좌 보유 금액의 2배까지 신용 거래를 할 수 있다. 복수의 출처에 따르면, 로빈후드 골드는 예상을 뛰어넘는 수익을 가져다주었고, 이번 투자를 유치하는 데 큰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 월가의 대표적인 증권사인 ‘찰스 슈왑(Charles Schwab)’도 올해 2월 주식 거래 중개 수수료를 낮췄다.
로빈후드는 성명을 통해 “찰스 슈왑이 중개 수수료를 낮춘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 이상적으로는 계좌당 1,000달러의 최저 예치금 조항과 함께 주식 거래 수수료를 아예 폐지했을 수도 있었다. 우리는 주식 거래 수수료가 세금처럼 의도적으로 비용을 높여 사람들의 금융 시장 참여를 막고 있다고 본다”라고 의견을 밝혔다.
아마도 로빈후드는 회사의 재정 상황을 지속해서 위협하는 부정 거래율(fraud rates)을 최소화해야만 할 것이다. 또한, 서비스를 해외로 확장하려면 각종 규제도 넘어서야만 한다. 로빈후드는 지난해 6월 ‘바이두(Baidu)’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중국에서도 수수료 없이 미국의 주식을 거래할 수 있는 서비스를 발표했지만, 중국 내 관련 규제가 아직은 모호해서 어려움을 맞이할 수도 있다.
디에스티글로벌은 페이스북, 트위터, 그루폰, 징가(Zynga)에 투자하고, 기업 공개까지 이끌면서 많이 알려졌다. 그 후에도 계속해서 고속 성장 단계에 있는 회사들에 투자를 해왔다. 로빈후드는 2015년 초 뉴엔터프라이즈어소시에이츠(New Enterprise Associates)로부터 5천만 달러(약 570억 원)의 투자를 유치한 바 있으며, 이번 투자 전까지 누계 6천 6백만 달러(약 750억 원)의 투자금을 유치했다. 투자자로는 인덱스 벤처스(Index Ventures), 안드레센 호로위츠(Andreessen Horowitz), 엘리펀드(Elefund), 지비(GV), 아이티벤처스(IT Ventures), 로컬글로브(LocalGlobe), 머신샵벤처스(Machine Shop Ventures), 애론 레비(Aaron Levie), 데이브 모린(Dave Morin), 하워드 린존(Howard Lindzon), 자레드 레토(Jared Leto), 조던 멘델(Jordan Mendell), 나스(Nas)라는 예명으로 유명한 네이저 존스(Nasir Jones) 등이 있다.
디에스티글로벌을 비롯한 로빈후드의 투자자들은 전통적인 증권사들이 모바일 기술을 재빠르게 채택하지 못하고 있는 지점에서 새로운 핀테크 사업 모델의 가능성을 엿보고 있다. 이들 증권사가 로빈후드의 무료수수료 정책을 넘어서지 못할 경우, 로빈후드는 주식 거래 수수료를 감당하기 어려운 새로운 고객층을 끌어들이면서 기존 증권사의 고객까지도 흡수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