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인사이드 #4]”와이파이는 당신의 걸음을 기억한다” – 조이(ZOYI) 최시원 대표 인터뷰
2014년 07월 08일

전국적으로 30개 정도의 체인점을 가지고 있는 패션 브랜드 C의 고민은 "잘되는 매장과 안되는 매장의 차이점은 무엇일까?"였다. 브랜드 C는 이 원인을 파헤치기 위해 전 매장에 특별한 조치를 취하고, 정확한 고객 유입률과 이동 동선을 분석하기 시작했다. 결론적으로 25%의 매출 상위 매장들이 유사한 유입률과 체류 시간을 갖는 다는 사실을 발견해냈고, 그 원인이 매장 디스플레이에 있다는 사실을 밝힐 수 있었다. 이후 브랜드 C는 디스플레이에 일정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방향으로 마케팅 계획을 세웠고, 매출 성장 가도를 달릴 수 있었다.

브랜드 C가 전 매장에 취한 특별한 조치란 무엇일까. 바로 조이(ZOYI)가 만든 '워크인사이트(walk insight)' 솔루션을 위한 작은 신호기들을 매장에 설치한 것이다. 감이 아닌 정확한 고객 데이터를 통해 마케팅 솔루션을 찾다보니 쓸데없는 비용들을 절감하면서도 효과는 극대화할 수 있었다. 국내 오프라인 빅데이터 분석의 대표주자인 조이(ZOYI)의 최시원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어봤다.

DSC_0116▲'조이' 최시원 대표

- 조이의 '워크인사이트(walk insight)' 솔루션에 대해 간단히 소개 부탁드립니다.
'워크인사이트(walk insight)'는 오프라인 매장 내 고객의 체류 시간, 재방문율, 이동 패턴에 대한 정보를 와이파이 신호를 통해 수집, 분석해주는 솔루션입니다. CRM(고객 관계 관리, customer relationship management) 시장을 공략하고 있으며, 매장 점주 들이 고객 데이터를 보며 효율적인 매장 운영을 할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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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워크인사이트'의 핵심 기술은 무엇인가요.
와이파이 AP(Access Point)가 내보내는 무선 신호를 수집해 고객을 식별하고 그 움직임을 추적하는 것이 주요 골자입니다.

- 이동 동선이나 개인 식별에 대한 정밀도가 어느 정도나 되는지가 궁금하네요.
보통 정확한 측정을 위해 공간 안에 공유기를 3대 이상 놓고 삼각 측정을 하게 됩니다. 따라서 위치 추적의 정밀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이 공유기 간의 굉장히 정밀한 시간 동기화 기술이 필요해요. 또 한가지 중요한 것은 와이파이 신호가 액체류, 철 등의 장애물을 거치고 나면 왜곡된다는 점이예요. 특히 사람의 몸이 70% 넘게 액체로 이루어져 있다보니 전파를 방해하는 제 1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이 두 가지 점을 잘 보완해나갈 수록 정밀도는 높아집니다. 조이는 보통 사각 측량을 하고 있고, 반경으로 치면 3-4m의 원 간격으로 공유기를 설치하고 있습니다. 오차는 2m 이내로 보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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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실내위치정보(Indoor Positioning System)' 서비스 분야에서 가장 두각을 보이고 있는 것이 '비콘(Beacon, 근거리기반 위치기술)'입니다. 비콘이 아닌 와이파이 AP를 선택한 이유가 있다면요.
비콘이 정밀도나 전력소비 부분에서 비교 우위를 차지하고 있는 것은 맞아요. 애플이 선보인 아이비콘(iBeacon)이 기본 통신 기술로 블루투스를 사용하는데, 이 블루투스는 저전력 기술이라 켜놔도 배터리 소모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죠.

하지만 저희가 와이파이를 이용하는 이유는, 비콘의 경우 전용 앱을 깔아야만 데이터 수신을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고객에게 매장에 데이터를 제공해야하니, 앱 좀 깔아달라고 요청하기는 굉장히 어려운 일이죠. 와이파이의 경우 고객 핸드폰에 굳이 앱이 깔려 있지 않아도 신호를 감지할 수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매장 점주에게 제공하는 통계 데이터를 수집하기에는 와이파이가 좀 더 유용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정밀도 부분에서도 아이비콘은 삼각측량을 이용하면 50cm로 굉장히 세밀하게 측정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올해 초부터 세계 굴지의 칩 회사들이 와이파이 칩으로 정확한 거리 측정을 할 수 있게 하려는 시도들을 선보이고 있어요. 대표적으로 세계적 모바일 칩 업체인 '퀄컴'의 자회사인 '퀄컴 아데로스'가 밀도를 4배 이상 높인 칩들을 생산해내고 있죠. 올해 말 정도면 와이파이로도 곧 비콘 만큼의 정밀한 위치 측정을 할 수 있게 되리라고 봅니다.

- 와이파이 신호를 통해 고객을 식별하고 구분하는 것은 어떻게 가능한가요?
맥어드레스(MAC address)를 활용합니다. 맥어드레스란 통신을 위해 랜카드 등에 부여된 일종의 고유한 주소인데요. 스마트폰에서 위치정보를 전송할 때, 위도·경도와 함께 맥어드레스를 함께 보냅니다. IP와는 달리 부품을 교체하지 않는 한 바뀌지 않아요. 고객의 개인 정보에 대해서는 알 수 없지만, 이 고객이 어제도 방문했던 고객인지를 알 수 있죠.

- 시장 이야기를 해보죠. '워크인사이트'의 주요 고객은 어떻게 되나요.
지금 저희가 보는 시장은 첫번째로 브랜드 몰이나 까페, 두번째로는 백화점 세번째로는 중견·중소기업(SMB) 시장입니다. 현재는 브랜드 쪽에 집중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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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의 경우 저희와 유사한 해외 서비스들이 굉장히 좋은 성과를 내고 있어요. 그런데 일본과 한국만 백화점 사업 구조가 다릅니다. 다른 나라의 경우 백화점이 각 브랜드 제품을 직접 사서 재고 관리를 하기 때문에 수치에 굉장히 민감합니다. 반면 국내와 일본의 경우는 재고를 입점한 브랜드가 관리해야하기 때문에 데이터 분석에 대한 수요가 높질 않죠. 개인 매장들을 위해서는 아주 저렴한 가격에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어요.

- 그러고보니 월 4~5만 원 정도로 데이터 분석 서비스 가격이 굉장히 저렴하더군요.
저희는 인력이 투입되어야 했던 산업 분야를, 혁신적인 방법을 통해 가격을 낮춰서 더 많은 사람들이 가치를 누릴 수 있게 해주는 것이 기술의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그동안 달마다 몇 천만 원씩 내야했던 컨설팅, 리서칭 서비스를 조이 기술을 통해 저렴한 가격에 제공해드리고 있죠.

- 주 고객인 매장 사업자는 사실 복잡한 데이터 자체보다는 거기에 담겨있는 인사이트, 즉 더 효율적인 마케팅을 위한 즉각적인 액션 플랜을 제시해주는 것에 더욱 관심이 있을 것 같은데요.
맞습니다. 사실 매장 몰 사업자의 관심은 통계 자체보다는 그 이후에 '어떻게하면 고객들을 세분화시켜서 타겟팅할 것이냐' 하는 부분에 있어요. 점주들은 2~30가지 항목을 일일이 다 볼 필요가 없어요. 두 세가지 데이터 항목만 보면 돼죠. 모바일 게임데이터 분석과 마케팅 서비스를 하고 있는 파이브락스 같은 경우도, 고객사에게 "너넨 리포트만 봐, 게임 관련 데이터는 우리한테 가져오면 분석, 관리 다해줄게"하는 식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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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재 조이는 유동인구, 매장 유입률, 이동 동선같은 기본적인 데이터만을 제공하고 있는데, 한 차원 위의 인사이트가 담긴 레포트도 제공할 예정인가요?
염두에 두고 있지만, 지금은 기본 데이터에 충실하고 있어요. 이 부분은 조이의 DNA를 어떻게 구성할 것인가 하는 문제와도 맞닿아 있습니다. 이를테면 컨설팅 인력을 늘려서 좀 더 마케팅 측면에서의 데이터 분석 모델을 만들 것이냐, 아니면 엔지니어 인력을 늘려 로우(RAW) 데이터를 더 파고든 뒤 컨설팅 영역은 외부에맡길 것인가를 고민하는 중입니다. 컨설팅 조직이냐, 기술 조직이냐 하는 갈림길 사이에 있습니다.

- '워크인사이트' 서비스를 하며 시장에 진입하는 데 가장 어려운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여전히 고민되는 포인트는, 시장 내에 아직 저희가 하고 있는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전달되지 않는다는 점이예요. 이를테면 2~30년 장기간 사업을 하셨던 브랜드 오너(owner)의 경우 자신이 더 전문가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데이터 분석이 필요없다고 생각하시는 경우가 있어요. 실무자의 경우 감에 의존해서 매장을 운영하는 경우가 많은데, 수치로 성과를 측정해준다고 하면 대부분 싫어하죠(웃음). 그런 점에서 아직 시간이 걸릴거라고 생각하고 억지로 시장을 바꾸려는 생각은 없지만, 시장의 흐름을 보고 곧 열릴 미래를 준비할 필요는 있다고 생각해요. 지금은 그 초석을 다지는 시기죠.

- 거대 통신사가 마음만 먹으면 진입하기 어려운 시장은 아니라고 봅니다. 그 부분에 대한 염려는 없나요.
견제가 됩니다. 달나라도 가고 있는 이 시점에, 기술 장벽은 거의 없기 때문에 대기업이 마음만 먹으면 6개월 안에 분석 보고서까지 제공할 수 있겠죠. 문제는 개인정보 부분입니다. 통신사가 개인정보를 활용하기 위해서는 사용자의 동의를 받아야하고 타사 정보를 얻을 수는 없습니다. 저희같은 경우에는 개인 정보를 모으고 있지 않고, 통계적으로 묶어버리지만 통신사가 직접하기에는 어려운 점이 있습니다.

- 아직까지 인도어(indoor) 정보 분석에 대해 일반 고객들은 잘 인지하지 못한 상태죠. 그러나 자신의 이동동선이 추적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되면 거부감도 상당할 것 같습니다. 프라이버시 이슈를 기술적으로 어떻게 풀어낼 수 있는가도 재밌는 이슈입니다.
논리적으로 고유 고객을 인식할 수 있다는 것은 양날의 검인 것 같습니다. CCTV가 아무리 정밀해도 고유 고객을 인식하지 못하면 통계로서의 메리트가 없죠. 현재 '워크인사이트'는 맥어드레스를 통해 개인 정보가 아닌 고객 식별만을 하고 있어서 별다른 개인정보 문제는 없습니다. 그렇지만 보다 더 정밀한 타겟팅을 통해 쿠폰이나 광고를 보내기 위해서는 향후 통신사와 마찬가지로 사용자의 동의를 받아야 하겠죠.

- 조이가 고객들의 데이터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국내 컨설팅 업체나 소셜 데이터 분석하는 기업과도 여러가지 협업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앞으로가 더 기대되네요. 오늘 인터뷰 감사합니다.
Editor’s Note: 국내 기술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선 우수한 테크 스타트업들이 많이 나와주어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한 실정입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돌파구를 마련하고자 비석세스에서는, 선배 기술 창업가이자 퓨처플레이 한재선 CTO의 기획과 도움으로 국내 테크 스타트업을 소개하는 ‘테크인사이드(techinside)’ 코너를 선보입니다. 다음 [테크인사이드]는 비가청영역을 이용해 쇼핑정보를 전달하는 서비스 '사운들리'를 소개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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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새롬 기자 (2014~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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