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트리트저널 한국어판 : kr.WSJ.com)
9일 오전 9시부터 WSJ 한국어판에서 '차세대 모바일 플랫폼 전쟁의 승자는?'이라는 주제로 약 1시간가량 라이브챗이 진행되었다. WSJ 스타 기자이자 테크 칼럼니스트 '월터 모스버그'를 비롯하여 이석우(카카오 CEO), 노정석(아블라컴퍼니 CEO), 임정욱(Daum 글로벌 부문장), 정지훈(명지병원 IT융합연구소장), 김광현(한국경제신문 부국장)이 참석하여 실시간 온라인 채팅을 진행했다.
월터 같은 경우 한국어->영어, 영어->한국어로 번역하는 데 시간이 지체되어 실시간 대화가 오가지 않은 점이 아쉬웠다. 그래서 beSUCCESS에서는 6명의 대화의 순서를 임의로 편집 및 재배치하여 이날 이루어진 대화를 조금 더 간결하게 읽을 수 있도록 준비해보았다.
차세대 모바일 플랫폼이 갖추어야 할 요소는?
노정석 : 본격적으로 소프트웨어와 서비스적인 요소를 평가하는 관점으로 옮겨가는 추세이다. 어떤 브라우저가 얼마나 더 좋은지, 얼마나 빠르고 가벼운지를 논하던 게 과거였다면, 현재는 어떤 브라우저로 얼마나 다양한 콘텐츠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지를 따져보는 것과 같다.
정지훈 : 안드로이드나 iOS와 같은 기존 모바일 OS뿐만 아니라 카카오톡, 페이스북홈과 같이 사람들의 이목과 관심을 끌 수 있는 힘을 가진 것 자체만으로도 새로운 플랫폼으로 부상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석우 : 서비스 중심으로 변모한다는 것에 공감하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안드로이드와 iOS의 위력도 무시할 수 없다.
카카오톡의 플랫폼으로서의 발돋움
노정석 : 개인적으로 카카오에서 게임을 필두로 다양한 서비스를 시도하는 것을 주의 깊게 살펴보고 있다. 카카오 게임 덕분에 한국의 모바일시장에 대한 전 세계의 관심도가 증가한 것 같다.
이석우 : 이미 웹에서 유료모델로 성공한 사례라서 카카오를 통해서도 쉽게 확산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이를 토대로 앞으로도 다양한 콘텐츠를 확산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진화할 수 있을으로 생각한다. 다만, 페이스북 페이지 같은 경우는 성과를 논하기엔 아직 이르다. 콘텐츠를 유료로 구매하는 생태계가 조성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이 모델이 정립되기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정지훈 : 어쩌면 최근에는 OS 경쟁보다는 OS 위에서 무엇이 유통되느냐가 더욱 더 중요한 것 같다. 월트는 게임을 언급했고, 이석우 대표는 최근 카카오 페이지를 이용한 콘텐츠 유통에 관심을 표했다. 그렇다면 웹 브라우저에서 포탈과 같은 첫 화면을 차지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킬러 콘텐츠로는 무엇을 만들어볼 수 있을까?
모바일 메신저에 대한 각국의 관심과 반응
임정욱 : 한국이나 일본 유저들이 카카오톡과 라인을 즐겨 쓰는 것에 비하면 미국인들의 모바일메신저 사용률은 훨씬 낮다. 그래서 서구 유저들이 아시아권처럼 텍스트를 즐기지 않는 게 문화의 차이에서 비롯된 것인가에 대해 의문이 많다. 그래도 하루가 다르게 모바일 메신저에 관한 높은 관심을 피부로 느끼고 있다. 카카오톡과 라인과 같은 비즈니스모델에 관심을 보이는 실리콘밸리의 많은 업체를 보면, 개인적으로 카카오톡과 같은 아시아의 모바일메신저가 미국에서도 성공할 수 있는지 궁금하다.
월터 : 미국인들의 메시징 서비스 사용에 소극적이라는 말에 동의하지 않는다. 많은 미국인이 트위터 같은 짧은 단문의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고, 또한 애플이나 블랙베리가 제공하는 서비스도 애용한다. 오히려 단문 메시지 서비스를 이용하고자 하는 빈도수가 늘어나고 있다고 본다. 사진과 비디오 등의 소셜 미디어를 많이 올리고 있고, 트위터 같은 경우 최근에 비디오를 활용할 수 있는 기능을 도입했다.
정지훈 : 약간 지향하고자 하는 방향성이 조금씩 다른 것 같다. 미국에서 사용되는 모바일 메신저는 유료 메신저 모델과 더 가깝고, 라인이나 카카오톡은 콘텐츠를 전달하기 위한 플랫폼으로 부상하기 위한 활동이 돋보인다.
노정석 : 미국 전문가들은 사실상 공짜인 SMS도 있고, 개인정보보호 이슈나 이메일이나 페이스북이라는 대체수단이 있기 때문에 모바일 메신저에 대해 상당히 부정적이다. 하지만 다양한 서비스와 문화를 접하고자 하는 젊은 층에는 어필할 만한 요소가 많은 것 또한 사실이다.
정지훈 : 향후 이러한 류의 메신저가 많아질 경우, 호환성, 표준화, 프로토콜 등의 문제도 발생하지 않을까 염려한다.
삼성과 구글, 향후 어떤 관계로 나아갈까?
정지훈 : 당분간은 삼성과 구글이 공생할 수밖에 없는 길에 놓인 것 같다.
김광현 : 삼성으로써는 구글 안드로이드에 의존한 스마트폰 시장을 장악하고 싶지 않기 때문에, 타이젠에도 소홀히 할 수 없는 부분들이 있다. 플랫폼이 3강, 4강 경쟁체제로 발전해야 하는 부분에서 삼성과 구글의 공생 관계는 위험할 수도 있다고 본다.
하드웨어 VS 소프트웨어
월터 : 대부분의 소비자는 뛰어난 성능과 기능을 탑재한 하드웨어를 보고 전자제품을 선택했다. 그러나 6년 전 아이폰이 출시된 이후로는,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및 OS를 고려하고 기기를 고르기 시작했다. 웬만한 기기의 성능이 똑같다고 가정해본다면, 혹은 어느 정도의 범위 안에서 성능이 비슷하다면 하드웨어보다는 소프트웨어가 더 중요한 때라고 본다. 특히 삼성과 같은 스마트폰 제조사일 경우, 소프트웨어를 선택하는 데 있어서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다. 중복된 스토어와 브라우저 등 소비자들의 혼란을 야기시키는 정책들은 주의해야 할 것이다.
제3의 모바일 OS
월터 : 국가별로 3인자로 등극할 OS는 달라질 것으로 생각한다. 덧붙여, 제3의 모바일 OS는 MS가 얼마나 많은 애플리케이션을 보유할 수 있느냐에 따라 달라진다고 본다. 다양한 하드웨어의 확보 또한 윈도우폰이 경쟁력을 갖추는 데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노정석 : 애플, 구글 이외에도 다양한 OS 플랫폼들이 경쟁할 수 있는 생태계가 조성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개인적으로 윈도우폰을 사용하고 있는데, iOS나 안드로이드보다 UX 구성이 더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유저들이 사용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 수를 늘리고, 충분한 유저만 확보한다면 MS가 충분히 제3의 모바일 OS로 등극하리라고 본다.
이석우 : 모바일 사업자나 유저에게 다양한 경험과 볼거리 제공을 위해서라도 다양한 OS가 경쟁하는 구도가 이상적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당장 iOS와 안드로이드의 양강구도를 맞설 수 있는 대안이 마땅하지 않다.
김광현 : 윈도우폰이 제3의 모바일 OS로 등극할 지에 대해서 회의적인 시각이 많은 것 또한 사실이다. 노키아 쪽에서도 안드로이드로 갈아타자는 이야기가 오갔으며, 관련 기사도 보도된 상태이다.
Hybrid, 네이티브 앱과 모바일 웹이라는 투 트랙 전략의 경쟁력
이석우 : 필요에 따라서는 네이티브 앱에서 웹으로 서비스할 수 있기 때문에 카카오도 일종의 하이브리드라 볼 수 있다. 하지만 모바일 웹이 네이티브 앱의 서비스의 질적인 측면에서 대체하지 못하는 게 문제이다.
월터 : 피쳐폰일 경우 모바일 웹이 더 중요하지만, 하이엔드 모바일폰과 같은 경우 네이티브 앱이 중요하다고 본다.
정지훈 : 굳이 어느 쪽이 낫다고 하기는 곤란한 부분이다. 서비스 제공자로서 하이브리드가 다양한 유입 채널을 확보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유용하다. 하지만 성능적인 면을 고려해볼 때 아직까진 네이티브 앱이 강세인 것은 확실하다.
차세대 모바일 플랫폼의 승자는 과연 누가 될 것인가?
이석우 : 승자는 제조사나 제공자가 정하는 게 아니라 대다수의 유저가 선택한 것이라는 측면에서는 안드로이드의 승리를 단정하기는 어렵다. 개방성을 지향하느냐, 유저의 정보 보호를 지향하느냐라는 정책 선택의 문제이다.
월터 : 개인적으로 최후의 승자를 예견하지도, 예견하지 않는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가장 확실한 건, 삼성이 승자로서의 입지를 확고히 하리라는 것이다. 높은 시장점유율과 함께 이윤을 창출하면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적인 부분을 동시에 강화하고 있다는 건 대단한 경쟁력이다.
정지훈 : 단일 웹 기반 OS 생태계를 구축한다는 측면에서 타이젠, 파이어폭스와 우분투 등의 적극적인 협업이 필요한 시점인 것 같다. 안드로이드, iOS과의 싸움에서 점유율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순위 다툼보다는 공생하는 길을 모색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본다.
임정욱 : MS윈도우가 세상을 지배하여 그 아성을 영원히 깨뜨릴 수 없을 것만 같았던 때가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MacOS가 성장하여 PC 운영체제의 양대산맥으로 성장하여 세상의 판도를 바꿔나가고 있다. 이처럼 모바일 OS에서도 또한 단시간 내에 승부를 가를 수 없기에, iOS와 안드로이드 양강체제가 상당히 오랫동안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iOS와 차기 아이폰이 안드로이드와 격차를 얼마나 벌릴 수 있을지가 관건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