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의미의 한국판 Women 2.0을 위해 필요한 것은?
2013년 07월 02일

지난 토요일 D.CAMP에서는 미국 실리콘밸리 기반의 엑셀러레이팅 벤처기업인 ‘BootstrapsLab’의 파트너인 벤 레비(Ben Levy)와 함께 한국을 방문한 수미 레비(Sumi Lee Levy)의 주도로 ‘여성 창업가들의 협력적인 발전 가능성’라는 주제를 가지고 네트워킹 장이 마련되었다. 수미는 “스타트업 여성 CEO들이 갈구하고 열망하는 포인트를 듣기 위해 모임을 만들었다.”라면서, 실질적으로 어떤 점들이 보완되어야 하고, 무엇을 서로 도와줄 수 있을 것인지를 알아가는 장으로 거듭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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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명 내외의 여성 CEO들과의 가벼운 집밥 점심 만찬 모임으로 출발한 이번 모임은 입소문이 퍼지면서 오픈한 지 이틀도 채 되지 않아 30명의 정원을 채웠다. 그만큼 여성이기에, 여성이라서 겪을 수 있는 문제들을 공유하고 싶은 기회가 거의 없었다는 사실을 내포한다. 이지웍스 신유정 대표는 “서로 잘 도와서 좋은 모임을 시도해봤으면 좋겠다.”라고 말했으며, 브램덤의 문지혜 대표는 “멋진 엄마, 멋진 여성 벤처인이 되고 싶기에 참여했다.”라면서 짤막하게 참가 소감을 밝혔다. 그밖에 룩페이지 이현정 COO, 싱글펫 전혜린 CCO, 마일리얼트립 백민서 대표, 집밥 박인 대표 등 스타트업계에 종사하는 30여 명의 여성들은 ‘엄마와 직장 생활의 갈등’, ‘여성 CEO로서 갖춰야 할 리더쉽의 과제’, ‘남성 직원들과의 조화로운 소통을 유도하는 법’ 등 일반적으로 여성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고민해볼 만한 문제를 공감하는 시간을 가졌다.

 

여성의 유리천장

페이스북의 CCO인 셰릴 샌드버그는 그녀의 저서 린인Lean In에서 다양한 연구 결과와 통계자료를 들어 여성이 직장에서 불리할 수밖에 없는 문제를 제기했다. “회사 재무제표 등 수치적인 성과가 아무리 똑같아도 CEO의 이름이 ‘하이디’보단 하워드’일 때 사람들이 더 신뢰하죠.”라는 심리학 실험결과나 미국 여성의 급여 인상은 40년 동안 18%에 불과했다는 사실을 단적인 예로 들어볼 수 있다. 국내는 10대 그룹 계열사 여성 직원이 20%에 이르는 반면, 여성 임원은 1.48%로 승진의 기회가 매우 희소하다. 벤처기업은 여성 벤처기업인이 2006년 4.1%, 2013년 3월 기준으로는 7.8%로 상황이 조금 더 나은 편이나, 여전히 여성 정치 리더의 비율은 상당히 저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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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당히 많은 여성이 임신, 출산, 육아 부담 때문에 퇴직했다는 2011년 통계 자료에서 볼 수 있듯이, 보통 직장 여성의 입지는 불안정하다. 셰릴이 첫아이 출산 후 자신의 자리가 없어질 것을 두려운 나머지 휴가기간에도 매일 회사 E메일을 확인했을 정도이니 말이다. 임은주 강원FC 대표는 ‘여자이기에 1년 더 검증이 필요하다.’라는 이유만으로 다른 남자 동기들이 1년 만에 심판으로 그라운드에 데뷔할 수 있었던 것과는 달리 2년의 검증 과정을 거치기도 했다.

이은형 교수(국민대 경영학)는 여성 임원이 희소하다는 것이 기업의 인사관리 측면에서 부정적인 요소를 가질 수 있다고 언급했다. “하위 직급의 여성은 아무리 노력해도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임원이 되기 어렵겠다는 역동기부여를 받을 수도 있다.”라면서, 남성만으로 구성된 최고경영층은 의사결정 과정에서 최고의 대안을 찾는 데 결함을 가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인 최초 우주 비행사 이소현씨는 한 인터뷰에서 “처음에 남자 훈련생들이 ‘우리가 다 해줄 테니 넌 이런 거 안 해도 된다고 특별 대우하는 것처럼 말하는 게 짜증났다”라면서 “나도 할 수 있으니 기회를 달라고 했고 이후 동등한 우주인으로 끼워주는 데까지 3개월, 잘한다고 칭찬받기까지 6개월이 걸렸다”고 했다. 

 

Women2.0이 도래하는데 필요한 것들

그렇다면 역사적, 사회적인 관점에서 여성이 받아온 차별과 육아와 가사부담의 문제로 겪어왔던 사회진출의 문제는 어떻게 풀 수 있을까? 한국에도 Women 2.0이 도래하기 위해서는 지금 당장 사회 제도의 변화보다도 여성 스스로의 주체적인 생각과 가치관을 확립할 필요성이 있다. 자신이 스스로 만들어 놓은 벽 안에 갇혀 있으면서 어떻게 사회로부터 받은 편견과 차별을 이겨내고 자신만의 성공 스토리를 써내려 갈 수 있는가 말이다.

 

1. 여성이라 차별받는다고 생각하는 순간 당신은 패배자

박혜린 옴니시스템 회장은 ‘여성’이라는 생각을 버리라고 여직원들에게 일러준다고 한다. "입사 초기에는 여직원들이 남직원들보다 훌륭한데 1~2년 지나면 달라져요. 여자라서 못하겠다고 하는 것들이 늘어나면서죠.” 회사에 들어왔다고 끝이 아니라 직장생활 내내 여성의 틀을 계속해서 깨야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가르치는 것이다.

한국의 최초 여자 우주인 이소연 연구원은 무조건 “내가 여자니까 차별당하는 것 아니냐고 생각하면 이미 패배자”라며 “자신이 여자인지 남자인지 잊고 사는 게 성공하는 비결”이라고 덧붙였다. 즉 여성이라는 이유로 자신의 능력에 한계를 긋지 말고 공학을 향한 꿈을 펼쳐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또한, 여성 스스로 역량을 확보한 후 업무에 적극적으로 도전하는 마인드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특히 여성들의 과학 리터러시(science literacy)를 키우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과학 리터러시는 개인의 의사결정, 시민사회에의 참여, 경제적 생산성과 관련해 요구되는 과학적 개념과 과학지식이 만들어지는 과정에 대한 지식과 이해를 의미한다. 과학이나 공학에 대한 기본적인 능력을 갖는 것은 여성 참여를 늘릴 방법이기도 하고 '그들만의 리그'에 개입할 수 있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

 

2. ‘여성’이라는 타이틀로 실력을 가리지 말자.

이영 한국여성벤처협회 수석부회장이 13년째 이끌고 있는 보안소프트웨어 개발 회사는 여성인력 비중이 40%, 중간 관리자의 경우 50%가량이 여성이다. 전통적으로 남성이 우위에 있을 법한 직군에서 여성의 활약이 뛰어난 이유는 여성 CEO이기 때문에 여성 인력을 배려한 게 아니라, 오히려 동등한 구성원으로 바라보고 선입견과 편견을 갖지 않기 위해 노력했기 때문이다. 이는 철저하게 ‘실력’으로 승부해야 함을 의미한다. 임은주 대표(강원FC)는 “여성 최초라는 타이틀보다 ‘선수 출신 CEO’라는 타이틀이 더 신경 쓰였다.”라면서 선수들에게도 자신과 같은 길을 걸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에 자부심을 느낀다고 덧붙였다.

CEO의 탄생에 ‘여성’이라는 타이틀을 덧붙여 ‘여성성’을 억지로 부각할 필요도 없다. 당신에 ‘여성’이라서 언론의 조명을 받는 것보다 ‘실력이 월등’한 편이 남성들과도 평행적인 구도 관계를 구축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여성도 남성만큼 기회를 움켜쥘 수 있는 자신감을 갖추는 것 또한 필요하다. 셰릴이 구글에서 6년 반 동안 직원 4,000명을 고용했는데, 대개 남성이 여성보다 훨씬 빨리 승진 기회를 잡는 것을 발견했다. 남자 직원들이 사무실까지 찾아와 자신이 적임자여야 하는 근거를 제시하며 설득하는 과정을 보면서, “여성이 남성에 비해 새로운 도전거리에 두려워한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3. 여성 지원책은 오히려 ‘독’이다

여성 취업 박람회, 여성 취업 교육 센터, 여성 일자리 교육, 여성 복지, 여성 인력 채용, 여성 매너 교육, 여성 일자리 창출

여성에 특화된 프로그램 등이 우후죽순으로 개설되고 있는데, 이런 지원책들은 일시적인 보강책에 불과하다. 지원책이 사라지는 순간 시장에서 어떻게 경쟁하고 살아남을 것인지 고민하지 않으면 도태될 수 밖에 없다. 시장은 여성이라 배려 받을 수 있는 곳이 아니기 때문에 남성과 동등한 위치에서 보고 경쟁해야 한다. 기본적으로 여성 지원책이 없다는 가정 하에 전략을 세우고 브랜드의 입지를 다져야 한다.

 

4. 남성 CEO가 있다면 여성 CEO도 있는 것

많은 직원이 여성 CEO에게 ‘남성적인 리더쉽’을 요구한다. 남성이 주를 이루는 사회 속에서 남성의 ‘강인함’을 지니지 않으면 경쟁 사회에서 도태될 수도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대다수는 남성의 물리적인 힘이 곧 사회적인 힘과 지위에 비례한다는 착각을 한다. 하지만 남성과 남성이 사회적인 지위에 따라 그에 걸맞은 역할을 해내듯이, 남성과 여성에 있어서도 ‘대등’하거나 혹은 ‘자리’에 알맞은 역할을 해내야 한다.  

그러므로 우리는 남성 CEO의 스타일이 있노라면 여성 CEO 스타일대로 회사가 운영될 수 있고, 또 그러한 것이 오히려 경쟁에 플러스 요인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오히려 육아와 가사를 평등하게 분담해야 한다는 인식을 지닌 여성 CEO 덕분에 사내 출산휴가나 보육정책이 보강될 수 있고, 여성이 가진 특유의 섬세함, 유연한 사고, 문화적 소양이나 감성이 강점으로 두드러질 수 있다.

 

물론 한국의 Women2.0을 만들고 사회 전반적인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제반 사항이 너무나 많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이미 같은 고민을 끌어안고 살아가는 여성들이므로, 육아와 가사 그리고 커리어를 모두 성취한 선배 여성이 후배를 위해 이끌어갈 수 있는 생태계의 필요성이 대두한 것은 사실이다. 이를 위해서는 여성들의 목소리에 힘을 실으면서 동시에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다양한 교육과 세미나 등이 열려야 한다. 더불어 사회 구성원 모두 조화롭게 일과 라이프를 균형 있게 성취해 나갈 수 있도록 남성과 여성의 처지에서 서로 이해할 수 있는 프로세스와 그러한 네트워크의 장도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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