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니들 기술로 독보적인 글로벌 바이오 기업 ‘라파스’ 정도현 대표, 연구실에서 IPO까지, 그리고 엑셀러레이터 스타트업엑스와 창업가 지원에 나서
라파스(Raphas)는 ‘치유의 통로’(Rapha- (healing, 치유) + Path (passage, 통로))라는 의미로, 전 세계 마이크로니들 업계 1위의 혁신기술, 상업화 능력, 의약품 개발능력을 보유하고 있는 코스닥 상장 기업(2019년 11월 상장)이다.
혁신적인 경피 약물전달 기술인 마이크로니들을 기반으로 독자적인 DEN(Droplet Extension) 기술을 대량생산이 가능한 형태로 발전 시켜 화장품, 의료기기, 의약품 등으로 상용화 연구개발을 성공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라파스는 올해 3월부터 엑셀러레이터인 스타트업엑스(StartupX, 대표 신유정)와 공동으로 운영하는 엑셀러레이팅/오픈이노베이션 프로그램(10X 프로그램)을 통해 스타트업을 지원하고, 선배 창업자로서 건강한 창업 생태계를 위한 힘을 보탤 계획이다.
창업에서 IPO까지, 그리고 오픈이노베이션을 통해 창업 생태계에 이바지하고자 하는 글로벌 바이오 기업 라파스의 정도현 대표를 만나보았다.
Q. 라파스를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습니까?
저는 생명공학을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취득 후, 제약회사 연구원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하였습니다. 대학원 시절부터 기술을 상용화하여 사업화하는데 관심이 많았기 때문에, 창업을 늘 염두에 두고 있었습니다. 바이오 벤처회사에서 연구원과 기획팀장을 거치면서 벤처 비즈니스를 직접 경험한 후 공동창업으로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어 2006년에 라파스를 설립했습니다.
용해성 마이크로구조체 기술은 원래 연세대학교 생명공학과에서 개발한 기술인데 2009년 라파스에서 이 기술을 완전히 이전받았습니다. 누구나 통증 없이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는 방법을 찾던 중에 생명공학과 나노테크놀로지에서 마이크로구조체라는 아이디어를 떠올리게 됐고, 여기에 다시 반도체 기술, 즉 마이크로니들 기술이 접목돼 대량생산 기술이 완성된 거죠. 4년이 넘는 오랜 시간 동안 연구에 연구를 거듭한 끝에 라파스는 세계 최초로 새로운 약물전달시스템을 상용화했고 제품을 출시했습니다.
Q. 라파스는 마이크로니들 패치 기술을 어떻게 사업화했습니까?
현재 라파스의 주력 제품은 용해성 마이크로니들 패치 기술을 화장품에 적용한 제품입니다. 라파스는 피부를 통해 직접 유효성분이나 약물을 투과시키는 2020년 가장 유망한 기술로 선정된 마이크로니들을 용해성 DEN 방식으로 제조하는 특허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DEN 기술은 패치 위에 용해성 고분자 물질과 약물 및 유효성분이 혼합된 용액 (Droplet)을 올려 원하는 길이만큼 인장(Extension) 시켜 마이크로니들을 만드는 제조 방식입니다. 기존 몰딩 방식보다 제조공정이 단순해 양산성이 뛰어나고 열을 가하지 않는 제조방식이라 열에 약한 의약품 등의 변질 위험이 없어 바이오 의약품 탑재에 상대적으로 유리한 장점이 있는 특허 기술로 화장품 분야에 먼저 적용하여 사업화를 성공시켰습니다.
국내에는 아크로패스라는 미용 브랜드를 통해 여드름, 미백 및 주름에 효과적인 유효성분을 탑재한 패치를 만들어 판매하고 있습니다. 사실 국내에서보다 해외에서 먼저 판매되었습니다. 일본을 시작으로 현재 20개국에 주요 글로벌 뷰티 브랜드에 ODM 형태로 마이크로니들 패치를 판매하고 있습니다. 매출의 80%는 글로벌 ODM 수출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화장품에서 인정받은 양산과 효능을 의료기기나 의약품으로 확대하여, 현재 다양한 백신 및 의료 약물 탑재를 위한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궁극적으로는 주사기를 대체하여 백신 및 의료약물을 전달할 수 있는 마이크로니들 패치를 통해 인류의 건강에 기여하고자 하는 것이 저희 라파스의 목표입니다.
Q. 지금까지 얼마만큼의 투자를 유치했습니까?
설립 후 총 500억 원 정도의 투자를 받았고, 최종 펀딩은 2019년 11월에 한 IPO를 통한 공모자금 모집이었습니다. 바이오산업은 특성상 긴 호흡의 연구 및 임상들이 필수적이고 이를 위해서는 안정적인 자금 조달이 매우 중요했기 때문에 IPO는 가장 적합한 선택이었습니다.
Q. 어떤 통로를 통해 투자자들을 만났습니까?
공개적인 IR 행사와 인맥을 통한 개별 접촉을 통해 지금까지 20여 명의 투자자를 만났습니다. 특히 기술이나 미래산업에 관심을 갖고 투자를 하는 벤처캐피탈을 만나 라파스의 기술의 효과와 진정성 그리고 가치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결과적으로 산은캐피탈, L&S 벤처캐피털, 네오플럭스와 같은 기술투자 중심의 벤처캐피탈로부터 투자를 유치했습니다.
Q. 펀드레이징 과정에서 마주했던 가장 큰 도전이나 장애물은 무엇이었습니까? 만약 새롭게 시작해야 한다면 무엇을 다르게 시도해 보겠습니까?
사실 마이크로니들 기술을 사업화 할 수 있다는 것을 이론만으로 투자자나 고객에게 설명할 수는 없었습니다. 그러므로 기술로 상품을 만들고 이를 입증하는 과정은 매우 어렵지만, 굉장히 중요했습니다. 투자를 유치해 공장을 세우고, 직접 마이크로니들 패치를 만들어 우리 기술을 어떻게 사업화 할 수 있는지를 설득력 있게 보여주는 것 말입니다.
만약 다시 할 수 있다면 글쎄요, 다시 한다고 해도 아마 이렇게 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좀 더 효과적으로, 좀 더 빠르게 할 수는 있겠죠. 여러 어려움이 있었지만, 라파스는 마이크로니들 기술을 통한 우리 기술의 우수성과 그것을 투자자나 고객에게 증명하려고 노력해왔고 그 길만은 다시 시작한다 해도 같을 것 같습니다
Q. 다음 목표는 무엇입니까?
지금까지 라파스의 핵심 기술이 대량생산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어 화장품 영역에서 사업화에 성공하였다면, 다음은 의약품 영역에서 상업화에 성공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궁극적으로는 백신에 적용해, 보관 유통과정의 어려움을 극복하여 보다 많은 나라와 지역에 백신을 보급할 수 있도록 기여하는 것입니다.
또 저와 같이 기술로 창업하려는 벤처 창업가들을 돕고 싶습니다. 그래서 올해 엑셀러레이터인 스타트업엑스와 함께 엑셀러레이팅/오픈이노베이션 프로그램을 운영하려고 합니다. 새로운 일감은 내부가 아니라 외부에 있다고 생각에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새롭게 시작하는 스타트업과 함께 건설적인 발전 방향을 새울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언젠가는 스타트업을 도와주는 일을 하겠다고 막연히 꿈꿔왔는데 우연한 기회와 인연이 계기가 되어 실행에 옮길 수 있게 되었습니다.
Q. 스타트업엑스와 공동 운영하는 이번 프로그램의 특성은 무엇입니까?
연구원들의 실험실에서 시작된 세계 최고의 마이크로니들 기술 기업 라파스와 재창업가 출신이 설립한 글로벌 임팩트 액셀러레이터 스타트업엑스는 스타트업의 고충과 니즈, 성공의 필수 요소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고 확신합니다.
10X 프로그램은 스타트업엑스(StartupX) 신유정 대표님이 기획하고 제안해주셨습니다. 10개 분야의 우수한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10년 이내 최소 10개사 엑싯(EXIT) 및 10년 이내 최대 10개사 IPO를 명확한 목표로 하는 프로그램입니다. 스타트업에는 관련 산업 전문성 및 경험과 자본을 통해 생존과 성장의 길을 열어주고, 우리 같은 중견기업에는 새로운 기술과 시장을 열어주는 기회를 제공하는 오픈이노베이션을 통해 모두가 윈윈하는 진정한 스타트업 생태계를 구축하고자 하는 큰 뜻도 있습니다.
선발한 스타트업에 사업화 및 투자유치 역량 강화 교육, 맞춤형 멘토링, 데모데이 등의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이 지원되고, 기술 세미나, 비즈니스 협업, 글로벌 프로그램 등으로 구성된 오픈이노베이션 프로그램이 개별 기업 맞춤형으로 제공할 예정입니다. 또 최종 우수 기업에는 1억 원 이상의 투자도 집행할 계획을 하고 있습니다.
Q. 지금까지 어떤 전략으로 회사를 성장시켰습니까?
기술의 상업화와 대량생산에 초점을 맞추고 기술개발을 한 것이 지금까지의 전략이었습니다. 또한 투자 유치에만 의존한 것이 아니라 기업이 생존할 수 있는 최소한의 매출과 이익을 초기부터 구현해 가는 사업화 전략이 성공적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시장에 끊임없이 보여주고, 검증을 받고, 자생력을 확보하는 것 그리고 피드백과 연구를 통해 보완하고, 입증하고, 집중하여 성과를 만들어 내는 것. 그것이 라파스가 처음부터 지금까지 지켜오고 있고 성장할 수 있는 비결이라 생각합니다.
라파스의 최종 목표는 패치형 백신의 개발을 통해 인류의 건강과 행복에 기여하는 글로벌 헬스 케어 기업으로 성장하는 것입니다. 사업화에 성공한 화장품 제품 양산 기술을 의약품 사업에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Q. 유효했던 최고의 마케팅 방법은 무엇이었습니까?
고객은 매우 정확하고 똑똑합니다. 핵심가치와 기술을 금방 알아보고, 심지어 미리 알아보기도 하며 이를 통해 의사결정을 합니다. 구태의연한 말일지 모르지만 결국은 본질에 집중하고 그 기술에 대한 확신을 가질 수 있는 제품과 서비스로 고객과 소통하는 것. 그것이 최고의 마케팅이자 고객 소통의 툴이라고 생각합니다.
Q. 스타트업이 마케팅을 할 때 어떤 부분을 고려하면 좋겠습니까?
본인만의 장점을 살려 나가는 데 집중하지 못하고, 다른 기업들이 하는 것을 따라 하려고 하는 데서 오는 시행착오가 많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라파스의 경우 모든 것이 업계 최초였습니다. 마이크로니들에 대한 개념이나 인식이 없어서 식약청 등의 규제에서도 모호한 부분들도 많아 뭐든 최초의 길을 걸었습니다. 그러니 당연히 저희의 방법으로 할 수밖에 없었고 다른 기업을 따라 할 수 없었습니다. 처음이라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것들도 많았고 시행착오도 많았지만 결국은 따라 할 기업이나 제품이 없으니 우리만의 독자적인 방법밖에 없었지만, 결과적으로는 그것이 맞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객관적인 시선으로 다른 스타트업들이나 기업들을 봐도 자신만의 장점을 자신의 방식으로 들어내는 기업이 성공할 확률이 훨씬 높다고 생각합니다.
Q. 글로벌 진출은 어떻게 하였습니까?
라파스만의 독자적인 기술을 적용해 대량생산이 가능해진 패치 제품들은 해외에서 먼저 그 기술력과 상품성을 알아봐 주었습니다. 2012년 11월 일본에서는 ODM 방식으로 제품을 론칭했고, 2014년 3월에는 미국의 로던 앤 필드(Rodan and Fields)와 독점 계약을 맺고 제품을 출시해 세간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특히 ‘어큐트 케어(Acute Care)’라는 이름으로 선보인 제품은 2015년 1월 미국 포브스에서 발표한 ‘2014년 가장 혁신적인 뷰티 제품(2014’s Most Innovative Beauty Products)’에 선정되었습니다. 그 영향 때문인지 지금도 외신에서는 주목할 만한 신제품으로 소개되고 있습니다. 현재는 전 세계 20여 개국에 거래처를 두고 주요 글로벌 뷰티 브랜드에 ODM 형태로 마이크로니들 패치를 판매하고 있습니다. 기술의 우수성을 입증한 후에도, 이를 고객이나 시장에 알리고 설득력 있게 보여주는 것은 또 다른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Q. 기업이 글로벌 확장을 앞두고 저지르는 실수가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내실을 다지지 않은 너무 성급한 글로벌 확장은 실패의 위험이 있을 수 있습니다. 장기적인 안목으로 기업의 역량에 맞는 글로벌 확장을 추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Q. 초기 기업의 파운더가 자주 저지르는 실수는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현실성 있는 계획을 세우지 못하는 것입니다. 회사는 현금 흐름에 매우 민감합니다. 현실성 있는 현금흐름 계획을 갖고 회사를 시작하고 운영해야 합니다.
Q. 코로나19 상황을 어떻게 대처하고 있습니까?
저희 라파스도 일하는 방식 및 비즈니스 모델 자체에도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Covid-19) 이후의 비대면 사회에 대한 솔루션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마이크로니들이란 기술 자체가 궁극에는 의료진의 도움 없이도 편리하게 백신이나 의료약물을 투여할 수 있는 비대면 방식에 적합한 기술입니다. 저희 기술 자체가 이미 코비드(COVID) 이후에 다가올 비대면 시대에 대한 좋은 솔루션이라고 생각해 연구의 방향성을 확신하게 되었습니다.
Q. 지금까지 받은 조언 가운데 가장 값진 것은 무엇이었습니까?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라는 속담을 약간 변형한 말인데, ‘하늘이 무너지는 일은 없다’라는 조언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회사를 세워 운영하다 보면 많은 어려움에 부딪치게 되는데, 어떠한 어려움도 모두 극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고 돌파하라는 조언을 듣고 어려움이 닥쳐도 항상 해결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마인드를 갖게 되었습니다.
항상 긍정적인 마음으로 어려움을 극복해 나가라고 조언해 주고 싶습니다.
Q. 인생을 바꾼 책은 무엇입니까?
첫 투자를 해 주신 벤처캐피탈 회사의 대표님이 선물해 주신 이나모리 가즈오의 ‘카르마경영’ 이라는 책을 감명 깊게 읽었고, 경영의 철학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 외에도 피터 드러커의 책과 벤처 창업에 대한 책을 창업 초기에 읽고 많은 인사이트를 얻었습니다.
Q. 매일 어떻게 동기를 부여합니까?
스티브 잡스가 만약 내일 죽는다면 내가 오늘 무엇을 해야 하나? 라는 질문을 던진다고 하였습니다. 오늘은 내생에 주어진 선물이라고 생각하고, 오늘도 최선을 다해서 살아야겠다는 생각으로 동기부여를 합니다.
Q. 자식들에게도 남기고 싶은 인생의 교훈 3가지는 무엇입니까?
-하루하루를 의미있 고 보람되고 보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라
-너 자신은 우주에 하나밖에 없는 소중한 존재이다. 너 자신을 사랑하고 너의 힘을 믿어라
-네가 세상에 존재하는 이유와 의미를 생각하며 너의 인생을 보람있게 설계하라
Q. 스타트업 생태계가 어떻게 발전했으면 좋겠습니까?
스타트업 생태계가 건전하게 발전하려면 스타트업의 아이디어와 사업의 맹아를 키워나갈 수 있는 풍토가 마련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기존의 기업, 대기업 중견기업들이 스타트업을 육성하고, 그 들의 아이디어를 적극적으로 수용해 나가는 생태계가 마련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더불어 창업자들도 좀 더 담대한 생각을 구현해 나갈 수 있는 과감한 도전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2018년 11월 22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스타트업코리아! 디지털 헬스케어’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뛰어난 의료기술력, 의료기관 전자의무기록(EMR) 보급률, 세계 1위 스마트폰 보급률 등 높은 수준의 디지털 인프라를 갖추고 있음에도 글로벌 디지털 헬스케어 스타트업 상위 100개 기업에 국내 스타트업은 포함되지 않았는데, 그 가장 큰 원인으로 원격의료 규제가 44%로 지목이 되었습니다. 또 정부에서는 좀 더 유연한 생각과 정책으로 스타트업의 새로운 시도가 정착될 수 있도록 각종 규제가 완화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