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인턴들의 수다 – 우리는 왜 스타트업에서 일할까?
2013년 07월 24일

 

한국 스타트업, 인턴 없으면 안 돌아간다. 시간과 자원에 쫓기는 대부분의 스타트업에게 있어서 인턴 제도는 부족한 인력을 공급해 주면서 학생 특유의 신선한 아이디어를 제공하고, 또 궂은일도 마다치 않는 그야말로 천군만마 같은 존재이다 (물론  채용하고, 적응시키며, 가르쳐야 하는 험난한 과정도 있다)

그렇지만 인턴의 처지에서는 스타트업에서 일하는 것이 어떤 것일까? 취업 시 인정받을 수 있는 인턴 경력이나 급여 수준은 일반 직장의 인턴보다 상대적 열세인 건 객관적인 사실. 그들은 왜 생고생이라는 스타트업에서 인턴을 하는 걸까? 그들의 생각을 알아보고자 스타트업의 인턴들과 함께 그 얘기를 들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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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석자 (왼쪽부터)

  • 김홍 (프로그램스-왓챠, 개발, 5개월째, 미국 유펜, Computer Science, 군제대 후 복학 전, 이하 김)
  • 이보미 (마이리얼트립, 마케팅, 이화여대, 사회학, 3학년 1학기, 이하 이)
  • 심재관 (헬로네이쳐, 마케팅, 2개월째, 숭실대, 벤처중소기업학, 4학년 1학기, 이하 심)

 

스타트업에서 인턴을 한다는 것. 사실 ‘스타트업’이란 단어조차 아직 많은 이들에게 생소하다. 이들은 왜 스타트업에서 인턴을 하게 된 걸까? 

어떻게 지금의 스타트업에 합류하게 되었나요?

이: 학기초에 마리트 대표님의 강연회를 우연히 듣게 되었는데, 강연회에서 알게된 비즈니스 모델이 너무 매력적이어서 쫓아가서 명함도 받고, 개인적으로 계속 컨택 하면서 결국은 인턴까지 하게 되었어요.

김: 프로그램스에서 개발자로 있는 지인이 있어서, 그분을 통해 지속적으로 ‘왓챠’를 알고 있었는데 함께 해보자는 오퍼를 받아 자연스럽게 합류하게 되었습니다.

심: 인턴을 찾아보고 있었는데, 공고를 보고, 헬로네이쳐 존재를 알게되었고, 마침 헬로네이쳐를 알고 있던 친구가 "좋은 회사다" 라고 추천해 줘서,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그냥 좋아서, 아는 형이 같이 해보자고 해서, 공고를 보니 흥미로울 것 같아서… 다양한 경로로 시작한 인턴, 해보니 뭐가 좋고 그렇지 않은지 궁금했다.

 “스타트업에서 일해서 이건 좋다!”이런 점이 있나요?

심: 어떻게 일을 시작하고 마무리하는 일련의 과정을 겪어 볼 수 있어서 좋아요. 인턴인데도 불구하고 모든 회의에 다 참석하고, 또 하나의 업무가 아닌 여러 업무를 하면서 큰 기업이 어떻게 운영되는지 다 볼 수 있어서 좋은 거 같아요.

김: 큰 기업에서 인턴을 한다면 서비스의 프로그램 아키텍쳐 전체를 보지 않고 작은 부분만 보게 될 터인데, 스타트업에서 일하다 보니 전체 아키텍쳐를 다 볼 수 있었고, 또 이해할 수 있도록 많이 도와주셨어요. 그리고 최신 기술들을 사용하고 도전하는 것에 대해서 유연하다는 것, 인턴도 직접 구현해 보고, 또 프로그램에 대한 개선을 제안해볼 수 있다는 것은 스타트업에서만 가능한 장점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 신경을 잘 써주세요. 대표가 직접 인턴직원에게 사려 깊고 배려있게 대해주시고 그러다 보니 인턴임에도 더 열심히 하고 싶고, 작은 것에도 칭찬해주시고 그러니깐.

 스타트업은 인턴이라고 해서 잔심부름 따위의 일만 시키지 않는다. 말만 인턴일 뿐.

 

회사 분위기(회식 포함)는 어떤가요?

이: 남자 셋 여자 넷이다 보니 술과는 거리가 멀어요, 환영회도 여성취향, VIPS같은 데서 하고, 웰빙 추구 문화에요. 호칭을 할때도 ~님, 이렇게 부르거든요. 대표님이 저를 부를 때도 ‘보미님’ 이렇게, 그렇다 보니 더욱 부드러운 분위기 인 거 같아요.

(여기서 프로그램스의 김홍, 엄청 부러워하였음)

심: 헬로네이쳐도 ~님, 이렇게 불러요. 대표, 인턴 할 것 없이 모두, 그러다 보니 보다 부드러운 상황에서 수평적인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해요. 회식 같은 경우에도 회사 뒷뜰의 마당에서 뒷뜰에 앉아 도란도란하게 시켜먹는 분위기에요. 대학생들끼리 잔디밭에서 노는 분위기? 이게 아주 좋았어요.

김: 자유로운 분위기에요. 직함, 직급 대신 별명을 부르는데요, 대표는 티팍, 저는 홍킴 이런 식으로. 서로를 존중하면서 배려한다기보다 서로를 막대하면서 편해지고 유대감을 느끼는 문화인것이지요. 프로그램스는 출퇴근 시간도 정해져 있지 않아서 (이 부분에서 일동 놀람) 다음날 생각 안하고 늦게까지 일하다가 새벽에 치맥 하러 나가서 이런저런 얘기, 평소 할 얘기 못 할 얘기 다하는 경우가 많아요

(자율출퇴근은 자유롭게 일한다는 장점은 있지만, 서로의 업무시간의 편차 탓에 동료간 커뮤니케이션의 문제도 있다고 한다)

프로그램스는 헬로네이쳐와 마리트의 아기자기한 문화를 매우 부러워하였다. 그 외에 나온 말들은 각 기업은 전반적으로 자유로운 분위기이며 출퇴근 압박은 없다고 한다. 출근이 늦어도 딱히 혼나지는 않는다고 한다. 대신 일이 있으면 늦게까지 하는 것은 대부분 비슷한 듯(그러나 마이리얼트립은 인턴에 한해서 7시 칼퇴 보장)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인턴도 책임과 의무를 갖고 ‘진짜’ 업무를 할 수 있다. 이것이 스타트업에서의 인턴쉽 장점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장점이 있으면 언제나 단점이 있는 법.

개선되었으면 하는 점, 아쉬운 점이 있다면요?

심: 맨처음 들어왓을 때 고객조사 경쟁사 조사, 가능한 마케팅 채널 다 뽑고 세부적인 마케팅 계획을 세우는데, 예산이 문제였어요. 이거 하면 정말 더 나아질 수 있을 거 같은데, 예산이 없다 보니 뻔한 마케팅을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아쉬웠어요.

이: 업무 스코프 외 일들이 불시에 생긴다는 단점이 있어요. 지금 온라인 마케팅을 하고 있는데 다뤄야 하는 채널도 너무 많고, 또 이거 하다가 다른 일이 날라오고, 업무 스코프 이상의 것들이 막 날라오는 게 좀 힘들어요.

(최근 페북에 올라오는 마리트의 멋들어진 여행 사진들을 올리는 것이 모두 이보미 님의 작품이라고)

김: 지금 프로그램스가 삶 대부분의 포션을 차지하는 것이, 애로사항이 아닌가 싶어요. 사실 지금 나이가 정말 인생 즐기며 재밌게 보내야 하는 시기인데, 지금은 왓챠 밖에 없거든요. 처음에는 학원 다니는 것도 시도해 봤는데. 결국은 ‘왓챠’만 했어요. 사실 무언가를 빡세게 하고 싶어서 들어온 것이고 또 만족스럽고 후회는 없지만, 그에따른 기회비용, 즉 하지 못한 것들에 대한 아쉬움. 그것이 애로사항이죠.

심 : 저도 퇴근하면 씻고 바로 자요. 평일에는 것의 일밖에 없다고 봐야지요.

이 : 퇴근해서 집에 오면 8시 반인데, 저는 과외도 하고, 공부도 하고, 비교적 여유로운 것 같아요.

 

beSUCCESS의 기사 "C클래스에게 묻는다! - 스타트업에는 일과 라이프의 균형이 있다?없다?" 에 따르면 스타트업 CEO의 Work & Life 는 거의 같다고 하는데, 인턴에게도 주어지는 상황도 마찬가지 인 것 같다.

CEO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 있어요?라는 질문도 덧붙였으나 다들 의사소통에는 문제가 없어 평소하고 싶은 얘기 다 한다고 한다. 대표와 인턴간의 자유로운 의사소통 역시 스타트업의 특징이라고나 할까?

 

이런 좋은 분위기의 스타트업에서 일하는 인턴들, 앞으로도 계속 일하실 계획이신지.

심: 아직은 잘 모르겠어요. 스타트업보다는 사회적기업이나 중소기업진흥원처럼 다른 이들 돕는 단체에서 일해보고 싶었는데, 스타트업에서 많이 배우고 도 재밌게 일하다 보니 스타트업에서 일하는 것 또한 재밌어서 더 생각해 보려고 해요.

이: 저는 더 일하고 싶어요. 그것도 마이리얼트립에서. 주중엔 일하고 주말엔 가이드하고. 그치만 큰 조직에서 일해보는 것도 좋은 기회일 수 있지만, 마이리얼트립에서 정규직 하고 싶어요. (라고 꼭 써달라고 본 기자에게 부탁하였다)

김: 스타트업 관련해서 계속 일해보고 싶은 마음이 있지요. 창업도 도전해 보고 싶어요. 아직은 먼 얘기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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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힘든 상황에 도달했을 때는 아무래도 인턴이다 보니 ‘이렇게 까지 해야되나’ 싶은 상황도 있지만 결론적으로 이들은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책임을 갖고 많은 것을 볼 수 있고, 또 할 수 있어서 자신들의 인턴생활을 매우 만족스러워 하였다.

물론 이 세명의 이야기가 모든 스타트업 인턴들의 목소리를 대변할 수는 없다. 하지만 자유로운 의사소통과 오너쉽, 그리고 일명 ‘빡센’상황에서 적극적으로 일하는 것은 스타트업의 일반적인 분위기, 인턴이라고 해서 이 분위기에서 크게 벗어나서 일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금번 인턴들의 수다가 스타트업에서 인턴을 고민하고 있는 이들의 선택에 다소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beSUCCESS 최기영 기자 | kychoi@besucces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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