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엑시트’ 할 타이밍은 언제인가?
2015년 12월 15일

창업자에게 있어 타이밍은 가장 큰 도전 중 하나일 것이다. “지금이 내 아이디어를 실행에 옮길 좋은 타이밍인가?” 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서, "지금이 인력을 충원해야 할, 혹은 내보내야 할 시점인가?" 혹은 "새로운 마케팅을 실행할 시점은 언제일까?"와 같은, 그야말로 스타트업이 해야 할 모든 결정 중 많은 것이 타이밍에 관한 것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와 같은 타이밍에 관한 결정들은, 당시에는 그것이 아무리 사소한 것으로 보일지라도 많은 경우 결국 사업의 성패를 가르는 부메랑이 되어 날아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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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gure 1. 2004 년에 한 국내 창업자에 의해 시도되었던 휴대폰을 이용한 결제솔루션으로 오늘날의 핀테크(Fintech)의 원형일 것이나, 너무 일렀다

 

타이밍은 사실 그와 같은 창업과 경영과정에서뿐 아니라, 언제 사업을 청산하고 엑시트(Exit)해야 하는지도 매우 중요한 문제다. 그러나 적지 않은 창업자들이, “OO 기업의 OO 창업자가 초기에 OO 금액의 인수를 제안하고 뚝심 있게 밀어붙여 오늘날의 거대한 기업에 이르렀다”와 같은 이야기에 매료된 채로 엑시트 타이밍에 대해 적절한 고민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 역시 사실이다. 그래서 이번 칼럼에서는 과연 적절한 엑시트(그것이 기업의 매각이든 혹은 그야말로 청산이든)의 시점은 언제일지, 또 적절한 엑시트의 시점이 임박했음을 알 수 있는 지표들은 무엇이 있는지에 대해 간단히 살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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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gure 2. 초기에 누군가 백만 달러를 제시하면 드롭박스(Dropbox)를 팔겠다는 내용의 드롭박스의 와이컴비네이터(Y-Combinator) 지원서 내용 일부

 

  1. 거대 기업들의 현금보유량이 증가하는 경우

필자는 이전의 칼럼에서 화폐유통속도라는 개념을 통해 향후 기업들의 스타트업 인수 의지가 더욱 강해질 것이므로 스타트업에 대한 초기투자가 더욱 활발해져야 할 것을 이야기한 바 있다. 실제로 기업의 현금 보유량은 지난 수년간 꾸준히 증가해 왔으며, 그 결과 이곳 미국에서는 내년인 2016년이 되면 마이크로소프트나 구글 등의 거대 소프트웨어 기업들이 자사가 보유하고 있는 약 420조 원($380 B) 가량에 이르는 천문학적 규모의 현금을 기업의 인수나 투자에 사용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처럼 기업들이 보유한 현금 보유량이 증대되고 있다는 것은 기업이 투자할 수 있는 여력이 증대되는 것을 의미하고 그와 동시에 다양한 주체들로부터 보유 현금을 소진해야 할 압력을 느끼게 될 것이므로 해당 기업의 제품 및 서비스와 전략적 조합이 형성되는 스타트업은 그때가 자사의 엑시트를 위한 적절한 타이밍인지를 고민해 볼 여지가 있을 것이다. *반대로, 기업들이 보유한 투자 여력이 증대되었음에도 엑시트를 하지 못하는 기업이라면 향후 엑시트 가능성이 더욱 희박해진다고 볼 수 있다.

  1. 해당 생태계에서 일반적으로 인정되는 수준의 기업 가치를 획득한 경우

비석세스(beSUCCESS) 등의 노력으로 이제 미국에서도 우리나라 생태계가 많이 알려졌고, 그 결과 이곳 미국의 투자자들 중 적지 않은 수가 삼성이나 현대와 같은 기존 대기업 뿐 아니라 쿠팡이나 옐로모바일 등과 같은 우리나라의 신생 기업들을 잘 알게 되었음을 발견할 때 생태계 안의 한 사람으로서 뿌듯함을 느낀다.

반면, 유니콘에 대한 기존 칼럼에서도 이야기한 바와 같이, 오버캐피털라이즈(Overcapitalize)된 기업들은 상대적으로 그 가치가 반감된다는 점에서 우리나라 신생 기업들이 성공적으로 엑시트(특히 인수·합병을 통한)를 할 수 있을 것이라 보는 이들은 그리 많지 않은 것이 사실이며, 이는 창업자들에게 적절한 엑시트 시점에 대한 중요한 지표가 되어 줄 수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아직 시리즈별 투자금액에 대한 명확한 통계적 자료나 모델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적정한 수준의 기업가치가 얼마인지에 대한 하나의 기준선을 제시하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한국벤처캐피털협회(KVCA)의 자료에 따르면, 매출액 1,000억 원을 달성한 국내 벤처기업들 가운데 벤처캐피털(VC)들의 투자를 받은 기업의 평균 투자 유치액은 50.6억 원 수준인 것으로 나타나는데, 이를 기준으로 가상의 투자 지분율인 20%를 대입해 생각해 보면, 이들 기업이 마지막 투자를 유치했을 때의 기업가치(Post-money)는 [50.6억 원 X (100%/20%)]의 공식에 따라 최대 253억 원 수준이었음을 추산해 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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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gure 3. 매출액 1,000억 원 규모의 기업의 벤처캐피털리스트(VC) 투자 유치 현황 (출처: KVCA)

 

위 같은 계산 법이 평균치를 그 기준으로 사용했고, 각 투자건 별로 다른 지분율을 20%로 가정했으며, 복수의 라운드를 통해 집행된 투자금의 총액을 구분 없이 사용했다는 점에서 국내 생태계에서 일반적으로 인정되는 적절한 기업가치를 정확히 표현한 것은 아닐 것이다. 또한, 각 라운드에서의 기업 가치를 정확히 반영하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실제 투자금액을 기초로 한 것이며, 더욱이 실제 피투자 기업들이 매출 1,000억 원 수준의 기업들이라는 점에서, 스타트업 창업자들에게 국내 생태계에서 일반적으로 유치할 수 있는 기업가치의 상한선에 대한 기초적인 기준선을 제공해 주는 데에는 무리가 없을 것으로 생각된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스타트업들은 이를 기준으로 각자에게 적절한 엑시트 시점이 언제쯤이 될지를 고민해 볼 수 있을 것이다.

  1. 매력적인 비즈니스 로직이 확립되지 않을 때

바로 지난주에 드롭박스(Dropbox)는 고객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고 있던 캐러셀(Carousel)과 메일박스(Mailbox)의 서비스를 종료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표면적으로 드롭박스는 서비스 종료의 이유로 자사의 핵심(Core)에 집중(Focus)하기 위해서라고 발표했으나, 동시에 '집중'이라는 단어는 논리가 성립하지 않는, 즉 수익성이 없는 사업을 정리할 때 그들이 사용하는 단어라는 것을 기업의 역학(Dynamics)에 익숙한 이라면 이미 잘 알고 있을 것이다.

필자는 스타트업 아이디어를 볼 때 “사업이 항상 합리적일 수는 없지만, 최소한 항상 논리적이기는 해야 한다”는 표현을 자주 한다. 이때 논리란, 해당 사업을 개발하고 지속하는 데 얼마를 지출해야 하며, 그로부터 얼마를 벌어들일 수 있는지 사이에서의 관계를 의미하는 것으로, 항상 예측대로 되지는 않는다고 하더라도(합리적이지는 않더라도), 최소한 100원을 쓰면 101원은 벌 수 있다는 논리는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그 생리상 스타트업의(사실 대기업을 포함한 모든 사업의) 논리는 시장에서 검증되고 수정되어 완성되기까지 최소한 몇 년의 시간이 필요하다. 그러나 창업 후 몇 년이 지난 시점에 이르러서도 매력적인 비즈니스 로직을 확립하지 못한 상황이라면 해당 스타트업은 엑시트(물론 이 경우에는 청산을 통한 엑시트일 테지만)의 시점이 된 것이 아닌가를 고민해 보아야 할 것이다.

특히, 앞서 예로 사용한 드롭박스의 경우, 불과 2년 전까지만 해도 엄청난 인기를 끌던 그들이 오늘날에는 '첫 번째로 죽은 유니콘(First Dead Unicorn)'으로 불릴 지경까지 이르게 된 이유가, 그들이 경쟁하고 있는 온라인 파일 저장 사업 분야는 드롭박스가 처음 출시될 때와는 달리 이제는 적어도 개인용 서비스(B2C) 부문에서는 '무료'인 것이 당연하게 되었고, 기업용 서비스(B2B) 부문에서는 치열한 경쟁이 벌어져 더는 매력적인 논리가 가능하지 않게 되었기 때문임을 생각해 본다면, 매일 매일 새로운 제품들이 쏟아져 나오는 기술 기반 서비스 스타트업들에게 허락되는 논리 검증 및 확립 기간은 앞으로 점점 더 짧아질 것도 엑시트의 시점에 대한 고민에 있어 깊이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맺음말 – 결국 그것은 '가치'에 대한 것

본문을 시작하며 이야기한 것과 같이 창업자에게 많은 도전은 적절한 시점, 즉 타이밍을 파악하는 것에서 비롯하며, 엑시트 시점 역시 적절한 타이밍을 파악하고 도모하는 것이 중요하다. 다만 그 이전에 반드시 이해해야 하는 것은 그런 타이밍이 절대적으로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에게 '얼마만큼'의 '어떤' 가치를 제공할 수 있는가 하는 '가치'에 대한 것이라는 점이다. 또한, 이때 스타트업과 창업자들은, 자신들이 엑시트를 통해 창출하는 가치가 이전 칼럼을 통해 이야기한 것과 같이 고정된 불변의 것이 아니라 가변적이고 상대적인 것이라는 점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글로벌 차원에서 소프트웨어 분야의 대기업들이 투자 및 기업 인수를 위해 막대한 현금을 준비하고 있는 것을 비롯해서, 벤처캐피털 산업 역사상 가장 활발했던 펀드레이징이 이루어졌던 2012~2013년 역사를 가진 벤처캐피털 펀드들이 반환점을 도는 시기이므로, 내년 2016년은 소프트웨어는 물론이고 헬스케어, 제조, 화학 등 거의 모든 산업 분야에서 올해보다 더욱 많고 또 커다란 엑시트들이 발생하게 될 것이다. 이는 대부분의 스타트업의 비즈니스가 가진 라이프사이클을 4년 가량으로 볼 때, 이는 우리나라의 3년에서 4년 차 정도의 스타트업들도 2016년에 활발한 엑시트 흐름에 올라타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을 시사해 주는 것이다. *만약 창업 후 몇 년이 지났으나 아쉽게도 아직 확고한 비즈니스 로직을 찾지 못한 스타트업이라면, 정말 훌륭한 IP를 가지고 있어 그와 같은 엑시트 흐름에 올라타는 것이 가능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현실을 냉정히 살펴본 후 때로는 청산하고 새로운 기회를 모색하는 것이 창업자 자신은 물론이고 주변 모든 이해관계자에게까지 가장 많은 가치를 창출하는 길이 될 수 있음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모쪼록 오늘 살펴본 세 가지 엑시트를 위한 참조점들이 내년도에 우리나라의 생태계로 엑시트에 대한 글로벌 훈풍을 불러들이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이은세와의 직접 소통은 그의 개인 블로그인 http://eun5e.com 을 통해 가능하다.

Eunse Lee is a career founder and now is the founder and Managing Partner at 541 Ventures - a Los Angeles-based VC that invests in frontier tech companies predominantly in their seed and pre-seed stage. Before founding 541, Eunse has served as the Managing Director at Techstars Korea - the first- ever Techstars’ accelerator for the thriving Korea’s ecosystem, after co-founding two prior LA-based VC firms. Having his root in the strategy world, he empowers deeply technical startups to start an industry and strives to be a catalytic partner for them in their journey to succ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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