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어떤 비즈니스를 계획하시는거죠?”
2013년 12월 02일

What is your business?

지난주에 필자가 연세대학교에서 진행하고 있는 수업의 학생으로부터 이메일 한 통을 받았다. 그 학생이 필자에게 소개한 것은 스웨덴의 Hovding이라는 벤처기업이었다.

<Hovding의 The Invisible Bicycle Helmet>

한 대학교 수업의 과제 프로젝트에서부터 시작한 이 기업은, 위 링크와 비디오에서 볼 수 있듯 ‘The Invisible Bicycle Helmet (인비저블 자전거 헬멧)이라는 전혀 새로운 형태의 자전거 운전자 보호장치를 만들고 있다.

 

필자는 다음의 두 가지 이유에서 이들이 정말 마음에 들었다.

 

첫째, 이들은 ‘혁신’이 무엇인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beSUCCESS를 통해서도 이미 여러 번 이야기 하였으나, “혁신”이 가진 가장 큰 역설(Paradox)은, 오늘날 "혁신"이 우리의 미래 먹거리를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되었음에도 "혁신"에 대한 명확한 정의를 내리는 것이 쉽지 않다는 점에 있다.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는 것이 모두 혁신인가? 아니다. 우리는 단순히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모든 것이 "혁신"에 속할 수 없다는 것을 안다.

과거 필자가 ‘“혁신”이란 무엇인가’라는 글에서 다룬 것과 같이 “혁신”은, 단지 시장에 ‘또 다른 햄버거 내놓는’ 것이 아니라, 그 새로운 것을 통해 ‘기존에 없던 시장’을 창출하는 것을 의미한다.

<Hovding의 The Invisible Bicycle Helmet>

Hovding은 이미 존재하고 있는 자전거 헬멧 시장에 자동차 에어백(Airbag) 기능을 접목, 성공적으로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였다. 그리고 이들이 창출한 이 ‘자전거를 위한 에어백’ 시장은 앞으로 계속 발전해 나아갈 것이다.

 

Hovding이 마음에 들었던 두 번째 (그러나 더욱 중요할지도 모르는) 이유는, 이들이 모든 기업이 반드시 고민해 보아야 할 “What’s your business?”이라는 질문에 모범답안에 가까운 사례를 제시해 주기 때문이다.

사고 접촉 시 전개(Inflate)되어 자전거 운전자를 보호하는 장치의 개발 자체는 사실 그리 어려운 도전이 아닐지도 모른다. 이미 승용차에 적용되어 있는 Low-powered airbag의 기술을 차용하고, 이를 신체에 부착할 수 있는 형태의 디자인(물론 매력적인 디자인을 완성하는 것은 엄청난 노력이 필요한 일이다)을 접목하면 기본적으로 끝나는 일이기 때문이다.

<The Invisible Helmet의 사고 시 에어백 전개 모습>

오히려 Hovding에게 실제 도전은, 자전거 운전자로부터 어떠한 움직임이 감지되었을 때 그것이 사고인지 아닌지 판단하여 에어백을 전개할 것인지 말 것인지를 결정하는 '알고리즘 개발'이었을 것이다. 운전자가, 예를 들어, 바닥에 떨어진 열쇠를 주우려 몸을 숙였는데 에어백이 펼쳐진다면 곤란한 일 아니겠는가?

이는 Hovding의 실제 비즈니스가 단지 ‘자전거를 위한 Airbag’이라는 실물 제품의 개발이 아니라, 고도의 통계적 처리기술을 기반으로 알고리즘 개발에 있음을 의미한다. 그러나 Hovding의 창업자들 역시 처음에는 자신의 비즈니스를 명확하게 정의하지 못했을 것이고, 따라서 초기에는 다양한 형태의 Prototype을 개발하고 테스트하는 것에만 매달렸을 것이다. (그 결과, 위 클립에서 보는 바와 같이 이 제품의 개발에는 7년이라는 시간이 소요되었다.)

 

필자는 기업의 규모를 막론하고 상당히 많은 신사업 아이디어들을 접하게 된다. 그중 지난 몇 년간 잊을 만하면 등장하는 것이 있으니, 바로 “패션을 접목한 GPS Signal 장치”이다. 반지나 목걸이 형태로 사용자가 소지하고 있다가, 범죄 등 위급한 상황에 노출되었을 때 버튼을 작동시키면 경찰이 출동할 수 있도록 신호를 전송하는 장치를 말한다.

<흔한 사업 아이디어 아이템, GPS 신호 장치 패션 아이템>

이런 아이디어를 접할 때마다 필자가 항상 하는 질문은, “그래서 어떤 비즈니스를 계획하시는 거죠?”이다. 자신의 비즈니스를 초소형 GPS 신호 장치라는 원천 기술 개발로 정의하는 것인지, 아니면 GPS 장치를 담은 패션 아이템 제작인지, 아니면 사용자로부터 발생하는 신호 중 어떤 것이 실제 범죄인지를 판별하고 이를 효과적/효율적으로 처리하는 알고리즘의 개발로 정의하고 있는 지를 묻는 것이다.

(혹시 유사한 아이디어를 가진 독자를 위해 팁을 드리자면, 이미 이야기한 것처럼 필자는 최소 3년 이상 이 아이디어를 반복적으로 접했고, 이들 모두 “GPS를 담은 패션 아이템의 제작”으로 자신의 비즈니스를 정의했다. 그러나 여태까지 국내/외 어디서든 이 아이템의 상용화 성공 사례를 본 적이 없다.)

스스로 ‘비즈니스에 대한 정의’가 중요한 이유는, 그것이 앞으로 그 기업의 자원배분과 시장 인식, 그리고 목표 고객의 설정까지 그야말로 모든 의사결정의 뿌리가 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위 초소형 GPS 장치의 경우, 자신의 비즈니스를 ‘알고리즘의 개발’로 정의하는 기업이라면, 제품 개발보다는 그 알고리즘의 개발 및 효과적인 Signal Processing System 개발에 더 많은 자원을 분배할 것이며, 다양한 패션 아이템 개발은 이미 시장에 존재하는 패션 액세서리 디자이너와의 협업을 통해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고객의 획득은 자체적인 유통망 개발을 통한 B2C 판매보다는 독창적인 알고리즘 및 처리 프로세스를 기본 역량으로 하여, 범죄 예방에 비즈니스적인 관심을 갖는 주체(예를 들어 보험사)와의 협업을 통해 B2B 나 B2G 형태를 도모할 것이다. 똑같은 형태의 End Product 개발이지만, 비즈니스 정의에 따라 실제 사업의 전개방향과 획득해야 할 핵심 자산(Key Assets)의 범위, 그리고 타겟 시장 규모까지 모든 것이 완전히 달라지는 것이다(이는 당연히 Fund-raising 성과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나는 나의 비즈니스를 명확히, 그리고 매력적으로 정의하고 있는가?”를 다시 한 번 점검하여 보자.

앞으로 그 정의가 비즈니스의 모든 부분을 결정지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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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nse Lee is a career founder and now is the founder and Managing Partner at 541 Ventures - a Los Angeles-based VC that invests in frontier tech companies predominantly in their seed and pre-seed stage. Before founding 541, Eunse has served as the Managing Director at Techstars Korea - the first- ever Techstars’ accelerator for the thriving Korea’s ecosystem, after co-founding two prior LA-based VC firms. Having his root in the strategy world, he empowers deeply technical startups to start an industry and strives to be a catalytic partner for them in their journey to succ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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