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을 아십니까?
2015년 01월 26일

Wants Versus Needs

성공적인 비즈니스를 창출하기 위해서 우리들은 반드시 ‘시장’에 대한 고찰로부터 그 여정을 시작해야 한다. 그러나 적지 않은 경우, 창업자들이 ‘시장’이라는 개념에 대한 충분하지 못한 이해를 가지고 있거나, 혹은 잘못된 이해를 가진 경우를 관찰하게 되는 것 역시 사실이다. 그래서 본 편에서는 그와 같은 불충분한 이해 중 가장 많이 관찰되는 두 가지를 살펴보고 보다 그로부터 효과적인 접근법을 함께 생각해 보는 기회를 가져 보고자 한다.

첫 번째 시장에 대한 오해 중 가장 빈번히 관찰되는 것은 시장을 단지 거래가 이루어지는 공간으로서의 시장, 즉 마켓플레이스(Marketplace)로만 이해하고 있는 경우이다.

이와 같은 이해는 전통적 경영학에 따른 것, 혹은 기본적으로 저잣거리 등을 중심으로 경제가 발전할 수 밖에 없었던 우리 인류의 경제 발달과정에서 형성된 것이리라. 그러나 오늘날 실제 거래는 시장은 소위 말하는 시공간초월성(Ubiquitousness)를 가진 온라인을 통해 다양한 지리적 지점에서 동시에 발생하게 되었음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따라서 오늘날 마켓플레이스로서의 시장은, 오픈마켓 등과 같이 그와 같은 물리적 공간을 웹 상으로 옮겨놓은 일부 전자상거래 업체들에 어울리는 단어에 지나지 않게 되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이처럼 온라인을 통해 거래가 이루어지며, 더 나아가 기존에는 존재치 않았던 니즈(Needs)와, 더 나아가 원츠(Wants)가 관찰되고 있는 최근의 환경 하에 있는 우리는 따라서 시장을 “특정 니즈, 혹은 원츠를 공유하는 사람들의 집합”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그리고 이 때 효과적인 벤처의 시작은 그 시장을 규정함에 있어 특정한 마켓플레이스 안에 존재하는 특정 세그먼트로부터 출발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마켓플레이스를 가로질러 존재하는 다양한 니즈, 혹은 원츠 중 내가 탬핑(Tapping)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일까를 규정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함을 의미하는 것이 된다.

이는 오늘의 두 번째 주제인 시장 내의 니즈, 즉 소비자들의 니즈에 대한 이해로 이어진다. 필자의 예를 들어보자.

필자는 지난 달 아이패드를 새로 구매했다. 그 전에 가지고 있었던 아이패드를 그만 조카에게 빼앗겨 버렸기 때문인데, 그 이후 한 반 년 정도는 태블릿이 없이 살았다. 그렇다면 그 반년의 시간 동안 필자는 태블릿에 대한 니즈가 없었을까?

필자 역시 독자 여러분들과 마찬가지로 미팅에서 메모를 하거나, 휴대하고 다니면서 검색을 하고 전자책을 보거나, 메일을 확인하고 회신하는 용도로 태블릿을 사용하고 있었다. 이는 필자의 태블릿에 대한 니즈는 사실 그와 같은 행동적 목표들 각각에 대한 니즈들에 불과한 것임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리고 모두가 예상할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태블릿을 가지고 있지 않았던 기간 동안 필자가 위 열거한 행위들에 대한 니즈가 없어졌던 것이 아니며, 아울러 필자는 태블릿을 가지고 있지 않은 기간 동안 시장에 이미 존재하는 여러 대체재(i.e., 랩탑, 스마트폰 등)들을 통해 그와 같은 니즈들을 훌륭히 해결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태블릿의 성공은 단지 ‘태블릿’이라는 그 제품 하나에 대한 니즈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그 새로운 카테고리의 제품이 이미 소비자들의 니즈를 훌륭히 해결해주고 있는 대체재들보다 얼마나 우월한 가치를 제공할 수 있는가, 혹은 독창적인 가치를 제공할 수 있는가에 달려있게 된다. 즉 시장(=소비자 집단)의 니즈를 살펴본다는 것은, 단지 그들이 어떠한 것에 대한 갈증을 느끼고 있는가에 관한 것만이 아니라, 실제로 그들은 어떠한 대체재를 통해 그 갈증을 해결하고 있는가, 그리고 그와 같은 대체재들은 어떠한 가치를 제공할 수 있으며, 우리는 그에 반해 어떠한 가치를 제공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까지를 의미하게 된다는 것이다.

필자와 미국에 있는 필자의 파트너들은 최근 스타트업 한 곳으로부터 투자제안 자료를 받았다. 자세한 자료를 공개할 수 없음은 많은 독자들께서 잘 이해해 주시리라 믿는다. 다만 이들이 하고자 하는 것은, 노인이 되면서 생기는 노안에 대한 해결책으로 안경에 검지손가락만한 장치를 부착하고 이 장치로부터 망막에 저출력레이저를 투사하여 사물을 보다 잘 볼 수 있도록 해 주는 장치를 개발해 판매하는 것이었다.

믿거나 말거나, 필자는 노안이 보편적 문제(Universal Problem)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필자의 어머니를 비롯하여 주변에 그와 같은 문제를 느끼기 시작하시는, 혹은 느끼고 계신 분들이 많이 있기 때문이다. 반면, 그렇기 때문에 필자는 그와 같은 문제에 대해 노안용 안경을 비롯하여 이미 많은 해결책들이 존재하고 있음 역시 알고 있다. 그렇다면 문제는 그처럼 여러 대안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왜 아직까지 노안이라는 문제가 해결되지 못하고 있는가가 될 것이다.

많은 장년층은 노인용 제품을 쓰는 것을 싫어한다. 최소한 꺼려한다. 그것을 쓰는 순간 자신이 늙었음을 인정하는 것이라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계시고, 또 노인용 제품을 쓰면 상대방 모두가 자신이 노인의 문제를 겪고 있음을 알아채게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러한 니즈를 제대로 파악한 스타트업이라면, 아마도 손가락만한 장치를 안경에 부착하는 대신, 그와 같은 장치를 어떻게 하면 일반 안경과 유사한 형태로 만들 수 있을지를 고민했을 것이다. 그것이 기존의 대체재들보다 우월한 가치를, 혹은 독창적인 가치를 창출하는 보다 효과적인 접근방법이기 때문이다.

오늘날 시장이 마켓플레이스보다는 특정 니즈, 혹은 원츠를 가진 소비자들의 집단임을 이해하고, 특히 오늘날에는 이들 니즈 중 99.9%에 대해서는 이미 대체재가, 그것도 소비자들이 이미 익숙하고 효과적이기까지 한 대체재들이 존재함을 깨닫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우리들은 그곳에서부터 우리가 창출해야 할 가치를 고민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 가치가 우월할수록 보다 넓은 시장을 ‘창출’할 수 있을 것이며, 그 가치가 독창적일수록 보다 빠르게 시장을 창출할 수 있을 것이다.

 

0 0 votes
Article Rating
Eunse Lee is a career founder and now is the founder and Managing Partner at 541 Ventures - a Los Angeles-based VC that invests in frontier tech companies predominantly in their seed and pre-seed stage. Before founding 541, Eunse has served as the Managing Director at Techstars Korea - the first- ever Techstars’ accelerator for the thriving Korea’s ecosystem, after co-founding two prior LA-based VC firms. Having his root in the strategy world, he empowers deeply technical startups to start an industry and strives to be a catalytic partner for them in their journey to success.
Subscribe
Notify of
guest
0 Comments
Inline Feedbacks
View all comments
0
Would love your thoughts, please comment.x
()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