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LS그룹의 사촌형제간 회장 승계가 이슈가 되었습니다. 형제간 동업도 쉽지 않은데 사촌 형제간 아무런 잡음 없이 기업의 경영권을 이어갈 수 있었던 것이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습니다. 역시 LG방계기업 다웠습니다. 반세기 이상 지속되어 왔던 구씨와 허씨간의 동업 관계는 해외 경제매체에서도 인정받을 정도로 탄탄했고, 그만큼 동업이 어렵다는 반증이기도 한 것입니다. 이처럼 기업에 있어 서로간의 힘을 합쳐서 동업을 하고 끝까지 그것을 이어나가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최근의 스타트업에서는 공동으로 창업하고 동업의 형태로 회사를 이끌고 가는 형태가 많습니다. 이론적으로는 스타트업의 동업이 매력적인 방법입니다. 서로가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줄 수 있는 파트너를 구하고 팀을 이루어 회사를 운영해 나가는 것. 이상적인 방법이기는 하지만 발생할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동업을 통해서 회사를 운영해 나갈 경우 고려해야 할 점 몇가지를 짚어 보겠습니다.
1. 충분한 의논과 협의
같이 일을 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요? 단순히 어떤 프로젝트를 완성하기 위해 역할 분담을 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같은 꿈을 꾸고 같은 목표를 향해 달려간다는 것은 훨씬 복잡한 일입니다. 그러기에 안정적인 관계를 위해서라도 많은 것을 맞추어 보아야 합니다. 어떤 그림을 그리고 싶은지, 왜 그렇게 그리고 싶은지, 어떻게 그려 나갈지, 왜 나와 함께 하려 하는지 등에 대해 세세하게 의논을 하며 서로의 생각을 맞추는 것이 좋습니다. 이 과정에서 상대가 어떤 가치관과 기업관을 가지고 있는지 그리고 서로의 관계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2. 절대 신뢰
서로의 목표하는 바가 같다고 판단되어 같이 일을 시작했습니다. 이미 시작했으면 상대에 대한 절대적인 믿음이 필요합니다. 상대의 능력적인 부분에 대한 신뢰도 중요하지만 그 사람의 진정성에 대한 믿음 역시 필요합니다. 동업자는 같은 목표지점을 향해 외로이 걸어가야 하는 길을 함께 걸어가는 동반자입니다. 중간에 의견충돌이 있을 수도 있고, 한명이 더 힘들어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럴때일수록 동반자다, 같이 가는 사람이다라는 믿음이 중요합니다. 삼성의 창업주인 고 이병철 회장이나 sk의 창업주인 고 최종건 회장 모두 사람에 대한 믿음을 강조했습니다. 그만큼 사람에 대한 믿음이 중요하다는 것이겠죠. 함께 하는 파트너에 대한 믿음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3. 상대에 대해 많이 알고 있다는 착각 하지 않기
오랜시간을 같이 하다 보면 상대방에 대해 많은 것을 알고 있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이 때문에 상대방의 의견에 대해 어떠한 논리구조를 통해 그 생각이 나왔을 것이라는 유추를 할 경우가 있습니다. 이는 가끔 상대의 의견에 대해 표면 그대로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이제까지 보아왔던 사고의 패턴대로 어림짐작으로 상대의 행동을 판단하는 실수를 가지고 옵니다. 사람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여러 경험과 배움을 통해 가치관이나 생각에 변화가 올 수 있습니다. 이러한 부분에 대해서 상대의 의견에 충분히 귀를 기울이고 존중해 주어야 합니다. 소통과 조율이 중요한 관계에서 가장 큰 오해를 불러올 수 있는 요인입니다.
4. 운명공동체
같이 사업을 한다는 것은 단순히 같이 일을 하고, 같이 돈을 버는 것 이상입니다. 인생을 담보로 선택할 수 있는 수 많은 선택지 가운데 같은 목표를 가지고 같은 선택지를 선택한 사이입니다. 분명 같은 일을 하고 있지만 왜 이 일을 하게 되었는지, 진짜 목표는 무엇인지 등은 다를 수 있습니다. 이런 부분을 똑같이 맞출 수는 없지만 서로에 생각에 대해 최대한 이해하고 존중 해야 합니다. 흔히 말하는 개인의 역사성을 이해하는 것이죠. 아주 어릴적부터 친구 관계여서 같이 사업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존재합니다. 오랜 시간 다른 환경속에서 자라온 사람들이기에 각자의 사고의 틀이 다른 것은 너무나 당연합니다. 이런 부분을 이해해야 합니다. 단순히 일적인 관계를 넘어서 상대의 사소한 개인사까지도 어느정도는 알고 공감을 하고 있어야 상대의 행동에 대한 이해가 가능합니다. 이는 서로에 대한 믿음을 키우는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5. 서로의 역할 구분
서로가 같이 의논하고 같이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것. 매우 좋습니다. 하지만 모든 결정을 그렇게 할 수는 없습니다. 필요에 따라 나눌 건 나누어야 합니다. 역할 분담을 하는 것입니다. 이는 효율적인 운영을 위한 이유도 있지만 서로의 관계를 위한 이유도 있습니다. 동업을 한다고 해도 투입되는 자본, 노력, 열정 등에는 차이가 존재합니다. 그리고 나이 차이가 있을 경우 이 또한 상호관계에 있어서 중요한 변수가 됩니다. 이에 서로의 역할에 대해 조율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한 명은 큰 그림을 그리고, 다른 사람은 그것을 구체화 하는 역할을 한다던지, 아니면 한 명은 외부영업에 초점을 맞춘다면 다른 사람은 내부를 챙기는 역할을 하는 방식으로 구분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비슷한 성향의 사람이 만났다면 조직에서 하고자 하는 역할도 비슷할 확률이 높습니다. 하지만 조직에서 같은 역할을 할 사람이 여럿이 있을 필요는 없습니다. 그렇기에 애초에 서로가 잘하고, 필요한 역할을 구분하는 것이 서로의 마찰을 줄일 수 있는 방법입니다.
6. 서로간의 문제 해결방법 통일
일을 하다 보면 의견이 서로 다를 경우가 많습니다. 서로간의 생각은 다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것을 어떻게 풀어나가느냐의 문제입니다. 그 방법에 대해서 서로가 동의하는 방식을 택할 필요가 있습니다. 결정의 순간에 이견이 존재한다고 하여 대립관계로 끌고 가는 것은 매우 위험합니다. 그 이견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에 대한 접근 방법이 비슷한 것이 좋습니다. 한 명은 끝 없는 대화를 통해서 해결하고자 하는데, 다른 사람은 깊은 고민을 통해 해결하는 성향이라고 한다면 마찰이 생길 수 밖에 없습니다. 이러한 마찰을 줄이기 위해 어떻게 서로간의 간극을 줄일지에 대한 방법론에 대한 합의가 필요합니다.
7. 문서화
'정'은 한국사람의 가장 큰 장점이자 단점으로 지적되기도 합니다. 원래 친했던 사람이건, 논의과정에서 친해졌건 친분이 있는 상태에서 계약관계를 형성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정말 믿고 가는 거지요. 하지만 문서화를 시켜 놓는 것이 좋습니다. 위에 언급되었던 6가지 내용에 대해 문서화 시켜놓는 것입니다. 이는 어떤 분쟁이 있을 경우 증겨자료로 활용하기 위함 보다는 갈등이 발생할 때 다시한번 살펴볼 수 있는 용도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처음 가졌던 생각들을 되새겨 볼 수 있음은 물론, 서로가 지키고자 했던 약속을 지킬 수 있는 기준이 되는 것입니다.
같이 사업을 한다는 것. 같은 길을 걸어간다는 것. 저의 개인적인 생각은 둘 사이가 일적으로 필요한 부분만 보완해주는 쿨~~ 한 관계보다는 인간대 인간으로 엮일 수 있는 좀 더 찐득찐득한 사이가 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사업이 적당히 잘 될 경우는 큰 문제가 잘 발생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사업이 어렵거나 상당히 잘 될 경우는 갈등이 생길 수 있습니다. 서로를 탓하거나 욕심이 커지기 십상입니다.
세상에 능력이 출중한 사람은 많습니다. 하지만 나와 호흡을 맞추고 같은 그림을 그릴 사람은 매우 한정적입니다. 그런 사람이 없다면 직접 만들어 가는 것은 어떨까요. 서로에 대한 진정성을 가지고 같은배를 탄 동반자라는 생각이 있을 때 가능한 일입니다.
* 경험을 공유해 주세요. 위 내용은 지극히 주관적인 생각입니다. 동업을 하고 계시는 분들 혹은 가까이서 지켜보셨던 분들은 자신만의 경험과 노하우를 공유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