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많이 추워진다. 마음도 추워지고 풀어질 수 있는 시기. 이번 주는 고 정주영 회장의 "이 땅에 태어나서(출판사 솔)"의 일부를 발췌했다. 적당주의에 대해서.
시간은 한 순간도 정지라는 것이 없다. 쉬임없이 흘러 간다. 일 초가 모여 일 분이 되고, 분이 모여 시간이, 시간이 모여 하루가 지나간다. 하루가 쌓여 일 년이 가고 십 년이 가고 백 년, 천 년이 간다. 시간은 지나가 버리면 그만, 잡을 수도 되돌릴 수도 없는 것이다. 누구나 적당히 게으른 재미를 보고 싶고 편한 즐거움을 갖고 싶다.
그러나 나는 그 '적당히 적당히'라는 적당주의로 각자 자신에게 허락된 시간을 귀중한 줄 모른 채 헛되이 낭비하는 것보다 멍청한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우리 인간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한 생애 동안, 우리는 역사에 남을 훌륭한 정치가가 될 수도 있고, 학자가 될 수도 있고, 혁명가가 될 수도 있고, 문학가나 음악가, 화가, 그리고 기업가가 될 수도 있다. 지금 그렇게 살고 떠나서 우리의 존경을 받는 많은 인물들처럼 말이다. 그 사람들이라고 두 생애, 세 생애 동안 이룬 일들이 아니다. 한 생에 그만한 일들을 해놓고 떠난 것이다. 개인의 소질이나 능력, 환경, 우수성의 차이는 물론 누구나 다 한 생에에 그만한 일들을 해낼 수는 없다. 그러나 주어진 시간을 적당히 낭비하지 않고 열심히 노력하는 삶을 산다면, 누구나 나름대로의 분야에서 나름대로의 성과를 거두면서 발전할 수 있는 것은 확실하다. 그리고 그 삶은 성공적인 삶인 것이다.
기업이란 냉정한 현실이고, 행동함으로써 이루고 키워 나가는 것이다. 그저 앉아서 똑똑한 머리만 굴려서 기업을 키울 수는 없다. 똑똑한 머리만이 아니라 몸소 행동해야 한다. 일을 만들기 위해 누군가를 만나야 할 때, 만나야겠다는 생각이 듦과 동시에 벌떡 일어나 뛰어나가는 사람과, 만나야 한다고 생각하면서 미적미적 한 시간, 두 시간, 혹은 하루, 이틀 뒤로 미루는 사람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