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러닝으로 폐암 진단을 돕는다, 의사를 위한 인공 지능 ‘뷰노 메드(Vuno-Med)’
2015년 06월 01일

뷰노 메드는 의사를 위한 자비스(Jarvis)다.
매력적인 목소리나 최첨단 로봇 바디를 장착한 것은 아니지만
의사 곁에서 폐암 진단 정확도를 높여주는 똑똑한 딥러닝 기술,
'뷰노 메드'가 지금 막 출생 신고를 마쳤다.

무제 3

뷰노메드를 통한 폐암 이미지 분석

뷰노 메드(VUNO-Med)에 대한 간단한 소개 부탁한다. 뷰노 메드는 딥러닝 기술을 이용해 폐암 진단을 보조하는 소프트웨어다. 딥러닝은 사람이 가르쳐주지 않아도 컴퓨터가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해 스스로 학습하게 만드는 기술이다. 주로 음성, 이미지 인식 분야에서 많이 사용되는데 우리는 이미지 인식을 의료 분야에 접목했다. 폐암 환자의 CT 사진과 진단 데이터를 모아 해당 환자가 폐암인지, 아닌지를 진단해주는 기술이다.

이미지 인식을 통해 폐암을 어떻게 진단할 수 있나. 같은 폐암 환자라 할지라도, 사진을 찍어보면 제각기 상태가 다르다. 각 환자의 폐암 진행 상태를 파악하고, 과거 이미지 데이터와의 비교를 통해 가장 적합한 치료법을 찾아내는 것이다. 보통 대형 병원에서 환자에게 암 판정을 내리는 데 걸리는 시간이 5분이라고 한다. 그런데 몇 시간을 봐도 모르겠는 환자의 경우에는 정기 회의를 통해 의사들이 머리를 맞대고 어떤 방식으로 치료할지를 결정한다. 운이 나쁘면 환자에게 오진이 내려질 수도 있다. 이때 과거 데이터 분석 결과 A보다 B 치료법이 생존율이 높았다는 정보를 뷰노 메드가 제공해주면 더 빠르고 정확한 의사 결정을 내릴 수 있다.

무제 2

각기 다른 모양의 폐질환 사진

정확도는 어떻게 되나. 두 명의 의사가 같은 CT 촬영 사진으로 진단할 때, 일치 확률이 60%에 불과하다. 미국에서 의사 오진으로 사망하는 환자 수가 1년에 4만 명이다. 기존 대형 병원에서도 컴퓨터 공학자들과 함께 폐 질환의 특정 패턴을 분류하는 프로그램을 만들었고, 진단 정확도는 91% 정도였다. 뷰노 메드는 97%의 정확도를 가지고 있다.

뷰노 메드가 발전되면, 미래에 의사는 필요 없어지는 것인가. 절대 아니다. 특히 의료 분야에서 기술은 사람을 대체할 수 없다. 대체가 아니라 보조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한 의사가 평균적으로 하루에 10명의 환자를 진단한다면, 뷰노 메드를 통해 좀 더 정확하게 20명의 환자를 상대할 수 있는 개념이다. 미국 통계에 따르면 2020년까지 의사가 10만 명이 넘게 부족하다. 더 많은 의사가 필요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기고 마는 빈틈을 기술로 메워야 한다.

이야기를 듣다보니 의사가 많이 부족한 빈민국에도 도움이 될 수 있겠다. 뷰노의 궁극적인 목적이기도 하다. 우리나라도 공적개발원조(ODA) 지원 국가에 포함되어 있어서, 아프리카 등에 대한 의료 지원을 진행 중이다. 빈민국에는 의사와 진단 장비가 모두 부족하다. 심지어 데이터 관련된 법도 없다. 현지 데이터를 활용해 생명을 위협하는 질병에 걸렸는지 아닌지 정도만 검사해줘도 큰 도움이 된다. 뷰노의 최종 목적지다.

국내 대기업처럼, 대형 병원도 자체적으로 기술을 만들고 싶어 하지 외부에서 가져다 쓰고 싶지 않아 할 것 같다. 물론 병원에서도 10년이 넘게 자체 기술을 연구했다. 하지만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우리가 더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 병원 입장에서도 수술 성공률이 높아지는 것이 경쟁력이기 때문에 오히려 반기는 분위기다.

병원에서 환자의 데이터를 넘겨주는 것에 대한 사생활 침해 문제는 없나. 절차를 거치면 안 되는 것은 없다. 데이터 공유에 대한 것은 법적인 문제보다는 병원 내부 의사 결정이 더 중요하다. 병원 내 윤리 위원회를 통해 좋은 연구 목적으로 사용한다는 것이 증명되면 괜찮다. 다만 각 환자의 데이터는 익명으로 처리된다.

딥러닝을 의료 분야에 적용한 비즈니스 사례는 얼마나 되나. 국내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전무하다. 국내에서는 엑스레이를 더 잘 보이게 3D 구조로 만들어주는 도구는 있지만 진단을 도와줄 만한 깊이 있는 프로그램은 아직 없다. 해외서도 연구 결과들이 나오고 있지만 상용화된 제품은 없다. 원래 의료 분야 프로덕트라는 것이 연구되고 제품화되기까지 수년이 걸린다.

현재 뷰노 메드 역시 상용화 단계는 아니다. 언제쯤이면 실제 시장에서 볼 수 있나. 진단을 보완하는 의료 진단 장비로 책정되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몇 가지 검사를 통과해야 한다. 수년이 걸릴 수 있지만 오래 걸리는 만큼 남들이 넘어설 수 없는 기술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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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김현준 CSO, 이예하 CEO, 정규환 CTO

세 공동창업자가 모두 대기업 개발자 출신이다. 창업을 결정한 이유는 뭔가. 각 멤버가 대기업에서 10년, 3년, 1년 정도 근무했다. 기업에서는 아무리 좋은 연구 성과를 내도 오로지 자사 플랫폼에 탑재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연구할 수 있는 범위가 제한되어 있었다. 삶에 더 많은 가치를 가져오는 일을 하고 싶다는 욕구에서 뷰노를 설립했다.

왜 딥러닝, 그리고 특별히 의료 분야를 선택하게 됐나. 기존 기업에서 딥러닝 연구 개발을 하던 세 사람이다. 나와서 창업을 하려고 보니 쉽게 도전할 수 있는 분야가 광고, 커머스 쪽이었다. 그런데 이미 다른 대형 쇼핑몰에서 잘하고 있는데, 우리가 커머스 분야에서 얼마나 큰 가치를 창출할 수 있을지에 대한 확신이 없었다. 세상에 꼭 필요한 일을 하고 싶었다. 그렇게 찾게 된 것이 의료 분야다. 기술을 통해 생명을 살릴 수 있으니까. 물론 다양한 승인 절차가 필요하기 때문에 긴 호흡이 필요한 어려운 분야다. 그러나 인류를 위해 도움이 되는 일을 만들어낼 수 있기에 가치는 가장 크다고 판단했다.

현재 속해있는 진단 시장의 규모는 어느 정도인가. 세계적으로 약 1조2천억 원 정도다. 시장 자체는 크지만, 그 안에서 특출나게 잘하고 있는 플레이어가 별로 없다. 대표 기업이라고 불리는 곳의 한 해 매출이 200억 정도다.

가장 큰 어려움은 뭔가. 역시 의료 분야에 대한 전문 지식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우리뿐 아니라 국내 대부분 스타트업 중 의사 출신을 팀원으로 두고 있는 곳이 별로 없다. 하지만 이것도 결국 상대적인 어려움이다. 국내 대형 병원들과 협업하고 있기때문에 크게 장애가 되지는 않는다. 향후에는 의대 교수님들을 영입할 의사도 있다.

기술 기반이기 때문에 서비스나 커머스 분야보다 해외 진출이 쉽겠다. 별다른 현지화가 필요하지 않을 것 같은데. 기본적으로 그렇지만, 몇 가지 동서양 데이터 간 차이가 있다. 예를 들어 피부 색깔, 신체 부위별 평균 크기 등이 달라서 데이터를 따로 구축해야 한다. 국내서는 현재 대형 병원들과 협업하고 있고, 해외 쪽은 올 하반기에 직접 현지 병원을 만나보려고 준비 중이다.

뷰노라는 회사가 없어진다면, 우리 삶에는 어떤 부족함이 생길까. 일단 이 분야에 뛰어들려고 하는 사람이 없다. 허가받는 데만 2, 3년이 걸리니 쉽게 도전할만한 영역이 아니다. 게다가 딥러닝 분야에서 특출 나다고 소문난 인재들은 모두 구글과 페이스북에 가 있다. 이들이 긴 호흡을 가지고 의료 분야를 파고들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 아니면 안 된다, 기본적으로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임하고 있다. 또 우리는 모두 자식 달린 40대 가장이다. 20대 열정이 이길 수 없는 진지함과 간절함이 우리 팀에 있다.

향후 5년간의 뷰노 코리아 비전과 목표는 무엇인가. 메디컬 계의 구글이 되고 싶다. 5년이라면 꽤 긴 시간이다. 의료 분야에서 어느 정도 인정을 받으면, 다른 도메인에도 딥러닝을 기반으로 한 인공지능 기술을 도입해보고 싶다. 예를 들어 엑스레이나 CT 사진이 병원에서만 쓰이는 게 아니다. 공항, 반도체, 식품 검사 등 적용 가능 분야는 무궁무진하다. 처음은 의료 분야로 가지만, 이미지 검색이 필요한 분야라면 뷰노가 모두 다룰 수 있다. 하나씩 버티컬 분야를 점령하다 보면 구글 이미지 검색을 못 이기리라는 법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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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글로벌 서울 2015 스타트업 배틀에서 피칭 중인 김현준 CS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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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새롬 기자 (2014~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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