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인사이드 #3] 손 끝으로 거실 안의 모든 것을 움직인다 – 브이터치 김석중 대표 인터뷰
2014년 06월 18일

Editor's Note:  국내 기술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선 우수한 테크 스타트업들이 많이 나와주어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한 실정입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돌파구를 마련하고자 비석세스에서는, 선배 기술 창업가이자 퓨처플레이 한재선 CTO의 기획과 도움으로 국내 테크 스타트업을 소개하는 ‘테크인사이드(techinside)’ 코너를 새로이 선보입니다. 이번 연재는 스타트업의 창업/성공 스토리를 다루는 일반적인 기사에서 벗어나 테크 스타트업의 핵심 기술과 경쟁력을 이해하기 쉽게 소개하고, 테크 스타트업 생태계를 활성화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의미있는 첫 시도가 될 것이라 기대합니다. [테크인사이드] 기사는 차주부터 매주 월요일 발행될 예정이오니 많은 기대 부탁드립니다.

브이터치(Vtouch)는 스마트폰을 터치하는 듯한 동작으로 멀리서도 스마트 TV를 제어할 수 있는 원격 터치 인터페이스를 개발하고 있는 3년 차 스타트업이다.

 스마트 TV 시장은 해가 지날수록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CES 2014가 열리기 한 달 전, 삼성과 LG가 앞다퉈 105인치 곡면 UHD TV 신제품을 공개하기도 했다. LG가 먼저 세계 최대 크기의 곡면 UHD TV를 최초로 공개한다고 하자, 삼성이 완제품이 만들어지기도 전에 예정에도 없던 신제품 공개 보도자료를 낸 것이다. 이 두 회사는 CES 2013에서 곡면 OLED TV로 경쟁하기도 했다. 스마트 TV 제조업체들의 주도권 경쟁에 따라 디스플레이 기술은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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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사용자들 입장에서 스마트 TV의 발전은 크게 와 닿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스마트 TV의 다양한 기능을 누리기 보다는 일반 TV를 보던 방식 그대로 사용하는 사람들이 태반이다. TV는 벽에 걸어두고 저만치 떨어져서 제어해야 하는데, 지금의 스마트 TV에는 아직 적합한 컨트롤러가 없기 때문이다. 어쩌면 전세계 1, 2위의 TV 제조사가 있는 한국에서 차세대 스마트 TV 컨트롤러가 나오는 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새로운 시장을 선도하고자 국내 테크 스타트업 '브이터치'가 나섰다.

사람 중심적인 ‘터치’ 인터페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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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에게 가장 익숙한 것은 터치인데, 원거리에서는 터치할 수 없을까?" 쇼핑몰을 10여 년간 운영하면서 인터페이스에 대한 연구를 계속해온 김석중 대표의 이 의문이 지금의 브이터치를 만들었다.

 김석중 대표가 고민하는 '가장 사람다운 인터페이스'에 대한 연구는 70년대에서부터 있었다. 지금은 웨어러블 컴퓨팅으로 유명한 스티브 맨(Steve Mann)교수가 ‘부가 장치 없이 사람의 신체기관과 컴퓨터가 직접적으로 상호작용한다’는 개념의 NUI(Natural User Interface)를 최초로 제시했다. 1979년에는 MIT에서 손가락과 음성만으로 컴퓨터와 인터랙션하는 프로토타입을 개발했다. NUI는 컴퓨터보다는 사람의 대화 방식에 가까운 기술로, 점점 사람의 생활 방식을 닮아가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

하지만 40년간 이어져온 연구와는 별개로 스마트 TV에서 원거리 동작 인식 기술은 아직도 GUI(Graphic User Interface)의 수단이다. 그래서 좌표 정보를 전달해줄 리모컨이라는 매개물이 필요하고 화면에는 이에 상응하는 커서가 나타나는 것이다. 스마트 TV의 진짜 '스마트'한 기능을 사용하기에 이 방식으로는 검색 한 번 하기도 버겁다.

브이터치는 기술 개발에 앞서 스마트 TV 사용자에게 가장 편한 UX에 대한 나름의 정의를 고민했다. 필요한 것은 또 다른 리모컨 기기가 아니었다. 기존의 리모컨과 상호 보완할 수 있는 NUI(network user identification)가 정답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브이터치는 지금까지의 고전적인 스마트 TV 인터페이스에서 벗어나서 리모컨에 의존적인 거실 풍경을 바꾸고자 한다. 3~4m 떨어진 TV를 리모컨 없이도 쉽게 제어할 수 있는 원거리 터치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 브이터치의 목적이다.


▲브이터치의 컨셉 비디오

립모션(Leap Motion), 마이오(MYO) 등 유사한 NUI 기술 업체들 가운데에서 브이터치가 경쟁력을 가질 수 있었던 이유는 '사람'에서 출발한 처음의 고민 덕분이었다. 사용할 때 가장 사람에게 편리한 인터페이스을 만들려고 하다 보니 방향을 추측하는 새로운 방법을 찾았고, 인위적인 트리거를 개선할 수 있었다.

브이터치의 기술 포인트 1. '눈' + 손 끝

브이터치의 소프트웨어가 탑재된 스마트 TV 앞에 서는 순간 TV위에 달린 3차원 카메라가 그 사람의 손 끝과 눈을 찾는다. 두 개의 눈 중 주시(Main sight, 主視)를 결정하고 10픽셀도 되지 않는 하나의 눈 속에서 3픽셀 크기의 눈동자를 찾아 그 중심점의 3차원 좌표를 측정한다. 이 좌표를 손 끝 좌표와 이어서 이 사람이 어디를 가리키고 있는지 파악한다. 3~40cm 거리 사이의 두 점에서 방향을 찾는 브이터치 고유의 알고리즘은 30f/s에서 98% 정확하다.

사람이 터치할 때 무의식적으로 그 목표물을 보고 있다는 점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눈과 손 끝을 연결해 방향을 추측하는 알고리즘을 만들었다. 사람이 어떤 사물을 손가락으로 가리킬 때, 그 사람의 눈동자와 손 끝, 사물은 항상 일직선 상에 놓이게 된다. 그래서 눈과 손 끝의 위치를 인지하면 어디를 가리키는지 파악할 수 있는 것이다. 방향 인지가 정확하지 않으면 리모컨과 같은 컨트롤러가 필요하게 되는데, 브이터치는 '눈'이라는 요소로 커서 단계를 생략할 수 있었다. 손 끝을 '눈'과 연결하기 때문에 손가락 관절이나 어깨와 잇는 기술들보다 더 섬세하게 방향을 알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눈의 중심과 손 끝의 좌표를 확실하게 찾아내는 것이 브이터치의 핵심 기술이다. 이미 눈 검출과 손가락 검출 분야에서는 많은 첨단 기술들이 연구되어 왔다. 하지만 브이터치는 원거리에서 가전기기를 쉽게 제어하고자 하는 목적에 맞는 기술을 집중적으로 연구한다는 점에서 차별성을 가진다. 브이터치에서 중요한 것은 지시대상의 위치와 조작이기 때문에 눈 검출과 손가락 검출 기술을 더 정교하게 개발하기보다는보다는 가리키는 곳을 도출하고 조작의도를 파악하는 기술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브이터치의 기술 포인트 2. 방향 필터

어떤 트리거(조작의도를 판단하는 기준 동작)가 표준이 될 것인가. 모션인식기술에서 가장 뜨거운 쟁점 중 하나이다. 각각의 기술마다 사용자의 의도를 판별하는 기준도 제 각각이다. 선택하고자 하는 대상을 1초 이상 쳐다보는 것, 손가락의 가속도가 비약적으로 높은 것, 엄지와 중지를 부딪치는 것, 가상의 평면을 통과하는 동작 등 매우 다양한 트리거가 존재한다.

브이터치는 인위적인 동작이 아니라 스마트폰을 터치하는 것처럼 자연스러운 트리거를 만들고자 했다. 그래서 만들어진 것이 방향 필터이다. 사용자가 손을 뻗어 TV를 가리킨다고 생각해보자. 사용자가 가리킬 수 있는 모든 점들을 이으면 눈을 중심으로 하는 가상의 구면이 생긴다. 이 구면에 x, y, z축으로 3차원 좌표계를 입히면 방향필터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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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이터치는 이 구면의 좌표계를 가정하고, 이 좌표계 위에서 일어나는 움직임의 방향을 추적한다. 만약 사용자가 클릭을 하는 것처럼 손을 움직이면 손 끝은 z축 상에서, 즉 앞뒤로 움직이게 된다.  이처럼 사용자의 손 끝이 움직이는 방향에서 90% 가량의 의도성을 파악할 수 있다. 여기에 움직임의 이동 속도, 가속도, 이동 변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99%에 가까운 정확도로 조작 의도성을 파악할 수 있다.

차세대 스마트 컨트롤러 시장의 선두주자

리모컨 단말기 시장의 규모는 최근 스마트 TV와 IPTV 등 스마트 디스플레이 기기가 널리 보급되면서 함께 커지고 있다. 이러한 흐름에 따라 스마트 리모컨이라는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자 하는 시도가 늘어나고 있다. 삼성과 LG같은 제조업체들은 각 사마다 스마트 TV용 리모컨을 만들고 스마트폰에 다운받을 수 있는 리모컨 앱을 만들기도 한다.

김대표는 앞으로 성장할 이 새로운 컨트롤러 시장에서는 브이터치가 1등이 될 것이라고 자신한다. 다만 브이터치의 경쟁자는 기존의 리모컨이 아니라 새로운 형식의 컨트롤러라고 말한다. 간단한 조작에 있어서는 손에 쥐어져 있는 리모컨보다 편할 수 없지만 그 외의 다양한 입력 조작에 있어서는 다른 어떤 형태보다 원거리 터치 방식이 쉽다고 확신하기 때문이다.

브이터치의 기술이 스마트 TV에 적용되면 사용자는 멀리서도 TV를 한 손으로 조작하게 될 것이다. 나아가 브이터치는 거실이라는 공간에서 TV밖으로 확장해나가는 미래를 그리고 있다. TV에 설치된 한 대의 3차원 카메라로 조명이나 오디오 등 그 방에 있는 여러 기기들을 리모컨이나 여타 부가 장치 없이도 제어할 수 있을 것이다.

 

인재가 없는 기술벤처는 속 빈 강정

기술 기반의 벤처를 운영하면서 가장 어려운 것이 무엇인지 물었을 때 김대표는 인재(Human resource, 人材)라고 답했다. 우선 적합한 인재의 절대적인 수가 많지 않다. 적합한 사람을 찾았다고 해도 일을 같이 하도록 설득하는 것이 쉽지 않다. 대부분 대기업이나 국가 산하의 연구소에 소속되어 있거나 박사과정을 밟고 있기 때문에 나이가 적지 않고 가정이 있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스타트업 했다가 실패해도 아무렇지 않게 '사회경험 한 셈 치지'할 수 있는 20대가 아닌 것이다.

비전을 명확하게 보여주기 어렵다는 점도 인재 채용의 방해물이었다. 브이터치의 미래상은 영상에서 물체를 추출하고 추적하는 컴퓨터 비전(Computer Vision) 연구 분야에서 최고 수준의 기술을 구현하는 것이다. 초창기의 팀으로는 브이터치의 잠재력을 가시화하는 것은 고사하고 제대로 된 알고리즘을 만들기도 힘들었다. 때문에 비전을 보여주지 못해서 인재를 설득시킬 수 없었고, 인재가 없어서 비전을 가시화하지 못했던 때였다.

 악순환이 계속되자 자본잠식이 시작됐고 팀은 무너졌다. 이후 엔젤투자를 받고 나서는  인식률이 낮지만 빠르게 개발할 수 있는 알고리즘으로 스마트 TV 애플리케이션들을 만들었다. 비록 완성도는 떨어졌지만 이 애플리케이션들과 시나리오들이 브이터치의 비전을 보여주는 역할을 하게 되었다. 덕분에 지금의 브이터치는 4명의 우수한 개발자들이 함께 할 수 있게 되었다.

‘마우스’같은 기술 만들고 싶어서 테크 스타트업 합니다

1968년 미국인 발명가 더글러스 엥겔바트가 발명했고, 누구나 하나쯤은 가지고 있는 것이 있다. 아마 지금 당신의 바로 옆에 있을지도 모른다. 이것은 바로 마우스이다.

김대표는 브이터치가 테크 스타트업이기 때문에 '마우스' 같은 비전을 가질 수 있다고 말한다. 트렌드에 따라 제품이 달라져야 하는 서비스 스타트업과 달리, 테크 스타트업은 상대적으로 시대의 흐름에서 독립적이다. 어떤 문제를 기술적인 진보로 풀어낸다면 그 기술은 또 한번의 진보가 있을 때까지 살아있다. 연필이나 종이컵을 언제, 누가 만들었는지는 모르지만 지금도 사용되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브이터치가 더 좋은 인터페이스를 만들어낸다면 먼 미래에서도 사람들이 쓰고 있을 것이라는 비전이 있기에 온갖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오늘도 테크 스타트업으로 존재하길 포기하지 않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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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지영 기자 (2012~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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