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테크 스타트업, 솔직히 말해 전망은 어둡습니다."
비바리퍼블리카 이승건 대표의 입에서 이런 말이 나왔다. 비바리퍼블리카는 핀테크 관련 기사를 읽다 보면 스타트업 중 거의 유일하게 이름이 거론되는 기업이다. 모바일 송금 서비스인 '토스(toss)'를 운영하는 그가 이런 비관적 결론을 내리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첫 째로 그는 핀테크를 자꾸 금융업으로서만 규정짓는 선입견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쿨리지코너인베스트먼트의 권혁태 대표가 인터뷰를 통해 말했듯, 핀테크가 금융업으로 분류될 경우에는 창업지원법상 국내 VC로부터의 투자 유치가 어려워진다. 금융업을 포함한 보험업, 숙박시설업 등도 투자 금지 분야인데 금산분리(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의 분리)를 위한 정책이 벤처에도 적용되기 시작하면서 핀테크 스타트업에게는 여러모로 넘기 어려운 장벽이 됐다. 비바리퍼블리카 역시 이런 이유로 해외에서 투자를 유치했다.
두 번째로 국내에는 IT와 금융, 양 쪽을 두루 섭렵한 전문인력이 부족하다.
"금융계에 있는 분들은 IT를 전혀 모르고, IT 분야에 있는 분들은 금융을 모르죠. 결국 이 두 가지 분야의 교집합 안에서만 핀테크 스타트업이 탄생할 수 있거든요. 도메인 전문가가 존재하지 않는 것이 문제입니다. IT 분야 전문가들이 금융을 조금만 공부하면 훨씬 더 많은 기회가 열려있다는 걸 알았으면 좋겠어요."
세계 금융의 허브인 영국의 경우 금융권 전문가들이 회사를 나와 핀테크 기업을 설립하는 경우가 많다. 풍부한 전문인력이 핀테크가 영국에서 꽃피게 된 주요 이유 중 하나다.
마지막으로는 규제다. 지금 정부의 규제는 포지티브(Positive) 방식으로 만들어져 있다. 이 경우 반드시 정부가 지정한 범위 내에서만 사업을 할 수 있다. 반대로 네거티브(Negative) 방식의 규제는 금지 항목 이외에는 모든 것을 시도해볼 수 있기 때문에 자유도가 높다. 미국의 경우 이 네거티브 규제를 사용한다.
"금융감독원에서 나오는 세부 지침을 보면 어떤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라는 것까지 엄격하게 규정되어 있어요. 규제의 기본 방향이 새로운 씨앗을 탄생시키기에는 너무 어렵게 만들어져 있습니다."
어려운 여건이지만, 오히려 시장기회는 무궁무진하다고 그는 말한다. 장벽이 높아 아직 스타트업 계에서는 핀테크를 다루는 곳이 드물기 때문. 그렇다면 핀테크 스타트업을 대하는 은행과 VC들의 태도는 어떨까. 꽤 오랜 시간 토스를 준비해오며 금융 생태계 다양한 주체를 만나온 그에게 물었다. 그에 따르면 은행의 경우, 핀테크에 관심은 많지만 아직 본질이 무엇인지 찾는 과정에 있다.
"은행은 핀테크가 자신들에게 위기인지, 기회인지에 대해 파악하는 과정에 있습니다. 무엇을 버리고, 무엇을 가져가느냐에 대한 전략 없이 막연한 상태죠. 핀테크 서비스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이용자를 모아야 하는데, 이 경우 이용자 편의를 확대하기 위해서라도 은행과의 협력은 피할 수가 없어요. 이 때 은행 입장에서도 최대한 많은 것들을 얻어갈 수 있어야 하죠. 결국 은행과 협력해 좋은 비즈니스 판을 짤 수 있는 핀테크 기업이 승자가 될 거예요."
어제 권혁태 대표와의 인터뷰를 통해서도 알 수 있었지만 국내 VC들이 핀테크에 무관심하다는 말은 틀렸다. 이승건 대표 역시, 해외 투자 유치 전, 총 22 군데의 국내 벤처캐피털과 접촉했다. 지난 3월 토스 베타 서비스를 런칭한 다음 날, 이름만 대면 모두가 아는 유명 국내 벤처캐피털 네 군데에서 동시에 연락이 왔다. 일주일이 지나자 열 여섯 곳에서 만나자고 했다. 그는 웃으며 얼마나 관심이 뜨거웠으면 미팅을 사무실에서 했을 정도라고 말했다. 뜨거운 관심에도 불구하고, 본격적인 진행에 들어서면 역시나 규제에 가로막혀 일이 어그러졌다. 결국 국내 투자는 성사되지 못했지만, 핀테크 규제 문제를 풀어나가는 것에 있어서는 VC들도 많은 관심과 긍정적인 태도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 그가 느낀 바였다.
VC들이 토스에 특별히 많은 관심을 보인 것도, 핀테크의 주요 분야라고 할 수 있는 '결제' 관련 서비스였기 때문일 것이다. 최근 애플은 아이폰 6 발표 현장에서 자체 결제 시스템인 '애플페이'를 선보였다. 애플페이는 지문으로 본인 확인을 할 수 있어 결제 편리의 극치를 보여줬다. 앞으로 결제는 어떤 기술들과 접목되면서 발전해나갈 수 있을까?
"가능성은 무궁무진합니다. 진짜 중요한 것은 사용자의 기존 지불 행태와 가장 비슷한 게 성공할거라는 점이죠. 결국 어떤 기술을 적용할 수 있느냐가 아니라, 시장에서 무엇이 선택 받는가가 중요해요. 기존 결제 방법과 유사해 사용자의 학습이 필요 없으면서도, 기술을 통해 편리성을 극대화한 서비스들이 통할겁니다."
최근 카카오페이, 뱅크월렛카카오 등 골리앗들의 등장이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토스만이 가지고 있는 경쟁력은 무엇일까. 이에 대해 이승건 대표는 역시나 '기존 지불 행태와 유사한 편리한 사용자 경험'을 내세웠다. 토스는 실시간 개인 간(P2P) 송금이 가능하며, 돈을 받는 사람의 경우에는 별도의 프로그램을 설치할 필요가 없다. 카카오페이는 지정된 가맹점에서만 사용할 수 있고, 뱅크월렛카카오의 경우 송금자와 수금자 양 쪽이 모두 앱을 설치해야 한다는 점에서 일정 간의 장벽이 있다. 조직의 덩치가 커졌기 때문에, 사용자 피드백을 빠르게 반영할 수 없다는 것 역시 약점이다.
마지막으로 유 경험자로서, 핀테크 스타트업을 시작하려는 창업가들에게 조언을 한 마디 부탁했다.
"너무 많지만, 금융 생태계와 네트워크가 어떻게 이루어져 있는지 꼭 파악하고 시장에 들어가라는 이야기를 해주고 싶어요. 작게는 은행의 담당자가 누구이고, 어떤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있는지부터 시작해서 말이죠. 금융계에는 플레이어들이 많아요. 은행, 카드사, 통신사, 제조사, 정부 금융 당국 그리고 저희 같은 야전 부대가 있죠. 각 주체마다의 소통하는 언어가 굉장히 달라요. 발로 뛰는 것과 동시에, 금융계 멘토를 두는 것 또한 추천합니다."
현재 비바리퍼블리카가 집중하고 있는 것은 결제 분야에서 빼놓을 수 없는 보안 이슈다. 토스는 전문 보안 기업으로부터의 지속적인 컨설팅을 받고 있음은 물론, 큰 돈을 들여서라도 안전한 보안 솔루션을 적용할 예정이다. 올 하반기에는 국내 대형 은행 두 곳과 협력하여 토스 서비스를 정식 론칭한다. 전망은 어둡다는 말로 시작했지만, 겨뤄보지 않으면 누가 승자가 될 지 예측할 수 없는 것이 비즈니스 세계이기도 하다. 토스를 비롯한 핀테크 스타트업이 금융 생태계를 혁신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핀테크 in 스타트업 특집 연재 기사]
[핀테크 in 스타트업①] “금융업 근간 이해 못하면, 핀테크를 알 수 없다” – 와디즈 신혜성 대표
[핀테크 in 스타트업②] “VC, 핀테크에 관심없다고? 핀테크는 직접 금융 시대 여는 중대한 흐름” – 권혁태 대표
[핀테크 in 스타트업③] “핀테크 스타트업, 전망은 어둡지만 시장 기회 있어” – 비바리퍼블리카 이승건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