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 밸리 위치정보 추적 기술 스타트업 쿼바(Quova)에서 머신러닝 엔지니어로 근무했다. 스탠퍼드 대학 재학 당시 수업을 이끌었던 교수님들은 구글 자동차 관련 프로젝트에 참여했거나, 인공지능 기술 전문가였다. 수업을 들으면서 인공지능으로 인해 변화할 세상이 무섭다고 느꼈다. 결국, 인간의 노동력은 기계에 대체되어 수 많은 사람이 일자리 잃게 될 것인데, 사회에서는 어떤 방법으로 이를 해결할 수 있을지를 고민했다. 이때 반대로 기계가 할 수 없는 일에 주목하게 되었다. 인간이 더 잘하는 부분의 잠재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가치에 집중하면서 전 세계 사람들을 쉽게 연결하는 플랫폼인 '벌로컬'을 구상하게 되었다.
2014년 미국 샌프란시스코 베이 지역에 설립된 스타트업 '벌로컬(Verlocal)'은 개인의 재능과 경험 그리고 지식을 기반으로 한 오픈마켓 플랫폼 '벌로컬'을 운영 중이다.
오직 사람만이 제공할 수 있는 가치를 공유
에어비앤비처럼 누구나 호스트가 되어 요리, 야외 활동, 미술, 수공예 등 자신의 재능을 판매할 수도 있고, 또 다른 이가 등록한 수업에 참여할 수도 있다. 지역을 중심으로 점차 확대 중인 벌로컬은 현재 뉴욕, 샌프란시스코, 시애틀, 로스앤젤레스, 시카고, 오스틴, 보스턴 미국 7개의 도시에서 현지인들이 제공하는 300여 개의 재능을 판매하고 있다.
현재 벌로컬의 웹사이트에는 ‘야생 전문가에게 배우는 무인도에서 살아남는 법’, ‘스님에게 배우는 명상 법’, ‘유리 공예 장인으로부터 배우는 유리 블로잉(입으로 부는 작업)’, ‘베이커리 주인이 알려주는 마카롱 만들기’, ‘NBA 치어리더가 가르치는 비욘세 춤 따라잡기’, ‘이탈리안 셰프에게서 배우는 파스타 만들기’, '당뇨병 환자를 위한 음식 조리 방법' 등의 수업이 등록되어있다.
지역 기반 커뮤니티 활성화와 상생에 기여
오픈마켓 형태로 운영되기 때문에 호스트는 5~10분 만에 자신의 수업을 소개하는 페이지를 만들어 리스트에 등록할 수 있다. 사용자는 벌로컬 웹사이트나 앱을 통해 자신이 듣고 싶은 수업을 신청할 수 있으며 적정 수강 인원에 맞춰 호스트가 사용자를 수락하는 방식이다.
벌로컬은 이 둘의 중간에서 사용자와 호스트의 원활한 연결을 지원한다. 호스트가 자신의 수업에 대한 적정 가격을 책정할 수 있도록 비슷한 수업의 가격을 분석해 추천하며, 필요에 따라 수업 상세 설명 페이지의 브랜딩 또는 홍보를 돕는다. 또한, 호스트가 사용자의 수업 수강 요청을 수락하면 사용자에게 수업에 필요한 상세한 정보를 이메일과 문자 메시지를 통해 전달한다. 더불어 수업에 대한 사용자의 문의나 요청·불만 사항들도 벌로컬이 일차적으로 응대하는 등 적극적으로 개입해 운영 중이다.
보통 20~30명 적게는 3~4명을 위한 수업을 진행하는 ‘1 대 다수(P2M, Peer to Men)’ 형태의 수업 특성상 일반적인 ‘1 대 1(P2P, Peer to Peer)’ 방식의 공유경제 서비스와 비교해 호스트의 매출액이 크다. “벌로컬은 개인이 가진 재능을 활용해 충분히 많은 금액을 벌 수 있는 모델이다”라고 이원홍 대표가 설명했다.
이어 "1회의 강의 시 평균적으로 1인당 15~20만 원 정도를 지불하기 때문에 주말 동안 2회(약 6시간) 정도 수업을 진행할 경우 1년에 5~6천만 원을 벌 수 있다"고 덧붙였다.
내년 중순에 아시아 시장 진출
벌로컬은 개인의 전문적인 경험과 재능에 대한 가치를 높이 사는 시장에서 새로운 것을 지속해서 배우고 자신을 개발하려는 현대의 트렌드와 맞아떨어지면서 급격히 성장했다. 서비스 출시 4개월 만에 가입자 수 2만 명 달성, 1년여 만에 미국 실리콘밸리 주요 벤처캐피털과 일본, 중국의 투자자들로부터 총 32억 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벌로컬이 서비스 지역을 확장하는 방식은 샌프란시스코 본사를 제외한 지역에 큰 비용이 소모되는 물리적인 사무실을 따로 두지 않는 것이다. 더불어 추가로 지역을 확장할 때는 수요와 공급의 거래가 활발한 대도시를 위주로 하고 있으며, 이때 벌로컬의 마케팅팀에서 분석한 기존 성공 도시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확장 과정을 복제해 적용 중이다.
"벌로컬은 올해 미국 20개 도시로의 확장을 목표로 운영 중이며, 내년 중순쯤 아시아 시장에 진출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벌로컬은 최근에 상장한 일본의 프리랜서 플랫폼인 ‘크라우드웍스(CrowdWorks)’의 코이치로 요시다(Koichiro Yoshida) CEO와 중국 텐센트(Tencent)의 전 CTO, 시나 웨이보(Weibo)의 전 회장이 만든 벤처캐피털로부터 전략적 투자를 유치했다"고 이원홍 대표가 밝혔다.
이어 그는 “아마존이나 이베이가 유형의 물건을 거래하는 마켓플레이스의 완성형이라면, 벌로컬의 목표는 비정형화된 무형의 가치를 거래하는 완성형 마켓플레이스가 되는 것”이라고 장기적인 비전을 소개했다.
향후 벌로컬이 국경과 문화를 넘어 인간만이 제공할 수 있는 개인의 가치를 공유하는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